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15일, 폴란드에서는 처음으로 동성 커플이 법적으로 부부로 인정받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성소수자 권리에 가장 보수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폴란드에서 나온 이번 소식은, 유럽 사회 안에서도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5월 17일은,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 인권과 평등을 이야기하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이기도 했습니다. 이 날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누군가의 존재와 사랑을 질병으로 규정하던 오래된 편견과 혐오를 넘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의미가 담긴 날입니다.
하지만 WHO의 결정으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많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새 정부는 내란세력을 몰아낸 민주주의의 광장을 이야기하며 출범했지만, 그 광장에서 누구보다 앞장섰던 성소수자 시민들의 삶은 아직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함께 살아온 동성 부부는 여전히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트랜스젠더 시민들은 단순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도 차별과 편견이 두려워 병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일상과 투표 과정에서도 배제와 불편을 경험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넘어, <517 성소수자평등의날>이라는 이름으로 이 날을 새롭게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혐오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민주광장을 함께 지켜온 성소수자 시민들의 삶이 실제 평등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기자회견과 평등대회,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하는 양이현경(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2026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공동행동)
차별금지법 제정, 혼인평등 실현, 성별인정법 마련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지금의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총 126개 단체, 108인 평등위원(5/11 16시 기준)으로 구성된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공동행동은 이재명 정부에 ‘성소수자 인권과제 3대 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 (※ 위 사진을 클릭하면,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발언의 현장을 볼 수 있어요) 그렇기에 올해의 🌈<517 성소수자평등의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권리를 더 이상 뒤로 미루지 말라”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5월 12일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5월 16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는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평등대회와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슬로건은 "민주주의의 심장에서"였습니다. 이 슬로건에는 광장을 밝힌 연대의 한가운데에서 언제나 민주주의와 평등을 외쳐왔던 성소수자 시민들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탄핵 이후 정권이 교체된 지금도 성소수자의 존재와 권리가 다시 정치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차별 없는 사회와 성소수자 평등을 선언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성소수자 평등대회' 현장에서 이어진 다양한 발언과 연대의 목소리 역시 많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날의 발언을 '일부' 전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에게 더 큰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2026 5.17 성소수자 평등의날 공동행동은 12일 이재명 정부에 ‘성소수자 인권과제 3대 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 퇴진광장에서 다채롭게 빛났던 수많은 시민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긴 요구안이었습니다. 20년 동안 혐오와 차별에 저항해온 시민들에게 이재명 정부는 그에 합당한 평등정책 실현으로 화답해야 합니다. 내년 5월 17일 성소수자 평등의날 집회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이재명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에 화답할 수 있도록 우리 서로를 조직합시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당사자들, 성소수자 앨라이들, 더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 그리고 이 땅에 평등을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이 자리에 더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더 조직하고 조직합시다. 우리가 서로를 돌보며 연대의 힘으로 20년을 이어온 만큼 우리가 바라는 평등은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더 조직합시다. 2027 5.17 성소수자 평등의날 기념대회 집회에 꼭 만나면 좋겠습니다!! 투쟁!! 🏳️🌈✊ - 김규진, 김세연 부부 내 연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을 때. 내 성별을 밝힐 수 없을 때.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말할 수 없을 때. 이런 순간들이 우리의 영혼을 다치게 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쉿!"을 외쳤을 때, 저는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우리 애가 부끄러워? 와이프 곧 올 건데 불편하게 만들면 나 뛰쳐나갈 줄 알아" 무슨. 주말드라마처럼. 그런데 재밌는 건, 소란스러워지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사과하고, 와이프가 왔을 때 정중히 대하고. 별문제 없이 장례 끝났습니다. "너만 참으면 안 불편해" 이런 말 듣지 마세요. "그래? 난 많이 참았다. 이번엔 네가 좀 참아봐"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요. 그리고 좀 불편한들 어떻습니까. 소란스러워야 사는 재미가 있습니다. 결혼하고 싶다, 얘기합시다. 성별 정정, 얘기합시다. 가정을 꾸릴 권리, 가정 밖의 결합을 꾸릴 권리,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다 얼굴 걸고 이름 걸고 시끄럽게 얘기합시다. 우리가 비참해해지 않도록. 감사합니다!
🏳️🌈✊ - 유들(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이제는 성별정정에 대한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간 쌓인 판례와 당사자의 삶과 요구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를 마련할 때가 됐습니다. 이미 전세계의 96개국이 성별정정과 관련된 법이 있고, 그 중 약 25개국에는 기준이 없습니다. 단지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별정정을 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데, 사무처리지침의 문제로 성별정정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는 시민의 삶을 지침 뒤에 숨겨두어야 합니까, 아니면 법으로 보호해야 합니까? 우리가 원하는 한국 사회는 누군가의 존재를 ‘허가’하는 사회입니까, 아니면 모두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입니까? |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발언자들 ⓒ 한국여성민우회)
이어진 공연에서는 서로의 존재를 지키며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이 광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솔가 님은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너를 채우는 일, 내 우주와 너의 우주가 만나는 일”이라는 노래 가사로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공연자 솔가 ⓒ 한국여성민우회)
다음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 - 화(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팔레스타인 퀴어 운동이 퀴어성을 예외화하지 않는 방식, 그것은 차이를 무화하거나 존재를 나중으로 미루는 선택이 아닙니다. 퀴어성의 표상을 독점하며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퀴어를 재차 고립시키는 이스라엘의 분열 책동에 대항하는 실천입니다. 퀴어화 된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서 소외되기를 거부하며 엄연한 저항의 주체로 활약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우리는 그 의지로부터 배웁시다. 빼앗긴 미래로 기어이 돌아가는 퀴어한 귀환을 지지합시다.
🏳️🌈✊ - 은선(장애여성공감) 새로운 민주주의를 외친 광장에서 흔들었던 무지개 깃발과 함께, 수많은 불구의 존재들과 함께 싸웁시다. 다르게 살아온 우리의 몸과 삶의 서사가 우리의 힘이라서 생각합니다. 불구의 존재들과 서로 돌보는 평등과 가슴뛰는 연대! 우리의 정체성을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치열하게 토론하고, 즐겁게 춤추듯 싸우고 싶습니다! 벅차고 뜨겁게 성소수자의 평등의 날 모두의 평등을 외칩시다! 차별의 시대를 끝내고 평등의 시대로 나아가자!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투쟁!
🏳️🌈✊ - 형진(홈리스행동) 사람을 시설로 밀어넣는 홈리스 복지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소수자 홈리스입니다. 예전에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분에겐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노숙인시설을 찾아갔는데, 법적 성별을 언급하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입소를 거부당했습니다. 저는 이런 질문만 계속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도시에서 이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 - 박한희(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우리는 지금 지난 해 겨울 함께 내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새로운 사회를 외쳤던 이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여기 민주주의 심장에서, 5월 17일을 ‘성소수자평등의날’로 선포합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 성소수자의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향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법 앞에 인정받고, 성소수자라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자고 함께 외칩니다. 2023년 내란수괴 윤석열이 용산에 집무실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 앞을 뚫고간 것이 성소수자들의 행진이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됩니다. 광장을 통해 만들어진 정치가 더 이상 성소수자의 삶을 외면할 수 없도록 함께 구호를 외치고, 깃발을 흔들며 나아갑시다. 우리는 반드시 혐오를 끝내고 평등을 실현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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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발언자들 ⓒ 한국여성민우회)
김도연 님의 공연이 이어졌는데요. "일어나"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가사를 함께 따라 부르며, 서로의 곁에서 다시 평등을 향해 나아갈 힘을 다짐했습니다.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낭독자들은 성소수자의 삶이 여전히 학교와 가족, 노동과 제도 곳곳에서 차별과 배제 속에 놓여 있음을 이야기하며,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광장을 가득 메웠던 무지갯빛 함성은 성소수자 평등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보여주었다며, 이제는 정치가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힘주어 외쳤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공연자 김도연, 선언문 낭독자들 ⓒ 한국여성민우회)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기념 2026 성소수자 평등대회 선언문]
민주주의의 심장에서 다시 외치는 함성, 혐오를 넘어 평등을 쟁취하자!
불과 1년 전,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은 이곳 광화문을 가득 메웠다. 무지개가 넘실대던 그 광장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들려주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은 성소수자라고, 여성이고, 장애인이며, 홈리스이자, 이주민이고, HIV 감염인이며, 학교 밖 청소년이고,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말해주었다. 우리 사회 가장자리로 떠밀려난 이들이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우리는 잠시 서로가 되어보았다.
우리는 윤석열 퇴진만을 외치지 않았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광장의 함성이자 시대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정치는 또다시 우리의 삶을 외면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함께 싸운 시민”이었던 성소수자는 또다시 ‘표 떨어지는’ 문제, 나중으로 미뤄질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면 그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의 수준이 보인다. 우리 곁에 화장실 사용을 피하려고 학교에서는 물 한 방울 마시지 않는 학생이 있다, 커밍아웃 이후 가족에게 쫓겨나 주거위기에 내몰리는 청소년이, 주민등록번호와 외모가 달라 일의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트랜스젠더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인의 혐오표현에 괴로워하는 유권자가, 평생 함께한 배우자가 죽거나 다쳐도 아무런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부부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 민주주의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오늘날 극우의 뿌리가 된 성소수자 차별선동 세력, 그리고 그에 굴복한 비겁한 정치를 기억한다. 서울시가 인권헌장에서 성소수자를 지우려 할 때, 군대가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위협하고, 인권변호사 출신 대선후보가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를 말하며 우리를 짓밟았다. 그때마다 우리는 혐오에 맞서 싸웠고,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평등의 언어를 만들어왔다. 그 과정은 어려웠지만 우리를 더욱 굳건히 서게 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역사의 큰 관점에서 한국사회는 느리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회보험부터 동성 부부의 권리가 인정받기 시작했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 국가 통계에 성소수자의 삶이 기록되기 시작했고, 혐오에 맞서 트랜스젠더 시민의 곁에 서겠다는 사람들이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이 곳 광장을 가득 채운 무지갯빛 함성은, 성소수자의 평등이 우리 시대의 핵심적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제 정치가 답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어떻게 성소수자의 삶을 외면하는가. 평등을 말하면서 어떻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면하는가. 빛의 혁명을 말하면서 어떻게 그곳을 가득 채웠던 우리의 목소리를 끝끝내 못 들은 체 하는가.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올해부터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517 성소수자평등의날’로 새롭게 기념한다. 혐오·차별에 맞서 싸우며 성장한 우리는, 이제 더 큰 목소리로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겠다. 단순히 혐오·차별받지 않을 권리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 사회의 동등한 시민으로서 온전한 평등과 권리를 쟁취하겠다.
이러한 각오를 담아,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동지들의 뜻을 모아 우리는 함께 외친다.
평등사회 실현하는 차별금지법 쟁취하자! 결혼제도 차별없게 혼인평등 실현하자! 신체침해 강요없는 성별인정법 제정하자!
성소수자의 권리와 평등, 우리가 쟁취하자! 혐오를 넘어 차별을 깨고, 평등으로 나아가자!
2026년 5월 16일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기념 2026 성소수자 평등대회 참가자 일동 |
선언문 낭독 후, 세종대로와 서울광장을 지나 서울시청까지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민우회 깃발은 "성소수자 만세"라고 적힌 행진트럭을 따라가며 "평등사회 실현하는 차별금지법 쟁취하자", "혐오를 넘어 차별을 깨고 평등으로 나아가자" 구호를 함께 외쳤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행진에서 펄럭이는 민우회 깃발 ⓒ 한국여성민우회)
행진 후, 권순부(무지개행동)님은 트랜스젠더도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 동성부부와 성소수자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갈 세상,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이 우리의 꿈이라며, 함께 힘을 모아 그 꿈을 실현하자고 발언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서 모인 이야기들이 향하는 방향은 결국 평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사랑과 젠더 정체성, 성적 지향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 차별과 혐오로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광장에서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낸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제는 정치와 제도 안에서도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요구였습니다. 그래서 발언들의 중심에는 이런 문장이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민주주의의 광장에 함께 있었고, 이제는 그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에도 평등으로 응답해야 한다.
내년 2027년 '성소수자평등대회'는, 올해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했던 이재명 정부의 ‘성소수자 인권과제 3대 요구안’이 실제로 이루어진 미래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혼인평등과 성별인정이 당연한 권리가 된 사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소수자의 권리와 평등, 우리가 쟁취하자!
혐오를 넘어 차별을 깨고, 평등으로 나아가자!
(▲사진설명: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기념 '성소수자평등대회'에서 피켓을 든 참여자들 뒤에 보이는 많은 깃발들 ⓒ 2026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공동행동)
함께 봐 주세요~!😉
※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
※ 성소수자평등의날 기념피켓, 깃발, 프꾸 인증샷 (영상은 👉 링크)
2026년 5월 15일, 폴란드에서는 처음으로 동성 커플이 법적으로 부부로 인정받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성소수자 권리에 가장 보수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폴란드에서 나온 이번 소식은, 유럽 사회 안에서도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5월 17일은,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 인권과 평등을 이야기하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이기도 했습니다. 이 날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누군가의 존재와 사랑을 질병으로 규정하던 오래된 편견과 혐오를 넘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의미가 담긴 날입니다.
하지만 WHO의 결정으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많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새 정부는 내란세력을 몰아낸 민주주의의 광장을 이야기하며 출범했지만, 그 광장에서 누구보다 앞장섰던 성소수자 시민들의 삶은 아직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함께 살아온 동성 부부는 여전히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트랜스젠더 시민들은 단순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도 차별과 편견이 두려워 병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일상과 투표 과정에서도 배제와 불편을 경험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넘어, <517 성소수자평등의날>이라는 이름으로 이 날을 새롭게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혐오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민주광장을 함께 지켜온 성소수자 시민들의 삶이 실제 평등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기자회견과 평등대회,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하는 양이현경(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2026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공동행동)
차별금지법 제정, 혼인평등 실현, 성별인정법 마련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지금의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총 126개 단체, 108인 평등위원(5/11 16시 기준)으로 구성된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공동행동은 이재명 정부에 ‘성소수자 인권과제 3대 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 (※ 위 사진을 클릭하면,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발언의 현장을 볼 수 있어요) 그렇기에 올해의 🌈<517 성소수자평등의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권리를 더 이상 뒤로 미루지 말라”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5월 12일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5월 16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는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평등대회와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슬로건은 "민주주의의 심장에서"였습니다. 이 슬로건에는 광장을 밝힌 연대의 한가운데에서 언제나 민주주의와 평등을 외쳐왔던 성소수자 시민들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탄핵 이후 정권이 교체된 지금도 성소수자의 존재와 권리가 다시 정치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차별 없는 사회와 성소수자 평등을 선언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성소수자 평등대회' 현장에서 이어진 다양한 발언과 연대의 목소리 역시 많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날의 발언을 '일부' 전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에게 더 큰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2026 5.17 성소수자 평등의날 공동행동은 12일 이재명 정부에 ‘성소수자 인권과제 3대 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 퇴진광장에서 다채롭게 빛났던 수많은 시민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긴 요구안이었습니다. 20년 동안 혐오와 차별에 저항해온 시민들에게 이재명 정부는 그에 합당한 평등정책 실현으로 화답해야 합니다. 내년 5월 17일 성소수자 평등의날 집회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이재명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에 화답할 수 있도록 우리 서로를 조직합시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당사자들, 성소수자 앨라이들, 더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 그리고 이 땅에 평등을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이 자리에 더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더 조직하고 조직합시다. 우리가 서로를 돌보며 연대의 힘으로 20년을 이어온 만큼 우리가 바라는 평등은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더 조직합시다. 2027 5.17 성소수자 평등의날 기념대회 집회에 꼭 만나면 좋겠습니다!! 투쟁!!
🏳️🌈✊
- 김규진, 김세연 부부
내 연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을 때. 내 성별을 밝힐 수 없을 때.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말할 수 없을 때. 이런 순간들이 우리의 영혼을 다치게 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쉿!"을 외쳤을 때, 저는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우리 애가 부끄러워? 와이프 곧 올 건데 불편하게 만들면 나 뛰쳐나갈 줄 알아" 무슨. 주말드라마처럼. 그런데 재밌는 건, 소란스러워지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사과하고, 와이프가 왔을 때 정중히 대하고. 별문제 없이 장례 끝났습니다.
"너만 참으면 안 불편해" 이런 말 듣지 마세요. "그래? 난 많이 참았다. 이번엔 네가 좀 참아봐"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요. 그리고 좀 불편한들 어떻습니까. 소란스러워야 사는 재미가 있습니다. 결혼하고 싶다, 얘기합시다. 성별 정정, 얘기합시다. 가정을 꾸릴 권리, 가정 밖의 결합을 꾸릴 권리,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다 얼굴 걸고 이름 걸고 시끄럽게 얘기합시다. 우리가 비참해해지 않도록. 감사합니다!
🏳️🌈✊
- 유들(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이제는 성별정정에 대한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간 쌓인 판례와 당사자의 삶과 요구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를 마련할 때가 됐습니다. 이미 전세계의 96개국이 성별정정과 관련된 법이 있고, 그 중 약 25개국에는 기준이 없습니다. 단지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별정정을 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데, 사무처리지침의 문제로 성별정정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는 시민의 삶을 지침 뒤에 숨겨두어야 합니까, 아니면 법으로 보호해야 합니까? 우리가 원하는 한국 사회는 누군가의 존재를 ‘허가’하는 사회입니까, 아니면 모두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입니까?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발언자들 ⓒ 한국여성민우회)
이어진 공연에서는 서로의 존재를 지키며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이 광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솔가 님은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너를 채우는 일, 내 우주와 너의 우주가 만나는 일”이라는 노래 가사로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공연자 솔가 ⓒ 한국여성민우회)
다음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
- 화(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팔레스타인 퀴어 운동이 퀴어성을 예외화하지 않는 방식, 그것은 차이를 무화하거나 존재를 나중으로 미루는 선택이 아닙니다. 퀴어성의 표상을 독점하며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퀴어를 재차 고립시키는 이스라엘의 분열 책동에 대항하는 실천입니다. 퀴어화 된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서 소외되기를 거부하며 엄연한 저항의 주체로 활약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우리는 그 의지로부터 배웁시다. 빼앗긴 미래로 기어이 돌아가는 퀴어한 귀환을 지지합시다.
🏳️🌈✊
- 은선(장애여성공감)
새로운 민주주의를 외친 광장에서 흔들었던 무지개 깃발과 함께, 수많은 불구의 존재들과 함께 싸웁시다. 다르게 살아온 우리의 몸과 삶의 서사가 우리의 힘이라서 생각합니다. 불구의 존재들과 서로 돌보는 평등과 가슴뛰는 연대! 우리의 정체성을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치열하게 토론하고, 즐겁게 춤추듯 싸우고 싶습니다! 벅차고 뜨겁게 성소수자의 평등의 날 모두의 평등을 외칩시다! 차별의 시대를 끝내고 평등의 시대로 나아가자!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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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진(홈리스행동)
사람을 시설로 밀어넣는 홈리스 복지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소수자 홈리스입니다.
예전에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분에겐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노숙인시설을 찾아갔는데, 법적 성별을 언급하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입소를 거부당했습니다. 저는 이런 질문만 계속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도시에서 이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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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희(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우리는 지금 지난 해 겨울 함께 내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새로운 사회를 외쳤던 이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여기 민주주의 심장에서, 5월 17일을 ‘성소수자평등의날’로 선포합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 성소수자의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향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법 앞에 인정받고, 성소수자라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자고 함께 외칩니다.
2023년 내란수괴 윤석열이 용산에 집무실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 앞을 뚫고간 것이 성소수자들의 행진이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됩니다. 광장을 통해 만들어진 정치가 더 이상 성소수자의 삶을 외면할 수 없도록 함께 구호를 외치고, 깃발을 흔들며 나아갑시다. 우리는 반드시 혐오를 끝내고 평등을 실현할 것입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발언자들 ⓒ 한국여성민우회)
김도연 님의 공연이 이어졌는데요. "일어나"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가사를 함께 따라 부르며, 서로의 곁에서 다시 평등을 향해 나아갈 힘을 다짐했습니다.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낭독자들은 성소수자의 삶이 여전히 학교와 가족, 노동과 제도 곳곳에서 차별과 배제 속에 놓여 있음을 이야기하며,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광장을 가득 메웠던 무지갯빛 함성은 성소수자 평등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보여주었다며, 이제는 정치가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힘주어 외쳤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공연자 김도연, 선언문 낭독자들 ⓒ 한국여성민우회)
선언문 낭독 후, 세종대로와 서울광장을 지나 서울시청까지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민우회 깃발은 "성소수자 만세"라고 적힌 행진트럭을 따라가며 "평등사회 실현하는 차별금지법 쟁취하자", "혐오를 넘어 차별을 깨고 평등으로 나아가자" 구호를 함께 외쳤습니다.
(▲사진: '517 성소수자평등대회' 행진에서 펄럭이는 민우회 깃발 ⓒ 한국여성민우회)
행진 후, 권순부(무지개행동)님은 트랜스젠더도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 동성부부와 성소수자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갈 세상,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이 우리의 꿈이라며, 함께 힘을 모아 그 꿈을 실현하자고 발언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서 모인 이야기들이 향하는 방향은 결국 평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사랑과 젠더 정체성, 성적 지향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 차별과 혐오로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광장에서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낸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제는 정치와 제도 안에서도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요구였습니다. 그래서 발언들의 중심에는 이런 문장이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민주주의의 광장에 함께 있었고, 이제는 그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에도 평등으로 응답해야 한다.
내년 2027년 '성소수자평등대회'는, 올해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했던 이재명 정부의 ‘성소수자 인권과제 3대 요구안’이 실제로 이루어진 미래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혼인평등과 성별인정이 당연한 권리가 된 사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소수자의 권리와 평등, 우리가 쟁취하자!
혐오를 넘어 차별을 깨고, 평등으로 나아가자!
(▲사진설명: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기념 '성소수자평등대회'에서 피켓을 든 참여자들 뒤에 보이는 많은 깃발들 ⓒ 2026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공동행동)
함께 봐 주세요~!😉
※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
※ 성소수자평등의날 기념피켓, 깃발, 프꾸 인증샷 (영상은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