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사회현안[집회후기] 안녕하세요? 윤석열이 탄핵되었다고 해서 과거에서 왔습니다. (3/31~4/2+철야와 철야)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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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이미지: 왼쪽에 이마에 띠를 두르고 상투를 튼 수염 난 남자가 짚더미 위에 머리만 내놓고 웃고있다. 그 위에는 "(탄핵 이후 사람) 안녕하세요~(웃음)"이라고 쓰여있다. 오른쪽에는 다소 헝클어진 머리에 수염이 난 다른 남자가 어색하게 웃고있다. 그 위에는 "(탄핵 이전 사람)아.. 예...(땀땀)"이라고 쓰여있다. / 출처: 드라마 『대풍수』 속 장면들)


안녕하세요. 과거에서 온(...) 후기 담당자 은수입니다.


지난 이야기를 쓰자니 탄핵의 기쁨이 흘러넘쳐 감정이 잡히질 않아 조금 곤란하지만, 

정말 다행이다 싶은 곤란함이라 생각하며 이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


민우회는 지난 월요일 광화문 농성장을 지키는 날이었습니다. 활동가 모두가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켰는데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구구, 보리, 윤소, 조연, 행크가 농성장을 지키며 피켓 시위도 하고, 

현장에서 100만인 시민 서명도 받았답니다.


경복궁역 근처에서 피켓 시위를 하던 활동가들은 지나가는 행인들로부터 

나쁜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러지 마시라며 나무랐습니다😞...


농성장의 아침을 달래보고자 믹스커피 한 잔의 여유도 가져보았어요. (마음의 평화가 필요했던 그날..)

(왼쪽 사진: 여당을 규탄하고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커다란 남색 피켓을 들고 4명의 활동가가 농성장 앞에 서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오른쪽 사진: 테이블 위 종이컵에 믹스커피가 담겨있다.)


이래저래 지친 활동가들을 웃게 하는 건 역시나... 회원의 사랑이죠.

(상단 사진: 초록색 코트를 입은 사람이 간식이 담긴 종이봉투를 테이블에 건네주고 있다.)


회원 연수님께서 농성장에 찾아와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것저것 간식(납작호떡과 미니 붕어빵)도 챙겨주셨답니다. 정말정말 감사했어요.🥰


(왼쪽 사진: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사람 두 명이 테이블에 안내문을 배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농성장 텐트 앞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그 앞에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어느새 오후 2시가 되어 영지, 제이, 바람, 서울동북여성민우회의 차차가 교대하러 왔어요.

아침 사진에서 달라진 점... 혹시 눈치 채셨나요? 알록달록 손피켓이 생겼는데요!

(상단 사진: 네 명의 사람이 커다란 피켓을 들고 서있다. 오전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가운데 두 명은 수제 피켓을 들고 서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오후에 교대하러 온 활동가들이 시민 분들의 눈에 띄기 위해, 서명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출근하자마자 요모조모 피켓을 꾸몄답니다. (농성장에서는 이런 소일거리가 여러모로 필요함..)

(상단 사진: 바닥에 하얀색 피켓과 검은색 피켓을 두고 두 사람이 크레파스로 글씨를 쓰거나 꾸미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어느덧 해가 기울고 농성장에 저녁이 왔어요. 해가 있을 때는 추운 줄 몰랐는데, 해가 지니 슬슬 쌀쌀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오후 7시가 되어 나우, 다혜, 보라, 베리, 헤다가 교대하러 왔어요.

(왼쪽 사진: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두 명의 활동가가 불이 켜진 농성장 텐트 앞 테이블에 앉아 있다.) (오른쪽 사진: 어둑어둑해진 하늘 왼편에 얇게 누운 달이 떠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나우와 헤다는 농성장을 지키고, 보라, 다혜, 베리는 행진에 합류했답니다.

평소보다 소박한 인원이었지만, 늠름하고 의젓하게(?) 행진을 다녀왔습니다.

(상단 사진: 가장 왼쪽에 있는 사람이 깃발을 들고 서있고, 나머지 두 사람이 그 옆에 서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행진을 다녀오니 이들을 반겨준 이가 있었으니... 회원 선이님이 농성장을 찾아주셨어요!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쁜데 맛난 바나나도 한 다발 안겨주고 가셨답니다.

(상단 사진: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사람 네 명이 그 앞에 선 사람을 보고 활짝 웃고있다. 그 중 한 명은 경광봉을 양손에 들고 번쩍 들어올려 기쁨을 표하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어느덧 농성장의 시간은 자정 무렵이 되어, 몽실, 새길, 온다, 은수가 교대하러 왔어요.

(상단 사진: 텅 빈 횡단보도 건너편에 가로등 불에 비춰진 경복궁 담벼락과 농성장 텐트가 보인다. ⓒ 한국여성민우회 )

(상단 사진: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네 명이 웃고있다. 한 명은 경광봉을 들고 앞에 앉아있고, 나머지 3명은 서로를 보거나 앞을 보며 웃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사실 글쓴이는 밤샘농성이 처음이라, 텅 빈 거리와 조용한 농성장 가는 길이 낯설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는데요.

농성장 텐트 자락을 들추자 반가운 얼굴들이 맞아주어서 왠지 따뜻한 기분이 되었답니다.

(상단 사진: 농성장 텐트 안 난로 앞에 네 명의 사람이 웃으며 브이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


한밤의 농성장은 조금 다른 루틴으로 돌아가는데요. 

2인 1조가 되어 30분에 한 번씩 농성장 전체를 한 바퀴 크게 돌며 순찰을 돕니다.

(왼쪽사진: 경광봉을 든 사람이 순찰을 돌고있다.) (오른쪽 사진: 경광봉을 든 사람 두 명이 경복궁 담벼락을 좌측에 두고 순찰을 돌고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순찰을 돌며 농성장 주변에 주의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위치와 상황을 기억해두고,

함께 밤샘을 하는 민변 활동가에게 전하여 되도록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데요.


농성장에는 비상행동에 함께하는 단체 외에도 각기 다른 지향을 가진 텐트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보통은 난로를 갖추지 않았거나 좁은 텐트들이어서, 비상행동 텐트에서 혹시 잠시 쉴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비상행동 텐트가 비어있으면 비상행동 텐트로, 혹은 근처 향린교회를 안내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상단 사진: 아무도 없는 어두운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의 전경. ⓒ 한국여성민우회 )


집회로 시민들이 가득 했던 공간에 적막감이 감돌고, 묵묵한 경복궁 처마를 올려다보며,

언제쯤이면 여길 집회 장소가 아닌 곳으로 볼 수 있을까 상념에 빠지기도 했어요.

 

어느새 새벽 4시가 되어 꼬깜, 노새, 류, 조마린이 교대하러 왔어요. (반가운데 슬픈 기분😢)

(상단 사진: 경광봉을 흔들며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네 명의 활동가가 의기양양하게 웃고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농성장이 점차 밝아오기 시작하고, 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상단 사진: 경광봉을 들고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활동가가 농성장 텐트 앞을 걸어가고 있다. 텐트 너머로 빌딩이 즐비하고, 동이 트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새벽 네시에 교대근무를 온 활동가 모두 중간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너무 애매한 시간이라,

정말 말 그대로 밤을 꼴딱 새고 농성장을 지킨 셈인데요.


밤 새면 제일 졸린 시간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해가 떠서 밝아진 오전 7~9시 사이입니다..^ ^

텐트에 있는 전기장판을 깔고 아무렇게나 담요를 덮은 채 속수무책 밀려오는 잠을 청합니다..


(상단 사진: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화려한 꽃무늬 이불을 아무렇게나 덮고 널부러져 자고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그리고 그날 오전, 드디어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前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이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매주 지연되는 선고기일 발표로 인해, 이번주도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선고기일 발표로 더욱 커진 기대감과 불안감 사이 어딘가에 있던 4월 1일 저녁,

평일 화요일 저녁에 열린 집회임에도 많은 시민 분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워주셨습니다.


(상단 사진: 광화문 앞이 수많은 사람들과 깃발로 가득 차있다.)

(상단 사진: 비건 감자튀김을 든 활동가 2명이 보도블럭 위에 앉아있다. 왼쪽 사람은 빨간색 슬로건을 두르고 활짝 웃고 있고, 오른쪽 사람은 베이지색 모자를 쓰고 은은하게 웃고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상단 사진: 상황실에 파견되어 집회 텐트에서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활동가 여경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이날은 광주여성민우회에서 감자, 햇살도 함께 했어요.

강렬한 적갈색의 광주여성민우회 깃발이 아주 인상적이고 멋지죠?

(상단 사진: 적갈색 깃발에 오른쪽 정렬로 우리는 행동하는 페미니스트라고 검은색 글씨로 쓰여있다. 그 밑에는 여는 광주여성민우회라고 하얀색 글씨로 쓰여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상단 사진: 수많은 사람들과 깃발들이 있고, 제각기 다른 디자인의 1~2인용 텐트가 도로 위에 설치되어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이 날은 <헌재를 포위하라 24시간 철야집중행동>가 있었는데요. 

저녁집회와 행진으로 끝나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철야집회를 이어가는 날이었어요.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많은 분들이 철야 준비를 단단히 하고 광장에 나와주셨어요.

4월 1일과 2일, 이틀간 진행한 내란수괴 윤석열 8대 0 파면 촉구 전국 시민 서명은 100만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4/2) 저녁 24시간 철야집중행동을 마무리하는 집회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도 시민 분들의 소중한 발언들이 이어졌어요.


"나의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정의롭지 않은 것이 누적되어 무너지지 않도록 하고자 나왔습니다. 지금 광장에서 외쳐지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안전한 노동환경은 탄핵과 결코 멀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이 그어지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시민 진다)


"개막 전에 파면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거 하나를 못 이뤄줘서 오늘도 광장에서 중계를 보게 생겼습니다. 내란의 주범들과 공범들이 사이좋게 시민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권과 단 하루도 함께할 수 없습니다. 헌재는 8:0을 결단하십시오. 그 이후의 세상으로 분명히 나아갑시다." (시민 에디스)


"곧 세월호참사 11주기입니다. 친구들에게 떳떳하고 싶은데 왜 세상은 아직 이럴까요. 광장은 저를 숨쉬게 했습니다. 제게 사회대개혁 과제를 만난다면 제 뱃지처럼 우리 함께라면 아직 할 만하다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 언젠가 서로의 의제에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전우란)


자리에 앉은 시민들은 제주 4.3 사건을 기리고, 세월호, 이태원, 제주항공 참사를 기억하고, 옵티컬 투쟁현장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침공을 중단하라는 요구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야기하며...


보도블럭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새로운 세상을 차곡차곡 채워나갔습니다.

(상단 사진: 진회색 보도블럭 위로 시민들이 색색깔 분필로 이야기를 남겨놓았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 "우린 새로운 세상으로 갈거야. 준비됐어?" 등. ⓒ 한국여성민우회 )

(상단 사진: 진회색 보도블럭 위로 시민들이 색색깔 분필로 이야기를 남겨놓았다. "4.3 제주의 빨강색은 동백꽃뿐이다." 등. ⓒ 한국여성민우회 )

(상단 사진: 진회색 보도블럭 위로 시민들이 색색깔 분필로 이야기를 남겨놓았다.  윤석열 前 대통령을 규탄하는 내용 등. ⓒ 한국여성민우회 )


집회가 끝나고 이동하는 중에 비상행동 실시간 중계영상에 민우회 활동가들이 잡혔는데요!

놀랍게도, 중계영상에 잡힌 게 처음이라 마치 처음 집회 온 사람들처럼 기뻐했다는 후문... 

(우린 이렇게..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낀다구요... 또르르... )

(상단 영상: 비상행동 실시간 중계영상에 민우회 활동가들이 잡힌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편집: 노새)

(상단 영상: 앞에 있는 두 명이 한국여성민우회 깃발을 넓게 펼치고, 뒤에 6명이 "나는 윤석열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 빨갱이, 페미다" 슬로건을 여기저기 들고 서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선고기일이 발표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뜨겁게 투쟁한 한 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