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 1,030명의 돌봄 경험과 대안 토론회
다양한 모습의 돌봄
-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돌봄을 나누는 그 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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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성평등 복지팀은 사람들의 ‘돌봄’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 인터뷰, 집담회 등을 다양하게 진행했었는데 기억하고 계신가요? 복지팀은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라는 3개년 프로젝트를 올해(2024) 새롭게 시작했어요.
‘돌봄’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필수적이고 일상적이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받고 있잖아요? 게다가 돌봄과 관련된 정책은 노인/아이/장애인 등등 대상을 분절적으로 다루면서 특수한 대상에게 가족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잔여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돌봄이 시민 모두의 일임을 자각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돌봄 경험을 적극적으로 듣고 ‘돌봄’의 구체적인 얼굴을 새롭게 발굴! 또 이를 많은 시민들에게 공유하여 돌봄의 가치를 알리고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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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홍보물. 회색 정사각형에 중앙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디자인. 상단에 푸픈 색으로 '혁명적 사랑'이 크게 적혀있음. 하단에는 '우리의 돌봄에 세상을 바꾸고 있어'. 중앙에는 '1,030명의 돌봄 경험과 대안 토론회'라 적혀있다. 하단에는 토론회 일시/장소/주최/재단/참여qr 정보 등이 기재되어 있다.
위의 홍보물로 토론회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토론회에는 80여명이 사전신청을 해주셔서 (물론 다 오신 것은 아니지만^^) ‘돌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는 11/13(수) 저녁 7시30분, 서교동 창비 50주년 홀에서 진행됐어요. 대관한 공간이 꽉 차도록 많은 분들이 발걸음 해주셨고요 발제문과 토론문을 인쇄한 자료집도 당일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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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토론회장 입구, 행사를 알리는 안내 종이가 붙어 있다. 멀리 토론회 행사장 내부가 보인다. (우) 토론회장 내부에서 찍은 자료집 표지 사진. 흰 바탕에 초록색으로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토론회 한 켠에는 돌봄 경험 인터뷰 참여자들의 말 중 돌봄의 경험을 통해 변화한 것, 돌봄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말 등이 일부 발췌되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토론회 전 후로 참여한 관람객들이 내부 벽면에서 미리 문구들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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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공된 나무 벽면에 검정 테두리, 흰 종이 위 검정 글씨로 글자가 적힌 판넬들이 일렬로 걸려있다. 토론회 내부 장소에 전시해 둔 인터뷰 참여자들의 말. 가장 앞 판넬에는 '이런 돌봄 저런 돌봄- 돌봄 경험 인터뷰 참여자의 말' 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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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장 뒤쪽에서 무대 정면을 바라본 모습. 참여자들의 뒷모습이 보이고 무대 위에는 7명의 발제자, 토론자, 사회자가 책상에 앉아있다. 중앙에는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발표 내용이 나오고 있고 좌우에는 흰색 '혁명적 사랑' 토론회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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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마이크를 든 모습 클로즈업. 앞 명패에는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라 적혀있다. 책상에는 텀블러와 노트북이 있고 뒤로는 스크린이 보인다.
※ 사회자: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발제1]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1,030명의 돌봄 경험과 인식 |채윤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발제2]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대안 전략 –돌봄의 시민성과 시민사회의 회복 |백경흔(이화여대 여성학과 강사) [토론1] 좋은 돌봄을 위한 노동의 조건| 이소진(연세대 사회학과 박사수료) [토론2] 연대를 확장하는 돌봄 어떻게 가능한가 –가족화/시설화를 넘어서 |나영정(가족구성권연구소 정책팀장) [토론3] 돌봄 사회로의 대전환: 돌봄정책 돌본노동자 기본법 |박태우(진보당 정책실 정책국장) [토론4] 무해한 돌봄 담론을 넘어 정치적 돌봄으로 |채효정 (〈오늘의 교육〉편집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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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장 뒤쪽에서 무대를 바라본 모습. 참여자들의 뒷모습이 보이고 무대 위에는 첫번째 발제자가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발표 중이다. 중앙에는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발표 내용이 나오고 있다. ppt는 회색 바탕에 흰 글자로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라고 적혀있다. 스크린 오른쪽에는 문자통역 창이 보인다.
[발제1]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1,030명의 돌봄 경험과 인식
|채윤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 파트1. 돌봄의 재발견: 통계로 보는 돌봄 경험과 인식
민우회는 올 해 ‘돌봄 경험이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2024년 5월 28일부터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1,000명의 시민이 응답해주었습니다. 설문은 ①돌봄 경험, ②돌봄에 대한 인식, ③돌봄에 필요한 조건을 물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 대다수가 혈연/법적 가족 관계에서 돌봄을 주고받고 있었으나 그 외의 대상인 파트너 (애인, 비법적배우자), 친구, 공동거주인(하우스/룸 메이트), 반려동물, 돌봄공동체/네트워크, 동네이웃, 낯선 사람 혹은 동물, 돌봄노동자/기관 등과도 높은 비율로 돌봄을 주고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혈연/법적 가족만 돌봤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46.4%였고 나머지 53.6%는 다양한 대상을 돌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돌봄 받은 경험, 함께 살면서 돌봄을 주고받은 경험 역시 높은 비율로 다양한 대상과 돌봄을 나눈 적이 있다는 응답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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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때 사용한 ppt화면. 검정색 바탕에 상단에는 흰색으로 '앞으로 돌봄을 주고 받고 싶은 상대는?'이라 적혀있고 하단에는 흰색 배경에 설문조사 결과가 원그래프로 그려져 있다. 원그래프는 2개의 응답으로 나눠져 있는데, 하나는 다양한 대상과 돌봄을 주고 받고 싶음: 66.3%(663명), 나머지는 '혈연/법적 가족과만 돌봄을 주고받고 싶음: 33.7%(227명)'이다.
앞으로 돌봄을 주고받고 싶은 상대를 물은 욕구 조사에서는 66.3%의 사람이 혈연/법적 가족 이외에도 다양한 대상과 돌봄을 주고받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미 시민들은 혈연/법적 가족을 벗어난 돌봄을 현실에서 주고받고 있고, 또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또 ‘돌봄은 ○○이다’라는 돌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30%넘는 시민들이 ‘사랑’이라도 대답했습니다. 응답 받은 답변들을 비율을 고려하여 그래픽화 시키면 아래 이미지 같은 그림이 나온다고 해요! 사랑 외에도 배려, 행복, 관심, 나눔, 필수, 존중, 마음 등등과 같은 긍정적이고 관계적인 단어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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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봄을 사랑으로 명명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요? 설문 결과는 저희에게 질문을 남겼는데요. 돌봄이 그동안 가족들에게, 가족 안의 여성에게 엄마로서, 딸로서 사랑으로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많이들 아실 겁니다. 여전히 많은 여성이 돌봄이 필요한 순간 사랑의 이름으로 손쉽게 호명되어 직업적 성취나 일상을 포기하고 돌봄에 투입되고 또 사회적으로 고립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서로 의존하고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돌봄의 관계적 특성, 이 기본 전제를 이야기해야만 돌봄에서의 어려움, 가치, 행위를 드러낼 수 있기도 합니다. 사랑은 돌봄의 속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하면 혁명과 저항의 단어로 전복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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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88.4%에 이르는 사람들이 돌봄 사회로 전환하자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시민들이 돌봄의 힘들고, 버거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꼭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가치있는 일, 그래서 사회가 기존의 생산 중심의 사회에서 ‘돌봄’ 중심의 사회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돌봄이 힘든 이유, 좋은 돌봄을 위해 필요한 조건 등 시민들의 설문 응답을 상세하게 확인하고 싶은 분은 하단의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링크를 눌러주세요!)
■ 파트2. 인터뷰 분석
발제의 큰 파트 중에 하나는 인터뷰를 통한 돌봄 경험 분석이었습니다. 인터뷰는 돌봄 경험이 있는 시민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이들이 돌봄을 주고받은 대상은 부모, 시부모, 형제자매 등 혈연/법적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파트너(애인/비법적배우자), 지인 등 다양했습니다. 혼자서 돌봄을 전담하는 '독박돌봄'의 경험이 다수이지만, 느슨한 네트워크 형태로 다수가 돌봄에 참여한 분들도 상당수 였습니다.
발제는 인터뷰 내용은 돌봄 주체, 돌봄 특성, 돌봄의 힘든 점과 의미있는 점, 더 나은 돌봄을 위해 필요한 조건 등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돌보면서 너무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돌봄 경험을 통해 깨달은 돌봄의 의미를 전해주었습니다. 또한,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돌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돌봄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전에는 제가 사랑불능자라고 생각했어요. 내 안에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고 싶고 사랑에 대한 열망이 있는데 적당한 대상을 찾지 못한 것 같았고, 사랑해야 되는 대상을 사랑하지 못하는 게 되게 힘들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엄마 돌봄 이후에는 ‘내가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특히 우리 고양이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너무 좋다.’" (참여자1)
"독박돌봄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려면 돌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죠. (...)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을 돌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해요."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는 없다는 거예요. 그걸 믿을 때 나는 돌봄을 주기도 하지만 (그 대상에게) 돌봄 받을 수 있기도 해요. 그런 순간들은 떠올리면 되게 좋았고 정신적으로 나를 굉장히 건강하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내가 돌볼 수 있다는 건. 내가 돌볼 수 있어서 기뻐, 뿌듯해, 내 자신이 좋아, 이런 게 있잖아요." (참여자7)
"(한국은) 돌봄을 무시하고 일을 중점으로 생각하는데, 삶이 돌아가는 거는 훨씬 ‘돌봄’ 기반이 잖아요. 지금은 ‘너한테 이렇게 많은 돌봄 책임이 있는 거는 (니 인생에) 그냥 무조건 마이너스야.’ 이런 말들을 듣는데, 돌봄 경험을 한 사람이 많아지면 (돌봄이) 필연적이라는 걸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 돌봄을 얘기만 한다고 해서는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없을 거예요. 우리가 의존적인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느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돌봄을 무조건 모두 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땐 돌봄 경험을 많이 늘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참여자2)
마지막으로 더 나은 돌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시민상의 변화, 남성 돌봄 참여 확대, 노동환경의 변화, 협소한 '가족'의 개념을 넘어선 시민들의 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꼽았습니다.
두번째 발제자 백경흔 선생님이 무대에 서서 돌봄인의 시민성과 시민사회의 회복을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발제문 일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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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2]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대안 전략 - 돌봄인 시민성과 시민사회의 회복
(발제자: 백경흔 이화여대 여성학 강사)
“돌봄중심사회로 가려면 새로운 권리획득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재산권, 정치권, 사회권으로 시민권이 확장되었지만, 시민권은 여전히 노동권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왔다. 트론토(2014)는 고대 그리스 직접 민주주의에서 노예와 여성은 돌봄으로 인해 정치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돌봄권 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해서 노동권, 건강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고 침해되는 비민주적인 일들은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가부장적 가장인 생계부양자 남성을 원형으로 하는 시민권 뼈대 가 유지되어온 결과이다. 따라서, 일하는 사람에서 돌보는 사람으로 시민 규범의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인(caring person)은 비의존적, 자율적 인간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연루되고, 타인과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인간이라고 규정한다(Held, 2017: 97). 돌봄인이 새로운 시민성으로 발명되고, 임파워되어야 한다.”
“린치(Lynch) 외(2016: 18)는 시민들이 사랑하고 돌보고 연대하는 관계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이런 관계가 번성할 조건은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돌봄인 시민성이 임파워될 수 있는 사회·문화·경제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국가책임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유급노동시간을 규제해 돌봄에 이용 가능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주택, 교통, 교육 등의 정책을 통해 돌봄을 억제하거나 장려할 수 있고, 부의 재분배를 통해 또 돌봄이나 연대 서비스를 충당하는 사회적 지출을 통해 현존하는 공적 연대 수준을 결정하는 등 돌봄 조건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린치 외, 2016: 125). 이러한 국가의 역할이 돌봄인 시민과 시민사회의 파트너 국가가 되는 구체적 방안이다. 앞으로 이러한 정책대안이 많이 개발되어야 하며, 특히 시민을 돌봄인의 상호의존적 존재로 확립해야 하는데 돌봄을 하지 않는 사람을 특권적인 위치에 두는 헤게모니 남성성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의 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린치 외, 2016: 274).”
그 다음으로는 네 명의 토론자가 차례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또 앞선 발제문에 보태고 싶은 이야기와 질문을 얘기해주셨습니다. 토론자 분들의 토론문 일부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토론1] 이소진 (페미니스트 노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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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주4일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주4일제는 한계가 있음. 1일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한 결국 평일에는 타인에게 돌봄을 의탁해야 하므로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이 되지 않음."
"하루 표준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함. 8시간에서 6시간으로의 단축을 제안해야 함. 단계적으로 앞서 제안한 노동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함. 포괄임금제 폐지, 최저임금 인상, 사업장 규모에 따른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성과체계 표준화 이후 표준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해야함."
[토론2]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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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재생산을 하지 않아도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비인간 동물과 상호돌봄을 지속하는 것, 비영리적 시공간을 가꾸는데 참여하는 것, 정치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것이 재생산이며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분명한 인식이 중요하다."
"가족구성권은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성을 확장하고 도전하는데 기여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가족, 시설, 관계, 국가를 떠날 권리와 떠난 이후에도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또한 공공성의 문제로 제기하는 것."
[토론3] 채효정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기후정의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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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돌봄 위기란 생태 위기, 경제 위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돌봄 위기는 자본의 재생산 딜레마 문제이기도 하고, 국가의 인구 관리 위기이기도 하다. 민중에게는 생존의 위기이고, 존엄한 삶을 포기하고 비참의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탈젠더화’의 관점에서 돌봄 위기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모색은 지금까지 논의되어온 성평등의 관점에서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페미니즘의 사유와 실천이 필요한 때인 것은 우리가 마주한 위기가 지배적 세계관에 대한 총체적 전환과 전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토론4] 박태우 (진보당 정책실 정책국장)
"돌봄노동은 ‘사람의 존재 자체’를 위한 노동이며, 모든 것이 멈추어도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임. 또한 공적돌봄의 강화는 불평등, 저출생·고령화, 주로 여성이 부당하게 감당하고 있는 돌봄불이익 등을 극복하고, 평등사회와 건강한 공동체 건설의 단초가 될 수 있음. 특히 모든 사람은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의 제공자 혹은 수혜자가 되며, 이로 인해 반드시 직면하는 돌봄문제에 대해 진보정치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함."
토론을 다 마치고 관객석에서는 질문을 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실천, 그중에서도 공론장에 다녀온 우리가 당장 내일부터 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일까'를 물어보았습니다. 발제자와 토론자분들이 한 분씩 이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들을 말씀해주셨는데요. 토론자 나영정과 채효정의 답변을 간략하게 공유합니다.
"가족을 돌볼 것 같다, 가족을 돌봐봤다는 경험이 정말 많았잖아요. 그거를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해 보면 좋겠어요. 내가 받았기 때문에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에 저도 오랫동안 시달렸는데 그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니고. 저는 다른 데 가서 다른 사람 돌보고 전에 돌봤던 사람들도 다른 데서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봐요. 돌봄은 주고받는 건데, 그 관계를 일대일로 상상하다 보면 그게 억압이 되기도 하거든요."
"구멍을 내자. 제도 정책화도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돌봄에 구멍을 내서 그 구멍의 자리가 이 체제의 균열을 내는 저항의 자리이기도 하고 돌봄을 하는 근거지이기도 하고 진지이기도 하고 안전한 우리의 은신처이기도 하고.그래서 혁명과 사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구멍을 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참석자분들께 후기도 받았는데요. 그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비슷하지만 각각 다른 돌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소에 알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가족, 성소수자의 돌봄! 무해한 돌봄, 담론을 넘어서 좀 더 고민하고 배우겠습니다."
"돌봄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최저임금 등 노동의 조건들이 변화해야 된다는 걸 나눈 것이 좋았습니다."
"돌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제언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다양한 관계나 역할을 가진 돌봄 경험자들의 경험을 공유 받을 수 있어 정서적 유대관계도 생기고 새로운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삶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돌봄 정책들을 더 다양하게 나눌 수 있는 장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더 자세한 토론회 발제와 자료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혁명적 사랑] 토론회 자료집 보러가기
앞으로 계속될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돌봄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여러사람의 다양한 돌봄을 좀 더 드러낼 수 있을지, 이 돌봄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의 언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
[후기]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 1,030명의 돌봄 경험과 대안 토론회
다양한 모습의 돌봄
-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돌봄을 나누는 그 날까지! -
올 한 해 성평등 복지팀은 사람들의 ‘돌봄’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 인터뷰, 집담회 등을 다양하게 진행했었는데 기억하고 계신가요? 복지팀은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라는 3개년 프로젝트를 올해(2024) 새롭게 시작했어요.
‘돌봄’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필수적이고 일상적이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받고 있잖아요? 게다가 돌봄과 관련된 정책은 노인/아이/장애인 등등 대상을 분절적으로 다루면서 특수한 대상에게 가족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잔여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돌봄이 시민 모두의 일임을 자각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돌봄 경험을 적극적으로 듣고 ‘돌봄’의 구체적인 얼굴을 새롭게 발굴! 또 이를 많은 시민들에게 공유하여 돌봄의 가치를 알리고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려 합니다!
@토론회 홍보물. 회색 정사각형에 중앙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디자인. 상단에 푸픈 색으로 '혁명적 사랑'이 크게 적혀있음. 하단에는 '우리의 돌봄에 세상을 바꾸고 있어'. 중앙에는 '1,030명의 돌봄 경험과 대안 토론회'라 적혀있다. 하단에는 토론회 일시/장소/주최/재단/참여qr 정보 등이 기재되어 있다.
위의 홍보물로 토론회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토론회에는 80여명이 사전신청을 해주셔서 (물론 다 오신 것은 아니지만^^) ‘돌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는 11/13(수) 저녁 7시30분, 서교동 창비 50주년 홀에서 진행됐어요. 대관한 공간이 꽉 차도록 많은 분들이 발걸음 해주셨고요 발제문과 토론문을 인쇄한 자료집도 당일 배포하였습니다.
@ (좌) 토론회장 입구, 행사를 알리는 안내 종이가 붙어 있다. 멀리 토론회 행사장 내부가 보인다. (우) 토론회장 내부에서 찍은 자료집 표지 사진. 흰 바탕에 초록색으로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토론회 한 켠에는 돌봄 경험 인터뷰 참여자들의 말 중 돌봄의 경험을 통해 변화한 것, 돌봄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말 등이 일부 발췌되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토론회 전 후로 참여한 관람객들이 내부 벽면에서 미리 문구들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타공된 나무 벽면에 검정 테두리, 흰 종이 위 검정 글씨로 글자가 적힌 판넬들이 일렬로 걸려있다. 토론회 내부 장소에 전시해 둔 인터뷰 참여자들의 말. 가장 앞 판넬에는 '이런 돌봄 저런 돌봄- 돌봄 경험 인터뷰 참여자의 말' 이라고 적혀있다.
@ 토론회장 뒤쪽에서 무대 정면을 바라본 모습. 참여자들의 뒷모습이 보이고 무대 위에는 7명의 발제자, 토론자, 사회자가 책상에 앉아있다. 중앙에는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발표 내용이 나오고 있고 좌우에는 흰색 '혁명적 사랑' 토론회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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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마이크를 든 모습 클로즈업. 앞 명패에는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라 적혀있다. 책상에는 텀블러와 노트북이 있고 뒤로는 스크린이 보인다.
※ 사회자: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발제1]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1,030명의 돌봄 경험과 인식
|채윤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발제2]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대안 전략 –돌봄의 시민성과 시민사회의 회복
|백경흔(이화여대 여성학과 강사)
[토론1] 좋은 돌봄을 위한 노동의 조건| 이소진(연세대 사회학과 박사수료)
[토론2] 연대를 확장하는 돌봄 어떻게 가능한가 –가족화/시설화를 넘어서 |나영정(가족구성권연구소 정책팀장)
[토론3] 돌봄 사회로의 대전환: 돌봄정책 돌본노동자 기본법 |박태우(진보당 정책실 정책국장)
[토론4] 무해한 돌봄 담론을 넘어 정치적 돌봄으로 |채효정 (〈오늘의 교육〉편집위원장)
@ 토론회장 뒤쪽에서 무대를 바라본 모습. 참여자들의 뒷모습이 보이고 무대 위에는 첫번째 발제자가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발표 중이다. 중앙에는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발표 내용이 나오고 있다. ppt는 회색 바탕에 흰 글자로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라고 적혀있다. 스크린 오른쪽에는 문자통역 창이 보인다.
[발제1]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1,030명의 돌봄 경험과 인식
|채윤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 파트1. 돌봄의 재발견: 통계로 보는 돌봄 경험과 인식
민우회는 올 해 ‘돌봄 경험이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2024년 5월 28일부터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1,000명의 시민이 응답해주었습니다. 설문은 ①돌봄 경험, ②돌봄에 대한 인식, ③돌봄에 필요한 조건을 물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 대다수가 혈연/법적 가족 관계에서 돌봄을 주고받고 있었으나 그 외의 대상인 파트너 (애인, 비법적배우자), 친구, 공동거주인(하우스/룸 메이트), 반려동물, 돌봄공동체/네트워크, 동네이웃, 낯선 사람 혹은 동물, 돌봄노동자/기관 등과도 높은 비율로 돌봄을 주고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혈연/법적 가족만 돌봤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46.4%였고 나머지 53.6%는 다양한 대상을 돌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돌봄 받은 경험, 함께 살면서 돌봄을 주고받은 경험 역시 높은 비율로 다양한 대상과 돌봄을 나눈 적이 있다는 응답이 나타났습니다.
@발표 때 사용한 ppt화면. 검정색 바탕에 상단에는 흰색으로 '앞으로 돌봄을 주고 받고 싶은 상대는?'이라 적혀있고 하단에는 흰색 배경에 설문조사 결과가 원그래프로 그려져 있다. 원그래프는 2개의 응답으로 나눠져 있는데, 하나는 다양한 대상과 돌봄을 주고 받고 싶음: 66.3%(663명), 나머지는 '혈연/법적 가족과만 돌봄을 주고받고 싶음: 33.7%(227명)'이다.
앞으로 돌봄을 주고받고 싶은 상대를 물은 욕구 조사에서는 66.3%의 사람이 혈연/법적 가족 이외에도 다양한 대상과 돌봄을 주고받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미 시민들은 혈연/법적 가족을 벗어난 돌봄을 현실에서 주고받고 있고, 또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또 ‘돌봄은 ○○이다’라는 돌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30%넘는 시민들이 ‘사랑’이라도 대답했습니다. 응답 받은 답변들을 비율을 고려하여 그래픽화 시키면 아래 이미지 같은 그림이 나온다고 해요! 사랑 외에도 배려, 행복, 관심, 나눔, 필수, 존중, 마음 등등과 같은 긍정적이고 관계적인 단어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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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봄을 사랑으로 명명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요? 설문 결과는 저희에게 질문을 남겼는데요. 돌봄이 그동안 가족들에게, 가족 안의 여성에게 엄마로서, 딸로서 사랑으로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많이들 아실 겁니다. 여전히 많은 여성이 돌봄이 필요한 순간 사랑의 이름으로 손쉽게 호명되어 직업적 성취나 일상을 포기하고 돌봄에 투입되고 또 사회적으로 고립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서로 의존하고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돌봄의 관계적 특성, 이 기본 전제를 이야기해야만 돌봄에서의 어려움, 가치, 행위를 드러낼 수 있기도 합니다. 사랑은 돌봄의 속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하면 혁명과 저항의 단어로 전복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또 88.4%에 이르는 사람들이 돌봄 사회로 전환하자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시민들이 돌봄의 힘들고, 버거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꼭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가치있는 일, 그래서 사회가 기존의 생산 중심의 사회에서 ‘돌봄’ 중심의 사회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돌봄이 힘든 이유, 좋은 돌봄을 위해 필요한 조건 등 시민들의 설문 응답을 상세하게 확인하고 싶은 분은 하단의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링크를 눌러주세요!)
■ 파트2. 인터뷰 분석
발제의 큰 파트 중에 하나는 인터뷰를 통한 돌봄 경험 분석이었습니다. 인터뷰는 돌봄 경험이 있는 시민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이들이 돌봄을 주고받은 대상은 부모, 시부모, 형제자매 등 혈연/법적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파트너(애인/비법적배우자), 지인 등 다양했습니다. 혼자서 돌봄을 전담하는 '독박돌봄'의 경험이 다수이지만, 느슨한 네트워크 형태로 다수가 돌봄에 참여한 분들도 상당수 였습니다.
발제는 인터뷰 내용은 돌봄 주체, 돌봄 특성, 돌봄의 힘든 점과 의미있는 점, 더 나은 돌봄을 위해 필요한 조건 등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돌보면서 너무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돌봄 경험을 통해 깨달은 돌봄의 의미를 전해주었습니다. 또한,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돌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돌봄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전에는 제가 사랑불능자라고 생각했어요. 내 안에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고 싶고 사랑에 대한 열망이 있는데 적당한 대상을 찾지 못한 것 같았고, 사랑해야 되는 대상을 사랑하지 못하는 게 되게 힘들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엄마 돌봄 이후에는 ‘내가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특히 우리 고양이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너무 좋다.’" (참여자1)
"독박돌봄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려면 돌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죠. (...)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을 돌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해요."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는 없다는 거예요. 그걸 믿을 때 나는 돌봄을 주기도 하지만 (그 대상에게) 돌봄 받을 수 있기도 해요. 그런 순간들은 떠올리면 되게 좋았고 정신적으로 나를 굉장히 건강하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내가 돌볼 수 있다는 건. 내가 돌볼 수 있어서 기뻐, 뿌듯해, 내 자신이 좋아, 이런 게 있잖아요." (참여자7)
"(한국은) 돌봄을 무시하고 일을 중점으로 생각하는데, 삶이 돌아가는 거는 훨씬 ‘돌봄’ 기반이 잖아요. 지금은 ‘너한테 이렇게 많은 돌봄 책임이 있는 거는 (니 인생에) 그냥 무조건 마이너스야.’ 이런 말들을 듣는데, 돌봄 경험을 한 사람이 많아지면 (돌봄이) 필연적이라는 걸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 돌봄을 얘기만 한다고 해서는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없을 거예요. 우리가 의존적인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느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돌봄을 무조건 모두 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땐 돌봄 경험을 많이 늘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참여자2)
마지막으로 더 나은 돌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시민상의 변화, 남성 돌봄 참여 확대, 노동환경의 변화, 협소한 '가족'의 개념을 넘어선 시민들의 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꼽았습니다.
두번째 발제자 백경흔 선생님이 무대에 서서 돌봄인의 시민성과 시민사회의 회복을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발제문 일부를 소개합니다.
[발제2]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대안 전략 - 돌봄인 시민성과 시민사회의 회복
(발제자: 백경흔 이화여대 여성학 강사)
“돌봄중심사회로 가려면 새로운 권리획득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재산권, 정치권, 사회권으로 시민권이 확장되었지만, 시민권은 여전히 노동권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왔다. 트론토(2014)는 고대 그리스 직접 민주주의에서 노예와 여성은 돌봄으로 인해 정치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돌봄권 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해서 노동권, 건강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고 침해되는 비민주적인 일들은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가부장적 가장인 생계부양자 남성을 원형으로 하는 시민권 뼈대 가 유지되어온 결과이다. 따라서, 일하는 사람에서 돌보는 사람으로 시민 규범의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인(caring person)은 비의존적, 자율적 인간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연루되고, 타인과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인간이라고 규정한다(Held, 2017: 97). 돌봄인이 새로운 시민성으로 발명되고, 임파워되어야 한다.”
“린치(Lynch) 외(2016: 18)는 시민들이 사랑하고 돌보고 연대하는 관계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이런 관계가 번성할 조건은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돌봄인 시민성이 임파워될 수 있는 사회·문화·경제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국가책임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유급노동시간을 규제해 돌봄에 이용 가능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주택, 교통, 교육 등의 정책을 통해 돌봄을 억제하거나 장려할 수 있고, 부의 재분배를 통해 또 돌봄이나 연대 서비스를 충당하는 사회적 지출을 통해 현존하는 공적 연대 수준을 결정하는 등 돌봄 조건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린치 외, 2016: 125). 이러한 국가의 역할이 돌봄인 시민과 시민사회의 파트너 국가가 되는 구체적 방안이다. 앞으로 이러한 정책대안이 많이 개발되어야 하며, 특히 시민을 돌봄인의 상호의존적 존재로 확립해야 하는데 돌봄을 하지 않는 사람을 특권적인 위치에 두는 헤게모니 남성성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의 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린치 외, 2016: 274).”
그 다음으로는 네 명의 토론자가 차례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또 앞선 발제문에 보태고 싶은 이야기와 질문을 얘기해주셨습니다. 토론자 분들의 토론문 일부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토론1] 이소진 (페미니스트 노동연구자)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주4일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주4일제는 한계가 있음. 1일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한 결국 평일에는 타인에게 돌봄을 의탁해야 하므로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이 되지 않음."
"하루 표준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함. 8시간에서 6시간으로의 단축을 제안해야 함. 단계적으로 앞서 제안한 노동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함. 포괄임금제 폐지, 최저임금 인상, 사업장 규모에 따른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성과체계 표준화 이후 표준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해야함."
[토론2]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정책팀장)
"생물학적 재생산을 하지 않아도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비인간 동물과 상호돌봄을 지속하는 것, 비영리적 시공간을 가꾸는데 참여하는 것, 정치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것이 재생산이며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분명한 인식이 중요하다."
"가족구성권은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성을 확장하고 도전하는데 기여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가족, 시설, 관계, 국가를 떠날 권리와 떠난 이후에도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또한 공공성의 문제로 제기하는 것."
[토론3] 채효정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기후정의운동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돌봄 위기란 생태 위기, 경제 위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돌봄 위기는 자본의 재생산 딜레마 문제이기도 하고, 국가의 인구 관리 위기이기도 하다. 민중에게는 생존의 위기이고, 존엄한 삶을 포기하고 비참의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탈젠더화’의 관점에서 돌봄 위기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모색은 지금까지 논의되어온 성평등의 관점에서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페미니즘의 사유와 실천이 필요한 때인 것은 우리가 마주한 위기가 지배적 세계관에 대한 총체적 전환과 전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토론4] 박태우 (진보당 정책실 정책국장)
"돌봄노동은 ‘사람의 존재 자체’를 위한 노동이며, 모든 것이 멈추어도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임. 또한 공적돌봄의 강화는 불평등, 저출생·고령화, 주로 여성이 부당하게 감당하고 있는 돌봄불이익 등을 극복하고, 평등사회와 건강한 공동체 건설의 단초가 될 수 있음. 특히 모든 사람은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의 제공자 혹은 수혜자가 되며, 이로 인해 반드시 직면하는 돌봄문제에 대해 진보정치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함."
토론을 다 마치고 관객석에서는 질문을 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실천, 그중에서도 공론장에 다녀온 우리가 당장 내일부터 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일까'를 물어보았습니다. 발제자와 토론자분들이 한 분씩 이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들을 말씀해주셨는데요. 토론자 나영정과 채효정의 답변을 간략하게 공유합니다.
"가족을 돌볼 것 같다, 가족을 돌봐봤다는 경험이 정말 많았잖아요. 그거를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해 보면 좋겠어요. 내가 받았기 때문에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에 저도 오랫동안 시달렸는데 그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니고. 저는 다른 데 가서 다른 사람 돌보고 전에 돌봤던 사람들도 다른 데서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봐요. 돌봄은 주고받는 건데, 그 관계를 일대일로 상상하다 보면 그게 억압이 되기도 하거든요."
"구멍을 내자. 제도 정책화도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돌봄에 구멍을 내서 그 구멍의 자리가 이 체제의 균열을 내는 저항의 자리이기도 하고 돌봄을 하는 근거지이기도 하고 진지이기도 하고 안전한 우리의 은신처이기도 하고.그래서 혁명과 사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구멍을 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참석자분들께 후기도 받았는데요. 그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비슷하지만 각각 다른 돌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소에 알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가족, 성소수자의 돌봄! 무해한 돌봄, 담론을 넘어서 좀 더 고민하고 배우겠습니다."
"돌봄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최저임금 등 노동의 조건들이 변화해야 된다는 걸 나눈 것이 좋았습니다."
"돌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제언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다양한 관계나 역할을 가진 돌봄 경험자들의 경험을 공유 받을 수 있어 정서적 유대관계도 생기고 새로운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삶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돌봄 정책들을 더 다양하게 나눌 수 있는 장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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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속될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돌봄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여러사람의 다양한 돌봄을 좀 더 드러낼 수 있을지, 이 돌봄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의 언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