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은,
<OTT 모니터링: 코끼리와 내비게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18명의 시민모니터링단과 함께
OTT 플랫폼 5개(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에서
2023~2024년 상반기까지 공개된
1) 오리지널 한국 제작 드라마 43편에 등장하는 폭력장면 2천여 장면을 전수 모니터링하였으며,
2) 오리지널 한국 제작 드라마 21편(임의선정)에 등장하는 50세 이상 중고령/노년 캐릭터 300여명을 모니터링하였습니다.
😎 시민모니터링단 활동후기: https://nuly.do/cpsp
드라마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가 열렸어요. 후기를 전합니다.
[모니터링 결과발표회: 납작하고 단선적인]
프로그램
사회: 최진협/나우(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발표: 정사강(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속 폭력장면, 중고령캐릭터 분석 결과
토론: 김수아(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부교수), 이소현(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초빙교수), 심영섭(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 산진(시민모니터링단)
일시: 2024.10.24(목) 저녁7시30분
장소: 언제라도여행 카페(잔다리로65, 2층) *2호선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사이에 있습니다.
(사진) 행사장 접수 부스의 모습.
(사진) 언제라도여행카페 전경. 시민모니터링단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시민분들이 카페를 가득 채워주셨어요.
(사진) 사회자 나우.
행사는 사회를 맡은 나우 활동가의 인사말로 시작되었습니다.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속 폭력 장면, 중고령캐릭터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에 오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나우라고 합니다.
사이비교주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기억하실 텐데요. 2023년, 민우회는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자극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만 나열한 OTT의 폭력 재현과 저널리즘 윤리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는 신이다> 라운드테이블 후기 바로가기)
올해는 한국이 제작한 OTT 오리지널 드라마 속 폭력장면을 모니터링했는데요. OTT는 현행법상 방송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심의나 각종 규제가 플랫폼의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모니터링한 결과에 기초에 OTT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개입을 필요성을 짚고자 합니다."
(사진) 발제자 정사강 선생님.
모니터링 결과 분석은,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이신 정사강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정사강 선생님과는 여러 차례 자문회의를 통해 폭력이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폭력으로 보고 어떤 것을 아니라고 볼지 그 모호한 경계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모니터링 도구를 고민하고, 시민모니터링단이 입력한 결과지를 함께 살펴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결과발표회에서는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양적분석 결과와 + 대표적인 드라마 몇 편에 관한 질적분석 결과를 공유해주셨습니다.
"플랫폼별 드라마 편수를 보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시청등급을 보면 15세 이상 관람가가 과반을 차지하고, 청소년 관람불가까지 합치면 93%에 달하는데요, OTT 전반에 걸쳐서 선정성, 폭력성이 높은 콘텐츠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며칠 전에 기사가 나왔는데 23년 6월부터 24년 8월까지 넷플릭스의 경우 법률위반/행정지도를 받은 게 208건입니다. 그리고 디즈니가 90건, 애플TV가 35건, 티빙이 8건이고요. 자체 등급 분류시 법률을 위반하거나 행정지도 대상 건이 약 10% 정도였습니다. 넷플릭스는 전체 콘텐츠가 2,185건인데 208건이 규제를 위반한 거로 나타난 걸 볼 수 있습니다. 자체등급이 시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2024.10.17 연합뉴스 등 참고)"
이하 정사강 선생님 발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자료집을 참고해주세요.
[폭력장면 모니터링]
- OTT 드라마에서 ‘폭력’의 재현은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장치로 스펙터클로 소비되며 심층적인 문제의식을 동반하기보다는 피상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 반복적인 연출, 장시간에 걸쳐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방식 등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폭력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으며, 음향 효과 등 여러 연출기법들을 통해 해당 장면들이 불편하거나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보다는 심각하지 않은, 사소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음.
- 웹툰 기반의 드라마들이 다수 제작되는 것은 표현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며, 장르적인 측면에서 스릴러, 범죄물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드라마에서 폭력 장면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음. 아울러 폭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책임 전가, 정당방어 등의 정당화 요인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폭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음.
- '폭력의 주체'와 관련하여 가해자들이 대체로 집단보다는 개인으로 묘사되는 것은 전반적으로 구조적이거나 사회적인 폭력이 아닌, 개인 간의 관계나 일탈적인 것으로 폭력을 재현하는 양상을 보여주며 가해자/피해자의 성별과 관련해서 여성 가해자의 비율이 (현실에 비해) 높게 나타남. 특히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남성 피해자의 비율과 여성 가해자의 비율이 과잉 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전반적으로 폭력과 관련된 범죄에서 가해자로서의 여성이 현실보다 높은 확률로 재현되는 가운데 특히 성폭력, 디지털(성)폭력, 데이트폭력에 있어서는 성폭력만 보더라도 여성의 가해 비율이 12.5%로 나타나 현실(2023년 기준 3.3%)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가해자로서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 반면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남성'은 드라마에서 전체 성폭력 피해자 중 30.3%가 남성으로 재현되고 69.7%가 여성으로 재현됨으로써 현실(2023년 기준 여성 피해자 93.4%, 남성 피해자 6.6%)에 비해 피해자로서의 남성이 높은 비율로 재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음.
[50+ 중고령 캐릭터 모니터링]
- OTT 드라마에서 ‘중장년/노년 캐릭터’의 재현 양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움. 중장년/노년은 여전히 드라마에서 주된 역할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전문적이기보다는 직업이 특별히 부각되지 않는 양상으로 재현됨. 다만 캐릭터의 특징을 수식하는 데 있어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13%)로 나타나는 것은 노년층에 대한 양가적 재현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함.
- 재현양상에 있어서 성별 차이는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남. 전반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남성이 여성보다 좀 더 능동적으로 재현되며 직업적 차원에서도 남성이 더 직급이 높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남.
- 동일하게 자녀와 관련된 '부성'과 '모성'의 재현이 나타날 때도 성별 고정관념의 재생산이 나타나는데 여성의 경우에는 요리, 가사 등의 업무에 보다 능숙한 것으로 남성의 경우에는 서툰 것으로 재현되며, 동일한 업무 수행을 하는 경우에도 남성의 경우에 좀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재현양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음.
- 중장년/노년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서사에서도 일부 과거와 달라진 재현 양상과 캐릭터의 성격이 나타나나, 여성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으로 '모성'이 소환되는 것은 한계점으로 볼 수 있음.
발제에 이어 5명의 토론자가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의견과 토론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사진) 발표회 패널 6명이 앉아 있는 모습. 왼쪽부터 나우, 산진, 김수아, 정사강, 이소현, 심영섭.
첫 번째 토론자는, 시민모니터링단 폭력팀에 함께 해주셨던 산진님의 토론이었어요.
산진님께는 모니터링단에 참여하며 들었던 소감과 고민되었던 지점들을 직접 모니터링하신 드라마 속 장면의 예시와 함께 부탁드렸는데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순간순간 장내에 웃음이 터지곤 하였습니다.
"한국 콘텐츠의 폭력성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는데, 평소 온몸으로 느끼는 문제를 가시화할 수 있다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드라마를 보는 거니까 안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몇 번씩 돌려보느라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고,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들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힘들었다. 특히 폭력 장면의 연출 방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 폭력 장면이 이 작품에 필요한 장면인지를 판단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되게 많은 고민이 있었다."
"시청자는 잔인한 폭력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딱딱 합이 맞아떨어지는 액션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폭력을 액션이라는 오락거리로 사소화하고 미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듦과 동시에 이런 생각이 범죄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부정하고 지나친 비판을 하는 건 아닐지 고민되었다."
"겉으로는 불의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폭력을 강인함의 상징으로 그려냄으로써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폭력에 대한 선망과 찬양을 심어준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한 걸음 뒤에 서서 폭력과 위계 자체를 비판하는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상세 내용은 첨부한 자료집 파일을 참고해주세요!)
(사진) 토론자 산진님.
두 번째 토론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부교수 김수아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시민들과 시민단체에서 애써 도출해낸 모니터링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눠주셨는데요. 제작자들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제작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번역이 필요한데, 그러한 작업은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 폭력 장면의 규제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제작자들이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만한 게 있는지, 무엇을 '절대 하지 말라'고 할 지, 쉽지 않은 고민이라는 것.
그리고 여성 가해자 과잉 재현의 문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해주셨습니다.
"가해자 과잉의 경우 어떻게 보면 여성을 나쁘게 묘사를 하지만 '여자가 나쁘면 안 되나?' 이런 생각도 한다. 옛날에는 여성 가해자 비율이 아주 적었는데, 남녀를 모두 넣어라, 다양한 요구들을 계속 하니까 아침드라마에 보면 김치로 때리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여성 CEO가 나오게 되고(청중웃음), 그 가해 여성 캐릭터를 보면 지위도 높고 권력도 높다.(청중웃음)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인가? 부정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회장님' 역할을 하는 여성이 등장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게 쾌감도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여성 서사라고 하는 여성 주연 작품이 늘어나거나, 장르적인 다양성이 늘수록 여성이 폭력을 행사하는 비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실제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우리가 뭔가 폭력의 현실적인 가해자/피해자와 맞춰서 재현하는 게 좋을까 라는 고민들이 생긴다. 결국 피/가해자의 성별, 범죄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폭력의 설정이나 성별의 설정이 '어떤 함의를 갖느냐'로 가야 한다."
"산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폭력의 설정들은 설득력도 있고 그것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기도 했는데, 그러한 효과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사회적으로 지속적으로 재현되지 않는 것이 좋은 것들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폭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할 지 고민이 된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지금 직접 재현이 아닌 대사나 수사 기록으로 전달 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 토론이 더 필요하다. 어떤 숫자를 보는 것만큼이나,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지금 드라마 모니터링을 하면 남자랑 여자가 짝이 되어야 하고 서브 커플도 무조건 짝을 지어줘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남녀 성비가 맞다. 그래서 중고령으로 가면 여성이 줄어든다. 왜냐면 중고령 인물은 연애의 대상으로 그려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여성이 단순히 적다는 게 아니라, 왜 적게 그려지는지, 사회 구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해야 한다."
(사진) 토론자 김수아 선생님.
세 번째 토론은, 예능프로그램 속의 캐릭터 관계성 연구 등을 해오신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초빈교수 이소현 선생님께서 이야기 나눠주셨습니다.
"폭력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많아지고 가시화되는 측면에서 한 가지 트랜드로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가상성에 의존하는 서사가 많아진 것. 예전에는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현실에 있는 남녀가 사랑하는 거라고 충분했다면 요즘에는 환생도 하고, 다시 다른 거로 빙의해서 만나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수준이 디지털 시대에서 상당히 커졌다는 것. 그런 부분에서 폭력이 들어오게 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을 표현하고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 폭력의 재현이 상당히 자극적이고 적나라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요즘 수용자들, 특히 젊은 관객들의 경우는 폭력의 재현이나 이런 것들에 너무 닳고 닳았을 정도로 친숙하나는 점도 있다. 게임도 하고 여러 가지 것들을 보고 자라면서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점점 더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폭력의 강도가 세지고 이런 측면이있 지 않을까."
"OTT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속 중장년/노년 캐릭터의 경우 조연의 비중이 97.5%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 사회가 점차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장년/노년층이 미디어 재현에서 주변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중장년/노년 캐릭터들은 가족 관계 토대 속에서 보조적 역할, 정통적 성역할을 수행하는 평면적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거나 추구하지 못하는 탈성화 혹은 무성화된 존재로 위치 지워질 뿐 아니라 기존 가족 제도의 위계와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적이고 완고한 이미지로 고착될 수 있다"
(사진) 토론자 이소현 선생님.
마지막 토론은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인 심영섭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은 방송심의규정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적 규율 방식을 통해 표현수위를 조정하도록 강제 받지만, 비실시간 영상콘텐츠 유통은 이러한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행정규제를 받는 실시간방송프로그램과 달리, 구독을 통해 선택적으로 소비되는 OTT를 비롯한 비실시간 영상콘텐츠가 '과도한 폭력/선정적 장면과 사회적 현상에 대한 선입견을 반영한 제작/공급이 많을 것'이라는 가정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사진) 토론자 심영섭 선생님.
다음은 토론 속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발제자 정사강 선생님의 답변입니다.
"이번 모니터링의 목적은 모든 폭력 장면을 삭제하자, 모두가 교육적인 프로그램/다큐멘터리만 보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수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종류의 폭력은 괜찮지 않은가'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 이 모니터링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크걸>에서 김모미가 친구와 합심해서 폭력 가해 남성을 공격하는 장면을 보더라도, 여성이 가해자로 등장했다고 해서 그것 자체만을 단순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성서사물이 양적으로 증가할 때 어쨌거나 여성 캐릭터가 다양하게 재현되긴 한다는 점이고요. 제가 모니터링하며 느낀 점은,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여성 캐릭터의 역할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더 눈에 띈다는 생각을 했고, 여성캐릭터의 다양한 변주가 더 필요해보였습니다. 기존에 드라마속에 늘 등장하던 인물의 성별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지점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모니터링 결과에서 디지털성범죄 관련 비율은 조금 문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범죄가 강력범죄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성폭력의 경우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많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그러한 지점에 대한 고민 없이 남성피해자/여성가해자가 과잉 재현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딥페이크 관련 기사를 보면, 한국에서는 피해자 연령을 공개하고 있지만 성별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경찰청에 요청을 했는데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기술이 매개가 되어 있지만 젠더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큰 범죄에서 그런 점들을 은폐하는 점을 보며,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단 생각, 그런 점들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방송프로그램 등급분류는 예전에는 폭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했고, 선정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고 보수주의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면 선정성에서 더 관대한 부분이 있고요. 한국의 등급 분류 체계와 관련해서는 이런 폭력장면 모니터링 결과들과 함께 굉장히 문제적인 지점들은 제작진들에게 전달되고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속 사적 제재가 많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건 단순히 스릴러/범죄 장르가 아니어도 이런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가 최근에 아주 많죠.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세계를 생각하면 결코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다소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외에도, 플로어에서는 모니터링 결과들을 제작진이나 OTT 플랫폼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 있는지(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웹툰 원작을 기본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들이 원작에서 재현되었던 문제의식들이나 좋은 설정들을 많이 제거한 채 영화화/드라마화되는 점에 대한 아쉬움과 문제의식들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이 밖에도 참여자들이 남겨주신 소감들을 짧게 소개합니다.
- 필요한 이야기를 전문가들의 견해와 함께 들을 수 있어 흥미롭고 좋았다
- 수많은 최신 드라마를 사례로 들어서 몰입감과 이해도가 높았다
- 평소 즐겨보던 드라마를 별 다른 생각 없이 시청했었는데 그만큼 폭력성에 익숙해졌단 반증 같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 장소가 아늑하고 오붓해서 좋았고, 시민모니터링단 덕분에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장애친화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참고하겠습니다!
-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라는 점이 좋았다, 결과가 흥미롭고, 질적 분석 내용까지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
- 오늘 발표 자리보다, 이후의 활동이 더 기대가 된다
나우의 닫는 말로, 행사 후기를 함께 닫습니다.
"콘텐츠 속 자유롭고 창의적인 이야기와 인물들이 우리 일상을 더 다채롭게 만드는 건 분명합니다.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과 책임은 단지 개별 기업에 맡기는 게 아니라 공적인 사회적 테이블로 이동되어야 합니다.
더욱 성장할 OTT 산업이 만들어갈 콘텐츠가 우리 사회의 다양성, 공동체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시민들의 비판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민우회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화와 자리를 더 확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니터링에 참여해주신 18명의 시민모니터링단 멤버들,
모니터링단 교육/데이터 분석에 함께 해주신 분들,
결과발표회에 패널로 참여해주신 분들과 행사에 함께 해주신 참여자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결과발표회 자료집[발제문, 토론문, 모니터링 작품 목록, 모니터링 도구지 포함]을 참고해주시고요,
문의사항은 성평등미디어팀(media@womenlink.or.kr)로 연락주세요!
이 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은,
<OTT 모니터링: 코끼리와 내비게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18명의 시민모니터링단과 함께
OTT 플랫폼 5개(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에서
2023~2024년 상반기까지 공개된
1) 오리지널 한국 제작 드라마 43편에 등장하는 폭력장면 2천여 장면을 전수 모니터링하였으며,
2) 오리지널 한국 제작 드라마 21편(임의선정)에 등장하는 50세 이상 중고령/노년 캐릭터 300여명을 모니터링하였습니다.
😎 시민모니터링단 활동후기: https://nuly.do/cpsp
드라마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가 열렸어요. 후기를 전합니다.
[모니터링 결과발표회: 납작하고 단선적인]
프로그램
사회: 최진협/나우(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발표: 정사강(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속 폭력장면, 중고령캐릭터 분석 결과
토론: 김수아(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부교수), 이소현(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초빙교수), 심영섭(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 산진(시민모니터링단)
일시: 2024.10.24(목) 저녁7시30분
장소: 언제라도여행 카페(잔다리로65, 2층) *2호선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사이에 있습니다.
(사진) 행사장 접수 부스의 모습.
(사진) 언제라도여행카페 전경. 시민모니터링단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시민분들이 카페를 가득 채워주셨어요.
(사진) 사회자 나우.
행사는 사회를 맡은 나우 활동가의 인사말로 시작되었습니다.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속 폭력 장면, 중고령캐릭터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에 오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나우라고 합니다.
사이비교주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기억하실 텐데요. 2023년, 민우회는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자극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만 나열한 OTT의 폭력 재현과 저널리즘 윤리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는 신이다> 라운드테이블 후기 바로가기)
올해는 한국이 제작한 OTT 오리지널 드라마 속 폭력장면을 모니터링했는데요. OTT는 현행법상 방송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심의나 각종 규제가 플랫폼의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모니터링한 결과에 기초에 OTT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개입을 필요성을 짚고자 합니다."
(사진) 발제자 정사강 선생님.
모니터링 결과 분석은,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이신 정사강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정사강 선생님과는 여러 차례 자문회의를 통해 폭력이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폭력으로 보고 어떤 것을 아니라고 볼지 그 모호한 경계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모니터링 도구를 고민하고, 시민모니터링단이 입력한 결과지를 함께 살펴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결과발표회에서는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양적분석 결과와 + 대표적인 드라마 몇 편에 관한 질적분석 결과를 공유해주셨습니다.
"플랫폼별 드라마 편수를 보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시청등급을 보면 15세 이상 관람가가 과반을 차지하고, 청소년 관람불가까지 합치면 93%에 달하는데요, OTT 전반에 걸쳐서 선정성, 폭력성이 높은 콘텐츠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며칠 전에 기사가 나왔는데 23년 6월부터 24년 8월까지 넷플릭스의 경우 법률위반/행정지도를 받은 게 208건입니다. 그리고 디즈니가 90건, 애플TV가 35건, 티빙이 8건이고요. 자체 등급 분류시 법률을 위반하거나 행정지도 대상 건이 약 10% 정도였습니다. 넷플릭스는 전체 콘텐츠가 2,185건인데 208건이 규제를 위반한 거로 나타난 걸 볼 수 있습니다. 자체등급이 시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2024.10.17 연합뉴스 등 참고)"
이하 정사강 선생님 발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자료집을 참고해주세요.
[폭력장면 모니터링]
[50+ 중고령 캐릭터 모니터링]
발제에 이어 5명의 토론자가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의견과 토론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사진) 발표회 패널 6명이 앉아 있는 모습. 왼쪽부터 나우, 산진, 김수아, 정사강, 이소현, 심영섭.
첫 번째 토론자는, 시민모니터링단 폭력팀에 함께 해주셨던 산진님의 토론이었어요.
산진님께는 모니터링단에 참여하며 들었던 소감과 고민되었던 지점들을 직접 모니터링하신 드라마 속 장면의 예시와 함께 부탁드렸는데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순간순간 장내에 웃음이 터지곤 하였습니다.
"한국 콘텐츠의 폭력성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는데, 평소 온몸으로 느끼는 문제를 가시화할 수 있다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드라마를 보는 거니까 안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몇 번씩 돌려보느라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고,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들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힘들었다. 특히 폭력 장면의 연출 방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 폭력 장면이 이 작품에 필요한 장면인지를 판단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되게 많은 고민이 있었다."
"시청자는 잔인한 폭력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딱딱 합이 맞아떨어지는 액션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폭력을 액션이라는 오락거리로 사소화하고 미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듦과 동시에 이런 생각이 범죄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부정하고 지나친 비판을 하는 건 아닐지 고민되었다."
"겉으로는 불의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폭력을 강인함의 상징으로 그려냄으로써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폭력에 대한 선망과 찬양을 심어준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한 걸음 뒤에 서서 폭력과 위계 자체를 비판하는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상세 내용은 첨부한 자료집 파일을 참고해주세요!)
(사진) 토론자 산진님.
두 번째 토론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부교수 김수아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시민들과 시민단체에서 애써 도출해낸 모니터링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눠주셨는데요. 제작자들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제작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번역이 필요한데, 그러한 작업은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 폭력 장면의 규제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제작자들이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만한 게 있는지, 무엇을 '절대 하지 말라'고 할 지, 쉽지 않은 고민이라는 것.
그리고 여성 가해자 과잉 재현의 문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해주셨습니다.
"가해자 과잉의 경우 어떻게 보면 여성을 나쁘게 묘사를 하지만 '여자가 나쁘면 안 되나?' 이런 생각도 한다. 옛날에는 여성 가해자 비율이 아주 적었는데, 남녀를 모두 넣어라, 다양한 요구들을 계속 하니까 아침드라마에 보면 김치로 때리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여성 CEO가 나오게 되고(청중웃음), 그 가해 여성 캐릭터를 보면 지위도 높고 권력도 높다.(청중웃음)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인가? 부정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회장님' 역할을 하는 여성이 등장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게 쾌감도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여성 서사라고 하는 여성 주연 작품이 늘어나거나, 장르적인 다양성이 늘수록 여성이 폭력을 행사하는 비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실제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우리가 뭔가 폭력의 현실적인 가해자/피해자와 맞춰서 재현하는 게 좋을까 라는 고민들이 생긴다. 결국 피/가해자의 성별, 범죄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폭력의 설정이나 성별의 설정이 '어떤 함의를 갖느냐'로 가야 한다."
"산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폭력의 설정들은 설득력도 있고 그것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기도 했는데, 그러한 효과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사회적으로 지속적으로 재현되지 않는 것이 좋은 것들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폭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할 지 고민이 된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지금 직접 재현이 아닌 대사나 수사 기록으로 전달 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 토론이 더 필요하다. 어떤 숫자를 보는 것만큼이나,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지금 드라마 모니터링을 하면 남자랑 여자가 짝이 되어야 하고 서브 커플도 무조건 짝을 지어줘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남녀 성비가 맞다. 그래서 중고령으로 가면 여성이 줄어든다. 왜냐면 중고령 인물은 연애의 대상으로 그려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여성이 단순히 적다는 게 아니라, 왜 적게 그려지는지, 사회 구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해야 한다."
(사진) 토론자 김수아 선생님.
세 번째 토론은, 예능프로그램 속의 캐릭터 관계성 연구 등을 해오신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초빈교수 이소현 선생님께서 이야기 나눠주셨습니다.
"폭력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많아지고 가시화되는 측면에서 한 가지 트랜드로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가상성에 의존하는 서사가 많아진 것. 예전에는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현실에 있는 남녀가 사랑하는 거라고 충분했다면 요즘에는 환생도 하고, 다시 다른 거로 빙의해서 만나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수준이 디지털 시대에서 상당히 커졌다는 것. 그런 부분에서 폭력이 들어오게 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을 표현하고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 폭력의 재현이 상당히 자극적이고 적나라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요즘 수용자들, 특히 젊은 관객들의 경우는 폭력의 재현이나 이런 것들에 너무 닳고 닳았을 정도로 친숙하나는 점도 있다. 게임도 하고 여러 가지 것들을 보고 자라면서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점점 더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폭력의 강도가 세지고 이런 측면이있 지 않을까."
"OTT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속 중장년/노년 캐릭터의 경우 조연의 비중이 97.5%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 사회가 점차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장년/노년층이 미디어 재현에서 주변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중장년/노년 캐릭터들은 가족 관계 토대 속에서 보조적 역할, 정통적 성역할을 수행하는 평면적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거나 추구하지 못하는 탈성화 혹은 무성화된 존재로 위치 지워질 뿐 아니라 기존 가족 제도의 위계와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적이고 완고한 이미지로 고착될 수 있다"
(사진) 토론자 이소현 선생님.
마지막 토론은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인 심영섭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은 방송심의규정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적 규율 방식을 통해 표현수위를 조정하도록 강제 받지만, 비실시간 영상콘텐츠 유통은 이러한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행정규제를 받는 실시간방송프로그램과 달리, 구독을 통해 선택적으로 소비되는 OTT를 비롯한 비실시간 영상콘텐츠가 '과도한 폭력/선정적 장면과 사회적 현상에 대한 선입견을 반영한 제작/공급이 많을 것'이라는 가정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사진) 토론자 심영섭 선생님.
다음은 토론 속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발제자 정사강 선생님의 답변입니다.
"이번 모니터링의 목적은 모든 폭력 장면을 삭제하자, 모두가 교육적인 프로그램/다큐멘터리만 보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수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종류의 폭력은 괜찮지 않은가'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 이 모니터링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크걸>에서 김모미가 친구와 합심해서 폭력 가해 남성을 공격하는 장면을 보더라도, 여성이 가해자로 등장했다고 해서 그것 자체만을 단순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성서사물이 양적으로 증가할 때 어쨌거나 여성 캐릭터가 다양하게 재현되긴 한다는 점이고요. 제가 모니터링하며 느낀 점은,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여성 캐릭터의 역할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더 눈에 띈다는 생각을 했고, 여성캐릭터의 다양한 변주가 더 필요해보였습니다. 기존에 드라마속에 늘 등장하던 인물의 성별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지점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모니터링 결과에서 디지털성범죄 관련 비율은 조금 문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범죄가 강력범죄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성폭력의 경우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많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그러한 지점에 대한 고민 없이 남성피해자/여성가해자가 과잉 재현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딥페이크 관련 기사를 보면, 한국에서는 피해자 연령을 공개하고 있지만 성별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경찰청에 요청을 했는데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기술이 매개가 되어 있지만 젠더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큰 범죄에서 그런 점들을 은폐하는 점을 보며,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단 생각, 그런 점들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방송프로그램 등급분류는 예전에는 폭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했고, 선정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고 보수주의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면 선정성에서 더 관대한 부분이 있고요. 한국의 등급 분류 체계와 관련해서는 이런 폭력장면 모니터링 결과들과 함께 굉장히 문제적인 지점들은 제작진들에게 전달되고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속 사적 제재가 많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건 단순히 스릴러/범죄 장르가 아니어도 이런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가 최근에 아주 많죠.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세계를 생각하면 결코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다소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외에도, 플로어에서는 모니터링 결과들을 제작진이나 OTT 플랫폼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 있는지(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웹툰 원작을 기본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들이 원작에서 재현되었던 문제의식들이나 좋은 설정들을 많이 제거한 채 영화화/드라마화되는 점에 대한 아쉬움과 문제의식들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이 밖에도 참여자들이 남겨주신 소감들을 짧게 소개합니다.
- 필요한 이야기를 전문가들의 견해와 함께 들을 수 있어 흥미롭고 좋았다
- 수많은 최신 드라마를 사례로 들어서 몰입감과 이해도가 높았다
- 평소 즐겨보던 드라마를 별 다른 생각 없이 시청했었는데 그만큼 폭력성에 익숙해졌단 반증 같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 장소가 아늑하고 오붓해서 좋았고, 시민모니터링단 덕분에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장애친화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참고하겠습니다!
-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라는 점이 좋았다, 결과가 흥미롭고, 질적 분석 내용까지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
- 오늘 발표 자리보다, 이후의 활동이 더 기대가 된다
나우의 닫는 말로, 행사 후기를 함께 닫습니다.
"콘텐츠 속 자유롭고 창의적인 이야기와 인물들이 우리 일상을 더 다채롭게 만드는 건 분명합니다.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과 책임은 단지 개별 기업에 맡기는 게 아니라 공적인 사회적 테이블로 이동되어야 합니다.
더욱 성장할 OTT 산업이 만들어갈 콘텐츠가 우리 사회의 다양성, 공동체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시민들의 비판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민우회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화와 자리를 더 확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니터링에 참여해주신 18명의 시민모니터링단 멤버들,
모니터링단 교육/데이터 분석에 함께 해주신 분들,
결과발표회에 패널로 참여해주신 분들과 행사에 함께 해주신 참여자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결과발표회 자료집[발제문, 토론문, 모니터링 작품 목록, 모니터링 도구지 포함]을 참고해주시고요,
문의사항은 성평등미디어팀(media@womenlink.or.kr)로 연락주세요!
이 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