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 - 성평등공시제 도입의 필요성과 입법 방향
- 일시: 2/25(수) 10:00
-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
- 주관: 여성노동연대회의
- 공동주최: 여성노동연대회의,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이하 가나다순)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 김주영 의원실, 서영교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 이용우 의원실, 이주희 의원실, 전진숙 의원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성평등 공시제 도입의 필요성과 입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 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토론회는 여성노동연대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주관한 자리로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정아 공동대표의 1부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본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 김주영 의원실, 서영교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 이용우 의원실, 이주희 의원실, 전진숙 의원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는데요. 이수진 의원, 전진숙 의원, 정춘생 의원, 정혜경 의원, 이용우 의원이 자리에 함께해 성평등 공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또 국회에서도 역할하겠다는 인사를 나눠주었습니다.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 상임대표의 사회로 본격적으로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여성노동연대회의에 함께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의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투명성 확보 방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임금은 개인의 비밀 혹은 기업의 기밀로 취급되곤 하지만, 임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대가로 임금정보를 통해 자신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에 '임금투명성'이 확보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발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임금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업은 체계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임금이 투명해진다면(혹은 외부에 공개된다면)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시스템을 운영할 책무가 기업에게 부여되고 노동자 또한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의 공정한 운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임금 투명성 제도는 기업 정보 전자 공시 시스템(DART),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가 있습니다. DART, ALIO는 임금 투명성 확보 그 자체보다는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AA의 경우 성별 임금 차이와 노동자 수 등을 보고할 의무를 두고 있지만 기업의 자율적 개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집니다. 한국은 OECD 가입 이래 수십 년 간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입니다. 임금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이에 근거해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임금 배분의 합리적 기준을 수립하고 시행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발제에서는 성평등 공시제 설계에 임금공개 청구권, 공시제 구성, 적용 대상 노동자 범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임금공개 청구권의 경우 구직자의 임금정보 청구권, 노동자의 임금정보 청구권 등이 이야기 되었는데요. 한국의 채용 공고에서 임금은 대부분 "내규에 따름", "합의 후 결정"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채용은 기업과 노동자의 계약으로, 구직자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자신의 노동 계약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자신의 임금 정보를 발설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그 결과 차별받는 노동자는 자신이 차별받는지를 몰라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독일의 경우 개별 노동자의 임금정보 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어,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 ▲임금결정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정보 ▲자신과 비교 가능한 업무를 하는 성별이 다른 노동자의 임금 및 임금 결정 기준과 관련된 사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 정보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임금 결정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해야할 것입니다.

현행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직종별, 직급별 노동자 및 관리자 및 임금 현황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 어디서 성차별이 발생하는지 가려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시가 임금 정보 공개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성별임금격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현황, 직종/직급/직무에 따른 노동자 성별 현황, 성별에 따른 근속년수, 승진 현황, 모부성권 제도 사용 현황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발제자는 밝혔습니다. 또, 기존 공시 관련 제도는 "상시노동자 수 500인 이상 민간기업, 상시노동자 수 300인 이상 공시대상 기업"을 적용 대상 범위로 삼고 있으나 2024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취업자 비율은 8.9%에 그칩니다. 상당수 여성노동자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섬세한 설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김두나 변호사의 "성평등 공시제 법저화의 방향과 과제: 「성평등 공시에 관한 법률안(가칭)」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두 번째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제21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여성노동연대회의와 민변 여성인권위원회가 함께 준비한 「성평등 공시에 관한 법률안(가칭)」 초안의 주요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발제자는 제21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성별임금격차와 관련한 공시의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확대하고, 노동자의 임금정보청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다수가 개별법의 부분적 개정에 머무르고 있어 성평등 공시의 목적·대상·범위·절차·평가·제재를 포괄하는 통합적·체계적 법제 설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에 성평등 공시제가 임금 현황 보고나 통계 작성에 그치지 않고 성별임금격차의 현황과 원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진단, 이를 토대로 성별임금격차의 완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 개선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되기 위해서는 아래 내용이 법률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첫째, 성평등 공시제가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의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여성의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
둘째, 한국의 고용현실을 반영하여 법 적용 인적범위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규정할 필요가 있고, 공시의무 대상 기업의 범위도 중소규모의 기업이 포함되도록 폭넓게 규정해야 한다.
셋째, 사업주와 국가기관등에 성별임금격차의 현황뿐 아니라 성별격차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을 식별할 수 있도록 공시기준과 항목을 구체화 체계화하여 국가기관등과 사업주에게 공시의무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 성평등 임금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넷째, 정부는 성평등 공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매년 고용형태ㆍ직종ㆍ직급ㆍ직무ㆍ근속연수별로 성별임금격차 실태를 조사ㆍ분석하고 그에 따른 개선 계획을 수립, 공표해야 하고, 제출된 성별임금격차 개선 계획에 대한 이행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성평등 공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성평등 공시제를 포함한 성평등 고용정책 전반에 대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전담기관의 설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여섯째, 구직자와 종사자가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임금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평등 공시제의 이행강제력을 높이고 나아가 고용상 성차별을 예방하기 위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형사처벌,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를 통하여 성평등 공시제에 관한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 내용이 담긴 법안 전문은 토론회 자료집(P.60)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발제를 마친 뒤 네 명의 토론자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첫 번째 토론은 성평등정책연구소 이음의 국미애 소장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국미애 소장은 "임금투명성 조치는 공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낳은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격차 완하를 이끌어내는 것"이며, "'공시'를 통한 임금정보 공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임금격차를 알리고 심각성에 대한 공유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진 체계와 관련하여 "성별임금격차 개선은 성평등가족부 또는 고용노동부 등 개별 부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가칭)국가임금격차개선위원회 또는 (가칭)고용평등임금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노동자 및 사업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두 번째 토론은 민주노총 권수정 부위원장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성평등한 공시제를 위해"라는 제목으로 발표해주셨습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라며 "공무원은 성별에 따라 임금격차가 없는 듯 보이지만 여성 공무원에겐 육아기간에 따른 승진에서의 불이익,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또, 민간기업, 공무원, 공공기관 등 한국 사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임금의 차이 뿐만 아니라, 고용형태·직종·직급·직무·근속연수별 남녀노동자 현황, 남녀노동자 평균 근속연수, 신규 채용자 및 퇴직자 현황, 모성보호 및 일·가정양립지원제도의 직종별·직급별·성별 사용자 현황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고민해야 할 두 주무부처, 성평등가족부 김민아 고용평등총괄과 과장과 고용노동부 박정현 고용문화개선정책과 과장의 토론을 들어보았습니다.

김민아 과장은 지난해 10월부터 공시 범위, 항목, 방법 등 제도 설계를 위한 전문가 논의 및 노동계, 경영계 등 관계자 의견 수렴을 진행해왔음을 밝히며 상반기 중 법률안을 발의하고 27년 제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발제에서 제안한 제도 도입 필요성과 입법방안에 대해 성평등가족부에서도 공감하고 있으나, 제도 도입과 공론화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면서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단계적 접근전략 마련 및 추진이 필요"하며, "AA, 성별근로공시 등 유사·중첩되는 제도 간 통합을 고려"하기에 별도의 법률 제정보다는 현행 법률의 일부 개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성평등가족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박정현 과장은 "공시제 관련 업무가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되었는데 고용노동부에서도 따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 중에 있다"는 발언으로 토론을 시작하였습니다. 고평법에서도 차별을 금지하며 벌칙 조항이 존재하고, 노동위에서도 차별시정제도를 운영하지만 접수가 적극적으로 되지는 않는데 노동자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 발제자가 강조한 임금투명성의 중요성에 공감, 이를 보강할 수 있는 기반이 깔려야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향후 성평등부와 긴밀히 소통·협조하여 고민을 이어나가겠다는 말로 토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성평등공시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시민, 여성/노동 단체 활동가, 노조 등 50여 명의 참여자가 온오프라인에서 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가입 이래 매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왔습니다. 발제와 토론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던 것처럼 '성평등 공시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첫 걸음입니다. 토론회의 제목처럼 임금이 드러날 때 평등을 위한 '시작'이 가능해질 뿐 성평등공시제가 곧바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성평등공시제'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한국여성민우회와 여성노동연대회의는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토론회 자료집 보기
[토론회]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 - 성평등공시제 도입의 필요성과 입법 방향
- 일시: 2/25(수) 10:00
-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
- 주관: 여성노동연대회의
- 공동주최: 여성노동연대회의,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이하 가나다순)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 김주영 의원실, 서영교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 이용우 의원실, 이주희 의원실, 전진숙 의원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성평등 공시제 도입의 필요성과 입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 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토론회는 여성노동연대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주관한 자리로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정아 공동대표의 1부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본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 김주영 의원실, 서영교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 이용우 의원실, 이주희 의원실, 전진숙 의원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는데요. 이수진 의원, 전진숙 의원, 정춘생 의원, 정혜경 의원, 이용우 의원이 자리에 함께해 성평등 공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또 국회에서도 역할하겠다는 인사를 나눠주었습니다.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 상임대표의 사회로 본격적으로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여성노동연대회의에 함께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의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투명성 확보 방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임금은 개인의 비밀 혹은 기업의 기밀로 취급되곤 하지만, 임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대가로 임금정보를 통해 자신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에 '임금투명성'이 확보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발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임금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업은 체계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임금이 투명해진다면(혹은 외부에 공개된다면)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시스템을 운영할 책무가 기업에게 부여되고 노동자 또한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의 공정한 운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임금 투명성 제도는 기업 정보 전자 공시 시스템(DART),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가 있습니다. DART, ALIO는 임금 투명성 확보 그 자체보다는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AA의 경우 성별 임금 차이와 노동자 수 등을 보고할 의무를 두고 있지만 기업의 자율적 개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집니다. 한국은 OECD 가입 이래 수십 년 간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입니다. 임금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이에 근거해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임금 배분의 합리적 기준을 수립하고 시행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발제에서는 성평등 공시제 설계에 임금공개 청구권, 공시제 구성, 적용 대상 노동자 범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임금공개 청구권의 경우 구직자의 임금정보 청구권, 노동자의 임금정보 청구권 등이 이야기 되었는데요. 한국의 채용 공고에서 임금은 대부분 "내규에 따름", "합의 후 결정"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채용은 기업과 노동자의 계약으로, 구직자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자신의 노동 계약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자신의 임금 정보를 발설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그 결과 차별받는 노동자는 자신이 차별받는지를 몰라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독일의 경우 개별 노동자의 임금정보 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어,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 ▲임금결정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정보 ▲자신과 비교 가능한 업무를 하는 성별이 다른 노동자의 임금 및 임금 결정 기준과 관련된 사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 정보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임금 결정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해야할 것입니다.
현행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직종별, 직급별 노동자 및 관리자 및 임금 현황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 어디서 성차별이 발생하는지 가려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시가 임금 정보 공개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성별임금격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현황, 직종/직급/직무에 따른 노동자 성별 현황, 성별에 따른 근속년수, 승진 현황, 모부성권 제도 사용 현황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발제자는 밝혔습니다. 또, 기존 공시 관련 제도는 "상시노동자 수 500인 이상 민간기업, 상시노동자 수 300인 이상 공시대상 기업"을 적용 대상 범위로 삼고 있으나 2024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취업자 비율은 8.9%에 그칩니다. 상당수 여성노동자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섬세한 설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김두나 변호사의 "성평등 공시제 법저화의 방향과 과제: 「성평등 공시에 관한 법률안(가칭)」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두 번째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제21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여성노동연대회의와 민변 여성인권위원회가 함께 준비한 「성평등 공시에 관한 법률안(가칭)」 초안의 주요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발제자는 제21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성별임금격차와 관련한 공시의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확대하고, 노동자의 임금정보청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다수가 개별법의 부분적 개정에 머무르고 있어 성평등 공시의 목적·대상·범위·절차·평가·제재를 포괄하는 통합적·체계적 법제 설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에 성평등 공시제가 임금 현황 보고나 통계 작성에 그치지 않고 성별임금격차의 현황과 원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진단, 이를 토대로 성별임금격차의 완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 개선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되기 위해서는 아래 내용이 법률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첫째, 성평등 공시제가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의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여성의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
둘째, 한국의 고용현실을 반영하여 법 적용 인적범위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규정할 필요가 있고, 공시의무 대상 기업의 범위도 중소규모의 기업이 포함되도록 폭넓게 규정해야 한다.
셋째, 사업주와 국가기관등에 성별임금격차의 현황뿐 아니라 성별격차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을 식별할 수 있도록 공시기준과 항목을 구체화 체계화하여 국가기관등과 사업주에게 공시의무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 성평등 임금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넷째, 정부는 성평등 공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매년 고용형태ㆍ직종ㆍ직급ㆍ직무ㆍ근속연수별로 성별임금격차 실태를 조사ㆍ분석하고 그에 따른 개선 계획을 수립, 공표해야 하고, 제출된 성별임금격차 개선 계획에 대한 이행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성평등 공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성평등 공시제를 포함한 성평등 고용정책 전반에 대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전담기관의 설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여섯째, 구직자와 종사자가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임금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평등 공시제의 이행강제력을 높이고 나아가 고용상 성차별을 예방하기 위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형사처벌,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를 통하여 성평등 공시제에 관한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 내용이 담긴 법안 전문은 토론회 자료집(P.60)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발제를 마친 뒤 네 명의 토론자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첫 번째 토론은 성평등정책연구소 이음의 국미애 소장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국미애 소장은 "임금투명성 조치는 공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낳은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격차 완하를 이끌어내는 것"이며, "'공시'를 통한 임금정보 공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임금격차를 알리고 심각성에 대한 공유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진 체계와 관련하여 "성별임금격차 개선은 성평등가족부 또는 고용노동부 등 개별 부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가칭)국가임금격차개선위원회 또는 (가칭)고용평등임금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노동자 및 사업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두 번째 토론은 민주노총 권수정 부위원장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성평등한 공시제를 위해"라는 제목으로 발표해주셨습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라며 "공무원은 성별에 따라 임금격차가 없는 듯 보이지만 여성 공무원에겐 육아기간에 따른 승진에서의 불이익,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또, 민간기업, 공무원, 공공기관 등 한국 사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임금의 차이 뿐만 아니라, 고용형태·직종·직급·직무·근속연수별 남녀노동자 현황, 남녀노동자 평균 근속연수, 신규 채용자 및 퇴직자 현황, 모성보호 및 일·가정양립지원제도의 직종별·직급별·성별 사용자 현황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고민해야 할 두 주무부처, 성평등가족부 김민아 고용평등총괄과 과장과 고용노동부 박정현 고용문화개선정책과 과장의 토론을 들어보았습니다.
김민아 과장은 지난해 10월부터 공시 범위, 항목, 방법 등 제도 설계를 위한 전문가 논의 및 노동계, 경영계 등 관계자 의견 수렴을 진행해왔음을 밝히며 상반기 중 법률안을 발의하고 27년 제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발제에서 제안한 제도 도입 필요성과 입법방안에 대해 성평등가족부에서도 공감하고 있으나, 제도 도입과 공론화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면서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단계적 접근전략 마련 및 추진이 필요"하며, "AA, 성별근로공시 등 유사·중첩되는 제도 간 통합을 고려"하기에 별도의 법률 제정보다는 현행 법률의 일부 개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성평등가족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박정현 과장은 "공시제 관련 업무가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되었는데 고용노동부에서도 따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 중에 있다"는 발언으로 토론을 시작하였습니다. 고평법에서도 차별을 금지하며 벌칙 조항이 존재하고, 노동위에서도 차별시정제도를 운영하지만 접수가 적극적으로 되지는 않는데 노동자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 발제자가 강조한 임금투명성의 중요성에 공감, 이를 보강할 수 있는 기반이 깔려야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향후 성평등부와 긴밀히 소통·협조하여 고민을 이어나가겠다는 말로 토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성평등공시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시민, 여성/노동 단체 활동가, 노조 등 50여 명의 참여자가 온오프라인에서 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가입 이래 매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왔습니다. 발제와 토론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던 것처럼 '성평등 공시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첫 걸음입니다. 토론회의 제목처럼 임금이 드러날 때 평등을 위한 '시작'이 가능해질 뿐 성평등공시제가 곧바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성평등공시제'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한국여성민우회와 여성노동연대회의는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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