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출범한 ‘강간죄’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개정연대)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올해 8월, 강간죄개정연대는 미국의 ‘동의’ 기준 성폭력 법의 실제를 톺아보고 한국에서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미국 라모나 알빈(Ramona Albin) 샘포드 대학교 컴벌랜드 로스쿨 교수를 초청하여 국회 토론회와 활동가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 국회 토론회 후기 읽기
📍 활동가 간담회 후기 읽기
9월에는 프랑스 알레스 지방법원 검찰청 성폭력 및 가정폭력 전문 검사인 산드린 미라벨로를 초청하여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토론회에는 약 80명의 여성 및 시민 단체 활동가, 변호사, 관련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뜨거운 참여가 있었습니다.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 상임대표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발제 1 프랑스 형법 ‘동의 기준’ 개정 후 성폭력 수사 기소 재판
_산드린 미라벨로(프랑스 알레스 지방법원 검찰청 성폭력 및 가정폭력 전문 검사)
프랑스에서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 강간죄 개정을 위한 시도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마잔 사건* 이후 강간죄 개정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2025년 형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법 개정으로 기존의 성폭력 구성요건-폭력, 협박, 위력, 위계-에 동의 여부가 추가되었고, 기존 구성요건은 경찰이 동의 여부를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동의를 입증하는 요소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개정 형법에서 동의는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특정 행위에 대해 명시적으로, 성적 행위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며, 성적 행위 이전이나 도중에 철회 가능하고, 피해자의 침묵이나 무반응으로 추론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마잔 사건: 10년간 남편이 아내에게 약물을 복용하여 의식을 잃게 한 후, 만남 사이트에서 접촉한 50명의 남자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에게 강간을 저지르게 한 사건 – 토론회 자료집 <발제2> 62쪽
법 개정과 함께 피해자의 특성과 상태를 고려한 피해자 질문과 면담 지침이 마련되었고, 피해자의 성별, 연령, 장애 등에 따라 적합한 조사 방식과 질문 체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사를 담당하는 경찰과 군경찰, 수사관은 모두 피해자 면담 및 조사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수사관은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조사하면서 피해자 진술을 경청하고 새로운 트라우마를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피해자 진술을 녹음하거나 촬영하여, 검사는 이 자료를 살피고, 피해자가 같은 진술을 반복하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검사는 성폭력 사건의 기소‧불기소를 결정하기 위해 피해자 진술을 청취하고 사건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때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을 받아들이고 말하는 시간은 사법 절차의 시간과 같을 수 없고, 피해자에게는 이 과정이 힘들 수 있기에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법제도, 인간적인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검사와 경찰은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인정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경찰과 검사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경찰과 검사 모두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지 등 사건과 업무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여 사건 발생 후 관련 사진이나 영상 등을 확보하여 보관하고, 현장 및 증언을 조사합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었거나, 피해자의 행동 변화를 목격한 간접증인을 조사하고, 피‧가해자 휴대폰 등을 조사한 후 피해자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조사 과정이 길지만, 시간이 걸려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조사는 마지막에 진행됩니다.
조사에서는 피의자가 상대의 동의 없음을 인식했는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이에 더해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피의자에게 나르시스트 같은 자기애적 성향이나 타인을 조종하는 특성이 있는지 등을 파악합니다.
피의자 조사 전에 확실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조사에는 범죄자 프로파일링 교육을 받은 정신건강전문가도 참여하는데, 이들의 참여는 사실을 규명하고 사건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조사를 마치면 검사는 기소‧불기소를 결정해야 합니다. 충분한 증거나 정황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게 되는데, 이 경우 피해자(피해자 지원 단체 동행 가능)를 불러 불기소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불기소 처분이 되었다고 바로 종결되는 게 아니라, 피해자는 수사 재개시나 보완 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증거 확보가 되어 피의자가 송치될 경우 예심수사가 개시되며, 판사는 심층 수사를 진행하도록 합니다. 심층 수사 후 중범죄를 다루는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됩니다.
첫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는 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의 중심의 법 개정 후, 성폭력 신고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피해를 적극적으로 말하고 신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유죄 판결 역시 2배 이상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어려움과 아쉬움이 있고 앞으로도 과제가 있으나, 우리의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발제 2 프랑스의 비동의간음죄 도입과 그 시사점_전윤경(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형법은 폭행과 협박을 구성 요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강간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어려운데요.
동의의 경우, 어떤 경우를 성폭력 범죄로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누구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실무를 하면서 피의자로부터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주장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폭행과 협박이 구성요건이지만 피의자가 동의했다고 주장할 경우,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저항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됩니다. 피해자의 저항이나 구조 요청이 없으면 동의가 있었다는 피의자 주장을 배척하기 어렵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동의는 충분한 정보에 기반하여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특정 성적 행위에 대해 국한되어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행위에 대해 각각의 동의가 철회 가능합니다. 이는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으로 나열된 동의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더해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상대를 성적대상화하지 않고 동의를 애매하게 넘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에게는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에 충실한 법률이 필요합니다.
비동의간음죄가 도입되면 법률가의 태도도 변화해야 합니다.
성인지감수성을 바탕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진술신빙성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며, 피해자의 저항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된 동의를 받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토론 1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초석, 형법상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
_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프랑스 형법 개정은 형법상 성폭력 정의를 명확히 하고, 기존의 폭행‧협박‧강압‧위계의 구성요건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비동의 상황에서 발생한 강간 피해를 법적으로 명문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동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고, 동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소추와 재판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성폭력 범죄를 규율하는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등 주요 법체계에서 성폭력에 대해 일반적이고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사회문화적, 교육적으로는 성폭력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가하는 모든 성적 행위로 정의하면서 동의 여부를 성폭력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교육적 인식과 실제 법적 판단 기준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여성인권단체들은 그동안 피해자와 연대하며 폭행‧협박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행 강간죄의 개정과 강간죄 판단에 적용되어 온 ‘최협의설’* 폐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동의에 기반한 강간 입법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보다 충실히 보장하고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나아갔듯이 한국에서도 구체적인 법과 제도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최협의설: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건을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좁게 해석하는 방식
토론 2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 등 한국 사법 과제: ‘아내 강간’을 중심으로
_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프랑스 마잔 사건의 가해자들은 남편이 허락하여 피해자가 동의한 줄 알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는 혼인 관계에서 아내는 남편에 의해 동의가 당연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는 2013년 혼인 관계에서도 아내 강간이 인정된 판례가 있으나, ‘최협의설’에 입각한 판례로, 가정 내 성폭력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보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에는 성적 침해가 부재하며 친족성폭력의 친족 관계 규정에는 배우자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은 관계의 동의일 뿐 모든 성관계의 동의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하며, 이에 대한 동의 여부로의 강간죄 구성요건, 배우자 간의 성폭력 명문화, 친밀한 관계 내 성적 폭력 가시화, ‘동거 의무’가 ‘성관계 의무’가 아님을 명시하는 민법 개정 등이 필요하며, 성폭력을 포함하여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론 3 비동의간음죄 논의, 조문을 넘어 집행으로: 프랑스의 입법과 수사 실무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_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비동의 중심의 구성요건을 도입한다면 이를 실제 수사와 재판에서 어떻게 증명하고 작동하게 할까요? 형법의 조항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설계가 중요합니다.
비동의간음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우려는 무죄추정 원칙과 증명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피해자의 침묵, 비저항, 지연신고, 사건 후의 연락이나 관계 지속을 곧 동의나 허위 진술의 근거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반응은 일률적이지 않고, 특히 친밀한 관계나 위력 관계 안에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침묵이나 비저항만으로 비동의와 행위자의 고의가 자동으로 증명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당시의 언어적‧비언어적 표현, 양 당사자의 관계, 음주‧약물‧수면 등 의사결정 능력의 상태, 행위의 경위, 중단 요구 여부, 디지털 대화와 주변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더 이상 통념에 의한 수사는 용인되어서는 안 됩니다.
토론4_송지은(성평등가족부 성폭력방지과 과장)
성폭력의 발생 원인은 평등한 관계 및 상대에 대한 존중 부재입니다.
형법에서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 피해 양상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가해자의 행위 수단은 강요나 속임 회유 등 비물리적 폭력인 경우가 많고, 권력 또는 위계, 알코올이나 약물, 성적 촬영물 등을 빌미로 한 성폭력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강간죄 개정을 통한 성적 보호 기능, 평등과 존중 가치 회복이라는 설명에 동의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사법 체계 재편하는 흐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객관적으로 동의를 확인하기 어렵다거나, 진술 위주로 판단할 경우 피고인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한다는 오해와 불안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비동의강간죄는 단순히 처벌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평등 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토론5_전지혜(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여성폭력정책계장)
경찰 입장에서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현행 구성 요건으로 인해 법과 실제 경험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며, 피해자에게 진술을 반복시키며 저항을 입증하라고 요구합니다. 경찰에 의한 2차 피해 사례를 조사하였을 때, 피해자들은 동의가 없었음에도 사건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호소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법 개정만으로 자동적으로 이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피해자에게 ‘저항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거절을 했는지’로 바뀌며,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동의 중심의 법 개정 이후 2차 피해를 줄이려면 경찰의 프로토콜 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경찰의 성폭력피해자 표준조사모델이 마련되어 있으나,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살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찰 대상의 전문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경찰입장에서 업무 과중 등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여건이 있는 상황이라, 고민이 남아 있습니다.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산드린 미라벨로 검사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프랑스 형법이 동의 기준으로 개정된 이후 수사사법절차 및 관계자들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에 그치지 않고, 법을 수행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 진행과 구체적인 수사 절차 마련 등 통합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간죄개정연대는 이러한 시사점을 참조하여 앞으로도 강간죄개정과 함께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고자 합니다. 이 여정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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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8일 출범한 ‘강간죄’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개정연대)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올해 8월, 강간죄개정연대는 미국의 ‘동의’ 기준 성폭력 법의 실제를 톺아보고 한국에서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미국 라모나 알빈(Ramona Albin) 샘포드 대학교 컴벌랜드 로스쿨 교수를 초청하여 국회 토론회와 활동가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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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는 프랑스 알레스 지방법원 검찰청 성폭력 및 가정폭력 전문 검사인 산드린 미라벨로를 초청하여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토론회에는 약 80명의 여성 및 시민 단체 활동가, 변호사, 관련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뜨거운 참여가 있었습니다.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 상임대표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발제 1 프랑스 형법 ‘동의 기준’ 개정 후 성폭력 수사 기소 재판
_산드린 미라벨로(프랑스 알레스 지방법원 검찰청 성폭력 및 가정폭력 전문 검사)
프랑스에서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 강간죄 개정을 위한 시도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마잔 사건* 이후 강간죄 개정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2025년 형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법 개정으로 기존의 성폭력 구성요건-폭력, 협박, 위력, 위계-에 동의 여부가 추가되었고, 기존 구성요건은 경찰이 동의 여부를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동의를 입증하는 요소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개정 형법에서 동의는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특정 행위에 대해 명시적으로, 성적 행위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며, 성적 행위 이전이나 도중에 철회 가능하고, 피해자의 침묵이나 무반응으로 추론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마잔 사건: 10년간 남편이 아내에게 약물을 복용하여 의식을 잃게 한 후, 만남 사이트에서 접촉한 50명의 남자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에게 강간을 저지르게 한 사건 – 토론회 자료집 <발제2> 62쪽
법 개정과 함께 피해자의 특성과 상태를 고려한 피해자 질문과 면담 지침이 마련되었고, 피해자의 성별, 연령, 장애 등에 따라 적합한 조사 방식과 질문 체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사를 담당하는 경찰과 군경찰, 수사관은 모두 피해자 면담 및 조사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수사관은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조사하면서 피해자 진술을 경청하고 새로운 트라우마를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피해자 진술을 녹음하거나 촬영하여, 검사는 이 자료를 살피고, 피해자가 같은 진술을 반복하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검사는 성폭력 사건의 기소‧불기소를 결정하기 위해 피해자 진술을 청취하고 사건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때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을 받아들이고 말하는 시간은 사법 절차의 시간과 같을 수 없고, 피해자에게는 이 과정이 힘들 수 있기에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법제도, 인간적인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검사와 경찰은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인정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경찰과 검사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경찰과 검사 모두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지 등 사건과 업무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여 사건 발생 후 관련 사진이나 영상 등을 확보하여 보관하고, 현장 및 증언을 조사합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었거나, 피해자의 행동 변화를 목격한 간접증인을 조사하고, 피‧가해자 휴대폰 등을 조사한 후 피해자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조사 과정이 길지만, 시간이 걸려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조사는 마지막에 진행됩니다.
조사에서는 피의자가 상대의 동의 없음을 인식했는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이에 더해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피의자에게 나르시스트 같은 자기애적 성향이나 타인을 조종하는 특성이 있는지 등을 파악합니다.
피의자 조사 전에 확실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조사에는 범죄자 프로파일링 교육을 받은 정신건강전문가도 참여하는데, 이들의 참여는 사실을 규명하고 사건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조사를 마치면 검사는 기소‧불기소를 결정해야 합니다. 충분한 증거나 정황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게 되는데, 이 경우 피해자(피해자 지원 단체 동행 가능)를 불러 불기소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불기소 처분이 되었다고 바로 종결되는 게 아니라, 피해자는 수사 재개시나 보완 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증거 확보가 되어 피의자가 송치될 경우 예심수사가 개시되며, 판사는 심층 수사를 진행하도록 합니다. 심층 수사 후 중범죄를 다루는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됩니다.
첫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는 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의 중심의 법 개정 후, 성폭력 신고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피해를 적극적으로 말하고 신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유죄 판결 역시 2배 이상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어려움과 아쉬움이 있고 앞으로도 과제가 있으나, 우리의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발제 2 프랑스의 비동의간음죄 도입과 그 시사점_전윤경(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형법은 폭행과 협박을 구성 요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강간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어려운데요.
동의의 경우, 어떤 경우를 성폭력 범죄로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누구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실무를 하면서 피의자로부터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주장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폭행과 협박이 구성요건이지만 피의자가 동의했다고 주장할 경우,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저항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됩니다. 피해자의 저항이나 구조 요청이 없으면 동의가 있었다는 피의자 주장을 배척하기 어렵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동의는 충분한 정보에 기반하여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특정 성적 행위에 대해 국한되어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행위에 대해 각각의 동의가 철회 가능합니다. 이는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으로 나열된 동의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더해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상대를 성적대상화하지 않고 동의를 애매하게 넘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에게는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에 충실한 법률이 필요합니다.
비동의간음죄가 도입되면 법률가의 태도도 변화해야 합니다.
성인지감수성을 바탕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진술신빙성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며, 피해자의 저항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된 동의를 받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토론 1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초석, 형법상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
_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프랑스 형법 개정은 형법상 성폭력 정의를 명확히 하고, 기존의 폭행‧협박‧강압‧위계의 구성요건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비동의 상황에서 발생한 강간 피해를 법적으로 명문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동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고, 동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소추와 재판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성폭력 범죄를 규율하는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등 주요 법체계에서 성폭력에 대해 일반적이고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사회문화적, 교육적으로는 성폭력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가하는 모든 성적 행위로 정의하면서 동의 여부를 성폭력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교육적 인식과 실제 법적 판단 기준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여성인권단체들은 그동안 피해자와 연대하며 폭행‧협박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행 강간죄의 개정과 강간죄 판단에 적용되어 온 ‘최협의설’* 폐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동의에 기반한 강간 입법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보다 충실히 보장하고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나아갔듯이 한국에서도 구체적인 법과 제도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최협의설: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건을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좁게 해석하는 방식
토론 2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 등 한국 사법 과제: ‘아내 강간’을 중심으로
_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프랑스 마잔 사건의 가해자들은 남편이 허락하여 피해자가 동의한 줄 알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는 혼인 관계에서 아내는 남편에 의해 동의가 당연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는 2013년 혼인 관계에서도 아내 강간이 인정된 판례가 있으나, ‘최협의설’에 입각한 판례로, 가정 내 성폭력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보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에는 성적 침해가 부재하며 친족성폭력의 친족 관계 규정에는 배우자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은 관계의 동의일 뿐 모든 성관계의 동의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하며, 이에 대한 동의 여부로의 강간죄 구성요건, 배우자 간의 성폭력 명문화, 친밀한 관계 내 성적 폭력 가시화, ‘동거 의무’가 ‘성관계 의무’가 아님을 명시하는 민법 개정 등이 필요하며, 성폭력을 포함하여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론 3 비동의간음죄 논의, 조문을 넘어 집행으로: 프랑스의 입법과 수사 실무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_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비동의 중심의 구성요건을 도입한다면 이를 실제 수사와 재판에서 어떻게 증명하고 작동하게 할까요? 형법의 조항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설계가 중요합니다.
비동의간음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우려는 무죄추정 원칙과 증명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피해자의 침묵, 비저항, 지연신고, 사건 후의 연락이나 관계 지속을 곧 동의나 허위 진술의 근거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반응은 일률적이지 않고, 특히 친밀한 관계나 위력 관계 안에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침묵이나 비저항만으로 비동의와 행위자의 고의가 자동으로 증명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당시의 언어적‧비언어적 표현, 양 당사자의 관계, 음주‧약물‧수면 등 의사결정 능력의 상태, 행위의 경위, 중단 요구 여부, 디지털 대화와 주변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더 이상 통념에 의한 수사는 용인되어서는 안 됩니다.
토론4_송지은(성평등가족부 성폭력방지과 과장)
성폭력의 발생 원인은 평등한 관계 및 상대에 대한 존중 부재입니다.
형법에서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 피해 양상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가해자의 행위 수단은 강요나 속임 회유 등 비물리적 폭력인 경우가 많고, 권력 또는 위계, 알코올이나 약물, 성적 촬영물 등을 빌미로 한 성폭력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강간죄 개정을 통한 성적 보호 기능, 평등과 존중 가치 회복이라는 설명에 동의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사법 체계 재편하는 흐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객관적으로 동의를 확인하기 어렵다거나, 진술 위주로 판단할 경우 피고인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한다는 오해와 불안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비동의강간죄는 단순히 처벌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평등 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토론5_전지혜(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여성폭력정책계장)
경찰 입장에서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현행 구성 요건으로 인해 법과 실제 경험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며, 피해자에게 진술을 반복시키며 저항을 입증하라고 요구합니다. 경찰에 의한 2차 피해 사례를 조사하였을 때, 피해자들은 동의가 없었음에도 사건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호소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법 개정만으로 자동적으로 이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피해자에게 ‘저항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거절을 했는지’로 바뀌며,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동의 중심의 법 개정 이후 2차 피해를 줄이려면 경찰의 프로토콜 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경찰의 성폭력피해자 표준조사모델이 마련되어 있으나,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살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찰 대상의 전문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경찰입장에서 업무 과중 등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여건이 있는 상황이라, 고민이 남아 있습니다.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산드린 미라벨로 검사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프랑스 형법이 동의 기준으로 개정된 이후 수사사법절차 및 관계자들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에 그치지 않고, 법을 수행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 진행과 구체적인 수사 절차 마련 등 통합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간죄개정연대는 이러한 시사점을 참조하여 앞으로도 강간죄개정과 함께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고자 합니다. 이 여정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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