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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카드뉴스] KBS 모 드라마, '낙태'하면 신고하겠다는 남성의 대사

2018-01-23
조회수 5588

 

 

 

 

 

 

 

 

1)

KBS 모 드라마. 
"이혼해줄게. 대신 아이는 낳아줘."
"신고한다. 그거 불법인 거 알지?"
"우리들 행동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은 지자는 거야. 넌 아이를 낳는 게 그거고 난 우리 아이를 키우는 거."

2)
실제로 민우회에서 상담했던 건 중 파혼으로 임신 중단을 결심한 여성에게
남자측 가족이 "낳아서 달라"고 요구하고 거절당하자 낙태죄로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현실을 리얼하게 재현한 걸까? 그렇지 않다. 

3)
누구의 '현실'인가? 

여성은 낙태죄로 고발하겠다는 남성의 협박 앞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를 낳는 쪽으로 내몰리거나
이미 수술을 했다면 고발당하지 않기 위해 남성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범죄'자는 누구인가? 지금의 한국에선 여성이 범죄자이며, 협박을 신고할 수도 없다. 
여성의 삶은 법의 테두리 바깥으로 내몰린다. 

4)
누구의 '정의'인가? 

법을 이용해 여성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으며 협박하는 가해자가 
이 드라마에선 온정적이고 책임감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민우회가 법정과 경찰서에서 만났던, 신고자 남성들과 겹쳐진다. 
임신을 중단한 여성에게 '살인자', '이기적', '더럽다'고 말하며 
본인은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서 의기양양했던 남성들이다. 


5)
1953년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여성의 고통과 여성의 삶을 누락해 온 
현행법 '낙태죄'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뜨겁게 제기되고 있는 지금, 
이 드라마가 임신중절을 둘러싼 현실을 '편집'하여 보여주며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6)
해당 장면이 방송된 후 TV 앞에선
"저, 저, 지밖에 모르는 년", "낳아야지. 저런 남자도 드문데"
이런 말들로 시작된 싸움이 집집마다 일어났다는데
설마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결말로 이어질까, 
설마, 국가/남성을 위해 '아이를 낳아주는 도구'로서의 여성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2018년에도 만들어진단 말인가?? 

7)
과연 어떻게 전개해갈 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안 보고 싶)다. 
공영방송 컨텐츠 제작자로서, 수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진으로서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기를 바란다. 

8)
그리고 2018년에는 꼭, 낙태죄를 폐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