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토론회가 조국혁신당 정춘생의원실, 가족구성권연구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주최로 열렸습니다.
피해를 인지하고 대응을 하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친족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해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길고 긴 투쟁에 이어 이날의 토론회가 진행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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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토론회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친족성폭력이 일어나고 유지되는 구조를 들여다보면 공소시효 제도과 기간이 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확인하게 됩니다. 정상 가족 제도와 문화를 넘어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때, 사회와 국가가 이에 응답하고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가능하게 하려면 기존 공소시효의 틀을 넘어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진설명: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을 들고 있다.)
(▲사진설명: 사회자, 토론자, 발제자들이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팻말을 들고 서있다.)
● 기조발표
기조발표〈친족성폭력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위해 공소시효 폐지가 필요한 겁니다〉는 상담심리사이자 친족성폭력 경험자인 김영서 님이 진행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참 뾰족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제 주변에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트라우마 사례 중 하나인 친족성폭력'의 경험을 안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며 살고 있는, 힘이 많이 들어간 연극배우같기 때문입니다. (중략) 내가 느끼는 감각, 나에 대한 인식, 내 감정, 내 생각, 내 행동, 내 말까지 정상인지, 회복된 상태에서 하는 짓인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의 그것인지 분별하려고 과각성의 시간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 시간이 멈추지 않았는데 범죄자를 위한 공소시효의 시간은 멈춰주고 싶어하는 법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심리적 골격이 약해 수시로 부러지고, 휘어지고,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기 위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무게로 살아온 삶입니다. 그날의 밥을 먹고, 그날의 잠을 자고, 그날의 공부를 하며 일상을 소화해온 저와, 어디선가 지금도 그 삶을 애쓰며 지탱하고 있을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공소시효 폐지가 필요한 겁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가 폐지된다면 친족성폭력 피해를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고소여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여린 심리적 골격을 가지고 가해자를 신고할 수 있는 단단한 결심이 서기까지 피해자의 일상안정의 보장을 위해 우리 사회가 다같이 기다려줄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 발제 1
발제 1은 〈상담현장에서 본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을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박아름 활동가가 진행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2021년 ~ 2023년 3년간 진행한 상담(총 4,151건, 총 1,840명 상담)을 분석해,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짚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사진설명: 발제 1을 맡은 박아름 활동가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는 사진)
친족성폭력 피해 상담 242명 중 74명(30.58%)이 공소시효 도과된 친족성폭력 피해상담이었으며, 공소시효 도과 피해 상담 129명 중 72명(57.36%)이 친족성폭력 피해상담이라고 합니다.
공소시효가 도과된 친족성폭력 피해상담 중 최소 17명(23.00%)은 피해 시 연령이 14세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최소'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는 첫 피해 이후 지속되는 피해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공소시효가 도과된 친족성폭력 피해상담 중 최소 35명(47.30%)은 2회 이상 지속 피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친족성폭력 피해 이후 상담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9년 이하가 13.22%, 10~16년이 10.33%로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최소 60명(24.79%)이 17년 이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말을 하기 어려워 하는 이유에는 피-가해자의 나이, 관계, 돈, 성별 등의 불균형도 있겠지만, 피해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의 가족을 잃'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도 작동한다고 합니다. 피해를 더 빨리 말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친족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14세 이상이므로 현행법상 공소시효가 적용되고, 10명 중 3명이 피해 이후 상담을 받기도 전에 이미 공소시효가 도과한 현실을 미뤄봤을 때 공소시효 폐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발제 2
발제 2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의 법적의미〉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박인숙 변호사가 진행했습니다.
(▲사진설명: 박인숙 변호사가 발제 2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공소시효의 적용 범위와 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 특히 공소시효를 모든 범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그 적용을 배제하는 범죄를 인정할 것인지, 그것을 인정한다면 어떤 범죄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형사사법 체계와의 관계, 범죄의 실태, 국민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특히 사회와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범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입법 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분야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소시효 제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폭넓은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에 위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친족성폭력은 가해자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주변의 가족, 친족으로 인해서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여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으로 국가가 소추권의 행사를 게을리 한 것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존재하고 그 밖의 객관적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갈등은 해소될 수 없고 가해자는 반성하기보다는 처벌받지 않으려고 공소시효가 만료되기까지 피해자를 주변의 가족과 함께 압박하는 등 2차 피해를 가할 가능성이 크기에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스스로 반성하고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으며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신고를 결심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는 것은 아동 청소년기에 당한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을 극복할 수 없는,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으로 이를 국가가 이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고 아동 청소년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일일 것입니다.
● 발제 3
발제 3은 〈친족성폭력을 유지·강화하는 공간으로서 '가정', 닫힌 그 문을 열며〉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홍미리 부연구위원이 진행했습니다. 김홍미리 님은 Ford&Crabtree의 논문 중 친족성폭력은 '비밀에 둘러싸여 있으며, 비밀에 의해 유지되고 조장되는 학대 행위'라는 말을 인용하며 '닫힌 문'에 대한 설명으로 발제를 시작했는데요.
(▲사진설명: 김홍미리 부연구위원이 발제를 하는 모습)
피해자들의 발화로 한쪽 문이 열렸지만, '듣는 문' 즉, '국가의 문'은 여전히 닫혀있어서 듣지 않는 국가를 보며 피해자들은 더 말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해 분노를 표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침묵이 친족성폭력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꾸준히 밝혀왔고, 때문에 친족성폭력의 높은 암수율과 피해를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성인기에 이르러서야 피해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국내외 연구가 간 이견이 없다고 합니다.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러한 논의들이 오래됐고, 실증 자료들이 누적되어 있으며, 실태에 대한 이해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낯설고 다가가기 불편한 이슈로 남아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을 '비밀로/보이지 않는 문제로/아예 일어나지 않은 문제로' 남기려는 구체적인 시도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실패로 판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목소리는 보통의 경험으로 수렴되지도/공적 대응체계로 포용되지도 못하는가."
친족성폭력의 특징은 낮은 연령, 피해의 반복성과 지속성, 말하기(발화)의 지연,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한 높은 암수율로 집약되는데, 이는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높은 접근성과 매우 높은 (가해 환경) 통제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의 통제력이 어떻게 가능하고, 어떻게 오래 구동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요.
접근성1. 별도의 유인이 필요없는 물리적 공간, 주거지
옥내 발생 비율은 지난 9년간 95% 이상을 유지중이고(비친족 61.9%), 구체적인 장소 중에는 공동주거지가 69.3%로 가장 높게 나타난다. 가해자의 집과 피해자의 집을 합할 경우 '주거지'에서의 피해는 90%를 초과한다(비친족 13.9%). 별도의 장소물색 없이 다른 가족구성원이 부재중인 시간이나 공간에서 범행이 가능하다.
접근성2. 별도의 유인이 필요없는 친/인척 관계
유인방법 결과값을 살펴보면 친족은 '해당없음(유인없음)'이 93.8%에 달한다.(비친족 38.9%) 유인의 세부항목은 '금품, 편의제공, 애정/칭찬, 놀이, 친분, 사칭/위장, 정신장애 이용, 음주상태 이용, 위협하여 끌고감, 폭행하여 끌고감' 등이 포함된다. 위협과 폭행을 제외한 유인행위는 피해자에게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가해자의 그루밍 행위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족이라 믿어지는 대상군에게는 애초에 주어진 것들이다.
놀이와 배움, 친밀감과 신뢰를 나누어야 하는 관계가 자신에 대한 침해를 시도할 때, 설명되지 않는 이 상황에 대한 이해는 많은 경우 가해자의 언어로 독해되기 쉽다. 이는 '둘만의 비밀'로 연출되며 이러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피해자의 언어는 생성할 기회를 잃거나/사라지고 만다.
마지막으로는 '응답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2013년 '4대악 척결'을 내세운 당시 정부 정책에 따라 신고가 독려되고 112코드가 신설되는 등 변화를 맞았는데, 이후 신고는 늘었지만 기소율은 감소하고 불기소율은 높아졌으며 20%미만이던 가정보호사건 송치율은 40%수준으로 치솟았다고 합니다.
"공적 지원체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수신처는(법과 제도는) '가정문제'라는 인식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도움요청 이후 법제도적 시스템을 통해 '가정문제'로 공표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신(新)가정화 국면으로 명명할 수 있으며, 이것은 국가가 가해자에게 보내는 공식적인 면죄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문제적이다.
● 토론 1
첫 번째 토론은 〈공소시효가 지나는 시간, 피해자의 삶의 자리를 질문하기〉라는 제목으로 가족구성권연구소 나영정 정책팀장이 진행했습니다.
"가족구성권 운동이 출발하는 현장은 '그 가족'으로부터 떠날 권리다. 원치 않는 관계로부터,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관계로부터, 폭력과 착취가 일어나고 해결되지 않는 관계로부터 떠날 권리. 이 권리는 박탈당하는 이들은 가족안에서도 힘겨운 삶을 살아야하지만, 가족을 떠났을 때 시설밖에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은 '그 가족'에서 살아갈 수 없고, 가족의 바깥에서 서로를 살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가족 바깥에 있다는 것은 가족과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며, 바깥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가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 제도 바깥의 존재와, 관계와, 장소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종종 혹은 자주 거기에 진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친족성폭력 생존자에게 힘이 되고 자원이 되길 바라며, 가족 밖의 다른 관계, 장소에서 진실하고 충만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은 친족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를 바꾸는 힘과도 연결될 것이라 믿는다."
"친족성폭력 피해자 공소시효 폐지 운동은 생존자의 존엄한 삶을 위한 기획과 나란히 놓여있고, 이 기획은 혈연과 이성애 혼인만이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이라고 강요하는 국가제도에 맞서는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 단단히 감각하는 것이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가족바깥에서 연결되는 것은 국가가 지정한 자리를 거부한 삶들이 더이상 은폐되고 사라지지 않도록 서로의 보호망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제도가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존중하고 옹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제도의 성격을 바꾸는 것도 나란히 필요하다."
● 토론 2
두 번째 토론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사법 제도의 변화를 촉구하며〉라는 제목으로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사무처장이 진행했습니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지만, '어떤 친족관계'냐에 따라 가중처벌 되기도 하며, 형사처벌이 면제되기도 한다. 이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그대로 드러낼 뿐 아니라, 이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가시화되지 않는지, 어떤 방식으로 은폐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증거가 있냐. 어떻게 믿을 수 있냐", "가족인데 꼭 형사처벌 해야겠냐.", "가족의 앞길을 막아야 겠냐.", "오래된 일인데 이제 그만 잊어라.".. 피해자들은 언제나 용기를 냈고, 이야기를 해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왔다. 이제는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제대로 된 대답을 내어놓을 때가 되었다. "공소시효 폐지"는 그동안 방기한 국가의 책임을 이제라도 바로 잡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가 그동안 외면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이제는 언제라도 기다려주겠다, 이제라도 듣겠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달하기를 바란다."
토론회 마무리에 플로어 토론에서는, 본인의 피해를 이야기하며 이 모든 상황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권력구조의 문제임을 인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는데요. 각 발제자들과 친족성폭력 및 성폭력 경험자들이 그에 동감하며 함께 싸우자는 연대의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친족성폭력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그 날까지,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겠습니다.
2024년 11월 18일(월)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토론회가 조국혁신당 정춘생의원실, 가족구성권연구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주최로 열렸습니다.
피해를 인지하고 대응을 하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친족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해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길고 긴 투쟁에 이어 이날의 토론회가 진행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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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토론회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사진설명: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을 들고 있다.)
(▲사진설명: 사회자, 토론자, 발제자들이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팻말을 들고 서있다.)
● 기조발표
기조발표〈친족성폭력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위해 공소시효 폐지가 필요한 겁니다〉는 상담심리사이자 친족성폭력 경험자인 김영서 님이 진행했습니다.
● 발제 1
발제 1은 〈상담현장에서 본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을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박아름 활동가가 진행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2021년 ~ 2023년 3년간 진행한 상담(총 4,151건, 총 1,840명 상담)을 분석해,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짚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사진설명: 발제 1을 맡은 박아름 활동가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는 사진)
친족성폭력 피해 상담 242명 중 74명(30.58%)이 공소시효 도과된 친족성폭력 피해상담이었으며, 공소시효 도과 피해 상담 129명 중 72명(57.36%)이 친족성폭력 피해상담이라고 합니다.
공소시효가 도과된 친족성폭력 피해상담 중 최소 17명(23.00%)은 피해 시 연령이 14세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최소'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는 첫 피해 이후 지속되는 피해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공소시효가 도과된 친족성폭력 피해상담 중 최소 35명(47.30%)은 2회 이상 지속 피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친족성폭력 피해 이후 상담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9년 이하가 13.22%, 10~16년이 10.33%로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최소 60명(24.79%)이 17년 이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말을 하기 어려워 하는 이유에는 피-가해자의 나이, 관계, 돈, 성별 등의 불균형도 있겠지만, 피해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의 가족을 잃'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도 작동한다고 합니다. 피해를 더 빨리 말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친족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14세 이상이므로 현행법상 공소시효가 적용되고, 10명 중 3명이 피해 이후 상담을 받기도 전에 이미 공소시효가 도과한 현실을 미뤄봤을 때 공소시효 폐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발제 2
발제 2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의 법적의미〉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박인숙 변호사가 진행했습니다.
(▲사진설명: 박인숙 변호사가 발제 2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발제 3
발제 3은 〈친족성폭력을 유지·강화하는 공간으로서 '가정', 닫힌 그 문을 열며〉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홍미리 부연구위원이 진행했습니다. 김홍미리 님은 Ford&Crabtree의 논문 중 친족성폭력은 '비밀에 둘러싸여 있으며, 비밀에 의해 유지되고 조장되는 학대 행위'라는 말을 인용하며 '닫힌 문'에 대한 설명으로 발제를 시작했는데요.
(▲사진설명: 김홍미리 부연구위원이 발제를 하는 모습)
피해자들의 발화로 한쪽 문이 열렸지만, '듣는 문' 즉, '국가의 문'은 여전히 닫혀있어서 듣지 않는 국가를 보며 피해자들은 더 말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해 분노를 표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침묵이 친족성폭력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꾸준히 밝혀왔고, 때문에 친족성폭력의 높은 암수율과 피해를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성인기에 이르러서야 피해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국내외 연구가 간 이견이 없다고 합니다.
친족성폭력의 특징은 낮은 연령, 피해의 반복성과 지속성, 말하기(발화)의 지연,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한 높은 암수율로 집약되는데, 이는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높은 접근성과 매우 높은 (가해 환경) 통제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의 통제력이 어떻게 가능하고, 어떻게 오래 구동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요.
마지막으로는 '응답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 토론 1
첫 번째 토론은 〈공소시효가 지나는 시간, 피해자의 삶의 자리를 질문하기〉라는 제목으로 가족구성권연구소 나영정 정책팀장이 진행했습니다.
● 토론 2
두 번째 토론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사법 제도의 변화를 촉구하며〉라는 제목으로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사무처장이 진행했습니다.
토론회 마무리에 플로어 토론에서는, 본인의 피해를 이야기하며 이 모든 상황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권력구조의 문제임을 인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는데요. 각 발제자들과 친족성폭력 및 성폭력 경험자들이 그에 동감하며 함께 싸우자는 연대의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친족성폭력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그 날까지,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