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성평등복지[증언대회] 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우리가 직접 이야기합니다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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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대회]


10.29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

“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우리가 직접 이야기합니다”

 


□ 일시·장소ㅣ 2024년 10월 31일(목) 오전 1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주최ㅣ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노동당 여성위원회, 다른몸들, 돌봄청년커뮤니티n인분,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변혁적 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사회적돌봄센터 봄돌,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비스연맹,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정보경제연맹, 정의당, 정치하는엄마들, 진보당 서울시당, 참여연대,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가나다순)


10.29 국제돌봄의날 주간 4일차를 맞이하여 진행되는“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우리가 직접 이야기합니다”증언대회는 돌봄의 당사자이자 이용자인 시민들이 직접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직접 증언합니다. 아동돌봄, 노인돌봄, 돌봄청년, 장애인돌봄, 장애당사자 등 여러 시민분들이 들려주실 돌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바램을 통해 우리 사회 돌봄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증언대회 뒤쪽에 '돌봄시민 증언대회'라고 적힌 흰 현수막이 걸려있고 앞쪽에는 증언자들이 각각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피켓에는 공적돌봄부족, 돌봄노동 가치저평가, 돌봄 사각지대 등등의 말이 적혀있고 중앙에는 현 정부의 정치인들 얼굴이 있는 붉은 피켓이 있고 '시민이 원하는 돌봄 책임쳐!'라고 크게 쓰여있다.


 

- 프로그램

○ 사회 : 김호세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장

○ 우리가 이야기하는 돌봄이야기(증언자의 증언과 사회자의 질문을 통해 구성됩니다.)

  - (아동돌봄)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 (노인돌봄) 강석금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국장

  - (돌봄청년) 강하라 돌봄청년커뮤니티n인분

  - (장애인돌봄) 김기순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부 조합원

  - (장애당사자) 박목우 다른몸들,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

○ 퍼포먼스 :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돌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




권영은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발언 중이다. 앞에는 이름표가 있고 뒤쪽에는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증언1]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정치하는엄마들은 '사회적 모성'을 바탕으로 모든 아동과 그 아동을 돌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며 성평등한사회, 평화로은 사회, 복지사회, 생태사회를 추구합니다. 


돌봄의 날 주간, 돌봄의 당사자이자, 활동가로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전 생애를 걸쳐 “돌봄”이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엄마가 되고서야 돌봄을 받으며 그간 성장했으며, 돌봄의 당사자로 어깨가 무겁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 이르기까지, 오늘 아침에도 전 아이를 깨우고, 씻기고 먹여 학교로 보내고 부랴 이곳으로 왔습니다. 아이의 일과와 상관없이 남편이 일터로 향할 때, 일하는 저는 제 목소리를 이 자리에 증언하기 위해 일터에 양해를 구하고, 평소보다 더 서둘렀습니다.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는 과거가 아니며, 평등한 사회인 줄로 알덩 여성들은 결혼, 임신, 육아 출산을 겪으며 성차별적인 사회를 온몸으로 겪습니다. 


양육자들에게 돌봄의 공백과 위기는 아이가 아플 때 크게 겪습니다. 코로나 시기로 아이 열나면 일하다 말고 뛰어가서 아이를 픽업해와야 하는 상황들, 문닫은 학교로 집에서 EBS 온라인 수업으로 방치되었던 아이들, 양육자 한명이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주로 여성인 엄마가 역할을 했습니다. 


돌봄의 공공성이 어느때보다 필요했을 때 각자 해결해야 했던 코로나 시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다양한 돌봄과 일, 가사업무 등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학교에서의 돌봄 업무를방학 때 급식이 안되어 일하는 양육자들은 아이들의 점심식사 해결을 아침에 차려놓고 가거나, 혹은 돈을 놓고 가거나 하는 상황들. 교대근무로 아이의 일상과 어긋나 돌봄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미안함, 서기에 제 몸이 아프게되면 또 다른 여성에게 돌봄의 무게를 지우게됩니다. 


임신, 출산, 육아 이후 아이와 엄마에게 주어진 돌봄의 무게와 사회적인 고립 속에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되었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아기띠를 메고, 아이 손을 잡고, 아이를 뱃속에 품고 활동을 해왔습니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언론과 온라인 환경에 대응하는 미디어 감시 활동,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 아기기후위기 소송 활동, 스쿨미투와 학교성폭력 대응 활동, 생명안전법 입법 활동, 성평등,성교육 도서 폐기, 열람 제한에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 노키즈존 반대 활동, 학생인권법과 초등 돌봄교실 법제화를 요구하는 활동은 아이를 돌보는 일을 나만의 어려움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결과였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한국에서만 있지 않았습니다. 대만의 ‘아줌마 정당’이라는 오바상정당은 풀뿌리 민주주의, 아동권, 부모-아동 친화적인 사회, 환경정의, 성평등, 동물권, 대만 주권, 노동권 등 여덟 가지 핵심 가치와, 여성과 어린이 인권을 추구하는 단체입니다. 


올 여름 정치하는엄마들과 오바상정당 회원 80명이 온라인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는 활동의 유사성에 놀랐고 또 엄마들의 활동이 왜 필요하며, 또 어떤 점이 어려운지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지난주 주말 정치하는엄마들이 경기차별철폐대행진에서 성평등, 성교육 폐기 도서를 전시하고 행진 할 때 오바상 정당을 아이들과 대만 퀴어퍼레이드를 즐겼습니다. 각자의 곳에서 모두의 평등을 외쳤습니다. 나만이 아닌 우리모두의 평등을 외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니까요. 


한편, 저는 일하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시민단체 활동가이기에 오늘의 자리를 허락받았지만, 평소 돌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평등한 돌봄” 쟁취가 사회보다 가정에서 더 어렵고, 그 투쟁이 치열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날 노동문제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환경 개선 요구, 아프면 쉴 권리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별에 상관없이, 양육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중요한 이슈입니다. 저출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보다, 남편을 1시간 먼저 퇴근시켜달라.는 요구는 활동가가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흔히 하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시기 임신하였던 제주도 간호사들의 자녀들에게 선천적인 심장질환을 앓고, 반도체 여성노동자이 생리불순과 유사산을 겪고 아이의 건강손상이 발생한 것에 자녀에게까지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사회적인 이슈가 있습니다. 


일과 가정으로, 일터에서의 일과 가정에서 돌봄노동, 기획노동 하느라 쉴 수 없이 돌아가는 나의 노동시간과 노동환경도 돌아보게 합니다. 타인의 돌봄이 이외에도 스스로를 돌볼 권리, 아프면 쉴 권리 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해 나가야 하지만,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를 위해 육아 퇴근 후인 저녁 10시, 일욜 9시 회의와 모임을 곧잘 잡습니다. 이러한 고군분투 속에서 국제돌봄의날 주간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한 정치하는엄마들의 발언으로 마무리합니다. 


“돌봄은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며, 그 안에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됩니다. 스스로 돌볼 수 있는 권리, 내가 타인을 돌볼 수 있는 권리,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돌봄권리 보장을 위해 정치하는엄마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강석금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국장이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발언 중이다. 앞에는 이름표가 있고 뒤쪽에는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증언2] 강석금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국장: 노인돌봄 (부모돌봄사례를 중심으로)

                                                   

1. 돌봄현황

1) 간병현황

⓵ 아버지 : 1933년생 (89세)

- 2021. 8월  ~ 2022. 05 (9개월) 

- 질환 : 뇌질환 (수술 : 전신마취 2회 (8월, 11월)

- 수술 후 증상 : 치매 등 질환

- 보훈병원 <=> 요양병원 입퇴원 반복

- 2022. 5월 : 돌아가심


⓶ 어머니 :  1941년생 (81세)

-  2021년 7월 ~ 2022. 04. (9개월)

-  질환 : 췌장암 말기 

-  병원 입퇴원 <=> 가정내 돌봄

-  2022. 4월 : 돌아가심


< 부모간병 참여>

⓷ 자      녀 : 2남 3녀

⓸ 그 외 가족 : 이모(2인), 손주(3인), 사위(3) =>13명

⓹ 병 원 간병 : 엄마 (간병인), 아버지( (간병인)=> 7명


2) 요양등급

- 아버지 : 인지지원등급 /질환 전 치매진단 나왔으나 엄마가 돌봄/ 등급재신청 

           과정에서 병원 입원 

- 어머니 : 요양등급 판정 못 받음 / 암의 말기상태, 등급 신청했으나 인정안됨


3) 재정 현황

- 아버지 : 국가유공자 (매월 65만원)/ 보훈병원 병원비 실비/요양병원(국민건강보험적용)

- 어머니 : 건강보험 , 가족간병

- 최종 비용 : 총 24,312,000원 엄마(8,351,240원), 아버지 (15,961,483원) 

- 예산 비율 : 병원비 ; 간병비 (아버지 : 2:8), (엄마: 6:4)

- 기   타  : 2021년 코로나 재택근무 가능으로 가족간병이 가능했음.



2. 간병과정에서의 어려움

1) 간병과정 (병원동행)

- 외래진료 : 종양내과,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일정도 각기다름

- 병원동행 : 손주, 이모, 자녀...상황되고 조건되는 사람이 담당

- 병원외래 일정이 잡히면 병원동행 문제 때문에 가장 많은 어려움

- 병원동행시 진단내용 전달필요(병원동행 서비스 이용못함)


2) 간병과정 (가정내돌봄-의료지식적음)

- 통증으로 고통스러워 할 때 방법을 찾지 못함 (응급실, 동네의원방문...)

- 자녀들이 가정내 돌봄담당시 일정잡기의 어려움 (휴가, 반차, 재택...)

⓵ 복용 약 관리

- 아침, 점심, 저녁 복용 약 지도 및 안내

⓶ 건강상태 체크

- 식사 섭취정도, 미열, 통증 등..

- 운동(걷기 등)

⓷ 식단 관리

- 엄마가 원하는 음식 만들기 (미역국, 꽃개탕)

- 고단백 음식(장어구이..)

3) 입원 간병

⓵ 병원 간병인 : 주로 병원이 연계해주는 기관에서 간병인 구함(구하기어려움)

 - 종교(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기관이용함),

⓶ 자녀간병 : 간병인을 구할 때 까지 담당 (토*일, 자녀가 담당)



3.  비용

- 최종 비용 : 총 24,200,000원 엄마(8,300,000원), 아버지 (15,900,000원) 

- 예산 비율 : 병원비 ; 간병비 (아버지 : 2:8), (엄마: 6:4) 

-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 엄마(입원병원은 2021 시점에 운영되지 않음)

                                       아버지( 요양병원 이용못함)



4. 돌봄(장기요양등급제외자)의 실태

- “노인돌봄종합서비스란 지원대상 만65세 이상 노인 중(1950년 이전 출생자) 장기요양등급 외(A,B)판정자로서 가구 소득이 전국평균소득의 150% 이하 만65세 이상의 노인(독거노인)또는 고령(부부 모두 만75세 이상)부부 노인가구중 골절 등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구.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가사, 활동지원 또는 주간보호서비스 제공, 신체/인지기능이 약화됨을 방지하여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하고 가족의 사회, 경제적 활동기반조성 지원”함.


 *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이용자 현황

구분

2009. 12

2010. 12

2011.12

등급외자(명)

103,623

149,783

154,034

이용자(명)

15.223

34.490

37.728

등급외자 대비 이용자 비율(%)

14.7

23.1

24.4


*노인돌봄종합서비스 급여내용

구분

내용

신변*활동지원

식사도움, 세면도움, 체위변경, 옷갈아입히기, 구강관리, 신체기능의 유지, 화장실이용도움, 외출동행, 목욕보조등

가사*일상생활지원

취사, 생활필수품구매, 청소, 세탁

치매노인 주간보호시설 이용

기능회복, 급식 및 목욕, 송영서비스

* 서비스 대상자 본인의 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에 한정하며, 신변* 활동지원서비스 없이 가사*일상생활 지원서비스만 이용하는 것은 불가

*노인돌봄서비스는 재가 서비스를 원칙으로 대상자가 의료기관에 입원 시 간병서비스 제공불가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봐와 같이 매년 사업 안내를 통해서 지침이 내려오지만 서비스 내용에 대한 항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위와 같이 사업에서 목적의 모호함과 표준화되지 않은 서비스 내용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기관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많음.

 

*요양등급

- 아버지 : 인지지원등급 /질환 전 치매진단 나왔으나 엄마가 돌봄/등급재신청

과정에서 병원 입원 (보훈병원 사회복지사와 요양병원상담)

- 어머니 : 요양등급 판정 못 받음 / 암의 말기상태, 등급 신청했으나 인정안됨



- 일본의 경우 대상자의 등급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서비스 제공의 중요성이 부각됨으로써 허약노인 파악사업, 운동기능향상, 영양개선, 우울증예방지원 집안칩거생활예방 지원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음. 따라서 “등외자의 증가는향후 요양등급으로서 진입을 막기 위해 서비스 의 내용 및 성격을 보다 예방적 차원에서 가져갈 필요”가 있음.(2012 이수경)



5. 개선사항

-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운영에 대한 안내 (국민건강보험공단 담당자 / 자치구)

-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돌봄대상자에게 맞는 맞춤돌봄 시스템 구축

- 노인돌봄종합서비스에서 장기요양등급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제도보완 (예방적차원의 접근)



강하라 N인분 활동가가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발언 중이다. 앞에는 이름표가 있고 뒤쪽에는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증언3] 강하라 돌봄청년커뮤니티n인분


안녕하세요. 저는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하라입니다. 저는 영케어러로서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케어러로서 저를 힘들게 한 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오는 ‘정서적 압박감’과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장애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않은 ‘현실의 차가움’이었습니다. 오늘 영케어러의 문제와 지적장애인 돌봄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영케어러 이야기입니다. 저는 현재 아동, 청소년인 영케어러들을 만나 멘토 역할하고 있는데요. 멘토링을 하면서 가장 많이 당면하는 아이들의 문제는 학업과 돌봄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입니다. 돌봄으로 인해서 학업에 집중할 에너지와 시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미래에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줍니다. 부모님과의 추억을 쌓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타인에게 알리기 어려운 돌봄 환경으로 인해서 내성적이게 되고 사회적 관계도 좁아집니다. 10대, 20대, 30대를 돌봄이 이어지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옵니다. 결국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든 상태가 됩니다.


영케어러들의 삶의 모습은 정말 다양합니다. 이들을 1:1 맞춤을 지원하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돌봄제공자와 돌봄당사자를 위한 찾아가는 심리상담과 심리운동 프로그램, 그리고 돌봄과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직업, 돌봄당사자의 욕구에 알맞고 충분하게 제공되는 활동지원 서비스, 돌봄당사자들도 사회활동이 가능한 자조모임, 비슷한 돌봄을 하는 사람들끼리 쉽게 모이고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자조모임 등, 가족과 나의 삶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다수가 해당하는 지원이 확대되어야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려운 상황을 혼자 버티고 있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환경을 수집해서 소수도 배제되지 않는 정책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제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장애 판정을 받으려고 할 때입니다. 다양한 장애인을 위한 복지를 찾아보고 읽어보고 해당되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버지에게 해당되는 게 없었습니다. 주로 1급 혹은 신체장애인을 위한 것이 많았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도 받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는 신체 활동에 문제는 없지만, 일상적인 은행이나 관공서, 병원을 혼자 가지 못합니다. 늘 제가 일하는 시간을 빼서 함께 다녀와야 했습니다. 저도 일하고 쉴 수 있도록 활동지원서비스를 원했지만, 심사 내용을 보면 모두 신체장애인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결국 활동지원서비스는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집 하나에 걸려 당장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장애연금이나 경제적 지원을 신청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용이 가능했던 것은 지하철 무료 탑승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일자리였습니다. 중년 장애인인 아버지는 일을 하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대부분 아버지 나이대인 60대에 퇴사를 하니 애초에 일자리가 없었고,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커피를 너무 사랑하셔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하셨는데, 장애인 바리스타 채용하는 카페들은 모두 10대부터 30대 정도까지 채용했습니다. 일할 의사가 있더라도 장애가 있고 중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없으니 아버지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부담을 제가 책임져야 했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언어치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릴 적 지적장애로 인해 제대로 된 언어교육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상태로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이렇다가 사회에서 도태될까 두려웠습니다. 글자를 읽고 쓰는 건 세상을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핵심적인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자립을 위해 한 장애인복지관에 언어치료를 신청했는데, 4년 전쯤에 400번대 대기표를 받았습니다. 2년 전쯤에는 200번대였으며, 최근에 전화해보니 언어치료 선생님이 퇴사를 하셔서 공석이라 언어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무엇보다 아동 지적장애에 비해 성인 지적장애는 기회가 더 적습니다. 인지치료나 언어치료를 신청해도 아동이 우선이기에 기회도 없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습니다.


한글교실에 등록해도 그룹수업이다 보니 집중력이 약하고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아버지는 참여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한글이라도 가르치자고 시도했지만 역시나 한글을 가르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4년 이상을 제가 돈을 벌어서 가르쳐서 이제야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적장애인이어도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고, 사회적 자립을 위해 필요한 지원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분명 저는 영케어러로서 돌봄과 부양의 부담을 지기보다 제가 원하는 삶을 더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사회의 인식 속에는 영케어러도, 지적장애인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우선 영케어러, 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야 합니다. 영케어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지원이 늘어나야 합니다. 학교, 살고 있는 지역, 직장 등에서 영케어러여도 잘 공부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밀려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부모 중 자녀인 영케어러에게 많이 의지하는 경우도 많고, 그로 인해 영케어러가 심리적으로 무너지기도 합니다. 영케어러가 돌봄당사자와 분리되고 싶다면 분리하는 지원이 필요하고, 함께 하고 싶다면 함께 할 수 있도록 마음의 근력을 심어줄 수 있는 심리지원이 필요합니다. 돌봄으로 인해 빈곤해지고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지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도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지적장애 진단을 받거나 지원을 신청하기도 어렵습니다. 당사자가 잘 몰라서 겁을 먹고 두려움을 갖고 사회를 멀리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은 장애에 대한 낙인감으로 신청조차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장애로 인식하기보다 ‘조금 부족한 사람’ 인가보다 하고 넘어갈지 모릅니다. 장애 등록이 되기 전부터, 복지를 신청하기 전부터 사회가 손 내밀어주면 좋겠습니다. 계산적이고 차갑기만 한 세상에서 느린 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장애가 있더라도, 나이가 많더라도 생계가 가능한 수준의 월급을 받는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와 함께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인력 확충이 필요합니다. 아동 뿐 아니라, 모든 생애주기에 있는 지적장애인이 인지치료와 언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적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적장애인이 더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적장애인은 사기와 폭력,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지적장애인이 겪는 형사 사건, 민사 사건 중 사기가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한다든가, 재산을 노리는 친척, 가족의 사기 등도 많습니다. 시장에서 고장 난 물건을 돈 주고 산다거나, 핸드폰 가게에서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일상에서 빈번합니다. 나쁜 마음을 먹고 사기 치려 하는 사람들에게 당하게 내버려 둔다면 지적장애인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보호자 역할을 하는 가족도 늘 노심조차 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기순 의료연대 조합원이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발언 중이다. 앞에는 이름표가 있고 뒤쪽에는 행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증언4] 김기순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부 조합원


안녕하세요. 저는 2006년도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 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 김기순입니다.


저희 가족은 장애인 가족입니다. 자폐가 심한 중증장애를 가진 28세 청년입니다. 

2002년 장애진단(지적장애)을 받고 너무 늦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치료, 교육을 위해 여기저기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장애에 대한 무지함에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아이와 함께 이 복지관 저 복지관 아침 저녁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아이는 열심히 적응했고 저 또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인천에서 처음 시행하는 장애, 비장애 통합교육을 하는 자유유치원에 입학하여 선생님들의 사랑, 관심 속에 잘 자라 초, 중, 고 일반학교 도움실에서 교육을 마무리하여 졸업을 하였습니다. 특수학교 전공과 2년 교육후 지금은 장애인복지관 직업훈련생으로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힘든 일, 어려운 일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잘 견기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아이가 동기부여가 되어 장애계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장애인인권활동가로 열심히 활동 하는 중 2006년도 인천에서 장애인활동보조제도가 시범사업으로 시행한다기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저의 첫 근무지는 시각장애인 자택(부부 모두 시각) 시작으로 해서 발달장애아동. 뇌병변, 여러 장애인들의 지원을 해왔고 지금은 청각, 언어중복장애인 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기까지 많은 장애인의 투쟁과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들의 맨몸투쟁, 공권력과의 대립 등 많은 역경 속에 이뤄낸 제도입니다. 인천지역에서도 죽음으로 희생한 여러분의 장애인 동지들도 계십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변화될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원사들은 아파도 쉴 수가 없습니다. 대체인력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지원사들은 평균연령 60세인 여성노동자입니다. 어깨, 손목, 허리(근골격계)가 아파도 산재적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 지원사들은 참거나 본인부담금으로 치료해가며 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유급병가가 보장되여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실업급여 또한 권고사직 아니면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처우와 노동환경 속에서 지원사들은 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20여년이 되가고 있지만 지원사 처우와 권리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습니다. 아니 제 자리입니다.


돌봄경험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제가 왜 활동지원사의 처우이야기를 하는지 아십니까? 제가 무급돌봄과 유급돌봄을 모두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 우리 사회가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현장을 떠나거나 채워지지 않는 이 돌봄공백은 결국 가정 내에서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활동지원사가 처우가 나빠서 일터를 떠나게 되면 그 빈자리는 누가 채워주나요? 아직은 국가와 지자체는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가족들의 몫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는 무급/유급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고 전문인력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요구합니다!

-수가를 결정하는 수가위원회에 당사자들(이용자, 지원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수가인상과 안정적인 가정경제를 위해 월급제로.


11월에는 수가인상을 위해 수가투쟁 합시다. 투쟁! 감사합니다.


증언대회 뒤쪽에 '돌봄시민 증언대회'라고 적힌 흰 현수막이 걸려있고 앞쪽에는 증언자 다섯명이 책상 앞에 일렬로 앉아있다.


[증언5] 박목우 다른몸들,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정신병원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로 정신건강 서비스에 있어서 의료중심 모델에 편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연간 관련 의료비가 300억씩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중심 모델은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는 물론 서비스 전달 체계에 있어서도 예방보다 치료중심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중심 모델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한차례 법이 개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호입원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강제입원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입원 과정에서 비자의 입원 된다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것입니다. 정신병동에 들어서자마자 사전에 동의하지도 않은 약물을 강제투약 받게 된다면 누구나 저항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일명 코끼리 주사라고 하는 안정제를 주사하여 격리실에 가두어 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저항하면 할수록 상황은 더 나쁘게 진행됩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격리․강박으로 인한 계속되는 사망사건은 의료중심 모델이 얼마나 권위적인 모습으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해 왔는지를 적실하게 보여줍니다. 


이에 대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오픈 다이얼로그입니다. 1980년대 핀란드에서 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치료법으로 일단 정신과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팀이 구성됩니다. 일종의 치료공동체로서 오픈 다이얼로그는 위기를 겪고 있는 당사자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치료방법을 모색합니다. 이때 대화의 권력은 사회적 위치 또는 계급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로 권력이 이동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권력을 전복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염려의 중심에 있던 사람의 주체성 회복입니다. 염려를 통해 회복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경기도의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당사자의 치료에 오픈 다이얼로그를 적용하자 재입원률이 0%가 되는 놀라운 기적을 우리는 보기도 했습니다.


둘째로, 정신병원 재원 중의 인권침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당사자를 진정시킨다는 명목 하에 강제 투약, 과대 투약이 이루어지며, 작업치료라는 이름으로 강제 노동 또는 장시간 노동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영화 <55step>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정신장애인에게 얼마나 무분별하게 약물이 과다 투약되는지, 의사들과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가 정신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밖에도 격리․강박뿐만 아니라 언어적․육체적 폭력도 높은 비율로 가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CCTV의 설치로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높으며, 특히 화장실과 샤워실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시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또한 외부와의 소통의 욕구가 있을 때 정당한 사유없이 외출이나 외박이 금지되며 전화나 서신까지 검열당하기도 합니다. 또한 정신장애인이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 어떤 약을 먹는지 불충분한 정보만을 얻게 되고 때로는 사전 설명 없이 특정 종교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정신장애여성의 경우는 특히 성폭력의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절차보조 사업이 시급히 확대되어야 합니다. 헌법의 사각지대인 정신병원, 시설, 요양원, 기도원 등은 치외법권 지대로서 외부의 감시 없이 폐쇄적인 구조를 형성하며 존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사회가 이들을 지켜보고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정신병동 안에서의 인권침해 사실을 밝히고, 당사자를 옹호하며, 입원과 퇴원 과정에서 그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흔히 ‘절차보조인’이라고 명명되는 시민사회의 감독 하에 정신병원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은 보다 인권적이고 개방된 형태의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한편, 퇴원 후 일상생활 속에서도 정신장애인은 지속적인 차별과 배제를 경험합니다. 


정신장애인은 비장애인으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당하며 낙인의 대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정신장애인들에 대하여 무작정 ‘폭력적이다’, ‘위험하다’ 등의 선입견을 가지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회피합니다. 그뿐 아니라 정신장애인은 행복추구권도 상당부분 박탈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치료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병원이나 시설 측의 요구대로 치료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친구도 없고, 결혼하여 자신만의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도 힘이 듭니다. 


또한 취업에 있어서도 정신장애를 이유로 아르바이트는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차별을 당합니다. 또한 보험을 하나 들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체장애인과의 차별로 인해 이중 차별의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서로 동떨어져 보이는 차별과 낙인과 배제의 시스템은 일단 의료중심 모델을 극복해 나가면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예방모델로 가는 것으로 진일보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저는 ‘사회적 자본’을 들고 싶습니다. 사회적 자본이란 기존의 물적 자본에 대응되는 개념으로서 ‘사회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며, 공동의 이익을 위한 상호 조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적 조직의 특성’, 즉 사회 속에서 다양한 참여 주체들의 복지공동체적 정신 문화를 이루어감에 있어서 토양 역할을 하는 무형의 자본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무형’의 자본인 사회적 자본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정신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구성원간에 복지공동체적 정신 문화의 부재(사회적 자본의 부재)로 인해 일상 생활 속에서 비장애인에 의한 정신장애인 인권 침해가 당연스럽게 행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모색해 볼 수 있는 대안은 세 가지 정도가 됩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 및 비영리단체의 지속적인 지역 정신건강 프로그램의 운영이 있습니다. 다양하고도 인권 친화적인 지역 정신건강 프로그램으로 약물치료 외에 정신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역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벤트성 행사를 지양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약물 복용과 증상 관리, 교육, 법률 자문, 직업 교육, 기본적 인권에 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둘째, 종교계 등 제3부문(Tri-sector)의 적극적인 파트너쉽 동참이 있습니다. 심리적․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영성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정신장애인 당사자주의 운동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정신장애당사자들(이후 당사자)은 긍정적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병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나는 당사자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말하는 위험하고 불쌍한 정신장애인 혹은 조현병 환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의 고민과 경험을 통해 바른 당사자 철학을 확립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긍정적이고 올바른 당사자 철학을 갖는다면 꼭 앞에 나서지 않더라도 광장에 나가 피켓을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당사자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으로 이들과 연대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 그리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며 자기 자신을 긍정적인 삶의 주체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당사자 철학의 핵심입니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당사자가 힘들고 외롭게 여러 걸음을 나아갔다면, 앞으로는 50만 명의 당사자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마다의 길과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 단 한 걸음씩이라도 함께 전진하여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걸음이 자신을 비롯한 당사자들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당사자들을 통해 세상은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변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