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여성노동[후기] 2023 여성노동자대회: 세상이 후퇴해도 우리는 앞으로

2023-03-10
조회수 2107

[후기]2023 여성노동자대회:세상이 후퇴해도 우리는 앞으로

 

2023년 3월 4일 토요일 오후 1시에 보신각 앞에서는 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습니다.

사진설명: 여성노동자대회가 시작 되기 전, 은사자 활동가가 한국여성민우회 깃발을 들고 있다.

 

여성노동자대회를 시작하기 전, 어떤 시민이 여성노동자대회 트럭을 보고 한 마디 하셨습니다.

“아니, 노동자대회면 노동자대회지 왜 여성노동자 대회야? 남자, 여자 나눌 필요가 있나?” 이 말을 듣고 여성노동자대회의 필요성을 더 느꼈습니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성별임금격차, 남성에 비해 여성비정규직률이 더 높고, 고용 불평등, 채용 성차별, 여성에게 불리한 직장 내 차별적인 분위기 등이 존재합니다.

이런 차별에 맞서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국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몽실의 사회로 여성노동자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설명: 보신각 앞으로 모인 여성노동자들

 

사진설명: 여성노동자대회 때 사용한 손 피켓

- 성평등 노동은 생존권이다!

- "여성노동자도 한 가정의 가장이다. 우리에겐 모셔야 할 고양이가 있다!"

- "가부장적 조직문화 박살내고 성평등한 조직문화 쟁취하자"

- "유리천장을 박살내기 위해 오늘 우리는 행진한다"

- 여성노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우리는 잠깐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여성노동자대회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 프로그램

사회자 몽실(최희연)/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발언

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덕성여대분회 윤경숙 분회장

2)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분회 천안지회 구교진 부분회장

3)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김예린 대전분회장

4) 한국여성노동자회 페미워커클럽 멤버 혜리

5) 정보라 작가

6) YH무역노조 최순영 지부장

퍼포먼스

시국선언문 낭독

행진: 보신각-을지로입구역-서울광장

 

그럼, 어떤 발언들이 있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발언 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덕성여대분회 윤경숙 분회장의 발언 일부

“그러고 보니 제 삶에는 단 한번도 공짜가 없었습니다.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엄마를 도와야하는 딸이었고 동생들을 돌봐야하는 장녀였고 시부모님을 돌봐야 했던 며느리였고 지금도 은퇴한 남편을 대신해 가정에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는 입장입니다.

요즘은 경력단절이라는 표현보다는 경력이동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전업주부도 경력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여성의 전문성이나 능력의 인정이, 처우가 남성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의 딸이, 여기 계신 희망과 꿈을 지니신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 부당함과 폭력에서 자유로운 삶을 펼치시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저희는 저희 자리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낼 겁니다.”

 

발언 2.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분회 천안지회 구교진 부분회장의 발언 일부

“라운딩과 상관없는 캐디의 성별에 대한 품평회를 인사말로 듣고 근무를 시작하는 날도 부지기수입니다.

캐디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은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술에 취한 고객에게는 골프장 여기저기가 화장실이 되어 노상방뇨를 하는가 하면 고의적으로 캐디가 볼 수 있도록 앞에서 일을 보는 고객도 간혹 있습니다. 또한 은근슬쩍 몸을 만지거나, 음흉한 농담과 욕설을 해도 바로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캐디들은 골프장이 하라는대로, 골프장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벌칙을 받거나, 해고를 당합니다. 또 회사가 출근하라는 대로 출근하고, 쉬라는대로 쉬며 흔히 골프장의 지휘, 명령을 받고 있지만 고객에게 캐디피를 받는다는 이유로 특수고용노동자라고 합니다.

어려운 싸움을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상록CC분회 천안, 화성, 김해 캐디들의 이해관계가 달랐음에도 연대의 마음으로 똘똘 뭉쳐 한목소리로 투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국에 몇 안되는 전국여성노동조합의 88CC분회, 드림파크CC분회와 같은 캐디노조들이 함께 연대해 주었기에 그 힘이 동력이 되어 힘든 시간들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발언 3.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김예린 대전분회장의 발언 일부

“빵 만들면서 안웃으면 안웃는다 쫓겨나고 연장수당 요구하면 어린게 돈독이 올랐다며 건방지다 매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쉬는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점심식사도 못하고 쫓기듯 일해 퇴근하면 발이 퉁퉁 붓고 어깨와 손이 잠도 못들 정도로 저려도 쫓겨나지 않으려면 입다물고 참고 일해야 했습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젊은 여성들이 대다수라는 이유로 노동착취 당하고 임금도 후려치기 당하고 있었고 그건 부당한 것이란걸 알게 되었고 노동조합으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노동개악을 요구하는 악랄한 기업과 무능한 정부 사이에서 우리 여성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고립되고 힘겹게 쟁취해온 권리들을 야금야금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자니까 당연히 이정도만 받으면 된다, 원래 이런건데 왜 너만 유난이냐고 가스라이팅 당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노동조합 시작 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진보의 최전선은 여성의 노동자들의 노동해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언 4. 한국여성노동자회 페미워커클럽 멤버 혜리의 발언 일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사람은, 아니 애초에 일의 전문성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에는 한 물 갔다고 여겨지는 계급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가깝게 느껴지곤 합니다.

나는 그저 모두에게 친절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내 태도가 성애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어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어야 했습니다. 일하는 곳의 남성 상사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건지, 나는 왜 그저 평등한 동료로서, 혹은 후배로서 그들과 술을 마시고 어울리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그런 고민 없이 일하는 남성 동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제 걱정이 아닌 고민을 하고 싶습니다. 가스비와 난방비를 걱정하기보다 오늘 저녁엔 어떤 맛있는 음식을 해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고, 직장에서의 남자 동료들과의 관계를 걱정할 시간에 내가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습니다.

나의 어려움을 나만의 것으로 두지 않을 때, 국가 책임과 공공성을 말하고 페미니즘의 부재를 지적할 때, 우리는 더 나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발언 5. 정보라 작가의 발언 일부

“어느 대학교 남자 교수가 저를 불러서 밥을 사 주었습니다. 저는 그 학교에서 혹시 강의를 맡을 수 있을까 하여 부르면 열심히 갔습니다. 그 교수는 자기와 둘이서 러시아에 놀러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거절했습니다. 그 남자교수는 연락을 끊었고 저는 그 학교에서 강의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 사이에 교양 어학과목 강사 선생님들이 대량 해고되었습니다. 모두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여성 강사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9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강사 처우개선을 강제로 해야 되니까 학교가 교양과목 강사부터 미리 다 자른 것입니다. 나이 많은 여성 비정규직 강사는 해고 1순위입니다.

강사는 대학에 고용되어 연구노동과 강의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입니다. 나는 교수가 될 거니까, 교수들 눈밖에 나면 정규직이 될 수 없으니까, 이런 비굴한 사고방식을 강사 스스로 버리고 노동자로서 단결해야 합니다. 저들이 요구하는 불가능한 실적을 쌓고 저들의 비위를 맞추고 참고 기다리면 평등하고 정의로운 대학이 저절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발언 6. YH무역노조 최순영 지부장의 발언 일부

“60~70년대 화려한 고도성장의 이면에선, 조명 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 나이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 16시간 이상씩 일하면서도 한 달에 고작 이 삼천 원만을 속에 쥐어갔습니다. 밥 먹을 돈이 없어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웠고, 먼지 속에서 폐병을 앓기 일쑤였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여성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나체시위를 했고, 똥물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굳건한 연대로 뭉친 여성 노동자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며, 인간다운 삶의 쟁취를 위한 투쟁을 가열차게 이어나갔고, 이는 결국 18년간 이어졌던 독재정권 종말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그 후 사회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치,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현실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 여성 노동자들은 항상 스스로 투쟁하여 변화를 도모해왔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그 무엇보다도 가열찼지만, 그 치열하 속에서도 우리는 여성만의 섬세한 시선을 유지해왔습니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여섯 분의 발언이 끝나고 성차별 성희롱, 비정규화, 저임금, 승진차별, 채용차별! 여성노동자를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우리 손으로 산산조각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사진설명: 유리천장을 상징하는 하늘색 천을 여성노동자들이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퍼포먼스를 끝내고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 정혜진 지부장, 광주여성민우회 김효경 대표, 경기여성단체연합 이정아 상임대표, 한국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한국노총에서 함께 힘차게 시국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시국선언문의 일부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데요,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엎어라, 뒤집어라! 연대는 차별보다 강하다. 억압과 착취는 정의로운 분노를 이기지 못한다. 성평등한 노동세상, 여성노동자인 우리가 만들 것이다!"

"차별과 혐오를 멈춰라!"

"우리의 외침을 들어라!"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가 세상을 바꾼다!”

 

사진설명: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여성노동자들이 행진하고 있는 모습

 

현재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의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돌봄의 몫이 여성에게 더 부과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장시간 노동을 비교적 하기 힘든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더욱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성평등 노동의 관점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이 더 멀리 멀리 퍼져 나가 하루 빨리 성평등한 노동환경이 갖추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