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출범한 ‘강간죄’개정연대회의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2023년, 일본에서 ‘강간죄’를 ‘부동의성교등죄’로 바꾸고 폭행 또는 협박, 심신장해, 알코올 약물, 수면,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형성 또는 완수할 틈이 없는 것 등 8가지 상태를 만들거나 이에 편승하는 ‘부동의’ 성교를 처벌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강간죄’개정연대회의는 국회토론회 <강간죄에서 부동의성교죄로: 일본형법 개정의 의미와 과제>를 개최하여, 일본 형법 개정의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의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일시 : 2025년 4월 15일(화) 10:00 - 12:00 📁 장소 : 국회 도서관 강당 📣 사회 :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동시통역사 : 박정소 📣 문자통역 :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 발제1. 일본 형법 개정 내용과 사회변화_다토코로 유 (일본 SPRING 공동대표) 🔎 토론1. 강간죄 판례와 구성요건_한지숙 (수원지방법원 판사, 법원 현대사회와성범죄연구회) 🔎 토론2. 강간죄 모델과 의미_장응혁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토론3. 무엇에 동의한 것인가: 친밀한 관계,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_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토론4. 심신의 장해(장애), 동의/의사결정의 조건 질문하기_나무(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권역대표) 공동주최 국회의원 이연희(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예지(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춘생(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정혜경(진보당), 국회의원 용혜인(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서미화(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종오(진보당), 국회의원 전진숙(더불어민주당)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총 224개 단체 |

(사진 설명 : 토론회 시작 전 참가자들이 자료집 표지로 제작한 <강간죄에서 부동의 성교죄로> 문구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토론회는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일본 단체 스프링(Spring)의 공동대표 다토코로 유의 “일본 형법 개정 내용과 사회변화”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진 설명 : 토론회 진행 중인 모습. 단상에 9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고, 통역자가 다토코로 유의 발표를 통역하고 있다. 객석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단상을 보고 앉아 있고, 단상 뒤쪽 화면에는 발제 PPT 화면이 켜져 있다.)
발제에 따르면,
일본 형법 개정 전에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항거불능으로 두고 있어 피해자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정도의 폭행·협박 증거가 있는지를 따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동의 없음’이 명백한 상황이어도 피해자에게 ‘더 저항할 수 있지 않았는지’ 책임을 묻고, 무죄 판결을 내린 사례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폭행·협박 요건에는 “사소한 폭행이나 협박에 쉽게 굴복하는 정조는 이 조항에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는, 여성이나 아동을 소유물로 보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었는데요.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법과 해석은 낮은 피해 신고율과 불송치·불기소 처분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재판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판사마다 유형력과 저항, 항거불능을 다르게 해석하여 판결의 불균형 문제가 있었다고 하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프링은 폭행·협박 요건 폐지와 ‘동의’ 여부를 명시한 ‘부동의성교죄’ 도입을 제안합니다.
‘부동의성교죄’ 도입에 대해 일부 형법 학자들은 ‘동의’가 내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입증이 어렵고, 이로 인해 억울한 누명이 생겨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이는 한국에서도 마주하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 ‘억울함’은 경찰 수사와 검찰의 기소 판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을 짚고, 성범죄 처벌 규정의 본질을 동의 없는 성행위에 두고 폭행·협박 외 동의 없음을 나타내는 원인 사유를 법에 명시하면 입증이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의’야말로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요건이며, 오히려 폭행·협박·항거불능을 빌미로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강요하는 형법이 비과학적이고 무지와 몰이해에 기반한 법이라고 비판하고요.
일본의 성폭력 관련 형법 개정은 2017년에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당시 부칙으로 3년 후 개정안 재검토 조항이 마련되었는데요.
이후 2019년 4건의 성폭력 사건에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성폭력 관련 형법 개정을 촉구하는 ‘플라워 데모’가 열렸고, 이를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조명하면서 쟁점이 가시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와 법무부 회의에 성폭력 피해 당사자 참여, 핵심 국회의원과 관계 구축 등의 활동이 2023년 ‘부동의성교 등 죄’ 개정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동의 없는 성행위’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일본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조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 내 피해를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경찰이나 수사 담당 측에서는 처벌 범위가 명확해져 수사가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피해 신고 접수, 경찰 검거율, 검찰 기소율 모두 크게 증가하였고요.
많은 사회변화가 만들어졌지만 일본의 법 개정 운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발제자는 앞으로의 과제로 “Yes means Yes” 법 규정 도입, 공소시효 재검토, 피해자 지원 체계 확충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발제 후에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설명 : 토론회 진행 중인 모습. 자리를 가득 채운 참석자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강간죄 판례와 구성요건_한지숙 (수원지방법원 판사, 법원 현대사회와성범죄연구회)
- 일본의 경우 부동의성교죄로 법을 개정하면서 8가지 부동의성교죄 사유를 규정하고, 여러 행위를 예시로 하여 재판부의 판단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유의미함.
강간죄 모델과 의미_장응혁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일본에서 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법무부 입법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 법안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친다는 점, 연구팀이 결성되어 10개국 해외 법안 연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았음.
이에 더해 일본은 1심과 2심을 포함한 재판의 법정 자료가 자세히 공개되어 있어 종합적인 판례 검토가 가능하나, 한국의 경우 판례 공개가 잘되지 않고, 판결문만 공개되어 사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함.
무엇에 동의한 것인가: 친밀한 관계,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_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일본의 개정 형법에는 “혼인관계 유무와 관계없이” 처벌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개정 논의 과정에서부터 아내강간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음. 한국의 경우 명시적으로 아내강간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없고, (가정폭력 특성상) 신고가 많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상황임.
일본 개정 형법은 준강제성교죄를 부동의성교죄에 포함하고 있음. 한국의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고 있음. 그렇기에 피해자가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증명해야 하며, 증명하기 위한 피해자의 행동이나 진술은 오히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거나,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 활용되고 있음.
심신의 장해(장애), 동의/의사결정의 조건 질문하기_나무(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권역대표)
- 동의 모델을 채택하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동의 무효화 규정을 별도로 두면서 ‘장애’ 자체를 비동의로 추정하고 있음. 장애 여성을 동의의 주체로 보아야 함과 동시에 장애로 인해 파생되는 차별적 조건에 주목하여 동의·부동의 의사를 맥락적으로 살펴야 함.
토론자들의 질문과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Q1. 가해 행위 양태와 피해자 법익침해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형법상에는 피해 행위 법정형이 다르지 않고 동일한 조항으로 적용하게 되어있음. 이러한 이유와 실제 운용은 어떠한가.
일본 구형법에서 폭행, 협박, 항거불능, 심신 상실 요건이 꽤 일체적으로 운용되어 왔으나, 사안마다 해석과 판결이 달랐음. 이러한 판결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성범죄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였고, ‘동의 없음’에 있다는 점을 파악함. 이에 상세하게 나누지 않고 ‘동의 없음’을 하나의 원인으로 두고 일괄 적용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함.
Q2. 부동의 요건을 8개 유형으로 나눈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유형별 판례를 정리하여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임. 폭행·협박·항거불능·심신 상실을 요건으로 두는 것과 8개 유형을 두는 것 중 부동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무고를 덜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은 후자이며, 죄형 법정주의에 입각한 조항임을 강하게 주장하였음.
Q3. 일본 개정 형법은 “- 혼인 관계 유무와 관계없이” 처벌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개정 논의 과정에서부터 아내강간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배경과 논의 과정의 쟁점은 어떠했나.
일본은 법 개정 이전에도 부부 사이 강간죄는 성립되었었음. 실제 신고가 어렵고 신고해도 경찰 차원에서 접수해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법무성의 문제의식과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CEDAW 차원의 권고안이 있어 이를 반영한 법으로 개정이 됨.
Q4. 일본에서 ‘장애’라는 조건이 명시적으로 들어간 배경은 무엇이며, 실제 법적 과정에서 어떻게 해석 및 판단하고 있는가.
장애가 있다는 것 자체가 범죄 성립 요건이 되는 건 아님. 장애가 원인이 되어 성적 동의를 하는 데 동의 의사를 형성 표명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상태로 만들거나 그러한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성범죄에 이르렀을 경우 처벌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음. 포괄적 요건이나 원인 사유 등을 자세히 따져보아 이것이 인정되었을 때 범죄 성립이 되는 것으로 해석함.
Q5. 일본 법 개정 후 신고와 실제 기소율, 유죄 선고율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수사, 사법 기관 담당자들의 개정 형법에 대한 이해를 담보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된 것인가.
형법 개정이 되더라도 사법 관계자를 포함하여 대중에게 법 개정 내용을 인지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음. 스프링에서는 경찰을 대상으로 역할극 형식의 강의를 진행하였음. 그러나 사법적 판단에서의 불균형과 수사 기관에서의 2차 피해는 여전히 남아 있어 이에 대한 교육이 큰 과제로 남아 있음.
Q6. 한국의 경우 ‘강간죄’ 개정에 대한 백래쉬가 있는 상황인데 일본은 어떤 상황이었는가.
일본에서는 2019년 4건의 성폭력에 대한 무죄 판결이 연달아 발생하였고 이에 크게 분노한 일본 국민들이 플라워 데모를 진행하였음. 의식 있는 기자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성폭력 실태가 가시화됨. 법 개정을 하면 저출산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는 낡은 지적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한 성폭력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형법학자, 변호사, 심리 상담사 등이 모여 반박 논거를 마련하였고, 백래쉬를 극복하여 법을 개정하였음.
Q7. 성폭력 판결 시 가해자의 ‘고의는 없었다’거나 ‘동의했다고 착각했다’는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적 동의’가 필요함을 인식시켜 동의로 착각했다는 변명을 할 수 없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 적극적 동의를 요구하는 Yes Means Yes 규정을 명시하면 고의가 없었다는 변명을 하기 어려울 것임.
Q8. 8가지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성행위에 대해 어떻게 법을 적용하고 있는가.
법무성에서는 개정 형법이 대부분의 성범죄를 망라하고 있다는 견해임. 그러나 상대가 결혼할 것처럼 속이거나, 독신인 것처럼 거짓말하고 성관계를 하는 등 ‘기망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함.

(사진 설명 : 토론회가 끝난 후, 토론회 참가자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일본의 단체 Spring의 깃발과 <강간죄에서 부동의 성교죄로> 피켓을 들고 있다.)
종합토론으로 함께했던 Shoko Saotomi는 일본 구형법의 ‘강간죄’ 죄명은 가해자 입장에서 명명된 느낌이었다면, ‘부동의성교죄’는 ‘나는 동의한 적 없다’는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한 이름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법 앞에서 겪여야 했던 좌절이나 또 다른 피해가 떠오르면서 피해자의 관점에서 법을 생각하기 과제
다토코로 유는 성폭력 피해 말하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2019년 연이어 발생한 부당한 성폭력 판결에 대한 분노가 없었다면, 피해를 목격하고 들은 자들이 이를 외면했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를 기준으로 변경하라는 요구는 2005년 여성인권법연대의 형법개정운동을 통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후 2018년 미투운동을 통해 폭행과 협박 등 유형력 행사와 그에 대한 피해자의 저항을 성폭력 범죄 기본 구성으로 설정하는 성폭력처벌법의 한계를 다시 확인하며 ‘강간죄’개정연대회의가 출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도 우리는 많은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를 듣고 용기를 목격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용기에 연대하는 많은 대중이 강간죄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강간죄’ 개정이 미루어지지 않도록, ‘강간죄’ 개정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강간죄’개정연대회의의 활동에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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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8일 출범한 ‘강간죄’개정연대회의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2023년, 일본에서 ‘강간죄’를 ‘부동의성교등죄’로 바꾸고 폭행 또는 협박, 심신장해, 알코올 약물, 수면,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형성 또는 완수할 틈이 없는 것 등 8가지 상태를 만들거나 이에 편승하는 ‘부동의’ 성교를 처벌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강간죄’개정연대회의는 국회토론회 <강간죄에서 부동의성교죄로: 일본형법 개정의 의미와 과제>를 개최하여, 일본 형법 개정의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의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일시 : 2025년 4월 15일(화) 10:00 - 12:00
📁 장소 : 국회 도서관 강당
📣 사회 :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동시통역사 : 박정소
📣 문자통역 :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 발제1. 일본 형법 개정 내용과 사회변화_다토코로 유 (일본 SPRING 공동대표)
🔎 토론1. 강간죄 판례와 구성요건_한지숙 (수원지방법원 판사, 법원 현대사회와성범죄연구회)
🔎 토론2. 강간죄 모델과 의미_장응혁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토론3. 무엇에 동의한 것인가: 친밀한 관계,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_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토론4. 심신의 장해(장애), 동의/의사결정의 조건 질문하기_나무(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권역대표)
공동주최
국회의원 이연희(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예지(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춘생(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정혜경(진보당), 국회의원 용혜인(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서미화(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종오(진보당), 국회의원 전진숙(더불어민주당)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총 224개 단체
(사진 설명 : 토론회 시작 전 참가자들이 자료집 표지로 제작한 <강간죄에서 부동의 성교죄로> 문구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토론회는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일본 단체 스프링(Spring)의 공동대표 다토코로 유의 “일본 형법 개정 내용과 사회변화”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진 설명 : 토론회 진행 중인 모습. 단상에 9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고, 통역자가 다토코로 유의 발표를 통역하고 있다. 객석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단상을 보고 앉아 있고, 단상 뒤쪽 화면에는 발제 PPT 화면이 켜져 있다.)
발제에 따르면,
일본 형법 개정 전에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항거불능으로 두고 있어 피해자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정도의 폭행·협박 증거가 있는지를 따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동의 없음’이 명백한 상황이어도 피해자에게 ‘더 저항할 수 있지 않았는지’ 책임을 묻고, 무죄 판결을 내린 사례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폭행·협박 요건에는 “사소한 폭행이나 협박에 쉽게 굴복하는 정조는 이 조항에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는, 여성이나 아동을 소유물로 보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었는데요.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법과 해석은 낮은 피해 신고율과 불송치·불기소 처분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재판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판사마다 유형력과 저항, 항거불능을 다르게 해석하여 판결의 불균형 문제가 있었다고 하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프링은 폭행·협박 요건 폐지와 ‘동의’ 여부를 명시한 ‘부동의성교죄’ 도입을 제안합니다.
‘부동의성교죄’ 도입에 대해 일부 형법 학자들은 ‘동의’가 내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입증이 어렵고, 이로 인해 억울한 누명이 생겨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이는 한국에서도 마주하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 ‘억울함’은 경찰 수사와 검찰의 기소 판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을 짚고, 성범죄 처벌 규정의 본질을 동의 없는 성행위에 두고 폭행·협박 외 동의 없음을 나타내는 원인 사유를 법에 명시하면 입증이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의’야말로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요건이며, 오히려 폭행·협박·항거불능을 빌미로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강요하는 형법이 비과학적이고 무지와 몰이해에 기반한 법이라고 비판하고요.
일본의 성폭력 관련 형법 개정은 2017년에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당시 부칙으로 3년 후 개정안 재검토 조항이 마련되었는데요.
이후 2019년 4건의 성폭력 사건에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성폭력 관련 형법 개정을 촉구하는 ‘플라워 데모’가 열렸고, 이를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조명하면서 쟁점이 가시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와 법무부 회의에 성폭력 피해 당사자 참여, 핵심 국회의원과 관계 구축 등의 활동이 2023년 ‘부동의성교 등 죄’ 개정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동의 없는 성행위’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일본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조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 내 피해를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경찰이나 수사 담당 측에서는 처벌 범위가 명확해져 수사가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피해 신고 접수, 경찰 검거율, 검찰 기소율 모두 크게 증가하였고요.
많은 사회변화가 만들어졌지만 일본의 법 개정 운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발제자는 앞으로의 과제로 “Yes means Yes” 법 규정 도입, 공소시효 재검토, 피해자 지원 체계 확충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발제 후에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설명 : 토론회 진행 중인 모습. 자리를 가득 채운 참석자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강간죄 판례와 구성요건_한지숙 (수원지방법원 판사, 법원 현대사회와성범죄연구회)
- 일본의 경우 부동의성교죄로 법을 개정하면서 8가지 부동의성교죄 사유를 규정하고, 여러 행위를 예시로 하여 재판부의 판단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유의미함.
강간죄 모델과 의미_장응혁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일본에서 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법무부 입법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 법안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친다는 점, 연구팀이 결성되어 10개국 해외 법안 연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았음.
이에 더해 일본은 1심과 2심을 포함한 재판의 법정 자료가 자세히 공개되어 있어 종합적인 판례 검토가 가능하나, 한국의 경우 판례 공개가 잘되지 않고, 판결문만 공개되어 사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함.
무엇에 동의한 것인가: 친밀한 관계,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_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일본의 개정 형법에는 “혼인관계 유무와 관계없이” 처벌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개정 논의 과정에서부터 아내강간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음. 한국의 경우 명시적으로 아내강간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없고, (가정폭력 특성상) 신고가 많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상황임.
일본 개정 형법은 준강제성교죄를 부동의성교죄에 포함하고 있음. 한국의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고 있음. 그렇기에 피해자가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증명해야 하며, 증명하기 위한 피해자의 행동이나 진술은 오히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거나,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 활용되고 있음.
심신의 장해(장애), 동의/의사결정의 조건 질문하기_나무(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권역대표)
- 동의 모델을 채택하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동의 무효화 규정을 별도로 두면서 ‘장애’ 자체를 비동의로 추정하고 있음. 장애 여성을 동의의 주체로 보아야 함과 동시에 장애로 인해 파생되는 차별적 조건에 주목하여 동의·부동의 의사를 맥락적으로 살펴야 함.
토론자들의 질문과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Q1. 가해 행위 양태와 피해자 법익침해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형법상에는 피해 행위 법정형이 다르지 않고 동일한 조항으로 적용하게 되어있음. 이러한 이유와 실제 운용은 어떠한가.
일본 구형법에서 폭행, 협박, 항거불능, 심신 상실 요건이 꽤 일체적으로 운용되어 왔으나, 사안마다 해석과 판결이 달랐음. 이러한 판결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성범죄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였고, ‘동의 없음’에 있다는 점을 파악함. 이에 상세하게 나누지 않고 ‘동의 없음’을 하나의 원인으로 두고 일괄 적용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함.
Q2. 부동의 요건을 8개 유형으로 나눈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유형별 판례를 정리하여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임. 폭행·협박·항거불능·심신 상실을 요건으로 두는 것과 8개 유형을 두는 것 중 부동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무고를 덜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은 후자이며, 죄형 법정주의에 입각한 조항임을 강하게 주장하였음.
Q3. 일본 개정 형법은 “- 혼인 관계 유무와 관계없이” 처벌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개정 논의 과정에서부터 아내강간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배경과 논의 과정의 쟁점은 어떠했나.
일본은 법 개정 이전에도 부부 사이 강간죄는 성립되었었음. 실제 신고가 어렵고 신고해도 경찰 차원에서 접수해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법무성의 문제의식과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CEDAW 차원의 권고안이 있어 이를 반영한 법으로 개정이 됨.
Q4. 일본에서 ‘장애’라는 조건이 명시적으로 들어간 배경은 무엇이며, 실제 법적 과정에서 어떻게 해석 및 판단하고 있는가.
장애가 있다는 것 자체가 범죄 성립 요건이 되는 건 아님. 장애가 원인이 되어 성적 동의를 하는 데 동의 의사를 형성 표명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상태로 만들거나 그러한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성범죄에 이르렀을 경우 처벌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음. 포괄적 요건이나 원인 사유 등을 자세히 따져보아 이것이 인정되었을 때 범죄 성립이 되는 것으로 해석함.
Q5. 일본 법 개정 후 신고와 실제 기소율, 유죄 선고율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수사, 사법 기관 담당자들의 개정 형법에 대한 이해를 담보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된 것인가.
형법 개정이 되더라도 사법 관계자를 포함하여 대중에게 법 개정 내용을 인지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음. 스프링에서는 경찰을 대상으로 역할극 형식의 강의를 진행하였음. 그러나 사법적 판단에서의 불균형과 수사 기관에서의 2차 피해는 여전히 남아 있어 이에 대한 교육이 큰 과제로 남아 있음.
Q6. 한국의 경우 ‘강간죄’ 개정에 대한 백래쉬가 있는 상황인데 일본은 어떤 상황이었는가.
일본에서는 2019년 4건의 성폭력에 대한 무죄 판결이 연달아 발생하였고 이에 크게 분노한 일본 국민들이 플라워 데모를 진행하였음. 의식 있는 기자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성폭력 실태가 가시화됨. 법 개정을 하면 저출산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는 낡은 지적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한 성폭력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형법학자, 변호사, 심리 상담사 등이 모여 반박 논거를 마련하였고, 백래쉬를 극복하여 법을 개정하였음.
Q7. 성폭력 판결 시 가해자의 ‘고의는 없었다’거나 ‘동의했다고 착각했다’는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적 동의’가 필요함을 인식시켜 동의로 착각했다는 변명을 할 수 없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 적극적 동의를 요구하는 Yes Means Yes 규정을 명시하면 고의가 없었다는 변명을 하기 어려울 것임.
Q8. 8가지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성행위에 대해 어떻게 법을 적용하고 있는가.
법무성에서는 개정 형법이 대부분의 성범죄를 망라하고 있다는 견해임. 그러나 상대가 결혼할 것처럼 속이거나, 독신인 것처럼 거짓말하고 성관계를 하는 등 ‘기망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함.
(사진 설명 : 토론회가 끝난 후, 토론회 참가자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일본의 단체 Spring의 깃발과 <강간죄에서 부동의 성교죄로> 피켓을 들고 있다.)
종합토론으로 함께했던 Shoko Saotomi는 일본 구형법의 ‘강간죄’ 죄명은 가해자 입장에서 명명된 느낌이었다면, ‘부동의성교죄’는 ‘나는 동의한 적 없다’는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한 이름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법 앞에서 겪여야 했던 좌절이나 또 다른 피해가 떠오르면서 피해자의 관점에서 법을 생각하기 과제
다토코로 유는 성폭력 피해 말하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2019년 연이어 발생한 부당한 성폭력 판결에 대한 분노가 없었다면, 피해를 목격하고 들은 자들이 이를 외면했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를 기준으로 변경하라는 요구는 2005년 여성인권법연대의 형법개정운동을 통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후 2018년 미투운동을 통해 폭행과 협박 등 유형력 행사와 그에 대한 피해자의 저항을 성폭력 범죄 기본 구성으로 설정하는 성폭력처벌법의 한계를 다시 확인하며 ‘강간죄’개정연대회의가 출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도 우리는 많은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를 듣고 용기를 목격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용기에 연대하는 많은 대중이 강간죄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강간죄’ 개정이 미루어지지 않도록, ‘강간죄’ 개정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강간죄’개정연대회의의 활동에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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