활동소식

반성폭력[후기]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는 다르지 않았다: 라운드테이블 후기

2023-05-15
조회수 2207

 

 

2023년 4월 26일(수) 오후 7시, 라운드테이블"[나는 신이다]는 다르지 않았다: 재현의 윤리와 저널리즘을 고민하다"행사가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바실리오홀에서 열렸습니다.

 

이소희/바람 활동가(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의사회로 진행된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발제와 패널들의 토론 이후 플로어에서도 많은 의견과 질문이 나오며 계획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었습니다. 그만큼 [나는 신이다]를 본 후 들었던 많은 고민과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자리가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본 후기에서는 행사 당일 별도의 핸드아웃 자료가 없었던패널발표와 현장토론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발제자 2인의 상세한 발표 내용은 첨부한 발제문 파일을 참고해주세요.

 

 

 

 

 

 

발제1-류벼리(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나는 신이다] JMS편은 ‘정명석이 얼마나 악한 행동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해자의 악랄한 행위’를 재현으로 보여주고, 관련 문건에 하이라이트를 긋는 이런 방식은 가해자를 '특수하게' 만들고 '악마화' 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정명석의 범죄가 반복됐던 것은 이런 ‘구체적인 가해행위들이 공개되지 않아서’가 아니다.가해자가 ‘악마같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내용으로 서술이 끝나버릴 때, 가해자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이 상황을 함께 바꿔나가야 할 시민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관객’의 역할에 그쳐버린다. 따라서 사건의 재현에서는 가해자의 중요성을 낮춰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신이다]는 '피해자가 반복되는 피해 안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나, '정명석이 수감됐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성폭력이 일어나고 반복되는 ‘구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악마’같은 가해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를 보며, 점점 더 피해자를 이해할 수 없게 될 뿐이다.

 

 

 

 

 

 

발제2 -이윤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팀장)

 

 

류벼리 활동가가 [나는 신이다]에 어떤 선정성의 문제가 있는지를 짚어주셨다면, 저는 이런 지점에 대한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신이다] JMS편을 모니터링을 해보았다. 선정적 문제들을 묘사하는 방식을 3가지로 구분해 각각을 모니터링 자료로 남겼다.(발제문 참고)

 

[나는 신이다]에는 피해 상황이 담긴 음성, 사진, 영상이 수차례 등장한다. 음성과 텍스트로도 피해 사실이 충분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재현을 가미한 것, 특히 청소년 피해자의 피해사실까지도 재현한 것은 '불필요하고 과도한 연출'이다. ‘피해 사실을 상세하게 드러내는 방식’은 성폭력의 범죄적 요인보다 성애적 요소를 강조하고, 그 결과 ‘성폭력’ 사건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이 경우 피해자의 상황을 타자화하여 성폭력이 ‘일상적인 문제’라고 감각하지 못하도록 하고,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나갈 문제로 인식할 수 없도록 한다.

 

‘미디어에서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 등의 보도 규정이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은 왜 [나는 신이다]에 적용되지 않았는가. 넷플릭스(OTT)는 법으로 규정된 방송이 아니므로 「방송심의에 의한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고, 보도 관련 기준을 기사, 뉴스에 한정된 것으로 본다면 다큐멘터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OTT에도 저널리즘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OTT의 이용자가 많아지고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OTT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OTT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규제 완화 중심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와 관련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MBC의 고민도 필요하다. [피지컬:100], [나는 신이다]와 같이 MBC에서 제작되고 OTT를 통해 콘텐츠를 공개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콘텐츠의 경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제작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패널발표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고 시청률이 높다 보니 피해자가 사건을 알리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이 얼마나 선정적인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청률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멀리 보면,(이런 방식으로는)피해자를 잘 조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오늘은 세 가지 정도를 얘기하고 싶다.

하나피해자에 관한 내용이다. 이렇게 피해자가 직접 출연하는 방송을 보며 (시청자이자, 페미니스트이자, 동료시민인 우리는)어떤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할까.

 

폐쇄적인 공동체나 특수한 문법이 있던 공동체일수록 여기서 이탈하려는 피해자들의 경우, 굉장한 패닉과 불안, 공포 속에서 경찰도 못 믿겠고 조력하는 단체들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내 가해자의 힘이 더 강하다’는 생각 때문에 ‘가장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곳’에 가서 나의 존재를 알려야만 내 사건도 묻히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를 같이 감시할 수 있다, ‘그래야 그나마 나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는 것 같다. “국민들이 저를 보호해주십시오” 라는 식의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 뭘 의미하고, ‘내 인생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가’를 충분한 정보와 함께 신중하게 검토하신 상황은 아닌 것. 방송도 피해자의 이런(절박하고 공포스러운)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인터뷰를 촬영하면서도 피해자가 울부짖고 소리 치고 하는 모습을 그대로(프로그램에) 내비치는 것이다.

 

피해자분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이 방송을)전 세계적으로 누가 볼 것이고, 어떻게 유통될 것이며, 2차 3차 생산물은 어떻게 나올 것이며, 연관검색어나 악의적인 소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피해자가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경우에 따라 방송사에서도 “조력”을 해야 하는 것이(언론/방송이 가져야 할)‘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피해자가 ‘특수한 조건을 가지고’ ‘특수하게 출연을 결심했다’는 점을 방송/언론사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특수하다는 것은, 먼저 피해자로서는 현재 방송 출연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나오신 것인데, 그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어떤 식의 ‘해결’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나는 영원히 남을 특정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언론사는 피해자의 출연을 통해 시청률, 수익을 살필 뿐 ‘그래서 사회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었는가’에 대해 책임 있게 응답하고 있는가. “(방송에 당사자분들이)더 나와야 구할 수 있어요.” 라며피해자들을 불쏘시개처럼 계속 던져 넣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만약5년 후, 10년 후에, 방송에 출연했던 피해자들이 출연 의사를 철회한다면, 즉각 삭제할 수 있는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현재는)피해자 출연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이 더 많다.

 

 

▲방송사의 요청으로 피해자가 출연하셨는데, ‘사건이 특정된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를역고소 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방송사가, “저희가 먼저 출연을 제안 드렸고, 이것은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참고인으로 재판에 나와 진술하면 '공익성 입증'으로 위법조각사유(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된다. 그러나 언론사와는 이후에 연락도 안 되고 재판에 나오지도 않는다.

 

▲출연을 요청받은 피해자분이 방송의 “기획서를 미리 확인하고 싶다”고 해도 제작자들에 대한 ‘간섭’으로 여기거나 “리얼함이 떨어진다“며 거절하고 무시하는 경우.

 

▲간곡하게 피해자를 섭외하고, ‘활동가에게 우려사항을 모두 들은 사람(A)'과 현장에 나와서 인터뷰 하는 사람(B), 편집하는 사람(C), 데스킹하는 사람(D)이 모두 달라서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시면 된다“고 피해자와 사전에 소통해놓고, 촬영 현장에서는 PD의 욕심으로 피해자가 우려하는 상황까지,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사전에 이야기한 것과 다르네요, 여기서부터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촬영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내용은 절대 안 나가게 해달라”고 피해자 분이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내보낸 경우도 있었다. 이후에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싸늘한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방송/언론에 피해자의 출연이 이루어진다면 편집, 삭제, 액세스 중단 요청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성폭력을 다루는 언론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짚고 싶다.

저도 주말에 JMS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MBC ‘PD수첩’ 일부를 봤다. ‘그알’에 나온 변호사가 법적으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더라. 이런 얘기가 가능한(버젓이 ‘전문가’의 의견으로 방송에 나올 수 있는)이유는, '변호사들이라고 모두 성폭력 사안을 잘 아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 산부인과 전문의를 '의사 가운'까지 입혀서 등장시켰지만 굉장히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고, 불필요한 연출을 덧붙였다. 과연 이런 것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가? 사건 해결에 제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거대한 강(强) 대 강(强)의 구도 속에서 피해자는 도구가 되기 쉽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노조와 사측이 싸우는 '강대 강'과 같이, 여러 가지 '강 대 강'의 구조 안에서는 서로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라든지 성폭력문제가 굉장히 쉽게 도구화되기 쉬운 상황이 된다.

 

‘엑소더스(안티 JMS 활동을 하는 그룹의 이름)’가 2006년과 2012년에 진행한 기자회견 때 저희 한국성폭력상담소에도 "기자회견에 배석해달라"며 연락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때 ‘엑소더스’의 게시판과 여러 가지를 보게 되었는데, '중국에 보내진 여성들'의 영상과 사진이 너무나 많이 올라와있고, 그 여성들을 굉장히 비난하는 구도가 형성이 되어 있었다. 동시에 정명석에 대한 이중 감정, ‘성적 능력이 얼마나 있길래 저런 여성들을 만족시키고 다 저렇게 불나방처럼 갔어?’라는 감정을 드러내면서 여성들을 힐난하는 구도가 아주 심했다.

 

‘이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되는가’가 이 운동의 핵심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일어난 성폭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피해자는 누구인지, JMS사건에서도 이런 관점이 굉장히 전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펼쳐진 상황을 보면 그런 전문성이 있는가, 하는 점에서 대단히 문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희정(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저는 전반적으로 이 상황을 둘러싼 생각을 좀 말씀드리고,공공성이란 화두를 가지고 넷플릭스 및OTT가 어떤 상황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볼까 싶다.

어제 넷플릭스에서 "4년 동안 한국 시장에 3조 3천억원을 투자 하겠다."는 소식이 뉴스로 나왔다. 제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건 외국의 자본이 이렇게 한국의 시장에 들어와서, 거기서 만들어지는 온갖 권리를 다 가져가는 상황이, 이런 투자가 과연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너무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스크린쿼터’의 민족으로서 굉장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OTT에서 자본력을 가지고 한국의 영상 산업을 다 쓸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고민해볼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류벼리 활동가의 발제를 들으면서,‘성 피해자’라는 말이 저도 너무 이상했다. 마치 ‘성’이 가해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 반성폭력에 관해서, 혹은 성폭력 문제를 재현함에 있어서 '전문가 자문을 받지 않았구나' 라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전에 자문을 받았다면, 누구도 이런 ‘성 피해자’라는 말을 쓰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신이다]라는 작품은 페미니스트 안에서도 논란이 있다.“포르노적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피해자의 증언을 포르노라 말한다면 그건 당신이 문제다”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제가 [나는 신이다]를 보면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성폭력 피해를 증언한 사람들의 증언이 포르노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품을 보고 누군가가 포르노적이라고 느꼈다면, 그 작품이 그 증언을 ‘포르노적으로 매개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했고,[나는 신이다]라는 작품이 정확하게 그것을 포르노적으로 매개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윤소 활동가가(연출이)드라마적이다”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극적으로, 3번이나 반복될 필요가 없는 장면이 계속 반복되면서, 자극적인 이미지가 주어지는 요소 요소에서 전반적으로는 '굉장한 영웅서사'가 쓰여지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는 메OO씨의 인터뷰는 굉장히 새하얀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고, '3개 국어를 사용하는 아름다운 엘리트 여성'이기 때문에 저는 이 작품에서(그녀가)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을 거라 생각한다. 작품의 도입에 이 '피해여성'을 포진시켜서 주목을 끄는 방식, 그리고 건국대학교 교수님께서는 굉장히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영웅'처럼 그려지고, 심지어 중간에 산탄총을 쓰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뇌피셜'(주관적 생각)이고 과도한 해석이긴 하지만, [나는 신이다] PD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면 사실은 그 '총'의 자리에 어떻게 '[나는 신이다]의 카메라'가, '미디어'가 들어가 있는가, 미디어는 워낙에 힘이 세기 때문에, 스스로 '신(神)'의 자리에 올라간 미디어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비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D가 계속 강조하는 것이“이렇게까지 선정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점인데, 만약 이 작품이 “사회적으로 사건을 주목받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작품에 대해 '비평할 수 없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이렇게까지 선정적으로 만들면서, 구조는 싹 다 빼고 분노만 남겨놓은 지금의 이 상태, 저는 이게 정확하게 포르노라 생각한다.

 

'구조'라는 맥락은 보지 못하게 하면서 분노하게만 하는 것.사실 그 분노에는 굉장한 관음증과 욕망과 쾌락이 섞여있는 상태. 그래서 저는 사실 [나는 신이다]를 보고 우리가 진짜로 얘기해야 될 것은 “이 상품은 왜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가?”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정성 덕분이다’라고 평가하고 있지만,저는 사실이렇게 선정적인 작품을 보고 이걸‘선정적이지 않다’고 해석한 시청자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10년 전만 해도 이런 방식의 작품으로 이 사건이 등장했다면, 피해자가 계속 욕을 먹었을 것 같고, "그게 뭐가 자랑이라고 방송에 나와서 얘기하고 있냐"는 얘기가 반드시 나왔을 것이다.

 

(현재는)새로운 시청자성이 등장했다고 생각한다.작품이 '가해의 쾌락'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 작품 속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보는, 굉장히 새롭고 신기한 시청자성이다. 이것은 정확하게는 지난 5-6년간 반성폭력 운동, 성폭력 사건들의 역사 안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관객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증언이 나왔을 때,“이건 포르노가 아니야, 피해자의 고통을 봐야 돼.”라는 목소리가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사실 그런 목소리가 현재의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그 영향력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선정성으로 해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윤소 활동가가 '왜 MBC PD들이 넷플릭스를 선택했는가?'를 질문했는데, 사실 더 정확하게 질문하자면 "왜 넷플릭스가 [피지컬100]과 [나는 신이다]를 선택했는가?"를 물어봐야 되는 상황이다. 현재도 많은 피디들이 넷플릭스 앞에 줄을 서 있고, 4년 동안 3조3천억을 가지고 어떻게 나눠줄지는 모르겠지만, 선택을 할 것이다. 

 

저는 절대로 MBC에서, ‘선정성 장사’를 하려고 [나는 신이다]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작진의 선의(善意)'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이후에 이런 식의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넷플릭스에 제안서를 낼 때는 어떨까?

 

‘OTT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쓰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실은OTT에 ‘저널리즘’이라고 승인해주면 안 되는 상태이긴 하다.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가지지 않은, 엄청난 주목 경제 안에서 경쟁하고 승자의 자리에 올라가 있는 사업자이다. 그래서 넷플릭스 안에는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말하는 다큐멘터리와 트랜스젠더를 비아냥거리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같이 올라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부터 한국에서 기획자들이 작품을 가지고 넷플릭스 앞에 줄을 설 때, 엄청난 주목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어떤 주제와 어떤 선정성이 그 앞으로 달려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상황을 보고 제가 굉장히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건, 2016년에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올 때,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제일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이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인 분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한국의 대형 미디어들이 소수자의 목소리나 다양성을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을 때, 넷플릭스가 일종의 대안 공간으로 들어온 게 있는 것이다.

 

자유 시장이 하는 놀라운 짓이란 게 늘 이런 식이다. 소비자에게 힘을 부여함과 동시에 그것이 가속화되기 시작하면 '힘을 가진 자'에게 더 많은 힘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는데,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방식은스크린에서의 다양성제작 현장에서의 포용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에 넷플릭스는 '포용'이라는 가치를 기업 가치로 내세우고, 2021년에 「포용성 보고서」를 발간면서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LGBTQ, 인종, 장애, 특정한 문화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발표하며, 앞으로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여가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넷플릭스의 작품들은 이렇게 한계적인가, 라고 묻는다면, 넷플릭스 안에서 ‘한국’은 ‘한국’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양성’ 포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은(그 자체로 그냥)‘아시안’인 것이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에는 엄청난 스트레오 타입에 기댄 부분도 있다.

 

그랬을 때,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 안에서 한국 작품의 ‘선전’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담당하고 있었던 야만스러운 아시아 남성성의 신체를 전시하고 피해자 여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누려왔었던 그런 위상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고민이 있다.

 

그랬을 때 이 작품과 비교해볼 만한 작품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이버지옥]. 사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넷플릭스라서’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이버지옥]은 ‘성폭력의 재현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피해자의 모습이라든가,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라구조를 조망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가해자의 서사를 지우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는데, 가해자의 서사를 무조건 지우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와 같은 악마를 멈추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식의 서사를 쓰는 가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서사를 지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재현의 가치와 의미맥락안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각각의 케이스를 가지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어저께 공개된 신동엽 성시경 주연의 [성+인물] 이런 작품을 보면, 넷플릭스가'자유'라는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범죄불법의 영역까지 쑥 넘어가는가? 라고 하는 걸 함께 고민해야 될 때가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무리 하겠다.

 

 

 

 

 

홍남희(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재현의 윤리'는 미디어 분야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문제이다. 특히 미투(Metoo) 운동 이후에는 다양한 가이드라인과 개선 조치를 취하려고 많이 노력해왔는데, [나는 신이다]는 사실 그런 노력들을 무화시킬 정도로 좀 문제적인 재현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한다.

 

OTT에 ‘저널리즘’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는 것 자체가 옳은 일인가라는 문제도 있다.

유튜브도 ‘유튜브 저널리즘’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유튜브가 굉장히 약간 저속한 신변잡기적인 매체로 비하되어 왔던 역사도 기억을 하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OTT라는 오락플랫폼에서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공적 가치를 수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넷플릭스가 수행하고 있는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또 한 가지는'다큐멘터리'라는 형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고급 취향의 엘리트 교양인들이 소개하는 고상한 장르의 오락물'로 자리를 잡아왔는데, 사실 여기에 대한 분석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왜냐면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많은 대중이 소비하는 장르는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영화나 드라마 위주로 이야기 한 측면이 있다.

 

또, 넷플릭스 등에서 범죄나 실화를 콘텐츠화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이 있는데,아시아 콘텐츠가 일정한 비율을 차지하는 ‘다양성’의 일환으로 넷플릭스 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미디어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것이 “넷플릭스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매체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가를 보면, 사실은 폭력과 성의 재현이 과도하게 많거나, 지상파에서는 할 수 없는 선정적 재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과 폭력을 마음대로 재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인가?' '반드시 피해자나 어떤 대상을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마음대로 재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인가?' 

 

예전 포르노그래피에 관한 미국 페미니즘 논쟁이 떠올랐다. ‘포르노그래피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성인 여성의 포르노그래피'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가 되는 것에 대해서 캐서린 맥키넌(Catharine Alice MacKinnon)은 “포르노그래피의 아동 피해자가 18세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자율적인 의사결정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18세라는 기준, 성인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핵심은 “포르노그래피로 인한 피해가 연속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 “피해의 연속성”이 이런 디지털 환경에서는 성인/아동이고 간에‘동의를 했다’고 해서 그 피해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깊이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나는 신이다] 같은 경우, 피디가“피해자가 동의를 했기 때문에 이 내용을 공개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이 제작자의 측면에서는 ‘면책의 서사’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다큐멘터리나 어떤 프로그램의 ‘대의’를 위해 개인 피해자가 희생을 해야 될까. 굉장히 절박한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하겠다’는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또 아마도 어떤 설득의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긴 하겠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보면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굉장히 ‘그림’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다.“피해자가 직접 출연하지 않으면 별로 파급력이 없을 거다”라는 말로 피해자를 설득하는 과정,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런 구도에서 그 이후에는 방송이 정말로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 프로그램이 바뀐다거나 해서 연락이 되지 않는 그런 상황. 이런 상황에서피해자가 ‘동의’를 했다고 해서 우리가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제작을 하거나, 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지,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OTT가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은 분명히 있긴 하지만, 사실은 미디어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그래서 그런 '방송이냐 통신이냐' 하는 논리에 휘말리지 않으면 좋겠다.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피해자를 이렇게 재현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동참하도록 넷플릭스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해야할 것 같고, 한국 담당자가 없으면 있게 만들고, 이런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굉장히 침투적인 매체 환경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가 아동, 청소년, 시민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많은 공론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

 

 

 

 

 

 

●오예진(연합뉴스 기자/성평등위원회 간사)

 

[나는 신이다]에서 다룬 JMS 사건은 여러 차례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가 되었고, 종편방송에 피해자 분이 인터뷰를 하기도 했으며, 가해자가 구속되기도 했던 사건이다. 사실 전혀 ‘새로운’ 사건이 아니었으나, 그 때는 이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의 성공은 '미디어의 영향이 더욱 더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반향의 이유로 저는 OTT가 ‘소비자가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것을 판매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OTT는 방송심의의 제약에서 자유롭고, MBC에서는 주지 않는 ‘2년’이라는 긴 제작시간을 주기도 한다. 기존의 지상파에서는 심의 규정이 있어 제약되었던 표현의 범위가 넓기도 하다. 비록 ‘선정성’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나는 신이다]를 통해 이 이슈가 고발이 되었고, 화제를 만들었고, 화두를 던짐으로써 ‘언론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더 보완해야 할 문제의식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성범죄 문제를 어떻게 공론화할 수 있는지'를 더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 질의응답 

 

라운드테이블 현장에는 40여명의 참여자들이 함께 해주셨는데요. 흥미로운(!) 발제와 패널들의 발표가 끝난 후, 플로어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 참여자A- 현재 국내 언론사가 탐사보도 지형이 모두 무너진 상태에서 이런 어려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언론사 구조가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넷플릭스는 윤리규정, 주제선정의 면에서 제한 조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보면 기자들이(넷플릭스만큼)깊이 있게 취재할 수 없는 환경이 이러한 문제의 발단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점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진행이 되면 좋았겠다 라는 의견을 드리고 싶다.

 

 

● 참여자B- 제작진에서는 “이 사건을 널리 알리려면,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세 가지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는 알겠는데, 그래서 이게 실질적으로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처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가 궁금하다.

 

 

● 참여자C - [나는 신이다]라는 영상이 제작된 이후에, 몇 년 내에 이 영상에 대한 2차 영상, 3차 영상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현상으로 인한 피해 정도를 우리가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 다큐를 보자마자,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소나, 불법촬영영상 삭제 지원하는 분들이 엄청 더 힘들어지겠구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앞으로 우리가 이런 것들을 어떻게 갈무리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지,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관객으로서는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플로어의 질문들에 대해 패널, 발제자들이 덧붙여 나눠주신 이야기 일부를 소개합니다.

 

 

 

◆손희정(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영화 평론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적자리에서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사실 [나는 신이다]의 큰 문제 중에 하나는 ‘못 만든 다큐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이게 정말로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선정적인 장면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선정성만 남았다’라는 기분을 시청자들에게 주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큐가 총 8부작인데 JMS가 3부작, 오대양 1부작에 아가동산 2부작, 만민교회 2부작이다. 이 구성 자체가 이미 이상하다. JMS 사건을 쓸데없이 반복적인 장면들을 끼워넣어 3부작으로 늘리지 않았다면, ‘선정적이다’, ‘포르노그래피처럼 느껴진다’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보면 굉장히 악의적인 재현들도 있다. 예를 들면 메OO씨 같은 경우는 완전히 짜여진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게 했다면, 난민교회 신도였던, 자신의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경우는 시골집으로 판단되는 공간에서 자신의 뺨을 때리는 장면으로, ‘자식을 잡아먹은 어머니’로 시작한다. 이 인터뷰 공간부터 어떤 말을 인터뷰에 넣을 것인가, '이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서 어떤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는제작진의 판단이었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이 폭력을 고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작진이 판단했다면, 저는그 판단에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정의를 이루기 위해 언론이 하는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고, 이 다큐가 하는 역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 다큐가 만들어낸 다른 사이드이팩트(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이걸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실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을 가져야 하는데, OTT라고 하는 공간은 파급력은 클 수 있으되,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공적 장에서의 담론의 역할이란 무엇인가.저널리즘이 자신이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이나, 시청자들과 비평이 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신이다]라는 작품이 참 못 만든 작품이지만, [오징어게임도] 그렇다. '이게 뭐지?' 싶은데, 운이 좋은 작품들이 있고, 또 그건 분명히 실력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건에서‘실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좀 염려가 되었던 것이 있다. 많은 방송국 관계자들이, ‘나는 사실 이만큼 대단한 능력이 있는데, 한국 방송의 보수적인 면과 정치적 올바름 운운하는 누구들 때문에 뜻대로 하지 못해’ 라고 하는 이 방식이, 사실은페미니즘과 다양한 소수자 운동들이 이때까지 만들어온 어떤 사회적 합의 때문에 뭘 못한다고 얘기하는 그 방식이, [나는 신이다]를 둘러싸고도 똑같이 등장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신이다]라는 작품에서, ‘OTT에 가서야 비로소 발휘될 수 있었던 실력’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질문하면, ‘선정성’과 ‘폭력’의 제막(막을 모두 제거함)이었다는 거다.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피해자들이 기자들에게 자신의 사건에 대한 제보를 정말 많이 하신다. 그런데 그걸 그냥 그대로 쓰시는 분이 있고, 이것이 어떤 문제이고, 다른 어떤 사건과 비슷한 것이고, 이런 문제가 어디에서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되는 지, 이런 걸 고민하면서 후속 보도까지 다 고민을 하면서 자문을 구하는 기자도 있다. 이 소스를 소중하게 제공 받았다면, 이걸 가지고 무엇을,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지를 좀 더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류벼리(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변화’를 ‘다시 한 번 이 사건을 대중들에게 알리게 됐다’라는 것으로만 국한한다면, ‘변화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라는 것은 굉장히, 더욱더 다양할 수 있는 것. 이 사건을 통해 사이비종교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피해자의 회복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성폭력 가해가 어떤 구조에서 이루어지는지 알게 될 수도 있는 거고, 이런 사건을 접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문제제기를 하면 좋을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상상력과 논의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더라면, 조금 더 나은 해결의 방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다양한 해결’이라고 하는 사고의 회로를, 어느 정도 막아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다큐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의견을 비치면 “너 JMS지?”라고 묻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누군가가 ‘JMS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데도. 이 사건에 대해 제작자가 과연 어떤 고민을 하며 만들었는지, 이런 질문이 드는 자체가 ‘구도가 잘못 짜여진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윤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팀장)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는 방송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출연하는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거기 출연하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다뤄지는지, 이 미디어의 영향은 무엇이고, 당신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고, 어떤 권리는 없는지, 이런 것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많은 일반인들의 방송 출연이 일어나는 것은, 방송사에서 그저 이목을 끌 수 있는 ‘소재거리’만 찾아다닌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일반인들의 방송 출연에 대해 미디어가 책임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홍남희(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요즘은 ‘독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언론은 독자가 클릭하는 뉴스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선정적인 것을 소비하지 않는 독자들이 많다면 이런 뉴스들이 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갖는 소비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PD의 저널리즘과 기자의 저널리즘이 다르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방송이라는 건, 어떤 영상/화면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보니, 글을 쓰는 기자들이 훈련해온 저널리즘과는 다른 것이 발생하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기자나 여성PD가 많이 늘어나면서, 굉장히 보도 윤리나 관점에 대해 의식을 많이 하는 경향도 많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행위자들이 기자도 되고, PD도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다.

 

미디어나 방송을 제작하는 분들에게서 제작에 대한 여러 가지 개입, 여러 가지 보도 준칙, 취재 윤리 이런 걸 다 지키면서 어떻게 재미있는 걸 만드냐는 논리로 대응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사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돌아가는 환경에서 이런 재현이 문제있다는 것을 어떻게 공감시킬 수 있는가가 우리들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윤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팀장)

 

저는 이런 콘텐츠가 ‘인기가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만큼 자극적인 것으로 인기를 끌고 나면, 그 다음에는 더 자극적이어야 다시 인기를 끌 수 있기 때문인데, 그건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결국엔, ‘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의 기억에 남는 콘텐츠란 무엇인가’라는 걸 새기며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희정(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이런 사건들이 그저 법정에서 끝나는 일로 책임을 다 질 수 있다면, 사실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굉장히 시장적 방식으로 ‘저널리즘’에 접근하게 만드는 것이 글로벌 OTT 자본이 하고 있는 일인데, 여기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사실 ‘왜’, ‘무엇을’ 보여주고, 보여주지 말 것인가를 언론이 선택해야 하는가. 모든 걸 시청자들에게 내놓고, 판단도 시청자의 몫으로 남길 수 있는가. [나는 신이다]의 경우엔 모든 걸 시청자들에게 내놓지 않는다. 이미 PD가, ‘구조는 지우고 이미지만 보여주기로 선택했다’는 점은 여전히 지적할 수밖에 없다.

 

 

 

류벼리(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성폭력상담을 하다 보면, ‘법적 해결이 되지 않으면 나의 사건은 뭔가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하게 된 피해자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럴 때마다, 피해 회복은 법적 해결과 100%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많이 드리곤 한다. [나는 신이다] 방송을 보면, 이 사건의 해결이라는 것이 정말 법적 해결‘만’ 있을 것 같고, ‘나의 피해가 이렇게 만천하에 드러나야만 내 피해가 나아지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게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이다. ‘피해 회복’이라는 것이 굉장히 다양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고,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해결의 방향이자 의미 있는 노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본래의 행사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 자리를 빛내주신-

참여자분들이 남겨주신소감을 인용하며, 긴긴 후기를 마칩니다.

 

 

[나는 신이다] 시청 후 혼자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명확하게 '왜  [나는 신이다]가 문제지?'하고 설명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짚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잘못된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면 “너 JMS냐?”는 질타(?)를 많이 받았는데 같이 의견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생각이 흔들리는 과정이었는데, '교육적으로 활용가능한 다큐'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OTT, YouTube 그 어떤 것이든 교육적으로 무리 없이 쓸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다른 곳에서 주목하지 않은 미디어 재현의 윤리와 저널리즘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있게 논의한 것이 좋았습니다.

 

여러 고민을 열어두고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고민거리를 많이 안고 가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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