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후원의 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
후기
지난 수요일 (어제 같은데 벌써 지난 수요일이 되었네요?)7/13 저녁 7시. 충무로역 인근 ‘라비두스’에서한국여성민우회 2022년 후원의 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가 열렸습니다. 그 가슴 벅찼던 현장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준비에 진심인 우리
3년 만의 오프라인 ‘후원의 밤’을 준비하며 활동가들 역시 너무 설렜습니다! 우리 정말 후원자들 얼굴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활동가 인사도 직접 하고 그러는 거야?! 막 이런 마음에 떨리고 너무 기대됐어요. 후원을 요청드렸던 회원분들과 지인, 기업에서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에 ‘잘하고 싶다’, ‘우리 좀 멋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몽글몽글~ 하필 비까지 쏟아지면서 활동가들의 긴장지수는 점점 더 올라가고...
*사진설명: 사무실에서 후원의 밤 마지막 순서, 팀 소개를 준비하며 분주한 활동가들
*사진설명: ‘라비두스’에 도착해서 포토존 커튼을 망치고 있는 활동가들
드디어 참석자분들이 빗속을 뚫고 한두 분씩 입장하기 시작하셨어요! 일찍 도착하신 참여자분들은 일단 데스크에서 참여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을 하고, 후원의 밤 리플릿을 받으시고 도시락과 테이블을 결정하면 됩니다. 여유가 있다면 민우회 후원 티셔츠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갑자기 나는 Weird[이상한] 인가 Wild[야상의] 인가 Tired[피곤한]일까 고민에 빠짐)
*사진설명: (좌)조금씩 입장을 시작하고 계신 참여자들/ (우)민우회 후원티셔츠 판매 데스크
민우회는 코로나19여파가 가시지 않아,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참여자분들을 위한 식사를 도시락으로 준비했습니다. 도시락은 ‘논비건’과 ‘비건’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둘 다 우위를 가리기 어렵게 맛있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검정색 수거 가능 도시락통에 담긴 논비건 도시락은 이주여성 운영 마을기업에서 주문한 것이고요. 비건 도시락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종이 용기를 사용하였습니다.
*사진설명: (좌)도시락을 지키는 자들/ (우) 수거가능용기, 논비건 도시락
포토존: 공기처럼 일어서기
후원의 밤에 빠질 수 없는 포토존! 다행히 비가 조금씩 그쳐서 ‘라비두스’ 잔디밭을 배경으로 민우회가 준비한 피켓을 들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촬영 컨셉은 공기처럼 일어서기?)풍선이 잔뜩 준비된 포토존에서 많은 참여자분들께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진기록을 남겨주셨어요!
*사진 설명: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에 응해주신 활동가와 회원들!
낯가리는 외향인을 위한 테이블?
‘후원의 밤’ 참여자들의 착석 과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관문! 어떤 테이블에 앉을 것이냐!
민우회는 혼자 오실 다양한 후원자분들을 위해 홀로 참여해도 작은 공통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만한 테이블 테마를 정했습니다. 구석에 위치한 ‘구석을 좋아하는 사람들’,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 ‘퇴근하고 힘내서 온 사람들’,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에 함께하는 사람들’ 등등의 테이블이 있었답니다. 덕분에 혼자 오신 분들도 각자 원하는 테이블을 고르셔서 쑥스럽지만 옆 사람들과 친밀도 +10 정도 가지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진설명: (좌)후원의밤 테이블 배치/ (우)테이블마다 배치된 테이블 테마 이름표
7:30 드디어 ‘후원의밤’ 시작
*사진설명: 시 낭독을 위해 암전 된 무대
7:30이 되자 실내의 불이 꺼지고 떠들썩했던 장 내가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면서 올해 후원의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의 모티브가 된 마야 안젤루의 시, ‘그래도 나는 일어설 것이다’가 어둠 속에 낭송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일어설 것이다
당신은 비틀린 왜곡된 거짓말로
나를 역사에 기록하려 할 것이다
나를 더러운 곳에서 짓밟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먼지처럼 일어설 것이다
태양처럼 달처럼,
밀물과 썰물처럼
뚜렷하게 높이 솟구치는 희망처럼
나는 일어설 것이다
당신은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 원하는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길 바라는가
당신은 내 영혼이 눈물에 젖어 약해지고
내 어깨가 눈물방울처럼 축 쳐지기를 원하겠지
당신이 말로 내게 총을 쏠 수도 있다
당신이 눈으로 나를 벨 수도 있다
당신이 증오로 나를 죽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의 오두막으로부터 뛰쳐나와
나는 일어설 것이다
고통의 뿌리인 과거로부터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검은 바다처럼 뛰어오르고, 넓은 곳으로 달릴 것이며
파도 속에 솟구치고 부풀어 오를 것이다.
테러가 일어나는 공포의 밤들을 뒤로하고
나의 선조들이 내게 준 선물들을 안고서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억눌린 자들의 희망이며 꿈이니.
나는 일어설 것이다.
거짓과 증오와 테러, 짓밟힘 속에서 선조들에게 받은 선물을 안고 먼지처럼, 그리고 공기처럼 다시 일어나겠다는 시가 정말 마음을 울리는데요. 회원 청오리, 모리, 그리고 동북민우회 활동가 이응. 이렇게 3명이 읊어내려가는 시구절에 마음이 장엄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낭독자분들 마이크를 모두 걷기도 전에, 바로 후원의 밤 분위기가 전환됩니다. ‘라비두스’ 2층 계단에서 화려한 조명 속에 꽃가루를 흩날리며 바로바로 한국여성민우회 공동 대표 나우와 미몽이 흥겨운 노래와 함께 걸어내려오는데요! 무대에 내려온 나우와 미몽은 ‘덤디덤디(DUMDi DUMDi)’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여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사진설명: 계단을 내려오는 민우회 공동대표
*사진설명: 칼군무를 선보이고 있는 민우회 공동대표 (좌)미몽(강혜란) (우)나우(최진협)
*사진설명: 후원의밤 진행을 맡은 사무처장 꼬깜
*사진설명: 후원의밤에 참여해주신 후원자분들
오늘 진행은 민우회 사무처장 꼬깜이 맡아주셨습니다. 2022년 후원의밤을 통해 흔쾌히 민우회를 응원해 주신 후원자를 소개해 주셨고,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참석자 다섯 분에게 마이크를 돌려 간략하게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후원 기업에서 참석해 주신 분과 ‘라비두스’에서의 특별한 사연을 공개해 주신 회원님, 또 활동가의 가족분들까지 각기 다른 이유와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민우회 ‘후원의 밤’이라는 곳에 모인 우리들만의 특별한 인연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토크프로그램: 나의 페미니스트 동료에게 건네는 말
후원의 밤에 또 참석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활동가 바사와 베리가 특별 MC를 맡아주셨어요.참여자분들에게페미니스트 동료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적어달라고 부탁드렸고, 테이블에 함께 앉은 사람들과 메모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본인이 받은 메시지 중 모두에게 나누고 싶은 메모를 발표해달라고 부탁드려 참석자 모두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설명: 등장만으로도 유쾌함을 선사하는 활동가 바사, 베리.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1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2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3
읽어주신 메시지들은 예상대로 정말 주옥같았었는데요. 몇 개를 이 자리에서 공유해 봅니다. 처음으로 발표하겠다 손들어주신 참여자분께서 민우회에 길이 남을 멋진 3행시를 읽어주셨습니다.
-민: 민망한 이야기지만 저는 회원이 아니에요.
-우: 우리 회사에 다니는 김회장님이 맛있는 거 먹자고 데려오셨어요.
-회: 회원 어디서 신청한다고요?
3행시가 끝나자 참석자분들의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진행자 바사, 베리 활동가는 친절하게 회원 신청 데스크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또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떤 페미니스트 자매의 메시지를 골라주신 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언니에게 보내는 동생의 메시지 같았는데요. 언니를 통해 페미니즘을 알게 된 동생이 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고마워. 흑역사를 줄여줘서 고마워. 오늘도 나 데려와줘서 고마워~!”
짧은 메시지였지만, 우리 모두 누군가 덕분에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가고 훈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발표하지는 못하셨지만 너무 좋은 메시지들이 많았어요. 참여하신 분들도 너무 적극적으로 적어주신 덕분에 좋은 메시지들을 서로 나눌 수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될 수 있었어요! 참가자분들의 메시지 몇 개 소개합니다.
“우리 킵고잉”
“어쩌다 구석러.. 오히려 좋아요. 함께 공기처럼 일어서요”
“우리 서로 지치지 말고 솔직하게 더 많이 깽판치며 나아갑시다”
“내가 빽이 되어줄게 당당하게 살아”
“어두운 밤, 별빛을 따라 함께 걸어갈 우리가 있어요. 힘냅시다”
“성평등을 향한 여정, 연대와 서로의 손 맞잡고 지치지 않고 나가요!”
“함께 있겠습니다. 언제나 싸움이 필요할 때! 혼자 싸우게 두지 않을게요 함께 이겨냅시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내일과 내일 모레만 지나면 토요일(퀴퍼)입니다. 잘 버텨봐요!!”
*사진설명: 참가자 한 분이 남겨주신 메모 ('매 순간 하는 우리의 선택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 누군지 보여주는 거란다'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중에서)
*사진설명: 매우 열심히 메모를 적고 있는 참여자분들
다시 만난 세계
회원 토크로 한껏 훈훈해진 분위기!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데요, 이렇게 오랜만에 모인 오프라인 모임에서 공연이 빠질 순 없죠?민우회 회원 ‘박여름’님께서 마무리 공연을 해주셨습니다. 여름님은 〈Love me like〉, 〈다시 만난 세계〉, 〈Good night〉 이렇게 3곡을 열창하셨고 우리 마음을 촉촉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사진설명: 공연 중인 박여름님1
*사진설명: 공연 중인 박여름님2
또 만나요 행복했어요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이 팀별로 나와서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고요. 정말 마지막으로 함께 모인 이 순간을 남기고 싶어서 참가자들과 활동가들 모두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후원자들과 오프라인으로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열기를 몸소 느끼고 나니 정말 지쳐있던 일상에 힘이 뿜뿜 넘치는 자리였습니다.순간이었지만 너무 행복했고요! 또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보며 참가자분들을 배웅했습니다.참석해 주신 분들, 그리고 후원의 밤을 위해 민우회를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설명: 참가자 단체사진
2022년 후원의 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
후기
지난 수요일 (어제 같은데 벌써 지난 수요일이 되었네요?)7/13 저녁 7시. 충무로역 인근 ‘라비두스’에서한국여성민우회 2022년 후원의 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가 열렸습니다. 그 가슴 벅찼던 현장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준비에 진심인 우리
3년 만의 오프라인 ‘후원의 밤’을 준비하며 활동가들 역시 너무 설렜습니다! 우리 정말 후원자들 얼굴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활동가 인사도 직접 하고 그러는 거야?! 막 이런 마음에 떨리고 너무 기대됐어요. 후원을 요청드렸던 회원분들과 지인, 기업에서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에 ‘잘하고 싶다’, ‘우리 좀 멋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몽글몽글~ 하필 비까지 쏟아지면서 활동가들의 긴장지수는 점점 더 올라가고...
*사진설명: 사무실에서 후원의 밤 마지막 순서, 팀 소개를 준비하며 분주한 활동가들
*사진설명: ‘라비두스’에 도착해서 포토존 커튼을 망치고 있는 활동가들
드디어 참석자분들이 빗속을 뚫고 한두 분씩 입장하기 시작하셨어요! 일찍 도착하신 참여자분들은 일단 데스크에서 참여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을 하고, 후원의 밤 리플릿을 받으시고 도시락과 테이블을 결정하면 됩니다. 여유가 있다면 민우회 후원 티셔츠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갑자기 나는 Weird[이상한] 인가 Wild[야상의] 인가 Tired[피곤한]일까 고민에 빠짐)
*사진설명: (좌)조금씩 입장을 시작하고 계신 참여자들/ (우)민우회 후원티셔츠 판매 데스크
민우회는 코로나19여파가 가시지 않아,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참여자분들을 위한 식사를 도시락으로 준비했습니다. 도시락은 ‘논비건’과 ‘비건’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둘 다 우위를 가리기 어렵게 맛있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검정색 수거 가능 도시락통에 담긴 논비건 도시락은 이주여성 운영 마을기업에서 주문한 것이고요. 비건 도시락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종이 용기를 사용하였습니다.
*사진설명: (좌)도시락을 지키는 자들/ (우) 수거가능용기, 논비건 도시락
포토존: 공기처럼 일어서기
후원의 밤에 빠질 수 없는 포토존! 다행히 비가 조금씩 그쳐서 ‘라비두스’ 잔디밭을 배경으로 민우회가 준비한 피켓을 들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촬영 컨셉은 공기처럼 일어서기?)풍선이 잔뜩 준비된 포토존에서 많은 참여자분들께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진기록을 남겨주셨어요!
*사진 설명: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에 응해주신 활동가와 회원들!
낯가리는 외향인을 위한 테이블?
‘후원의 밤’ 참여자들의 착석 과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관문! 어떤 테이블에 앉을 것이냐!
민우회는 혼자 오실 다양한 후원자분들을 위해 홀로 참여해도 작은 공통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만한 테이블 테마를 정했습니다. 구석에 위치한 ‘구석을 좋아하는 사람들’,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 ‘퇴근하고 힘내서 온 사람들’,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에 함께하는 사람들’ 등등의 테이블이 있었답니다. 덕분에 혼자 오신 분들도 각자 원하는 테이블을 고르셔서 쑥스럽지만 옆 사람들과 친밀도 +10 정도 가지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진설명: (좌)후원의밤 테이블 배치/ (우)테이블마다 배치된 테이블 테마 이름표
7:30 드디어 ‘후원의밤’ 시작
*사진설명: 시 낭독을 위해 암전 된 무대
7:30이 되자 실내의 불이 꺼지고 떠들썩했던 장 내가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면서 올해 후원의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의 모티브가 된 마야 안젤루의 시, ‘그래도 나는 일어설 것이다’가 어둠 속에 낭송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일어설 것이다
당신은 비틀린 왜곡된 거짓말로
나를 역사에 기록하려 할 것이다
나를 더러운 곳에서 짓밟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먼지처럼 일어설 것이다
태양처럼 달처럼,
밀물과 썰물처럼
뚜렷하게 높이 솟구치는 희망처럼
나는 일어설 것이다
당신은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 원하는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길 바라는가
당신은 내 영혼이 눈물에 젖어 약해지고
내 어깨가 눈물방울처럼 축 쳐지기를 원하겠지
당신이 말로 내게 총을 쏠 수도 있다
당신이 눈으로 나를 벨 수도 있다
당신이 증오로 나를 죽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의 오두막으로부터 뛰쳐나와
나는 일어설 것이다
고통의 뿌리인 과거로부터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검은 바다처럼 뛰어오르고, 넓은 곳으로 달릴 것이며
파도 속에 솟구치고 부풀어 오를 것이다.
테러가 일어나는 공포의 밤들을 뒤로하고
나의 선조들이 내게 준 선물들을 안고서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억눌린 자들의 희망이며 꿈이니.
나는 일어설 것이다.
거짓과 증오와 테러, 짓밟힘 속에서 선조들에게 받은 선물을 안고 먼지처럼, 그리고 공기처럼 다시 일어나겠다는 시가 정말 마음을 울리는데요. 회원 청오리, 모리, 그리고 동북민우회 활동가 이응. 이렇게 3명이 읊어내려가는 시구절에 마음이 장엄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낭독자분들 마이크를 모두 걷기도 전에, 바로 후원의 밤 분위기가 전환됩니다. ‘라비두스’ 2층 계단에서 화려한 조명 속에 꽃가루를 흩날리며 바로바로 한국여성민우회 공동 대표 나우와 미몽이 흥겨운 노래와 함께 걸어내려오는데요! 무대에 내려온 나우와 미몽은 ‘덤디덤디(DUMDi DUMDi)’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여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사진설명: 계단을 내려오는 민우회 공동대표
*사진설명: 칼군무를 선보이고 있는 민우회 공동대표 (좌)미몽(강혜란) (우)나우(최진협)
*사진설명: 후원의밤 진행을 맡은 사무처장 꼬깜
*사진설명: 후원의밤에 참여해주신 후원자분들
오늘 진행은 민우회 사무처장 꼬깜이 맡아주셨습니다. 2022년 후원의밤을 통해 흔쾌히 민우회를 응원해 주신 후원자를 소개해 주셨고,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참석자 다섯 분에게 마이크를 돌려 간략하게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후원 기업에서 참석해 주신 분과 ‘라비두스’에서의 특별한 사연을 공개해 주신 회원님, 또 활동가의 가족분들까지 각기 다른 이유와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민우회 ‘후원의 밤’이라는 곳에 모인 우리들만의 특별한 인연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토크프로그램: 나의 페미니스트 동료에게 건네는 말
후원의 밤에 또 참석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활동가 바사와 베리가 특별 MC를 맡아주셨어요.참여자분들에게페미니스트 동료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적어달라고 부탁드렸고, 테이블에 함께 앉은 사람들과 메모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본인이 받은 메시지 중 모두에게 나누고 싶은 메모를 발표해달라고 부탁드려 참석자 모두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설명: 등장만으로도 유쾌함을 선사하는 활동가 바사, 베리.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1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2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3
읽어주신 메시지들은 예상대로 정말 주옥같았었는데요. 몇 개를 이 자리에서 공유해 봅니다. 처음으로 발표하겠다 손들어주신 참여자분께서 민우회에 길이 남을 멋진 3행시를 읽어주셨습니다.
-민: 민망한 이야기지만 저는 회원이 아니에요.
-우: 우리 회사에 다니는 김회장님이 맛있는 거 먹자고 데려오셨어요.
-회: 회원 어디서 신청한다고요?
3행시가 끝나자 참석자분들의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진행자 바사, 베리 활동가는 친절하게 회원 신청 데스크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또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떤 페미니스트 자매의 메시지를 골라주신 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언니에게 보내는 동생의 메시지 같았는데요. 언니를 통해 페미니즘을 알게 된 동생이 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고마워. 흑역사를 줄여줘서 고마워. 오늘도 나 데려와줘서 고마워~!”
짧은 메시지였지만, 우리 모두 누군가 덕분에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가고 훈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발표하지는 못하셨지만 너무 좋은 메시지들이 많았어요. 참여하신 분들도 너무 적극적으로 적어주신 덕분에 좋은 메시지들을 서로 나눌 수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될 수 있었어요! 참가자분들의 메시지 몇 개 소개합니다.
“우리 킵고잉”
“어쩌다 구석러.. 오히려 좋아요. 함께 공기처럼 일어서요”
“우리 서로 지치지 말고 솔직하게 더 많이 깽판치며 나아갑시다”
“내가 빽이 되어줄게 당당하게 살아”
“어두운 밤, 별빛을 따라 함께 걸어갈 우리가 있어요. 힘냅시다”
“성평등을 향한 여정, 연대와 서로의 손 맞잡고 지치지 않고 나가요!”
“함께 있겠습니다. 언제나 싸움이 필요할 때! 혼자 싸우게 두지 않을게요 함께 이겨냅시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내일과 내일 모레만 지나면 토요일(퀴퍼)입니다. 잘 버텨봐요!!”
*사진설명: 참가자 한 분이 남겨주신 메모 ('매 순간 하는 우리의 선택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 누군지 보여주는 거란다'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중에서)
*사진설명: 매우 열심히 메모를 적고 있는 참여자분들
다시 만난 세계
회원 토크로 한껏 훈훈해진 분위기!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데요, 이렇게 오랜만에 모인 오프라인 모임에서 공연이 빠질 순 없죠?민우회 회원 ‘박여름’님께서 마무리 공연을 해주셨습니다. 여름님은 〈Love me like〉, 〈다시 만난 세계〉, 〈Good night〉 이렇게 3곡을 열창하셨고 우리 마음을 촉촉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사진설명: 공연 중인 박여름님1
*사진설명: 공연 중인 박여름님2
또 만나요 행복했어요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이 팀별로 나와서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고요. 정말 마지막으로 함께 모인 이 순간을 남기고 싶어서 참가자들과 활동가들 모두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후원자들과 오프라인으로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열기를 몸소 느끼고 나니 정말 지쳐있던 일상에 힘이 뿜뿜 넘치는 자리였습니다.순간이었지만 너무 행복했고요! 또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보며 참가자분들을 배웅했습니다.참석해 주신 분들, 그리고 후원의 밤을 위해 민우회를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설명: 참가자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