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난잡하게 크로쓰 -
'....난잡하게 돌보자고요?'
(5) 몸 X 돌봄
@돌봄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쓰- 후기 표지 이미지. 하얀색 종이를 구긴 듯한 질감 바탕에 돌봄X몸 크로스워크숍 현장 사진이 2장 들어가 있다. 주황색 손글씨 폰트로 '후기 돌봄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쓰-'라는 제목이 상단에 있고 하단에는 '돌봄X몸 #5 난잡하게 돌보자고요? 한국여성민우회'라는 글씨가 있다.이미지 군데 군데 말하고 있는 입술, 확성기, 마이크의 이미지가 주황색으로 들어가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에서는 3개년 프로젝트 "혁명적 돌봄: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를 진행중인데요. 2025년 돌봄을 고민하는 타단체들과의 만남, 크로스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다섯 번째 만남, 25년 7월 25일 오후 2시, 혜화역 인근 노란들판에서 진행된 장애 · 질병권 인권운동단체와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3개의 장애 ·질병권 운동 단체 [함께서봄, 노들장애인야학, 발달장애 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들과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총 16명이 함께 모여 장애인권, 질병권, 건강권 인권운동과 돌봄이 만나 어떻게 크로스 될 수 있을지! 돌봄X몸에서 고민되는 지점과 나아가야할 방향들을 함께 얘기해보는 자리였어요.

△ 크로스워크숍 현장 전경 사진. 공간 전면 스크린에 진행 발표자료가 프로젝션 되고 있고 우측 벽면에 '돌봄크로스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스: 몸X돌봄' 이라는 제목과 그동안 사전회의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노랑, 파랑, 분홍색 색지에 프린트 되어 붙어있다. 참가자들이 3개의 조로 나누어 앉아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공간 앞 발표자의 진행을 청취하고 있다.
그럼 16명의 활동가들이 3시간 동안 열띠게 나눈 이야기들을 소개해 볼게요!
○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나의 활동 키워드로 나를 소개하기
첫 순서는 각자의 활동 키워드를 2개씩 포스트잇에 적어서 이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보드에 차례로 붙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돌봄', '가족돌봄', '동물권' 같은 의제 관련 키워드부터 '말걸기, 만남, 수다', '다정함', '신뢰' 등의 활동의 태도와 관련된 키워드까지 정말 다양한 단어들이 소개되어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우리의 '교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사한 계열의 키워드는 세로로 붙이고, 서로 다른 키워드들은 가로로 넓게 퍼지며 붙여나가면서 우리의 '확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키워드 지도로 완성해 보았습니다.
△ 아이스브레이킹 키워드를 화이트 보드에 모두 붙인 모습. 40여장의 포스트잇이 하늘색,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하게 붙어 있다. 비슷한 주제의 단어들은 세로로 붙어 있고 서로 다른 주제의 단어들은 가로로 펼쳐지며 자유롭게 붙어있는 모습이다.
○ 프로그램1. 돌봄X몸에 OOO은 필요없다
오늘도 역시나 돌아온, 우리의 돌봄에 필요없는 것을 밝혀내 보는 시간! 지금까지 청소년, 퀴어, 반빈곤, 몸 - 4가지 주제에서 나온 OOO들을 돌봄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에서는 구겨진 종이로 표현을 해 봤었는데요, 그러한 작품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렇게 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가와 당사자들, 활동지원사분들까지 함께한 워크숍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럼, 현장 사진과 함께 오늘의 OOO에는 어떤 말들이 채워졌는지 한 번 만나 볼까요?

△ 강의실 책상에 둘러앉은 여러 사람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은 휠체어에 누운 자세로 참여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손글씨로 쓴 포스터를 들거나 책상 위에 펼쳐두고 있다. 화면과 포스터에는 ‘몸X돌봄’, ‘24시간이 필요하다’ 등 돌봄을 주제로 한 문구가 보이며, 워크숍 모둠활동 중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다.

△ 강의실에서 모둠 구성원들이 마주 앉아 토론하며 손글씨 포스터를 보고 있다. 한 사람은 ‘몸×돌봄에 가족주의는 필요 없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설명하고 있고, 책상 위에는 색펜과 포스트잇, 메모가 펼쳐져 있다. 돌봄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워크숍 장면이다.
몸x돌봄에 시혜와 동정의 ‘복지’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병원에서 가족 보호자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동정과 격려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구획짓기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돌봄 당사자 배제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돌봄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필요없다 몸x돌봄에 그림자 취급은 필요없다 몸x돌봄에 선나누기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가족주의는 필요없다 
|
저는 같은 모둠에서 이야기나누었던 호영 님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호영 님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활동지원사와 함께 이동하는 일이 많은데요.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 보면 사람들이 호영님과 활동지원사 선생님을 마치 그림차처럼, 없는 사람들처럼 모른 척 그 앞에 새치기해서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해요. 그래서 쓴 포스터가 '몸X돌봄에 그림자 취급은 필요없다' 인데요.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민의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토론해 보고, 엘리베이터라는 시설의 절대적 부족도 큰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는, 가까운 길이 있어도 엘리베이터가 너무 멀리 있어서 역사의 끝과 끝을 오가며 헤매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몰려서 엘리베이터를 못타는 경험 때문에 약속에 늦기도 하니까요.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가 모든 출구에 있는 것처럼, 모든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 '몸X돌봄에 24시간이 필요하다'라는 포스터도 있었는데요. 장애인 활동지원사같은 경우는 사실 활동지원은 잠자는 시간을 포함한 모든 시간에 절실히 필요한 것인데, 등급을 나누어 시간이 배정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장애인들의 생활 반경을 너무나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이야기였어요.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만큼, 활동지원사가 함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 프로그램2. 돌봄X몸이 저항적 언어가 되려면- 선언문 쓰기
오늘은 세 조에서 선언문을 썼습니다! 신기한 게, 정말 각양각색의 활동가들이 고르게 조에 들어가요. HIV감염인 운동을 하는 단체 활동가, 마을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활동하는 활동가, 민우회 활동가 이런 식으로 다양한 구성을 마련하는데요, 토론하는 과정에서 서로서로 엄청 공감하면서 박수를 막 치면서 선언문을 쓴다는 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결국 돌봄이라는 것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고, 그 연결고리 속에서 만난 우리들은 이야기가 잘 통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아래에서 조별 활동 사진과, 세 조에서 쓴 선언문 전문을 만나 보겠습니다.

△ 선언문을 쓰고 있는 모습 클로즈 업.

△ 선언문 낭독을 하고 박수를 치고 있는 모둠 구성원들의 모습.
| 1조  우리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 저항한다. 우리 모두는 ‘같음’을 지향한다. ‘다름'은 함정이자 단절, 낙인이 되어 버린다. 우리는 다르기에 빠져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같기’에 서로 돌보고, 손을 잡을 것이다. 이 잡은 손을 불편해하는 시선을 거부한다. 우리는 돌봄의 네트워크를 더 확장할 것이다. 우리의 평등하고 난잡한 돌봄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2025. 07. 25. 호영, 성민, 소피아, 헤다, 곰도리 씀 |
| 2조  우리의 돌봄은 이전과 다른 삶을 위한 혁명이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역사와 섹슈얼리티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돌봄을 원한다. 나는 각자의 고유성이 침해되지 않는 돌봄을 원한다. 나는 우리의 경험과 목소리로 빚어진 돌봄을 원한다. 나는 ‘나'를 꽃피우는 돌봄을 원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나이가 들어도 안정적인 장애인활동 지원을! 정규직 일자리를 !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를! 시설 폐지를!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 우리의 돌봄은 법적 가족이 아니어도 원하는 사람과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세상, 나의 해방, 모두의 해방을 위한 혁명이 될 것이다. - 꽃다지, 류, 소중, 아령, 영애 |
| 3조  <몸×돌봄 선언문>몸×돌봄에 연결과 공감을 방해하는 가족주의는 필요없다. 가족주의는 나와 타인의 연결을 막고, 공동체의 울타리를 좁히며, 돌봄의 벽을 세운다. 그 벽 앞에서 규정된 가족이 아닌 존재들로 하여금 좌절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가족주의에 저항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정해진 가족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나 기꺼이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돌봄의 세상을 상상한다. 2025. 07. 25. 연두, 세현, 예진(루), 새길 |

△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함께 찍은 단체사진. 실내 강의실에서 여러 사람이 단체로 모여 주먹을 들어 올린 채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일부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몇 사람은 전지 크기의 선언문을 들고 있다.
○ 크로쓰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쓰!' 의 후기를 마치며 ...
현재 제도적 돌봄은 노인, 아동,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일부에게 분절적이고 시혜적으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는 가족이 감당하지 못하는 돌봄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돌봄정책을 운영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정의로운 돌봄은 누구나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사회구조적으로 마련되고 돌봄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우리는 크로쓰워크숍을 기획하면서 그동안 주거, 생계, 노동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왔던, ‘시민’으로서 호명받지 못했던 경험과 의제가 있는 영역에서 돌봄이 이야기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청소년, 퀴어, 반빈곤, 몸(장애/건강권) 영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 함께 돌봄 의제에 대한 서로의 경험과 인식을 나누며 확장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tmi. 뜨거웠던 탄핵 광장에 나가서 민주주의를 되찾아 오느라 모두 너무너무 지치고 바쁜 가운데 제안드린 워크숍인데 함께해 주신 단체의 활동가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활동가와 단체 회원, 주민활동가 등 당사자들의 경험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정책적 돌봄 지원을 요구하는 이면에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립의 문제, 어떻게 각자의 영역에서 돌봄 관계망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 돌봄 받는 이의 주체성을 존중할 수 있는 시혜적이지 않은 돌봄, 공동체의 소진을 가져오지 않는 돌봄 관계 맺기 등의 구체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 각 영역에서 돌봄과 관련하여 어떤 고민과 과제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요. '돌봄이 혁명이 되려면?' 이라는 우리의 질문에, 돌봄이 어떻게 사회의 부정의한 체제에 맞설 수 있는 방편임을 확인해 가는 즐겁고 힘 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동안 여성운동에서는 돌봄 의제가 여성의 독박 돌봄, 그림자 노동, 돌봄 가치 절하 등과 관련하여 많이 다루어져 왔습니다. 이번 크로스워크숍을 통해 그보다 다양한 측면으로 확장하여 돌봄 의제를 다룰 수 있었어요. 돌봄 중심 사회의 모습을 다양한 얼굴과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돌봄이 여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생존과 삶에 깊숙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것, 나 또한 돌봄이라는 경험에서 '여성'이면서도 동시에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어떤 공동체와 관계맺으며 기여하고 싶은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혈연가족을 넘어선, 두텁지만 느슨한, 내 시간과 일상생활능력과 돌봄의 능력을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일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또한, 각 단체 활동가들에게도 돌봄 이슈가 왜 지금 이야기되어야 하는지 의제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주제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돌봄이라는 주제로 연결되는 경험은 아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참여자들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고민을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언어화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힘이 났다”, “고민을 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내 바람, 열망, 요구를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고 대담하게 바랄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후기를 남겨 주신 게 참 좋았어요.
그럼, 크로스워크숍의 영역별 후기의 대장정을 마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다른 영역들과 돌봄의 크로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후기]
난잡하게 크로쓰 -
'....난잡하게 돌보자고요?'
(5) 몸 X 돌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에서는 3개년 프로젝트 "혁명적 돌봄: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를 진행중인데요. 2025년 돌봄을 고민하는 타단체들과의 만남, 크로스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다섯 번째 만남, 25년 7월 25일 오후 2시, 혜화역 인근 노란들판에서 진행된 장애 · 질병권 인권운동단체와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3개의 장애 ·질병권 운동 단체 [함께서봄, 노들장애인야학, 발달장애 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들과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총 16명이 함께 모여 장애인권, 질병권, 건강권 인권운동과 돌봄이 만나 어떻게 크로스 될 수 있을지! 돌봄X몸에서 고민되는 지점과 나아가야할 방향들을 함께 얘기해보는 자리였어요.
△ 크로스워크숍 현장 전경 사진. 공간 전면 스크린에 진행 발표자료가 프로젝션 되고 있고 우측 벽면에 '돌봄크로스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스: 몸X돌봄' 이라는 제목과 그동안 사전회의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노랑, 파랑, 분홍색 색지에 프린트 되어 붙어있다. 참가자들이 3개의 조로 나누어 앉아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공간 앞 발표자의 진행을 청취하고 있다.
그럼 16명의 활동가들이 3시간 동안 열띠게 나눈 이야기들을 소개해 볼게요!
○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나의 활동 키워드로 나를 소개하기
첫 순서는 각자의 활동 키워드를 2개씩 포스트잇에 적어서 이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보드에 차례로 붙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돌봄', '가족돌봄', '동물권' 같은 의제 관련 키워드부터 '말걸기, 만남, 수다', '다정함', '신뢰' 등의 활동의 태도와 관련된 키워드까지 정말 다양한 단어들이 소개되어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우리의 '교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사한 계열의 키워드는 세로로 붙이고, 서로 다른 키워드들은 가로로 넓게 퍼지며 붙여나가면서 우리의 '확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키워드 지도로 완성해 보았습니다.
○ 프로그램1. 돌봄X몸에 OOO은 필요없다
오늘도 역시나 돌아온, 우리의 돌봄에 필요없는 것을 밝혀내 보는 시간! 지금까지 청소년, 퀴어, 반빈곤, 몸 - 4가지 주제에서 나온 OOO들을 돌봄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에서는 구겨진 종이로 표현을 해 봤었는데요, 그러한 작품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렇게 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가와 당사자들, 활동지원사분들까지 함께한 워크숍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럼, 현장 사진과 함께 오늘의 OOO에는 어떤 말들이 채워졌는지 한 번 만나 볼까요?
△ 강의실 책상에 둘러앉은 여러 사람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은 휠체어에 누운 자세로 참여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손글씨로 쓴 포스터를 들거나 책상 위에 펼쳐두고 있다. 화면과 포스터에는 ‘몸X돌봄’, ‘24시간이 필요하다’ 등 돌봄을 주제로 한 문구가 보이며, 워크숍 모둠활동 중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다.
△ 강의실에서 모둠 구성원들이 마주 앉아 토론하며 손글씨 포스터를 보고 있다. 한 사람은 ‘몸×돌봄에 가족주의는 필요 없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설명하고 있고, 책상 위에는 색펜과 포스트잇, 메모가 펼쳐져 있다. 돌봄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워크숍 장면이다.
몸x돌봄에 시혜와 동정의 ‘복지’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병원에서 가족 보호자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동정과 격려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구획짓기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돌봄 당사자 배제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돌봄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필요없다
몸x돌봄에 그림자 취급은 필요없다
몸x돌봄에 선나누기는 필요없다
몸x돌봄에 가족주의는 필요없다
저는 같은 모둠에서 이야기나누었던 호영 님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호영 님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활동지원사와 함께 이동하는 일이 많은데요.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 보면 사람들이 호영님과 활동지원사 선생님을 마치 그림차처럼, 없는 사람들처럼 모른 척 그 앞에 새치기해서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해요. 그래서 쓴 포스터가 '몸X돌봄에 그림자 취급은 필요없다' 인데요.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민의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토론해 보고, 엘리베이터라는 시설의 절대적 부족도 큰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는, 가까운 길이 있어도 엘리베이터가 너무 멀리 있어서 역사의 끝과 끝을 오가며 헤매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몰려서 엘리베이터를 못타는 경험 때문에 약속에 늦기도 하니까요.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가 모든 출구에 있는 것처럼, 모든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 '몸X돌봄에 24시간이 필요하다'라는 포스터도 있었는데요. 장애인 활동지원사같은 경우는 사실 활동지원은 잠자는 시간을 포함한 모든 시간에 절실히 필요한 것인데, 등급을 나누어 시간이 배정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장애인들의 생활 반경을 너무나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이야기였어요.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만큼, 활동지원사가 함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 프로그램2. 돌봄X몸이 저항적 언어가 되려면- 선언문 쓰기
오늘은 세 조에서 선언문을 썼습니다! 신기한 게, 정말 각양각색의 활동가들이 고르게 조에 들어가요. HIV감염인 운동을 하는 단체 활동가, 마을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활동하는 활동가, 민우회 활동가 이런 식으로 다양한 구성을 마련하는데요, 토론하는 과정에서 서로서로 엄청 공감하면서 박수를 막 치면서 선언문을 쓴다는 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결국 돌봄이라는 것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고, 그 연결고리 속에서 만난 우리들은 이야기가 잘 통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아래에서 조별 활동 사진과, 세 조에서 쓴 선언문 전문을 만나 보겠습니다.
△ 선언문을 쓰고 있는 모습 클로즈 업.
△ 선언문 낭독을 하고 박수를 치고 있는 모둠 구성원들의 모습.

우리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 저항한다. 우리 모두는 ‘같음’을 지향한다.‘다름'은 함정이자 단절, 낙인이 되어 버린다.
우리는 다르기에 빠져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같기’에 서로 돌보고, 손을 잡을 것이다.
이 잡은 손을 불편해하는 시선을 거부한다.
우리는 돌봄의 네트워크를 더 확장할 것이다.
우리의 평등하고 난잡한 돌봄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2025. 07. 25. 호영, 성민, 소피아, 헤다, 곰도리 씀

우리의 돌봄은 이전과 다른 삶을 위한 혁명이 될 것이다.나는 나의 역사와 섹슈얼리티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돌봄을 원한다.
나는 각자의 고유성이 침해되지 않는 돌봄을 원한다.
나는 우리의 경험과 목소리로 빚어진 돌봄을 원한다.
나는 ‘나'를 꽃피우는 돌봄을 원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나이가 들어도 안정적인 장애인활동 지원을!
정규직 일자리를 !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를!
시설 폐지를!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
우리의 돌봄은 법적 가족이 아니어도 원하는 사람과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세상,
나의 해방, 모두의 해방을 위한 혁명이 될 것이다.
- 꽃다지, 류, 소중, 아령, 영애

<몸×돌봄 선언문>몸×돌봄에 연결과 공감을 방해하는 가족주의는 필요없다.
가족주의는 나와 타인의 연결을 막고, 공동체의 울타리를 좁히며, 돌봄의 벽을 세운다.
그 벽 앞에서 규정된 가족이 아닌 존재들로 하여금 좌절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가족주의에 저항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정해진 가족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나 기꺼이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돌봄의 세상을 상상한다.
2025. 07. 25. 연두, 세현, 예진(루), 새길
△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함께 찍은 단체사진. 실내 강의실에서 여러 사람이 단체로 모여 주먹을 들어 올린 채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일부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몇 사람은 전지 크기의 선언문을 들고 있다.
○ 크로쓰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쓰!' 의 후기를 마치며 ...
현재 제도적 돌봄은 노인, 아동,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일부에게 분절적이고 시혜적으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는 가족이 감당하지 못하는 돌봄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돌봄정책을 운영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정의로운 돌봄은 누구나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사회구조적으로 마련되고 돌봄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우리는 크로쓰워크숍을 기획하면서 그동안 주거, 생계, 노동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왔던, ‘시민’으로서 호명받지 못했던 경험과 의제가 있는 영역에서 돌봄이 이야기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청소년, 퀴어, 반빈곤, 몸(장애/건강권) 영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 함께 돌봄 의제에 대한 서로의 경험과 인식을 나누며 확장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tmi. 뜨거웠던 탄핵 광장에 나가서 민주주의를 되찾아 오느라 모두 너무너무 지치고 바쁜 가운데 제안드린 워크숍인데 함께해 주신 단체의 활동가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활동가와 단체 회원, 주민활동가 등 당사자들의 경험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정책적 돌봄 지원을 요구하는 이면에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립의 문제, 어떻게 각자의 영역에서 돌봄 관계망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 돌봄 받는 이의 주체성을 존중할 수 있는 시혜적이지 않은 돌봄, 공동체의 소진을 가져오지 않는 돌봄 관계 맺기 등의 구체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 각 영역에서 돌봄과 관련하여 어떤 고민과 과제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요. '돌봄이 혁명이 되려면?' 이라는 우리의 질문에, 돌봄이 어떻게 사회의 부정의한 체제에 맞설 수 있는 방편임을 확인해 가는 즐겁고 힘 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동안 여성운동에서는 돌봄 의제가 여성의 독박 돌봄, 그림자 노동, 돌봄 가치 절하 등과 관련하여 많이 다루어져 왔습니다. 이번 크로스워크숍을 통해 그보다 다양한 측면으로 확장하여 돌봄 의제를 다룰 수 있었어요. 돌봄 중심 사회의 모습을 다양한 얼굴과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돌봄이 여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생존과 삶에 깊숙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것, 나 또한 돌봄이라는 경험에서 '여성'이면서도 동시에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어떤 공동체와 관계맺으며 기여하고 싶은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혈연가족을 넘어선, 두텁지만 느슨한, 내 시간과 일상생활능력과 돌봄의 능력을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일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또한, 각 단체 활동가들에게도 돌봄 이슈가 왜 지금 이야기되어야 하는지 의제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주제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돌봄이라는 주제로 연결되는 경험은 아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참여자들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고민을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언어화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힘이 났다”, “고민을 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내 바람, 열망, 요구를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고 대담하게 바랄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후기를 남겨 주신 게 참 좋았어요.
그럼, 크로스워크숍의 영역별 후기의 대장정을 마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다른 영역들과 돌봄의 크로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1) 난잡하게 크로쓰- 사전회의 후기
(2) 청소년X돌봄 난잡하게 크로쓰- 후기
(3) 퀴어X돌봄 난잡하게 크로쓰- 후기
(4) 반빈곤X돌봄 난잡하게 크로쓰- 후기
(5) 몸x돌봄 난잡하게 크로쓰- 후기 ---[현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