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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후기] 〈연극계 성폭력,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연극계 원로배우 오00 성폭력사건 선고공판 기자회견 후기

2024-04-04
조회수 2599

〈연극계 성폭력,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연극계 원로배우 오00 성폭력사건 선고공판 기자회견 후기

 

 

 

2024년 3월 15일 13시 50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연극계 성폭력 가해자 배우 오00의 1심 선고재판이 열린 후 14시 30분에〈연극계 성폭력,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연극계 원로배우 오00 성폭력 사건 선고공판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 피해 이후 선고까지 무려 7년 만에 가해자는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 사진설명: 가해자 오00이 선고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오00 옆에는 취재진이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으며, 뒤에는 여섯 명의 활동가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낙인과 공격에 반대한다." "ME TOO, WITH U,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가해자에게 책임을 피해자에게 일상을" "문제는 성차별적 조직문화" 등 피켓을 들고 오00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다.

 

 

 

 가해자 오00의 선고재판이 끝나고 나서, 선고재판을 방청했던 참여자들 마음 한쪽이 기분 좋게 묵직했습니다. 판사의 판결에서 성폭력피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판결이유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성폭력피해자의 문제제기를 통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구체적인 경험이 없고서는 하기 어려운 진술이었다는 점과 성폭력피해자를 둘러싼 연극계 내의 수직적 문화에 기반해 피해상황을 규정하였습니다. 판결문을 들을수록, 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무죄를 이야기하는 가해자에게 다시 한번 화가 났습니다. 가해자가 선고 후 피해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법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죄판결을 환영하면서,연극계 성폭력이 중단되고,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피해자는 일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사진설명: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극계 원로배우 오00 성폭력 사건 공판 기자회견 〈연극계 성폭력,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현수막이 펴져있고, 참여자들이 "연극계 성폭력 이제는 끝장내자" "연극계 성폭력 당연히 유죄다" "친해서?? 호의로?? 성추행은 범죄다!!(불꽃그림)" 등 피켓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했습니다.

“딸 같아서, 친절하게 대해줘서 했다는 성폭력은 중단돼야 합니다. 법원의 유죄판결을 환영하면서 가해자는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 사진설명: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 활동가가 기자회견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

 

 

 

사건 경과보고

-2017년모시립극단 인턴단원으로 있으면서 가해자에 의한 강제추행 피해 겪음

-2021년피고인 OTT 플랫폼 유명 드라마 출연. 다양한 매체를 통해 피고인을 접하게 된 피해자는 심리적 압박과 일상생활의 어려움 겪음

-2021년 10월피해자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피해 상담 진행,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조력 변호인 연계

-2021년 12월강제추행으로 경찰 고소장 접수

-2022년 2월경찰 검찰로 사건 송치, 검찰 보완수사 명령 진행

-2022년 4월경찰 불송치 결정

-2022년 5월피해자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2022년 11월검찰 공소장 접수

-2023년 2월1심 재판 개시

-2024년 3월 15일1심 선고

 

 

 

 

첫 번째, 사건쟁점 및 1심 선고에 대한 법률인 의견으로 법무법인 지향의 김예지 변호사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평범한 우리 사회의 여성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연극계에서는 이 평범한 상식조차 쉽지 않은 듯합니다. 밑으로 문제가 일부 드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피해를 입고 누군가는 숨죽여 아파하고 있습니다. (중략) 미투가 시작되어 피해자에게 용기를 주었듯 피해자의 오늘 사례 또한 향후 많은 분들께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설명: 법무법인 지향의 김예지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피켓을 든 참여자들이 뒤에 있다. 

 

 

 

다음은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피해자 김산하 님의 발언이 있었습니다.(아무 활동가 대독)

 

“2022년 6월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한 이후 선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기사 봤는데 광주 연극계를 너무 부정적으로 그린 것 아니냐. 막말로 가해자가 안 좋은 선택이라도 하면 어쩌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고통스럽고 처참한 마음이었지만 다시 돌아가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저희가 겪은 피해는 개인의 우연한 불행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피해자 분과 저에게는 더 많은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수많은 예술인 동료와 활동가 분들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함께해주고 계시기에 희망을 품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판부의 1심 유죄 판결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로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 아무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광주연극계성폭력 사건도 연극계의 위계적인 문화 속에서 권력 차이가 많이 나는 사회초년생이자 연극계 입문자인 여성 단원을 동료 배우로 여기지 않고 성적으로 대상화하였습니다. 또한 잦은 회식 문화 속에서 왜곡된 성인식이 마치 예술의 재료인냥 공공연하게 표출되어도 누구 하나 문제제기하거나 중단시키지 않았습니다. (중략) 성폭력사건에 대한 선례도 메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작품에 변동이 생기자, 그에 대한 비난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당사자가 문제해결 전면에 나서지 않고서도 피해를 해결하면 좋겠습니다. 공동의 힘으로 잘 해결하는 것이 성평등한 문화예술계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용기있는 개인과 연대공동체의 실천이 해결을 만들었습니다.”

 

▲ 사진설명: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 아무 활동가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피켓을 든 참여자들이 뒤에 있다. 

 

 

 

세 번째 연대발언은 성남여성의전화 하연 활동가가 진행했습니다.

 

“통합상담소를 찾은 내담자들이, 오늘의 피해자가, 진정 생계를 걸고 소명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한 가지 행동, 한 가지 말이 내게 불쾌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정체성과 내 몸에 대한 당연한 권리를 침해한 권력에 대해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로 그것이 잘못임을 밝혀달라는 호소이며, 이 나라가, 지금의 법체계가, 약자의 생존권을 수호해줄 것에 대한 요청입니다.”

 

▲ 사진설명: 성남여성의전화 하연 활동가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피켓을 든 참여자들이 뒤에 있다. 

 

다음 연대발언은 이산 활동가가 이어갔습니다.

 

“피고인과 연루되었다고 느끼는 모든 분들이 그 불편함을 부디 피하지 마시고, 피고인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데 힘을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법이 죄를 판단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고소인이 이 사건으로 인해 흔들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소인의 환경을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소송의 공익성에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지닌 성폭력 가해자가 다시는 그 영향력을 성폭력에 이용할 수 없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사진설명: 이산 활동가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피켓을 든 참여자들이 뒤에 있다. 

 

 

 

그리고 본 사건 피해당사자분의 발언이 있었습니다.(이산 활동가 대독)

 

 

안녕하세요. 본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당사자입니다. 강제추행피해가 있은 후 7년 여의 시간이 지나, 고소를 시작하고 3년이 넘은 시간이 지나 오늘. 사법부의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본 사건에서 작동하는 위력 관계와 특수성을 면밀히 파악해주신 검찰과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고소과정 동안 가해자는 진정한 사과 한마디는커녕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판과정에서 ‘딸 같아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합니다. 저라는 딸을 키운 어머니의 말이 깊게 묻혀 떠나 지가 않습니다.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생각해본다고. 아마 소리 내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을거라고. 힘들겠지만 싸우고 있는 딸을 생각하면 엄마로서는 말리고 싶지만 같은 여자로서 멋있다 생각한다고.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묵인하고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며, 여태까지 얘기해온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이제 우리 딸 차례인가보다고. 그리고 너가 지금 얘기하고 있으니 그 다음 차례가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셨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연극공연이 좋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여전히 제가 가장 사랑하는 제 직업 정체성입니다. 안전하고 굳건하게 제 업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성폭력피해로 인해 무력함, 두려움, 안전장치가 부재한 듯한 불안함 등으로 힘들어하는 동료들과 친구들의 곁에 있을겁니다. 그들이 같은 이유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진술과 증언으로 진리를 밝히고자 했던 증인분들과 탄원으로 지지해주셨던 수많은 마음들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결코 쉽지 않았던 고소과정을 함께 지탱해주신 변호사님들, 활동가님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담당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조력이 계속해서 지탱할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 낭독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정서진 활동가가 진행했습니다.(기자회견 전문 읽기▶클릭)

 

“피해자가 겪었던 연극계의 위계질서는 하루 아침에 발생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본인의 성폭력을 ‘호의’와 ‘친분’으로 무마하려고 한 과거의 연극계 성폭력 가해자들과 닮아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당연하다. 이로써 우리는 연극계 성폭력은 ‘오랜 관행’이 아닌 ‘성폭력’임을 말할 수 있다. 피고인은 가해사실을 무마하려는 행위를 중단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라.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성차별적 구조에 맞서 싸울 것이다.”

 

 

▲ 사진설명: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정서진 활동가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피켓을 든 참여자들이 뒤에 있다. 

 

 

 

선고재판방청부터 기자회견까지 한국여성민우회, 성남여성의전화,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했습니다.자리를 함께해준 시민분은 “평일 이 시간에 움직일 수 있는 나라도 함께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오셨다고 말씀했습니다. 연극계 성폭력,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와 성차별적 권력구조의 문제를 계속적으로 이야기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