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입니다.
2023년 12월 19일 오전 10시, 젠더기반 여성폭력에 대응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7개 단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장애여성공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공동 주최로〈젠더기반 여성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바람) 소장이 토론회 사회를 맡았습니다.
오랫동안 차별받고 소외되어 온 사회구성원들의 필요와 요구가 사회 제도에, 정책에 더욱 더 중요하게 반영되도록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는 활동은 늘 계속되어 왔습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은 여러 의제들에 더 많은 정치적 관심과 의지가 약동하는 때이므로 민우회를 비롯해 운동단체들은 이런 토론회와 같은 정책제안의 장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는 마음은 여느 때보다도 무겁고 절박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근거 없고 유례없는 주장을 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까지 내걸고 출발한 윤석열 정부가, 여성폭력 반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반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정부는각종 정부 계획과 정책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여성폭력->폭력, 여성대표성->성별대표성),2024 여가부 예산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관련 예산을 120억 감액하고,여성인권운동의 현장을 토대로 민관 협력을 통해 구축해 온 피해자 지원체계를 효율화와 전문화라는 명목으로 축소통합 개편하려 하고 있습니다.젠더 기반 여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정부종합정책 자체가 부재하며,성폭력 예방과 성평등 교육 관련 예산을 대폭 없애고있고요. 정부가 성평등에 대한 지향이나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앞장서서 전형적인 백래시를 추동하는 꼴입니다.
(토론회 기조발제, 발표문, 토론문 전문은 본 게시글 맨 아래에 첨부된 자료집 파일(pdf)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과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는 발제문을 통해●여성폭력 관련 정부 예산안 삭감 세부내역,●피해자 지원 시설 현황,●21대 총선 및 20대 대선 각 정당별 공약,●가정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과 성폭력 관련법 중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제·개정안,●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심의안 처리 결과 및 회의개최 현황 등 관련 데이터를 정리해 보여주며, 보수정부 하에서 위협받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그러한 흐름을 막아내야 할 국회가 어떻게 책임을 다하지 못해 왔는지를 짚었습니다.
그리고 총선 이후 22대 국회의 역할을 아래와 같이 제안했어요.
1) 교육·홍보, 통계·연구, 조직·공동체·지역사회 예방 역량에 대한 사회투자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시민들이 참여하고 주체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사회투자는 삭감되고 있음. 민간 피해자 지원단체를 약화하는 시도도 이러한 흐름에 속함. 여성폭력 피해자를 '최소 지원'하고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 성평등 의식과 문화, 제도를 견인하기 위한 예산/ 인력/계획/시간을 투여하도록 해야 함.
2) 우리 사회의 기본이 되어야 할 관점과 방향을 담은 젠더폭력 관련 법 개정
가정폭력처벌법은 여전히 ‘가정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강간에 대한 법적 판단기준은 여전히 동의여부가 아닌 폭행협박 유무 여부로 되어 있고, 성매매특별법은 여전히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로 성매매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있음. '성평등과 인권존중을 중심으로 한' 법 개정이 필요함.
3) 젠더폭력을 흉악범죄로 대체화하고 병리화하는 엄벌주의적 정책 반대
여성폭력을 일상 속 성차별적 문화와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흉악범’의 문제로 보며 ‘진짜 성폭력’을 가려내어 엄벌하려는 관점은 수많은 피해를 은폐하고 오히려 양산하는 조건이 됨. 만연한 성차별과 강간문화, 성착취를 통한 이익창출 구조를 해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국회는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는 법제도, 정책 개정이 추진될 때 이를 막아서고 정말 필요한 변화를 추진해갈 전문성과 관점, 의지를 갖춰야 함.
4) 복합적, 중층적인 여성폭력에 대한 전문적 이해 증진
편의주의와 효율주의를 기조로 여성폭력 대응 및 피해자 지원 단체를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여 관리하려는 정부 정책에 문제제기해야. 피해자지원 현장단체가 각각의 피해경험을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별과 폭력의 연쇄로 파악하고 서로 협력하며 종합적인 지원 및 대응을 해온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
5) 현장성, 자율성을 통한 역량 증진 확보 - 협의기구를 통한 비전의 추진
여성폭력 현장의 전문가 및 당사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이를 법안으로 정책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함. 이로써 ‘발의’에만 그치는 의정활동의 무력감을 넘어서고, 문제적 관점을 담지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을 점검하고, 더 큰 사회적 개선을 추진해갈 힘을 형성할 수 있음.
이어서젠더 기반 여성폭력 각 분야별 정책 제안 발표가 있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이하영 공동대표
성매매는 오랫동안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친다는 관점에서 금지 또는 관리되어 왔음. 성매매를 ‘여성인권’ 침해라는 관점에서 폭력으로 재규정하고자 2000년 이후 성매매방지법 제정 노력이 있었으나, 법이 통과되면서 ‘성 풍속’에 중점을 둔 조항이 남았고, 유관부처의 관점도 일관되게 정리되지 못함. 게다가 성매매를 ‘여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조직범죄이자 성산업으로서의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지 않는 전·현 정부의 책임방기가 있어 옴. 피해자 지원 예산은 축소되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강화되는 실정임.
정책제안
●성매매여성 불처벌과 성매매 알선과 성구매를 처벌을 골자로 한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 ●성구매자 처벌 현실화, ●인신매매 처벌법 마련 및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대표
한국의 이주 관련 정책은 젠더화되어 있음. 외국인 노동 정책과 동포 정책 전반에서 여성이 고려되지 않으며, 다문화가족 정책은 사실상 '한국 남성 가족 지원'으로서 결혼이주여성을 고려하기에 이주/여성 정책이기보다는 가족정책 성격이 강함. 게다가 이주여성 인구는 외국인 인구의 45%에 육박하며, 이주여성 인구 중 결혼이주여성 인구는 30% 미만으로, 다양한 체류 형태의 이주여성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함. 결혼이주여성의 경우도 노동현장에서 차별받고 있고 젠더기반 폭력에 취약하며, 다문화가족이라는 구별 자체로 인한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됨. 또한 현행 법제도상 사회권적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고 있어, 배제된 수많은 사회구성원이 극도로 취약한 위치에 놓임.
정책제안
●외국인 가족을 포괄하는(한국인+외국인 가족만이 아닌)‘다문화가족’ 범위 확대, ●한부모 이주여성 지원 체계 구축, 이주민 지원 공공기관의 이주여성 리더십 지원 및 일자리 안정화, ●지자체별 이주여성상담소 확대, ●결혼이주여성 체류권 보장, ●이주여성노동자가 겪는 젠더기반 폭력 및 건강권 침해 방지 대책 마련, ●국내 출생 이주배경 아동에 대한 출생통보제 시행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변은희 소장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삶의 ‘주도권’ 박탈은 장애여성에게 특정 시기, 특정 상황이 아닌 '전 생애에 걸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임. 젠더기반 폭력피해 장애여성에 대한 정책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장애여성의 정체성 및 차별 조건에 대한 교차적 이해에 기반해야 하나, 현행 제도는 장애라는 ‘취약성’에만 초점을 맞춰 이 취약성을 입증해야만 지원하는 선별적·분절적 방식의 지원에 머물러 있음.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 법적 판단 시 장애가 저항이 불가할 정도로 ‘심한지’를 입증해야 하며, 동시에 전반적 법제도에서 아동/청소년/장애인의 동의 능력 및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음. 장애아에 대한 임신중지를 옹호하는 모자보건법 14조 우생학적 조항도 남아 있음. 가족 및 친인척에 의한 장애인 학대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제도 및 정책이 부족함. 또한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의 진술을 조력하는 제도가 도입되어 있으나, 조력인의 젠더감수성 및 인권감수성 점검 및 강화 정책이 부재하며, 수어통역의 경우에도 단순히 ‘의사소통 조력’ 이상으로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맞는 전문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함. 이에 더해 여가부는 현재도 높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 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폐지함. 여성폭력 실태에서 장애여성이나 이주여성 등 소수자 여성의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고, 장애인 관련 정책에서도 성별영향평가와 그에 따른 성인지 예산 반영이(장애여성 결혼/출산/양육 실태 외엔)전무함.
정책제안
●장애정도 입증에만 주력하는 성폭력 처벌법 제6조 4항 폐지,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함과 동시에 아동/청소년/장애인 동의 및 의사결정 능력 판단 기준 전면 개정,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 및 장애여성 성/재생산권 적극적 보장, ●젠더기반 폭력피해 장애여성 시설화 방지를 위한 자립지원 정책 확충,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 권리보장 조력제도 실태 모니터링 및 내실화,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사업 폐지 철회 및 예산증액, ●장애정책 전반에 젠더관점 반영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나눔 정책팀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은 대부분의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별화된 범죄이며, 특히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함. 일상적 공간에서 여성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범죄행위임.
그러나 가정폭력처벌법은 법 전반의 패러다임이 '가정의 유지와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에 가폭사건은 모호한 기준으로 가정보호사건으로 이관되며 가해자가 상담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조치되곤 함. 현행법상 가정폭력으로도 스토킹으로도 분류되기 어려운 친밀한 관계에서의 데이트폭력은 사각지대에 놓임.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취약한 위치를 고려해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았음을 양형에 반영하는 규정도 개선해야 함. 가정폭력과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즉각 분리 조치 비율은 매우 낮고, 피해자의 정당방위는 수사사법기관에 의해 ‘쌍방폭력’으로 해석되곤 함. 스토킹 처벌법의 경우에도 스토킹 행위를 협소하게 특정하고 있고 피해자 주변인의 피해는 인정되지 않는 한계가 있고,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제한적 보호/지원도 문제임. 피해자 보호시설 설치기준은 국토교통부 1인 최저주거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가해자에 대한 정보노출 위험 정도가 낮은 피해여성도 일괄적으로 생활규칙이 매우 엄격한 보호시설 입소만 가능하여 지원받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되기도 함. 또한 생존을 위해 집과 재산을 모두 두고 탈출한 가폭 피해자들을 위한 자립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함.
성별불평등한 사회구조/문화에 기인한 범죄 예방을 위해 국민 성평등 의식 제고가 절실히 필요하며 이에 힘쓰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에도, 2024 여가부 예산안에서 여성폭력 관련 인식개선 사업 대부분이 삭감됨.
정책제안
●가정폭력특례법 ‘가정보호’가 아닌 ‘피해자인권’ 중심으로 개정,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및 가폭 범죄자 체포우선제도 도입, ●형사처벌 결정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피해자 의사존중’ 관련 조항 삭제, ●피해자 보호명령 강화 및 피/가해자 분리 적극 시행, 여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기준 마련, ●스토킹처벌법 개정, ●스토킹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 및 가폭 피해자 지원체계 안정화, ●여성폭력피해자 자립지원 정책 정비,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 사업 확대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부소장
2024 여가부 예산은 2023년 대비 9.4% 증가했으나, 증액 대부분은 가족정책 예산이고 성평등정책 및 청소년 정책은 각각 2.5%, 6.9% 감소함. 여가부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은 확대되었다고 설명하나, 확대된 부분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관 및 사업에 해당하며, 민간 상담소 등 단체에서 운영하는 지원사업은 삭감됨. 성폭력 피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 국비는 50% 삭감되었고, 성폭력 피해 상담소 및 보호시설 운영지원비는 약 2억원 감액,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는 8억원 감액됨. 한편 여가부는 2024년 기존 상담소 중 30개소를, 2025년엔 55개소를 통합상담소로 전환할 계획인데, 이는 추진 과정에서 현장 단체와 어떤 정책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하며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무너뜨리는 구조조정임. 국회에서 젠더폭력 관련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예산 편성 및 법안 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짐.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성폭력 무고죄 강화’나 피고인 방어권 보장 명목의 백래시 법정책이 시행됨. 법무부는 2022년 7월 검찰 수사 규정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무고죄를 걸러야 진짜 성범죄 엄벌이 가능해진다’는 인식을 확산함. 또한 21대 국회 법안 발의 경향에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가 두드러짐. 엄벌주의는 가부장적 섹슈얼리티 규범 및 젠더규범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라는 외양과 달리 피해자 전형에 맞는 ‘피해자다움’을 양산하는 측면에서 문제적임. 또한 괴물화된 성폭력 가해자를 상정하게 되어 일상 속 보통의 성폭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감하게 만들고, 처벌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보다는 특정한 가해자만 선별 처벌되게 하는 효과가 있음.
재판 받는 가해자가 일방적/기습적으로 공탁금을 걸어 감형받는 데에 공탁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 또한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피해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사건 해결을 위한 첫발을 떼는 경우가 많은 피해특성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로 인해 무력화되곤 함. 19세 이상 피해자의 경우 자립지원금이 부재하며,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의 경우 여타 위기청소년 지원제도에 견줘 자립지원 체계가 매우 부족함.
정책과제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성폭력 범죄 엄벌주의가 아닌 처벌의 확실성 담보 방안 마련, ●기습공탁 불가하도록 공탁법 개정,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배제 또는 연장, ●만 19세 이상 피해자보호시설 퇴소자 자립지원금 마련, ●친족 및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에 지원체계 강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김여진 대표
불법촬영과 비동의 유포 등 이미지 기반 성폭력이 2015년 이후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며, 만연해 있던 온라인 성폭력의 일부가 법제 한계 속에서나마 ‘불법화’됨. 그러나 ‘불법화’된 디지털성폭력 유형은 이미지 기반 성폭력과 성폭력처벌법상 ‘음란행위’ 등 일부에 국한됨. 법제화 이후 가해 양상은 법에 열거된 특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법망을 우회하고 있으며, 이에 법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또한 많은 피해자들은 ‘사이버명예훼손죄’, ‘초상권 침해’, ‘모욕죄’ 등의 방법을 검토하게 되어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회복 과정을 지지받지 못함. 관련법이 ‘음란함’의 정도나 ‘성적 수치심’을 피해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 것도 문제임. 피해지원기관은 ‘삭제’ 서비스 제공 기관과 지원기관 연계 기관으로 이분되어 각 지원 연결성이 떨어지고, 관 중심의 피해지원은 법적 기준을 우선 고려함으로써 다양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지속/확대되며 여성주의적 피해지원의 성격이 약화됨. 또한 부가통신사업자의 법적 의무가 강화되긴 했으나 해외 부가통신사업자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며, 여전히 성적 폭력과 착취가 아닌 ‘음란물’을 문제삼는 규정의 한계가 있음.
이러한 많은 한계는 근본적으로 디지털성폭력을 ‘구조적 불평등에 입각한 젠더 위계에 기반한 폭력’이 아니라 단순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디지털을 이용한, 성 관련 폭력’으로 보는 데서 기인함. 현 정부는 디지털성범죄를 5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고 하지만, 디지털성폭력 문제를 탈정치화하고 ‘젠더’ 맥락을 삭제하려 하고 있음. 디지털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성평등 실현’을 궁극적 목표로 한 재정치화가 필요함.
정책과제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 구성요건 확대 개정, ●다양한 온라인 ‘성적 괴롭힘’을 젠더기반 폭력으로 다루는 입법,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구성요건 개정, ●이미지 유포 행위나 소지 행위 방식을 열거하여 특정하기보다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새로 생기는 넓은 범위의 가해 행위들이 포괄되게끔 법 개정, 해외 부가통신사업자 책임에 관한 대책 마련, ●음란함이 아닌 젠더 위계를 고려하는 방향의 법제도 관점 변화, ●디지털성폭력 특성을 고려한 전국적이고 종합적인 피해지원 체계 마련
긴 발표가 끝나고 각 정당들에서 토론자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도 여러 차례 토론 요청 연락을 하였지만, 아쉽게도 아무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류이현(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박지아(정의당 젠더폭력대응센터장)
노서영(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이기원(진보당 여성-엄마당 집행위원장)
모든 정당들에서 발표자들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무거운 책임을 인지하고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고, 각 정당별로 준비하고 있는 여성폭력 분야 정책안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일부 정책안에 대한 보완 의견이 다소 나눠졌고요.실재하는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젠더갈등', '젠더 갈리치기' 같은 말들로 무력화하는 시도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각 정당들이 뚜렷한 지향과 의지를 가지고 정확하고 올바른 사회적 메시지를 확산하려 노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각 정당들이 선거 공약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국회에서 퇴행을 저지하고 필요한 입법을 추진하는 역할, 선거 시기 약속한 것을 철저히 이행는 책임을 다해야 함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두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던 토론회 내용을 짧은 글에 요약하다 보니 중요한 많은 부분이 누락ㅠㅠ될 수밖에 없는데요....
토론회 자료집 안에는 발표자들이 공들여 정리한 각 이슈의 연도별 흐름, 피해자 지원체계 현황, 정책안 비교표 등 관련 자료들을 포함한 발표문 전문과 토론문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선★첨부파일 다운로드★하여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총선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난무하는 난장판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모이고 여성을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터져나오는 시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총선 과정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모니터링하고, 개입해나가는 활동을 민우회도 지속할 테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4 총선! 여성주권자행동 '어퍼' 홈페이지 바로가기 :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 (campaignus.me)
2024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입니다.
2023년 12월 19일 오전 10시, 젠더기반 여성폭력에 대응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7개 단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장애여성공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공동 주최로〈젠더기반 여성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바람) 소장이 토론회 사회를 맡았습니다.
오랫동안 차별받고 소외되어 온 사회구성원들의 필요와 요구가 사회 제도에, 정책에 더욱 더 중요하게 반영되도록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는 활동은 늘 계속되어 왔습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은 여러 의제들에 더 많은 정치적 관심과 의지가 약동하는 때이므로 민우회를 비롯해 운동단체들은 이런 토론회와 같은 정책제안의 장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는 마음은 여느 때보다도 무겁고 절박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근거 없고 유례없는 주장을 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까지 내걸고 출발한 윤석열 정부가, 여성폭력 반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반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정부는각종 정부 계획과 정책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여성폭력->폭력, 여성대표성->성별대표성),2024 여가부 예산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관련 예산을 120억 감액하고,여성인권운동의 현장을 토대로 민관 협력을 통해 구축해 온 피해자 지원체계를 효율화와 전문화라는 명목으로 축소통합 개편하려 하고 있습니다.젠더 기반 여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정부종합정책 자체가 부재하며,성폭력 예방과 성평등 교육 관련 예산을 대폭 없애고있고요. 정부가 성평등에 대한 지향이나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앞장서서 전형적인 백래시를 추동하는 꼴입니다.
(토론회 기조발제, 발표문, 토론문 전문은 본 게시글 맨 아래에 첨부된 자료집 파일(pdf)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과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는 발제문을 통해●여성폭력 관련 정부 예산안 삭감 세부내역,●피해자 지원 시설 현황,●21대 총선 및 20대 대선 각 정당별 공약,●가정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과 성폭력 관련법 중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제·개정안,●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심의안 처리 결과 및 회의개최 현황 등 관련 데이터를 정리해 보여주며, 보수정부 하에서 위협받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그러한 흐름을 막아내야 할 국회가 어떻게 책임을 다하지 못해 왔는지를 짚었습니다.
그리고 총선 이후 22대 국회의 역할을 아래와 같이 제안했어요.
1) 교육·홍보, 통계·연구, 조직·공동체·지역사회 예방 역량에 대한 사회투자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시민들이 참여하고 주체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사회투자는 삭감되고 있음. 민간 피해자 지원단체를 약화하는 시도도 이러한 흐름에 속함. 여성폭력 피해자를 '최소 지원'하고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 성평등 의식과 문화, 제도를 견인하기 위한 예산/ 인력/계획/시간을 투여하도록 해야 함.
2) 우리 사회의 기본이 되어야 할 관점과 방향을 담은 젠더폭력 관련 법 개정
가정폭력처벌법은 여전히 ‘가정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강간에 대한 법적 판단기준은 여전히 동의여부가 아닌 폭행협박 유무 여부로 되어 있고, 성매매특별법은 여전히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로 성매매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있음. '성평등과 인권존중을 중심으로 한' 법 개정이 필요함.
3) 젠더폭력을 흉악범죄로 대체화하고 병리화하는 엄벌주의적 정책 반대
여성폭력을 일상 속 성차별적 문화와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흉악범’의 문제로 보며 ‘진짜 성폭력’을 가려내어 엄벌하려는 관점은 수많은 피해를 은폐하고 오히려 양산하는 조건이 됨. 만연한 성차별과 강간문화, 성착취를 통한 이익창출 구조를 해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국회는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는 법제도, 정책 개정이 추진될 때 이를 막아서고 정말 필요한 변화를 추진해갈 전문성과 관점, 의지를 갖춰야 함.
4) 복합적, 중층적인 여성폭력에 대한 전문적 이해 증진
편의주의와 효율주의를 기조로 여성폭력 대응 및 피해자 지원 단체를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여 관리하려는 정부 정책에 문제제기해야. 피해자지원 현장단체가 각각의 피해경험을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별과 폭력의 연쇄로 파악하고 서로 협력하며 종합적인 지원 및 대응을 해온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
5) 현장성, 자율성을 통한 역량 증진 확보 - 협의기구를 통한 비전의 추진
여성폭력 현장의 전문가 및 당사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이를 법안으로 정책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함. 이로써 ‘발의’에만 그치는 의정활동의 무력감을 넘어서고, 문제적 관점을 담지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을 점검하고, 더 큰 사회적 개선을 추진해갈 힘을 형성할 수 있음.
이어서젠더 기반 여성폭력 각 분야별 정책 제안 발표가 있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이하영 공동대표
성매매는 오랫동안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친다는 관점에서 금지 또는 관리되어 왔음. 성매매를 ‘여성인권’ 침해라는 관점에서 폭력으로 재규정하고자 2000년 이후 성매매방지법 제정 노력이 있었으나, 법이 통과되면서 ‘성 풍속’에 중점을 둔 조항이 남았고, 유관부처의 관점도 일관되게 정리되지 못함. 게다가 성매매를 ‘여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조직범죄이자 성산업으로서의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지 않는 전·현 정부의 책임방기가 있어 옴. 피해자 지원 예산은 축소되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강화되는 실정임.
정책제안
●성매매여성 불처벌과 성매매 알선과 성구매를 처벌을 골자로 한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 ●성구매자 처벌 현실화, ●인신매매 처벌법 마련 및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대표
한국의 이주 관련 정책은 젠더화되어 있음. 외국인 노동 정책과 동포 정책 전반에서 여성이 고려되지 않으며, 다문화가족 정책은 사실상 '한국 남성 가족 지원'으로서 결혼이주여성을 고려하기에 이주/여성 정책이기보다는 가족정책 성격이 강함. 게다가 이주여성 인구는 외국인 인구의 45%에 육박하며, 이주여성 인구 중 결혼이주여성 인구는 30% 미만으로, 다양한 체류 형태의 이주여성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함. 결혼이주여성의 경우도 노동현장에서 차별받고 있고 젠더기반 폭력에 취약하며, 다문화가족이라는 구별 자체로 인한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됨. 또한 현행 법제도상 사회권적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고 있어, 배제된 수많은 사회구성원이 극도로 취약한 위치에 놓임.
정책제안
●외국인 가족을 포괄하는(한국인+외국인 가족만이 아닌)‘다문화가족’ 범위 확대, ●한부모 이주여성 지원 체계 구축, 이주민 지원 공공기관의 이주여성 리더십 지원 및 일자리 안정화, ●지자체별 이주여성상담소 확대, ●결혼이주여성 체류권 보장, ●이주여성노동자가 겪는 젠더기반 폭력 및 건강권 침해 방지 대책 마련, ●국내 출생 이주배경 아동에 대한 출생통보제 시행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변은희 소장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삶의 ‘주도권’ 박탈은 장애여성에게 특정 시기, 특정 상황이 아닌 '전 생애에 걸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임. 젠더기반 폭력피해 장애여성에 대한 정책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장애여성의 정체성 및 차별 조건에 대한 교차적 이해에 기반해야 하나, 현행 제도는 장애라는 ‘취약성’에만 초점을 맞춰 이 취약성을 입증해야만 지원하는 선별적·분절적 방식의 지원에 머물러 있음.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 법적 판단 시 장애가 저항이 불가할 정도로 ‘심한지’를 입증해야 하며, 동시에 전반적 법제도에서 아동/청소년/장애인의 동의 능력 및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음. 장애아에 대한 임신중지를 옹호하는 모자보건법 14조 우생학적 조항도 남아 있음. 가족 및 친인척에 의한 장애인 학대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제도 및 정책이 부족함. 또한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의 진술을 조력하는 제도가 도입되어 있으나, 조력인의 젠더감수성 및 인권감수성 점검 및 강화 정책이 부재하며, 수어통역의 경우에도 단순히 ‘의사소통 조력’ 이상으로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맞는 전문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함. 이에 더해 여가부는 현재도 높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 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폐지함. 여성폭력 실태에서 장애여성이나 이주여성 등 소수자 여성의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고, 장애인 관련 정책에서도 성별영향평가와 그에 따른 성인지 예산 반영이(장애여성 결혼/출산/양육 실태 외엔)전무함.
정책제안
●장애정도 입증에만 주력하는 성폭력 처벌법 제6조 4항 폐지,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함과 동시에 아동/청소년/장애인 동의 및 의사결정 능력 판단 기준 전면 개정,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 및 장애여성 성/재생산권 적극적 보장, ●젠더기반 폭력피해 장애여성 시설화 방지를 위한 자립지원 정책 확충,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 권리보장 조력제도 실태 모니터링 및 내실화,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사업 폐지 철회 및 예산증액, ●장애정책 전반에 젠더관점 반영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나눔 정책팀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은 대부분의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별화된 범죄이며, 특히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함. 일상적 공간에서 여성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범죄행위임.
그러나 가정폭력처벌법은 법 전반의 패러다임이 '가정의 유지와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에 가폭사건은 모호한 기준으로 가정보호사건으로 이관되며 가해자가 상담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조치되곤 함. 현행법상 가정폭력으로도 스토킹으로도 분류되기 어려운 친밀한 관계에서의 데이트폭력은 사각지대에 놓임.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취약한 위치를 고려해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았음을 양형에 반영하는 규정도 개선해야 함. 가정폭력과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즉각 분리 조치 비율은 매우 낮고, 피해자의 정당방위는 수사사법기관에 의해 ‘쌍방폭력’으로 해석되곤 함. 스토킹 처벌법의 경우에도 스토킹 행위를 협소하게 특정하고 있고 피해자 주변인의 피해는 인정되지 않는 한계가 있고,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제한적 보호/지원도 문제임. 피해자 보호시설 설치기준은 국토교통부 1인 최저주거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가해자에 대한 정보노출 위험 정도가 낮은 피해여성도 일괄적으로 생활규칙이 매우 엄격한 보호시설 입소만 가능하여 지원받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되기도 함. 또한 생존을 위해 집과 재산을 모두 두고 탈출한 가폭 피해자들을 위한 자립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함.
성별불평등한 사회구조/문화에 기인한 범죄 예방을 위해 국민 성평등 의식 제고가 절실히 필요하며 이에 힘쓰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에도, 2024 여가부 예산안에서 여성폭력 관련 인식개선 사업 대부분이 삭감됨.
정책제안
●가정폭력특례법 ‘가정보호’가 아닌 ‘피해자인권’ 중심으로 개정,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및 가폭 범죄자 체포우선제도 도입, ●형사처벌 결정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피해자 의사존중’ 관련 조항 삭제, ●피해자 보호명령 강화 및 피/가해자 분리 적극 시행, 여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기준 마련, ●스토킹처벌법 개정, ●스토킹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 및 가폭 피해자 지원체계 안정화, ●여성폭력피해자 자립지원 정책 정비,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 사업 확대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부소장
2024 여가부 예산은 2023년 대비 9.4% 증가했으나, 증액 대부분은 가족정책 예산이고 성평등정책 및 청소년 정책은 각각 2.5%, 6.9% 감소함. 여가부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은 확대되었다고 설명하나, 확대된 부분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관 및 사업에 해당하며, 민간 상담소 등 단체에서 운영하는 지원사업은 삭감됨. 성폭력 피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 국비는 50% 삭감되었고, 성폭력 피해 상담소 및 보호시설 운영지원비는 약 2억원 감액,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는 8억원 감액됨. 한편 여가부는 2024년 기존 상담소 중 30개소를, 2025년엔 55개소를 통합상담소로 전환할 계획인데, 이는 추진 과정에서 현장 단체와 어떤 정책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하며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무너뜨리는 구조조정임. 국회에서 젠더폭력 관련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예산 편성 및 법안 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짐.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성폭력 무고죄 강화’나 피고인 방어권 보장 명목의 백래시 법정책이 시행됨. 법무부는 2022년 7월 검찰 수사 규정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무고죄를 걸러야 진짜 성범죄 엄벌이 가능해진다’는 인식을 확산함. 또한 21대 국회 법안 발의 경향에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가 두드러짐. 엄벌주의는 가부장적 섹슈얼리티 규범 및 젠더규범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라는 외양과 달리 피해자 전형에 맞는 ‘피해자다움’을 양산하는 측면에서 문제적임. 또한 괴물화된 성폭력 가해자를 상정하게 되어 일상 속 보통의 성폭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감하게 만들고, 처벌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보다는 특정한 가해자만 선별 처벌되게 하는 효과가 있음.
재판 받는 가해자가 일방적/기습적으로 공탁금을 걸어 감형받는 데에 공탁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 또한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피해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사건 해결을 위한 첫발을 떼는 경우가 많은 피해특성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로 인해 무력화되곤 함. 19세 이상 피해자의 경우 자립지원금이 부재하며,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의 경우 여타 위기청소년 지원제도에 견줘 자립지원 체계가 매우 부족함.
정책과제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성폭력 범죄 엄벌주의가 아닌 처벌의 확실성 담보 방안 마련, ●기습공탁 불가하도록 공탁법 개정,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배제 또는 연장, ●만 19세 이상 피해자보호시설 퇴소자 자립지원금 마련, ●친족 및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에 지원체계 강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김여진 대표
불법촬영과 비동의 유포 등 이미지 기반 성폭력이 2015년 이후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며, 만연해 있던 온라인 성폭력의 일부가 법제 한계 속에서나마 ‘불법화’됨. 그러나 ‘불법화’된 디지털성폭력 유형은 이미지 기반 성폭력과 성폭력처벌법상 ‘음란행위’ 등 일부에 국한됨. 법제화 이후 가해 양상은 법에 열거된 특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법망을 우회하고 있으며, 이에 법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또한 많은 피해자들은 ‘사이버명예훼손죄’, ‘초상권 침해’, ‘모욕죄’ 등의 방법을 검토하게 되어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회복 과정을 지지받지 못함. 관련법이 ‘음란함’의 정도나 ‘성적 수치심’을 피해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 것도 문제임. 피해지원기관은 ‘삭제’ 서비스 제공 기관과 지원기관 연계 기관으로 이분되어 각 지원 연결성이 떨어지고, 관 중심의 피해지원은 법적 기준을 우선 고려함으로써 다양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지속/확대되며 여성주의적 피해지원의 성격이 약화됨. 또한 부가통신사업자의 법적 의무가 강화되긴 했으나 해외 부가통신사업자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며, 여전히 성적 폭력과 착취가 아닌 ‘음란물’을 문제삼는 규정의 한계가 있음.
이러한 많은 한계는 근본적으로 디지털성폭력을 ‘구조적 불평등에 입각한 젠더 위계에 기반한 폭력’이 아니라 단순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디지털을 이용한, 성 관련 폭력’으로 보는 데서 기인함. 현 정부는 디지털성범죄를 5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고 하지만, 디지털성폭력 문제를 탈정치화하고 ‘젠더’ 맥락을 삭제하려 하고 있음. 디지털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성평등 실현’을 궁극적 목표로 한 재정치화가 필요함.
정책과제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 구성요건 확대 개정, ●다양한 온라인 ‘성적 괴롭힘’을 젠더기반 폭력으로 다루는 입법,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구성요건 개정, ●이미지 유포 행위나 소지 행위 방식을 열거하여 특정하기보다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새로 생기는 넓은 범위의 가해 행위들이 포괄되게끔 법 개정, 해외 부가통신사업자 책임에 관한 대책 마련, ●음란함이 아닌 젠더 위계를 고려하는 방향의 법제도 관점 변화, ●디지털성폭력 특성을 고려한 전국적이고 종합적인 피해지원 체계 마련
긴 발표가 끝나고 각 정당들에서 토론자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도 여러 차례 토론 요청 연락을 하였지만, 아쉽게도 아무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류이현(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박지아(정의당 젠더폭력대응센터장)
노서영(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이기원(진보당 여성-엄마당 집행위원장)
모든 정당들에서 발표자들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무거운 책임을 인지하고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고, 각 정당별로 준비하고 있는 여성폭력 분야 정책안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일부 정책안에 대한 보완 의견이 다소 나눠졌고요.실재하는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젠더갈등', '젠더 갈리치기' 같은 말들로 무력화하는 시도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각 정당들이 뚜렷한 지향과 의지를 가지고 정확하고 올바른 사회적 메시지를 확산하려 노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각 정당들이 선거 공약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국회에서 퇴행을 저지하고 필요한 입법을 추진하는 역할, 선거 시기 약속한 것을 철저히 이행는 책임을 다해야 함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두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던 토론회 내용을 짧은 글에 요약하다 보니 중요한 많은 부분이 누락ㅠㅠ될 수밖에 없는데요....
토론회 자료집 안에는 발표자들이 공들여 정리한 각 이슈의 연도별 흐름, 피해자 지원체계 현황, 정책안 비교표 등 관련 자료들을 포함한 발표문 전문과 토론문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선★첨부파일 다운로드★하여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총선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난무하는 난장판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모이고 여성을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터져나오는 시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총선 과정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모니터링하고, 개입해나가는 활동을 민우회도 지속할 테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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