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회원[후기] 10대 페미니스트 필리버스터 <우리는 매일 사건을 겪고 있다>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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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교에서 겪고 있는 성차별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자리.

변화를 말하는 10대 페미니스트 필리버스터 <우리는 매일 사건을 겪고 있다>가 지난 11월 25일(토) 신촌역 근처에서 있었습니다.

 

    

 

올해 민우회에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성차별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 중 가족관계 다음으로 학교가 높은 순위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0대 여성들이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공간으로 학교가 1위로 조사되었는데요. 10대 여성들의 경험에 따르면 오히려 학교가 여성의 몸과 외모, 성역할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학교에 어떤 변화들이 필요한지. 공개적인 곳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변화를 만드는데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10대 여성들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일 폭우가 치는 와중에도 미리 발언 신청해주신 분,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다 용기를 얻어 발언신청해주신 분들까지 총 12명의 발언자분들의 힘 있는 연설이 있었습니다.

 

10대 여성들은 학교의 어떤 부분에 변화를 원하고 있는지 당일 참여자 분들의 발언을 전해드립니다.

 


 

1.


 저는 작년에 20대 후반인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항상 여학생들에게 “너는 시집 언제갈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습니다. 여느 때처럼 여학생인 저에게 너 “시집 어떻게 갈 거야?”라는 말을 먼저 하셨고,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저의 말에 “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가더라.”라고 하셨습니다. 오고가는 대화 자체가 불편했던 저는 그분에게 ‘요즘 세상에 누가 한국남자랑 결혼 하냐’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분은 “너 메갈 하냐”라는 답변을 하셨습니다. “어디 여자가 남자한테 함부로 말대꾸를 하느냐.”라고도 말했습니다. 남자한테 말대꾸하는 모두 메갈이라고 칭하는 그 대단한 판단력에 놀라웠습니다. 박수를 치고 싶었고요. 정녕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메갈의 의미라면 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선생님은 한번이라도 한국 여성들이 왜 결혼을 꺼리게 되었는지, 메갈의 발단이 무엇인지 한번이라도 궁금해 한 적이 있는지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선생님의 성차별적 발언은 굉장히 많고 다양했습니다.

 올해에는 제가 학교에서 생리대를 찾으며 “생리대 있는 사람~” 소리를 쳤었는데 그에 “너 남학생들 있는데 조용히 말하면 안 돼”냐고 하셨던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문장이 단순히 교실 내에서 조용히 말하라는 일침으로 들리시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 문장 앞에 남자애들도 있는데 라는 말이 왜 붙었어야 되는 것이었을까요?저희는 더 이상 생리대를 주머니 속에 숨기며 주고받고 싶지도 않고 결혼과 출산 강요받고 싶지도 않으며, 여자답게 하고 다니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부디 모든 학생들에게 올바른 젠더의식을 가르쳐 주시고 여학생들이 더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들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2.

 

안녕하세요. 저는 며칠 전 있었던 수능을 거하게 치른 고3학생입니다. 사실 페미니즘을 접한 지 채 일 년이 안 되가지고 작년에는 정말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학기 초에 반장선거를 하잖아요. 반장선거를 할 때에 저희 반 분위기가 되게 조용하고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한 친구가 그 분위기 다 풀어주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가 반장이 되면 좋겠다 했는데그 친구가 정말로 반장이 됐어요. 그런데 나중에 선생님이 오시더니 미안하다면서 네가 반장이 될 수 없다면서 그러는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하면서 다같이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 친구가 반장이 될 수 없었던 이유가 벌점규정 때문이었어요. 그 친구가 벌점이 10점이었는데 벌점 규정이 출마기준으로 딱 10점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규정이 되어있어서 그 친구가 나가서 된 거였는데 알고 보니까 그건 남학생 기준이었고 여학생은 7점 미만이어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는 결국엔 낙선이 된 거죠. 그 일을 보면서 제가 처음으로 성차별에 대해서 큰 분노를 느꼈어요.

 

그 이후에 올해 고3이 되어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이후에 있었던 일인데 이번엔 큰 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저희 학교에서 항상 성희롱과 여성혐오적 발언을 일삼았던 남자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남자선생님이셨는데 그 분이 하셨던 말씀들을 약간 나열해 보면 화장실에 간다는 여자애들한테 “빨간 거냐?” 이렇게 물어보고 그리고 자기가 한 말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다며 “여자와 개는 패야 맛있다”라는 말씀을 하신 선생님이 계세요. 근데 그 선생님이 또 고3이 되고 나서 약간 좀 잠잠하다 싶었더니 저희보고 “니네는 다 다방 레지 같다”, “우리학교에 여학생들은 다 왜 이러냐”이러면서 니네는 아마 대학면접 들어가면 “어 커피 안 시켰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하셔서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선생님들께 고발을 해서 학교 안에서 공론화가 이루어지게 됐어요. 그래서 그 선생님이 저희에게 사과문을 읊으면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도 된다 그러셨는데 제가 원래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제가 처음으로 그 선생님을 모두의 앞에서 물어 뜯듯이 막 제 언어로 할퀴었어요. 그래서 그걸 보고 애들이 나중에 멋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나중에 그런 걸 좀 배워야 겠다 그래서 기분 되게 좋았는데...

 

나중에 그 선생님이 읽고 계시는 책이 있길래 보니까 『82년생 김지영』이더라구요. 그 옆에는 또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그 책을 샘이 읽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보고 되게 나만 변한 게 아니고 우리들도 다 같이 변했고 저 선생님들도 변하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구나. 깨달았어요. 그래서 변화가 멀리 있지 않고 우리가 힘을 합칠수록 더 빨리 변화가 찾아오고 더 크게 강하게 다가올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어요.이제 수험생이 끝났으니까 영상디자인학과에 진학해서 혐오와 차별이 없는 페미니즘을 더 쉽게 받아드릴 수 있는 만화를 만들어서 어린이들이 더 쉽게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게 최종 목표예요.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또 연대를 하고 싶어요. 저는 이제 교복을 벗지만 더 다양한 방식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저는 한 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저는 오늘 댄스동아리를 하면서 겪은 여성혐오, 구체적으로는 성희롱과 여성 성적대상화에 대해 발언할 것입니다. 또 성희롱이 만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용인되는 학생간의 분위기와 이 문제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학교의 대해 화를 내고 싶습니다. 저는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댄동은 학교 축제나 운동회 등 학교 행사에 참여하거나 외부 댄스 대회를 나갑니다. 그리고 다른 남자중학교 축제에 찬조 출연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합니다. 저희 댄동은 제가 입학하기 전부터 찬조 공연을 다녔었고 올해는 두 남자 중학교에 찬조공연을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 공연들에서 남중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따먹고 싶다’, ‘섹스하고 싶다’, ‘가슴이 크다’, ‘출렁거린다’ 우리는 춤을 추고 이런 말들을 들었습니다. 직접 들은 발언과 전해들은 발언과 듣지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했을 발언과 남학생들의 섹드립, 몸평, 얼평 등 우리를 대상으로 했을 발언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폭력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졸업한 선배들을 대상으로 했을 그 발언들은 고스란히 내려와 우리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이 폭력은 후배들을 향해 돌진할 것입니다.

 

나의 후배들이 어디선가 똑같이 성희롱 당했을지 모르고 더 이상 성희롱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론화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의 공론화는 학생들 사이 성희롱을 자연스럽게 낳는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너희들이 잘못했다. 성희롱은 범죄이니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전에도 공개적으로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찬조 공연 이전에 성희롱에 대해 경고하는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었고, 남중학생회를 통해 전교에 말할 수 있도록 나름의 예방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이 발생했기 때문에 찬조에 갔던 성희롱을 당했던 그 남중에게 성희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처벌이 아닌 학교나 학생회 차원의 대처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입장문을 작성하여 남중대의원회의에 전달하였습니다. 그 입장문은 남중의 사과문 작성과 사과문 전교 방송, 사과문을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입장문을 받은 남중 학생회는 다행이도 저희들의 고통에 공감해주려고 노력했었고, 요구사항을 실현 하였습니다. 방송이나 게시판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하게 된 해당 남자중학교 학생들은 댄동 부원들에게 사과를 하거나 연락을 하였고 성희롱 가해자들을 질책하고 댄동에게 미안해하는 여론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동아리의 이름으로 다른 남중 학생회에 요구하여 학내 공론화를 실현시켰고 스스로 대단하다 자부합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끝낸다면 동화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의 어른들은 우리에게 공감해주지 않았습니다. 동아리 담당교사는 성희롱을 당하지 않으려면 찬조 공연을 가지 않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성희롱을 당한 까닭은 찬조공연을 갔기 때문이 아니라 찬조 공연에서 남학생들이 성희롱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인 우리의 동아리 활동이 제한 당했습니다. 우리는 성희롱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이 상황이 낯설지 않습니다. 옷을 야하게 입으니까 성희롱 당하지, 우리는 이 문장 또한 낯설지 않습니다. 찬조를 가지 않는 것 물론 성희롱을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나 이게 학교라는 공교육 기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아닐 것입니다. 대답해 주십시오. 노출 없는 옷을 입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않고 찬조를 제한하면 남학생들이 성희롱 당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학교도 알고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사건을 종결시키려는 학교의 태도는 우리에게 폭력적이고 위협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관련 두 학교 밖으로 퍼트려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이용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학생부 교사는 우리한테 온라인에 글이 올라가면 기자들한테 연락이 와 학교 이미지가 망가진다며 공론화를 반대했습니다. 또한 해체를 운운하며 페이지 사용을 제한하였습니다. 후배들을 인질 삼았기에 끝내 글을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프라인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학생들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특정 신체부위로 치환되는 경험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를 향한 성희롱이 나만을 향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폭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말 하고, 다른 학생들이 그들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여성 성적 대상화와 성희롱, 조직의 묵인과 방관, 피해자가 귀로 들은 문장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없기에 폄훼되는 여성들의 고통. 그래서 우리는 말해야합니다. 말하는 건 곧 존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내가 이 학교에 있고 내가 이런 성희롱과 혐오를 겪었으며 이제 저는 말합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사회가 듣게 만들어야 변화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용기 내 밖으로 나올 것이며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겠습니다.

 

 

4.

 

저는 오늘 저희 학교 내에서 있었던 성차별에 대해 말씀드리려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을 알게 된 건 페미니즘을 먼저 알았던 친구가 알려주었기 때문인데요. 그 친구로 인해 저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페미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아가씨의 명대사를 바꿔서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저는 페미니스트가 된 이후로 이 말에 엄청난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되기 전에 저의 성차별적 발언들과 가족 친구 선생님의 말 한 마디. 그리고 이 사회의 성차별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거에 대해 잘못된 점을 매일 마다 발견하고 바꾸기 위해서 언쟁을 펼치며 화가 나고 억울하고 때론 지칠 때도 있습니다.하지만 이중 저에게 가장 많은 분노와 슬픔을 주는 것은 학교입니다. 너무나도 깊게 뿌리박혀 있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성차별적 발언들은 넘쳐납니다. 매일 하루같이 그런 발언들을 듣고 있는 저는 여러분들에게 그 중 가장 심했던 발언들을 위주로 말씀 드리려 합니다. 먼저 사회문화 수업 때 일이었는데요.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저출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애 셋을 낳는 법안을 만들어야해”라고 하시면서 이어서 “애기 당 5천 만원을 줘야해” 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자가 자궁인가요? 여자는 애 낳는 기계가 아닙니다. 애를 낳건, 안 낳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발언을 장난치듯 말씀하시는 걸 보고 저는 선생님이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면 저런 발언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반 아이들은 이 발언을 듣고 선생님께 이건 아닌 것 같아요. 혹은 “선생님이 낳으시면 될 것 같네요” 라고 화를 내며 말을 한 아이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께서는 그저 그 시간에만 미안해라고 말씀하며 다른 반 수업 때마다 그 발언을 계속 이어가셨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 않나요? 하지만이 선생님께서 이 외에도 “아이스께끼는 남자애들의 장난일 뿐이지”나 “여기 여고에 와서 처음에 기대했던 환상들이 다 없어졌다” 라는 발언들을 하셨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 것.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신 것. 교사가 학생들에게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 모든 것이 저에게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다가왔습니다.저희반 애들과 다른 반 애들도 마찬가지였구요. 다음으로는 생물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반 담임선생님이기도 하시는데 전 정말... 이 선생님께서 가끔가다 혼전순결을 강요하십니다. 본인도 혼전순결을 했다며 너희도 해라라고 하시는데 전 정말 이해가 안 갔습니다.남성에게 혼전 순결을 지키라고 말 하나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남성들에게 혼전순결을 지키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여자에게만 혼전순결을 지키라고 말하죠. 저는 결혼 후 성관계를 할 건지, 말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며 순결을 강요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어떠신가요. 분명 분노의 감정을 조금씩 느끼셨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하신다는 것도 정말 화가 나고 참담하지만 너무 예민한 것 같다며 그냥 넘어가라고 말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많은 화가 납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은 학교에서 페미니즘 포스트잇 운동과 이런 발언들을 포함한 학교에서 여러 부당한 발언들의 신고들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정년퇴직을 얼마 안 남았으니 참아라. 혹은 너무 예민하다는 답이었습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겠지만 앞으로 저희 후배들이 또 많은 학교의 동생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5.

 

저는 남녀공학인 중학교를 졸업하고 여고에 재학 중인 고3입니다.저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교복을 입었습니다. 그냥 마냥 두근거리던 교복이 족쇄로 느껴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동복이든 하복이든 활동을 하기에 여자 교복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나치게 짧은 기장, 허리에 곡선에 맞게 들어간 라인, 많이 비치는 재질의 블라우스는 성장기의 학생이 아니라 인형놀이를 위한 옷같이 느껴졌습니다. 치마는 얼마나 또 불편한지 맘 편히 뛸 수도 다리를 벌릴 수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제 친구 혹은 선후배들은 선생님들도 부터 “팬티보이겠다”, “처신 똑바로 안 하냐”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야했습니다.흔히 교복 단속에 있어서 고3은 봐줘야하는 거 아니냐는 말은 많은 여성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자 교복이 학생들의 신체 활동과 학업에 얼마나 불편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6년 동안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은 성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으레 성교육이 그렇듯 여성과 남성의 성기, 임신과 출산의 생물학적인 과정 등을 배웠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성관계중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성병은 무엇이 있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 임신중독증으로 내 몸이 얼마나 불어나는 지 등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원활한 출산을 위해 산모의 질부터 항문 사이의 생살을 절개하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출산 후 배출되는 오로때문에 생리 때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생리대를 착용하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저는 이 사실을 학교에서 성교육이 아닌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모성만 신성시 하여 여성들에게 임신 출산의 고통을 감내하게 하고 이후 육아를 독박 씌우는 것은 명백한 여성혐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모든 문제가 사라진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며 제가 서 있는 곳에서 평등과 변화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여러분의 자리에서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세상 사람들이 저를 프로예민러라고 욕할지 언 정 저는 제가 서 있는 곳에서 열심히, 무쇠의 뿔처럼 꿋꿋이 가고자 합니다. 세상은 프로 예민러들이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6.

 

나는 여고에 다니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의 목소리는 항상 지워진다. 교사들에게 있어 내 항의는 그저 선도해야 할 어린 계집애의 반항으로 취급된다. 교사들은 얼마나 무지한 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가.

 

담임선생님은 수업시간만 되면 우리에게 잔소리를 했다. “남자선생님들 있는 데 그렇게 다리 활짝 벌리고 있지 마라.”, “다 큰 처녀들이 치마가 너무 짧다.”, 학생들이 수치심을 느끼든 말든, 담임선생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바빴다. 하루는 선생님이 부산 경찰이 만든 다운로드 킬 프로젝트 영상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은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가리지 않아서 저렇게 도촬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멍청한 소리였다. 나는 할 말이 많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도 선생님의 여성혐오적 발언에 반박했다가 일대일 면담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면담이었지, 그저 어른 말에는 입 다물고 있으라는 강요였다. 선생님은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했다. 그런 거 하나하나에 반응을 한다면 사회생활을 못 한다고 했다. 어떻게 분노하는 것이 예민한 것이 되는가? 이런 일에 순응하는 게 ‘사회생활’이라니, 대한민국 사회는 썩어서 곪아 터져있다. 참으로 슬픈 것은, 담임선생님은 여성혐오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다. 선생님이 본인의 성추행 경험을 털어놓으며 우리에게 언제나 조심하라며 경고했던 날은 화도 나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서러워졌다.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고, 데이트 폭력은 그저 운이 안 좋았던 것이라 말하고, 여성혐오 살인사건은 밤길 무서운 줄 모르고 나다녀서 그런 것이라고. 네이버 댓글 창에서나 볼 법한 남성중심적 언어폭력이 교사의 입을 통해 교육이라는 명분하에 우리에게 가해진다. 학교는 과연 여성을 어떤 존재로 규정하고 우리에게 ‘여성성’을 가르치는가? 신성한 학교에서의 수업에 따르면 우리는 수학도, 체육도, 운전도 못 한다.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되고, 해가 지고 밖에 나가면 안 되고, 남자들이 우리를 훑어봐도 그건 남자의 본능이니 받아들여야 하고, 항상 처신을 잘해야 하고, 저출산의 원인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니 어서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아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도대체 여성을 인간으로는 보고 있는 것일까? 이런 말을 들어가며 자라난 여성들이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나는 페미니즘을 알기 전까지 학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여성혐오들이 옳은 건 줄로만 알았다. 스타벅스 가면 김치녀, 운전 못 하면 김여사, 아기 엄마는 맘충이고 남자를 많이 사귀어본 여자는 걸레라고,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학교에서 주변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아무도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폭력에 묵인했다.

 

더 이상 이런 혐오발언이 교실 내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전국의 교육청은 말로만 학교의 주인은 학생 운운하지 말고, 실천을 하길 바란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하다. 혐오는 나쁜 것이라고, 차별에 저항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너무 기본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우린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 영어 문법과 수학 공식은 알면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인권감수성은 갖추지 못했다. 우리는 공부 기계로 자라나고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주체적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학교를 다니고 싶다. 편견과 억압이 없는 학교를 원한다. 내가 온전히 나로서, 내 삶을 살고 싶다.

 

 

7.

 

안녕하세요. 저는 여중 나왔고 지금 여고에 다니고 있는 학생인데요. 남녀공학에서는 어떤 성차별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제가 겪고 제가 들었던 것 위주로 발언을 하려고 해요. 제가 여중여고를 온 이유가요. 초등학교 때는 남학생과 여학생 같이 다니고 있는데 제가 되게 성희롱이랑 그런 거를 되게 많이 당했어요. 저는 그때 너무 충격을 먹어서 선생님한테 말을 했는데 “남자애들이 너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그냥 장난식으로 넘기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남자애들이 그렇구나 하고 넘겼어요. 그냥 내가 남학생을 피하면 되겠다. 이러고 여중에 왔어요.

 

근데 선생님들도 그런 발언을 되게 많이 하시더라구요. 제가 익명인 이유는 한 선생님이 하셨던 일을 말하려고 익명으로 나온 건데요. 저희 학교 선생님이 여중생이랑 교재를 했어요. 그래서 자기 집에 데려갔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충격적이고 어린 여학생한테.. 그런 말을 해서 꼬셔서 집에 데려갔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고 학교에서 이런 일을 보고 왜 겪어야하는지 무섭고. 여중인데 여고인데 남학생들이 없는데도 남교사 때문에 겪은 일이 되게 많았어요.

 

저는 머리가 짧은데요. 머리가 짧은 게 좀 편해서 짧게 잘랐는데 선생님들이 “남학생 같다”라는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남학생들이 머리가 짧으니까. 여학생들 중에도 짧은 애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남학생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근데 아니었어요. 국어시간에도 저한테 “너는 남학생 같으니까 네가 남학생 역할을 맡아라..” 이런 식의이야기도 했었고 선생님들이 더 문제였던 것 같아요.남학생들보다는. 선생님들이 저희가 없을 때 뒤에서 외모평가를 하신다고 했어요. 우리는 아직 어린데... 저는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서 발언을 하게 되었고요.

 

성차별에 대해서 말을 하려고 합니다. 남학생들은 교복도 넉넉하잖아요. 제가 제 교복과 동생교복을 비교해봤어요. 근데 동생이 훨씬 넓었어요. 저는 핏이 들어갔고요. 심지어 팔을 올리면은 배가 다 보일 정도로 짧았어요. 사이즈부터 키까지 다 달랐어요. 그리고 여학생들의 교복 기본형은 치마잖아요. 왜 치마인지 모르겠어요. 치마를 입혀놓고 다리를 벌리지 말아라. 뛰지 말아라. 그러시는데 그래놓고 왜 치마를 입히는 지 모르겠어요. 치마뿐만 아니라 스타킹도 규제를 하는데요. 스타킹의 경우에는 검은색 속살이 비치면 안 됩니다. 속살이 비치면 야하다고 말을 하셨어요. 남교사한테는 성적 어필이 된다고.우리가 단지 그런 어필을 하는 게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거 자체가 기분이 나빴고요. 학교 안에서 성차별이 많이 일어나는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안 들어줬으니까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침묵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번 기회에 말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8.

 

실업계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이제까지 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다들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본적 있나요? 20대, 30대는 무엇을 할지,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 많이 생각해 보셨을 것입니다.저희는 일학년 수업시간에 자신의 생애곡선에 대해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40대에는 경력을 쌓아 세계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애곡선을 본 선생님의 말씀은 “너의 인생에는 아이가 없고 결혼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자고등학교였던 저희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아이를 낳을 것을 요구하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저는 아이를 입양할 의양을 있다곤 했지만. 그것마저 결혼을 해서 입양을 하라는 말을 들었고. 태권도장을 차리고 싶다고 한 친구에게는 “너는 그렇다면 태권도를 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태권도장을 차려라”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우리의 꿈과 인생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저당 잡혀 경력단절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아도 내 꿈을 펼칠 수 있어야하고 논문을 50개를 쓰고도 경력단절녀로 불리지 않아야하며, 유리천장에 막혀 더 이상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여성은 없어야합니다. 우리는 남성보다 더 잘할 수도 더 못할 수도 있고 그것은 그냥 우리의 선택이지 당신들이 평가해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혼도 출산도 임신도 우리가 모두 정하고 우리는 걸어 다니는 자궁이아니라 한사람의 사람으로 임신을 했다면 임산부석에 앉아야하고 임산부 석에 앉은 남자를 당당하게 내좇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내 삶을 모두가 직접 정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

 

저는 12년째 비인가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대안학교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명을 드리려고 해요.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입시중심주의에 반대하며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따라서 대안학교는 경쟁보다는 평화 공동체, 환경 등을 중시합니다.

 

질문하나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의 학교는 평등한가요? 앞서 말했듯이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혐오가 만연한 공간이죠. 이 부분은 대안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성소수자 이야기가 나오기만 해도 더럽다, 이해는 하지만 내 주변에는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학교에는 없지 않느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대안교육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공동체 내부에서 쉽게 묵인되고 있습니다. 대안 공동체이기 때문에 폭력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안학교 특성상 소규모의 사람들이 오래 봐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 안에 권력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마치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폭력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구조처럼 말입니다.

 

저희 학교에는 이상형 월드컵이 있습니다.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이상형 월드컵을 열어서 외모품평을 하곤 합니다. 그 외모품평은 얼굴, 가슴, 다리 등 여성을 부위로 나눠서 평가하고 순위를 매겨서 서로 공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런 외모 품평을 하고 있단 사실을 꽤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나와 함께 웃고 떠들던 누군가가 어딘가에 가서는 누구누구가 가슴이 제일 크더라, 누구랑 떡치고 싶다라는 말들을 떠벌리고 다닐 줄 누가 알았을까요? 복도를 지나다니며 몇몇 남자선배들이 순을 흔들고 다니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브래지어 끈을 툭툭 치고 지나가거나 우연인척 하면서 엉덩이나 가슴을 치고는 자기네들끼리 낄낄 웃으면서 공포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짓궂은 장난쯤으로 취급됩니다.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은 방치되고 때로는 2차 가해를 낳기도 합니다.언젠가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요. 피해자는 심한 후유증을 겪었지만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학교를 다니고 졸업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 일이 너무 화가 나고 그 피해자가 제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무서웠지만 도무지 어찌해야할 지 몰랐습니다.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학교에서는 성폭력 사건을 해결할 의지와 역량도 없었고 피해자는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2차 가해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받았던 성교육은 성기구조를 해체하여 설명하는 수준이었고,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사랑은 어떻게 하는지 섹스는 어떻게 하는지 안전한 피임방법은 어떻게 하는지 실질적인 필요한 성교육은 그 누구도 배운 적인 없습니다. 그나마 오랫동안 배워왔던 성교육은 성차별적이고 이성애 중심의 성교육 성폭력의 원인을 제대로 거부하지 않은 여성 문제로 돌리는 교육이었습니다. 성교육의 구조뿐만이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지도하는 교사들도 성의식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였습니다.

 

중학교에는 삼부이하의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는 교칙이 있는데요. 몇몇 여학생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분노하며 각 교사에게 따져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학생들이 짧은 반바지를 입었을 때 남자애들이 성적 호기심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또한 교사에게 돌아오는 성희롱 발언이나 학생들의 외모와 학생들의 행동을 성역할고정관념으로 규정짓는 경우들은 종종 보게 됩니다. 교사가 하는 말은 교육을 일환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몇몇 학부모들은 말합니다. 애들이 너무 성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아는 것은 걱정된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유치원, 초등부터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페미니즘 교육과 성폭력 대응 매뉴얼도 학교 전반에 실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볼까하는데요. 저는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어요. 이 전까지는 페미니즘을 좀 여성우월주의라고 알고 있었다면 그때부터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소수자든 누구든 자기 존재를 그대로 인정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운동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올해 초에 여성주의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동아리었지만 학내 생리대 무상배치와 학내 차별을 방지하는 평등교육, 청소년의 성과 인권을 주제로한 부모교육.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다가오는 겨울방학에는 페미니즘 캠프를 열 계획입니다. 학교에서는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정중이고 학생교사 부모가 성평등 수업 반성폭력 수업을 모두 들었습니다.

 

이제는 학교에서 성차별을 지적하고 바꿔나가는데 그렇게까지 많이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혼자였다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저와 페미니즘에 대해 토론하고 학교 문화에 대해 같이 성찰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페미니즘은 소수자들의 연대와 소통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안학교에서 일어나는 소수자 차별과 여성혐오의 문제점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 올해 대안학교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마지막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느 공간에든 폭력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폭력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가 계속해서 피해를 봐서는 안 되고 공동체 안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대안학교에서도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용기가 모여서 세상이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학교를 바꾸는 그 날까지 함께 싸워나가요. 감사합니다.

 

 

10.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에 한 여중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방금까지 들었던 발언들에 용기를 얻어 지금 신청했는데요. 올해 중학교에 가서 작년까지 초등학교 다녔는데요. 지금 초등학교 일부라고 믿고 싶은 남자친구들의 입에 붙은 말을 잠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 친구들은 메갈년, 허벌 보지년, 씨발년, 애미창년 등을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주 쓰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그런 말들을 들으며 중학교 원서를 작성하는데 그때 페미니즘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00중학교와 00여자중학교가 있습니다. 저는 00중학교가 당연히 공학학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00중학교는 남자중학교였습니다. 여중에는 반드시 여자라는 글자가 붙지만 공학중학교와 남자중학교는 다름이 없습니다. 제가 이 발언을 신청하면서 가장 큰 용기를 얻게 된 분은 아까 발언하신 분 중 여중 재학 중이신 댄스동아리분이십니다. 저는 00여자중학교의 학생이 되어 댄스동아리의 오디션을 보고 붙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현재 한 남자 중학교의 찬조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작년 찬조에서 창년, 가슴크다, 출렁거린다, 섹스하고 싶다 등의 말을 들었습니다. 과연 이번 년도에는 안 그럴까요? 저희 동아리 선생님은 재작년까지 그 학교에서 일하셨습니다. 그 선생님이 솔직하게 말해주셨는데요. 축제에서는 무조건 핸드폰을 들고 가슴과 엉덩이, 바지 입었을 때 보이는 y라인을 보다가 정신 차리면 보는 게 얼굴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교 3학년 언니들은 뚱뚱하면 욕먹으니 꼭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춤추는 것이 좋아서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지만 남자 중학교에 가면 자연스럽게 성적대상화 당합니다. 하지만 저희학교 동아리에 페미니즘을 지지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한 두명도 없습니다. 저희학교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희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제도 남배우 유아인씨의 트위터 막말을 보면서 그에게 젠더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는 계속 연대해야 합니다. 여자는 섹스기계도 걸어 다니는 포궁도 아닙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필리버스터를 들으러왔다가 여러분들의 발언에 용기를 얻어서 발언을 하게 됐구요. 우선 저에게 용기를 주신 다른 발언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자다움을 강요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싫고요. 왜 여자답게 행동하라는 코르셋을 어릴 때부터 성별에 따른 색상을 입고, 성별에 따른 옷 스타일이나 머리길이 등등을 그 틀에 맞게 살아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리고 사회에서 주장하는 여자답게라는 틀을 벗어나면 왜 남자답다 라고 표현하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더 이상 여자답게라는 말을 더 이상 듣고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여자다운 것이라는 것은 도대체 누가 먼저 정하기 시작한 것이고, 또 무슨 의도로 저희에게 그런 말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발 저를 포함한 모든 여성분들이 어떤 것을 추구하고 어떻게 행동하든 그냥 놔두세요. 저는 옷 스타일이 어떻건 힘이 세건 약하건 머리길이가 짧던 말건 화장을 하던 하지 않던 사소한 것에 규제받고 여자답게 살아가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사회에서 여자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틀에 맞춰서 행동하게 자라나게 하지 마세요. 저희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더 이상 규제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대 페미니스트 필리버스터 <우리는 매일 사건을 겪고 있다> 발언 영상 링크 ***

http://goo.gl/1xzRDV

 

폭우와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10대 페미니스트 필리버스터 - “우리는 매일 사건을 겪고 있다”]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