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후기]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줄거야:〈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성차별적 괴롭힘, 흩어진 차별의 조각모음〉1회차, 2회차 집담회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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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 테이블 위에 서류와 연노랑색 작은 종이조각들이 있다. 종이조각들에는 "월급", "침묵", "우울증" 등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인한 영향을 키워드로 한 문구들이 쓰여있다.

2025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은 〈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성차별적 괴롭힘, 흩어진 차별의 조각모음〉이라는 이름으로 네 차례 집담회를 진행하였는데요. 1차는 남초직군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2차는 성소수자 노동자, 3차는 공무원·공공기관에서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4차는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인해 이직·퇴사를 했거나 고민중인 여성노동자와 함께 했습니다.

 

지난 2024년에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일터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고, 여성노동자들의 일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페미니즘 사상검증', 지울 수 없는 여성노동자의 존재라는 제목의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이때 진행한 설문조사와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토크쇼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넘어서는 우리의 이야기〉를 개최한 바 있어요.

 

이날 ‘페미니즘 사상검증’이라는 표현이 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각 패널 분들께 여쭈어보았는데요. 이날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님은 “실제로는 (사상이 아닌) 몇몇 단서”를 통해 여성노동자를 낙인화하는 과정이 “일터에서 싫기도 하고 경쟁 상대인 여성에게 ‘너 페미냐’라고 말하는 것이 그 사람을 위축시키는 하나의 남성 전략”이며, “그래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라기보다는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통하여 여성혐오를 교묘한 방식으로 조장하는 것이고 괴롭힘”이라고 답해주셨어요.

 

페미니스트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 전반에 대한 괴롭힘, 그리고 이것을 성차별적 괴롭힘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차별적 괴롭힘과 성차별은, 성희롱은, 직장내괴롭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번 사업을 통해 여성노동자는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을지, 또 ‘성차별적 괴롭힘’은 여성노동자의 일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알아가고자 했습니다.

 

앞쪽에 빔프로젝터를 통해 집담회 진행 PPT가 보여지고 있다. 노트북을 앞둔 진행자를 중심으로 양쪽에 한 명, 그리고 맞은 편에 두 명의 참여자가 앉아서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1차 집담회는 남초직군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분들과 함께 했는데요. 아이스브레이킹으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는지?” 여쭤보았어요. 과반수가 크로스핏, 러닝 등 운동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고 답해주셨고,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을 먹거나 공포영화를 보는 등 다른 자극(?)으로 해소한다고 답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흔히 남초직군이라 불리우는 이공계 회사에 다니시는 분부터 방호 업무를 하는 분까지 적은 인원임에도 다양한 직군에서 참여해주셨는데요. 남초직군에서 종사하는 각각의 참여자 분들이 어떤 성차별적 괴롭힘을 겪었는지 경험의 일부를 들려주실 때마다 모두가 함께 경악하고 분노했습니다. 한편, 다른 업계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남초’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이 다른 직군보다 노골적으로 성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서로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 참여자는 ‘어느 곳이든 사실 남초이지 않냐’고 말씀하셔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에도 적으면 한, 두 명, 많으면 네, 다섯 명의 여성노동자를 제외하고 모두 남성으로 이루어진 회사는 여자화장실 등 기본시설이 미비하거나, 본인을 제외하고 남성 노동자들끼리 팀회식이 이루어지는 등 노동환경과 조직문화가 전반적으로 여성노동자가 일경험을 지속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초직군에서 종사하는 다른 여성노동자에게 한 마디를 부탁드렸는데요.

 

“눈치 보지 말고 하고싶은 거 다 해라!”

“남초직장에서 성차별적 괴롭힘이 사라지려면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해보세요.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울타리가 됩니다.”

 


동그란 테이블 위에 큰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에는 "성차별적 괴롭힘, 흩어진 차별의 조각모음" "성소수자 노동자 집담회"라고 쓰여있다. 모니터 앞에는 다양한 과자가 갈색 바구니 안에 준비되어 있는 모습이다.

2차 집담회는 성소수자 노동자와 함께 했는데요. 성소수자 친화적인 곳에서 근무하시는 분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시는 분 등 굉장히 다양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한 참여자 분은 ‘너 페미야?’라는 흔한(?) 사상검증은 물론이고, 선거철에는 누구를 찍었는지 물으며 정치성향을 검증하는 질문을 많이 받으셨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여러 면에서 정체성을 드러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셈인데요.

 

다른 참여자는 동료에게 연애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파트너의 성별을 바꾸어 이야기하는 식으로 대응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런데 근속연수가 길어지자, “왜 결혼 안 하냐”는 “오래 계속 만나고 잘 살면 결혼을 왜 안 하냐”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서 그 이유를 짜내느라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말씀해주셨어요.

 

또, 어떤 참여자는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이라고 외부에 알려진 곳에서 일하는 분은 정작 동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했을 때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실망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어요. 상대방은 “정상연애 각본을 상정하고 질문을 하”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건데 거기다가 약간 (커밍아웃하는 게) 폭탄 던지기를 하는 느낌으로 반응”하니 조금씩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고요.

 

각기 다른 노동환경 속에 있지만, 공통적으로 직장의 조직문화나 동료관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때 주위의 반응으로부터 신뢰를 기대하고 또 느끼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성소수자 노동자에 대한 성차별적 괴롭힘이 사라지려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를 혐오하고 차별한 사람에게) 너무합니다.”

“(다른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건강관리에 유의합시다.”

“(다른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경조사비 받읍시다, 돌봄휴가 얻어냅시다.”

 

각 회차별 집담회의 자세한 내용은 11월 초에 진행될 결과발표회에서 이야기할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