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금),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왜 돌봄은 값싸게 외주화 되는가: 서울시-정부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대응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 추진하여 올해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관련하여, 시범사업 시행이 결정된 현재까지 이어지는 주요 맥락들을 살피고, 이주 노동자-여성-돌봄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태도와 관점을 다각도로 비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평일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담회실 내가 꽉 찰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와주셨어요.
데스크에서 자료집이라도 챙겨가는 기자, 국회 관계자분들도 제법 있었답니다.
토론회는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 공동대표의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이 토론회를 주최하기 위해 함께 해주신 각 주최 단위에서 인사말을 해주셨는데요.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 여성노동자와 연대하겠다는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돌봄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부위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국회의원은 일정상 현장에서 인사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토론회 중간부터 객석에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최영미 위원장의 발제로 시작됐습니다. 최영미 위원장은 우선 돌봄노동자를 지칭하는 말들의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돌봄노동자는 가정과 시설에서 직간접적인 돌봄을 수행하는 노동자”인데, 그중 가정 내에서 해당 가정을 대상으로 돌봄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가사노동자라고 통칭하고 있으며,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가사노동자는 곧 재가돌봄노동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봄노동자는 공식부문(사회서비스 노동자)과 비공식부문(가사, 육아, 간병 등 민간 부문)을을 불문하고 제각기 분리된 채 사회에 퍼져있는 상태이며, 돌봄노동자가 수행하는 노동의 성격에 따른 범주화가 국내외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어 “서울시가 처음 시범사업을 발표했을 때 이미 육아인지 가사인지 (돌봄노동에 대한) 구분이 전혀 안 되어” 있었고, 정부와 서울시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상 (육아가 아닌) 가사노동자인데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고) 이를 혼용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돌봄에 대한 개념과 관점이 모호한 서울시에서 시범사업 시행 발표 이후 전문가 및 시민단체로부터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비판을 받고 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부리나케 피드백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하게 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E-9(고용허가제) 비자도 문제적인 상황인데, 정부가 내년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까지 돌봄업계 취업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발표는 그들의 노동환경이 “고용허가제조차도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놓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내용은 “고용허가제 활용 안 하겠다는 말은 곧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강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보통 아이를 돌보는 일과 가사노동을 하는 것은 분리하는 편인데, ‘외국인 가사관리사시범사업 시행지침 협약서(MOU)’를 보면 아이를 돌보는 일은 물론 가사 서비스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한국의 돌봄 서비스는 스탠다드가 많이 되어 있으니까 다른 업무를 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협약서에 있는데, 이런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확언하는) 내용을 협약서에서 보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서울시에서 선정한 시범사업 선정업체 2곳(휴브리스, 홈스토리생활)에서 낸 공고문을 추가 자료로 발제해주셧습니다. 공고문에 가사불가업무로 명시되어 있는 것들은 사실 “내국인 노동자도 하지 않는 업무”이며, 휴브리스의 경우 육아돌봄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아니고 가사서비스업체인데 업체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공고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의 자격요건을 육아돌봄업체에 제한하지 않고) 구멍을 많이 뚫어”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업체들은 해당 시범사업의 시행업체로 들어가는 것이 “제로마진”이고, “지원금이 외국인노동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서울시에서) 업체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이는 “사실상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며, “업체에 대한 업청난 혜택”인데 (외국인 가사관리사 민간 사업분야에서의) 선점권을 갖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윤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해당 사안에 대해 시민, 시민단체, 여성단체, 이주민인권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먼저 나눠주셨는데요, 사업의 주체인 서울시나 고용노동부에서 해당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말씀 덧붙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단체, 전문가, 노조를 넘어서 유권자가 될 수 있는 시민, 각 개별 가정에서도 이 문제(돌봄의 외주화)가 어떻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다같이 고민할 수 있어야"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가? 그러한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아야 할 때"임을 짚어주셨습니다.
여러 전문가가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정부가 고민 없이 이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 중 하나가 정부에서 국내 가사노동자에 대한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었는데요. 이승윤 교수 또한 가사근로자의 경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등록된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자 규모를 추산하고 있는데, “제공기관으로 인증받은 곳은 105곳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에서 추산하는 노동자 수는 1,500명 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재 정확한 통계를 (정부에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까지 돌봄업체 취업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 이승윤 교수 또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에도, 업체에 소속되어 관리되기는 하나 (고용허가제(E-9) 비자에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인) 업체 변경이 자유롭지 않아 노동권 보장이 어려운 상황인데”, 외국인 가사사용인 취업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은 “‘집계되지 않는 노동’으로서 ‘지하경제의 일부‘로 간주되어 노동사각지대에 놓이고 더 취약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서울시와 정부 모두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련하여, “경제적 효율성으로 포장하고 인구정책 목표와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간 단위로 분절된 노동시간으로 계약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사실상 “숙소비는 근로자 부담”인 상황인데, “선정업체 숙소 마련 방안”이라는 것이 1평 남짓한 방에 밥과 김치, 라면을 제공한다“고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이들이 ”제도권 밖으로 이탈할 가능성“ 뿐만이 아니라, ”(기관에서)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 숙소조차 매우 염려스러운 지점“임을 짚었습니다.
더불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서울시와 정부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인종적 위계질서는 불평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으며, "젠더의 교차지점을 주목해보면, 노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이나 성폭력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입주가사노동의 경우 폐쇄된 공간에서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초기 시범사업 도입 시기부터 시민단체는 물론 전문가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점을 다시금 언급했습니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시범사업’ 준비과정에서 최저임금을 차별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하였으나, 이 또한 위태로운 상황임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최근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찬성하는 표가 11표”나 되었으며, 다행히 반대표가 많아 불발되었지만 계속해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그릇된 관점으로 인해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하는 여론이 상당히 이루어져있는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이승윤 교수는 교육자로서 “특히 외국인 유학생의 가사노동 진입허용은 신중히 해야”하며,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학습권 문제가 거론되는 와중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는 ‘가사사용인’ 업종에 종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착취의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분의 발제에 이어서 토론자 네 분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가사노동자 노동실태로 본 현실과 대안”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가 발표해주셨습니다.
먼저, “지금 가사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고,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며, 현재 국내 가사노동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대비 굉장히 낮은 임금. 생활임금 수준이 어려운 정도”라고 국내 가사노동자의 현실을 언급하며 발표를 시작했습다. 정부에서 돌봄노동에 대해 이토록 안일한 태도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가사노동자가 “가장 저항이 없을 것 같고, 가장 반발이 없을 것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손쉽게 건드리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돌봄 노동자 중에서도 가사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제일 낮게 나타”난다며, “한국은 유독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독하게 낮”은 상황에 대해 이 질문을 해야“한다고 덧붙였고, “왜 우리는 돌봄노동을 이다지도 저평가하고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이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더불어, 현재 정부의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수도권 편중되어 있는 경향이 심각하고, 이 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가 공식 노동자로 분류되는데, 이 구조에서 사실상 “가사노동자 스스로가 비공식, 공식에 선택이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부인증을 받아 운영되는 가사서비스) 플랫폼의 경우에는 노동자의 선택이 아니라 실적과 평점에 대한 심사 과정을 통해서 제한적으로 공식 노동자로 진입을 허용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게 가사노동자의 선택이 될 수 없다는 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말하자면,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더라도 고용형태에 따라 어떤 노동자는 근로자의 지위를 가질 수 있고 어떤 노동자는 근로자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로, 공식으로 집계되지 못하는 돌봄·가사노동자의 상당수가 불공정한 노동환경 속에 놓여있음을 의미합니다.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신설 2008. 3. 21.> |
토론회에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문제점도 자주 거론되었는데요.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에서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이 문제적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주노동자가 들어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정부 정책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서 이주노동자를” 도입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짚었습니다.
두 번째 토론 주제는 이주여성 돌봄노동자의 차별 사례를 중심으로 이주민센터 친구 박연희 이사가 발표해주셨습니다.
이주여성 노동자가 현재 “통계에 의하면 140만명”인데, “부르면 가고, 안 부르면 못 가”는 매우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2022년 6월부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었으나, “비공식적인 루트로 고용된 가사노동자들에겐 해당되지 않”으며, 이들은 “실업급여가 없고, 산재보험도 없고, 4대보험도 가입 안” 되는 노동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주여성 노동자가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근로자소득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비공식 루트로 고용된 가사노동자의 경우) 근로자 승인이 안 되기 때문에 소득증명”이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주여성 돌봄노동자가 겪은 차별 사례 중 하나로 “입주 아이돌보미 면접 보러 갔는데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가 7대”나 설치되어 있어서 매우 당황스러웠으나 “애들 잘 돌보면 되겠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용인이 면접에서 “(그 전에) 일했던 사람이 한국인이었는데 320만원을 줬다” 하지만 “선생님은 외국인이라서 280 밖에 못 드립니다”라고 대놓고 차별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래도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전해주셨습니다.
또,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선택권의 여지가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 4대보험이 적용되고 퇴직금도 있어 가사돌보미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환경인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용자와 센터가 노동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센터에서 일자리를 줄 때 내국인이 우선”이고 또 “외국인을 사용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이주노동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 현장에서 내국인 활동지원사와 외국인 활동지원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 차별받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너무 힘든데 이 자리가 너무 귀하니까 아무 말도 못 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여행, 집안 행사 등으로 서비스가 중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다음 일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에는 급여가 지급이 안 돼”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돌봄업계 종사자 중에서도 간병일을 하는 노동자의 경우 더 노골적인 차별과 무시를 경험한다고 전해주셨는데요. “재가영역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요구를 받거나 성희롱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 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참고 견디”며 대응하지 못하고 항의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있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오게 될 ‘서울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한시적인 고용형태에 손쉽게 활용되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들어오는 이주노동자인데, 이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차별과 배제로 인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동산 사기를 많이 당하는 편인데, 집수리했다면서 집주인이 돈을 입금하라고 한다던가, 갑자기 문을 따고 들어온다던가 소통이 안 되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고용허가제(E-9)으로 들어오게 될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의 지위가 사각지대에 놓일 것을 염려했습니다.
세 번째 토론의 주제는 앞서 이야기했던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개정과 관련하여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연구위원이 발표해주셨습니다.
우선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시범사업’이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었는지 의문을 표하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앞서 발표한 배진경 대표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이렇게 많은 문제점과 공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돌봄노동이 만만하고, 그리고 돌봄노동자들이 별로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 무시해도 되는, 힘이 없는 존재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을 추진하시는 분들은 아마 실제 자신이 가사나, 돌봄 일을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해 본 경험이 아마 없”을 것 같다고, “굉장히 돌봄노동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고 “정말 쉽고, 아무나 할 수 있고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최저임금 차별적용하려는 시도 등에서 드러나는 정책 발안자들의 태도는 “가난한 나라에 심지어 100만 원만 받고 일해도 고마워해야 할 정도가 되는데 왜 이렇게 이 일을 그렇게 복잡하게 풀으려고 하냐. 이렇게 (이용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임금으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심플하게 풀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게 아닌”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앞서 거론되었던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의 문제점을 다시금 언급하며, 노동법 연구자로서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받고 근로하는 노동자라면 당연히 최저임금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원칙”임을 법률화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 개정 당시에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예외적으로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해석해야” 하며,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계속 그런 입장을 유지하다 보니까 궁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조항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천 명 또는 1만 명이라도 우리가 이 가사노동자법 시스템을 통해서 공식 노동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 게 그나마 이제까지 했던 노력”이었는데,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도입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와 입장은 (지금까지의 노력과 논의의 기반을) “뭉개버린 것”며, 사실상 돌봄가사노동자들을 “비공식 영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어떤 법적인, 사회적인 규율도 없이 마음대로 너(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써도 된다는” 의미이고, “노동법 이전의 세계”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인데, “ILO(국제노동기구) 의장(을 맡은) 나라에서 이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인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돌봄 서비스의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양질의 노동이지, 비공식적으로 어떠한 관리도 되지 않는, 비공식적으로 그냥 근대 이전의 어떤 관계에서 제공되는 그런 돌봄을 원하는 게 아니”며, 애초에 “그런 돌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가사돌봄 업종에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제한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유학생이 저임금 고강도의 가사돌봄 업계에서 일하고 싶을지 물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면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최소한 250만원 받아야겠다, 시간당 만삼천 원은 받아야겠다 생각하면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나오길 기다릴 수도 있지 않냐”며, 그렇다고 가사돌봄업종에 제한해서 취업을 허용한다면 “외국인 차별이 되기 때문에 불가능”한데 “도대체 이 사업을 어떻게 실제로 작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가사노동을 비공식 영역으로 방치”하며 “심지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된다고 우리 시민들이 허락해준 것처럼 오해하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으며,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의 개정 또는 폐지에 더 힘을 쏟을 것을 다짐했습니다.
네 번째 토론 주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문제점으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저임금에 고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가사노동을 외주화했을 때 과연 출생율이 반등할 것인가 그 구조적인 배경부터 먼저 살펴보자는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해당 정책을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소개되었을 때부터 비판했던 것과 같이 “(출생률 반등에)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는 결과가 많은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구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출생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는 것은 “노동시간”이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가 “노동 시간 단축으로” 확보된 시간으로 가사노동, 돌봄에 대한 분담을 할 수 있을 때, “실질적으로 출생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연구원(Keri) 보도자료 “2010년 ~2019년 출산율 하락폭, 저소득층·고학력층에서 최대”(2022. 5. 3.)
반면에, 한국의 현재 출산율은 격차를 매우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22년에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9년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를 예측”한 결과 “하위층은 1.34가구인 반면에 상위층은 굉장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득 하위층은 “51%가 마이너스”이고, 상위층은 “24.4%가 마이너스”이며, 소득 하위층에서 출산 가구의 감소율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거주형태가 자가일 때, 월세나 전세일 때에 비해서 출산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도 (보고서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사회이동가능성인식 지표를 언급했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해당 지표는 “사회적 이동가능성은 개인의 일생 동안 혹은 자녀세대에서 현재보다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얼마나 낙관적으로 보는지를 통해 측정”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사회계층의 상승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인구의 비율”을 측정하는 지표라고 합니다. 나영 대표가 언급한 “2023년 통계에서 31%, 특히 30세에서 39세는 24%밖에 되지 않”고, “세대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25%밖에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는 현재 본인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건데 내 세대 혹은 다음 세대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고, 그러한 기대 없음이 출생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종합해보면, 해당 정책은 “이미 출산을 많이 하고있는 고소득층의 가정”을 위해 가사노동을 외주화하여 부담을 덜어주고, 더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여성의 노동력을 손쉽게 사용하겠다는 것이며, “완전히 엉뚱한 곳에서 우물을 파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자체 및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살피며, “홍콩 입법위원회에서도 출생률을 명분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했지만) 결국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실제 원인으로 “과로를 유발하는 노동환경, 높은 자녀 교육 비용, 성차별적인 가사노동 분담”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 모든 원인들이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한국사회 이야기와 중첩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동일하게 민간업체를 통해 노동자와 계약을 맺겠다고 하는데, 싱가포르의 경우 이로 인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몇 차례 법을 개정하여 이전보다는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민간업체, 이용자와 노동자를 매칭해주는 알선업체들은 이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고용 전에 “알선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이) 훈련기관과 취업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다양한 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알선업체가 이용자에게 (노동자에 대한) 복종을 가르친다거나 여러 가지 소개 비용이나 초기 정착비용 등을 빚지도록 만들어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착취나 학대에 굉장히 취약한 여건”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많은 빚을 부당하게 떠안고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법이나 계약 조건 등을 잘 알지 못하고, 무엇보다 국적에 따라 임금이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문제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홍콩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에 절반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훨씬 열악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지자체 및 언론에서는 홍콩의 사례를 언급하며 홍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지 못해 아쉬워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이들 홍콩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공공장소나 역 주변 등에 나와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갈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때 무작위로 해고되고 그냥 (고용된)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았고” 공공장소에 밀집해 있으면서 감염에 더 취약한 상태에 놓였음에도 홍콩 당국은 “단속을 강화해서 질병에 취약해지고 벌금까지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토대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와 지자체가 (해당 정책이) 출생율 반등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국가가 부담해야할 돌봄비용을 들이지 않고 저비용의 이주노동자의 임금으로 이를 대체하면서 여성의 노동력과 출산을 동시에 활용하겠다는” “너무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를 적극 활용하여 “기업(민간)에 더 이익을 많이 가게 하겠다”는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해외 사례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신, 출산중지 등과 같은 권리 문제에 있어서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임신, 출산 지원에 관한 제도는 “결혼이주여성, 출산을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 밖의 상황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어, 국내 “출생율을 핑계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선 발표에서 강조했던 것과 같이 출생율 문제는 “반드시 시범사업 이후에 더 열악한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막아내야 할 필요”가 있고, “ILO(국제노동기구)가 지금 강조하고 있듯이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정책에 포함하여 가사노동자의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신 터라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표가 끝난 뒤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열띤 참여가 이어졌는데요.
청중에서 이런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올해가 특히 돌봄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에서 최저임금 적용에서 돌봄 이주노동자를 제외하는 것을 방법으로 제시하는 보고서가 나오고, 또 소정 근로시간 월급제를 받고 있었던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 폐지되면서, 예산을 깎고, 해고되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돌봄과 관련된 일련의 흐름에 대해서 어떤 향후 노동계가 같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청중의 의견에 배진경 대표는 “사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공공 돌봄을 해체해 버리고 그리고 이 돌봄의 책임은 각 가정으로 돌려버리겠다고 하는 큰 흐름이라고 보여”지며, “돌봄의 책임,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현 정부는 이것은 일련의 정책들이 다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연결된 지점들에서 우리가 계속 파열음을 내고있는 거”라고 답했습니다. 청중이 언급한 일련의 흐름은 “기존에 우리 사회가 추구해왔던 돌봄에 대한, 돌봄 사회로의 가는 길 자체를 갖다가 완전히 퇴행시키고, 역행하고 있는” 정책방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승윤 교수는 “돌봄의 공공성이 후퇴한다는 것은 다른 한마디로 사적으로 (돌봄서비스)를 구매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사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돌봄의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답했습니다.
다음으로 “이 토론회를 통해 어떻게 집안에 있는 여성들, 돌봄노동을 대변하는 여성들(의 노동)을 보게 할 것인가. 그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질문에 대해 최영미 위원장은 “우리 안에서 돌봄에 대한 이해와 입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구성원이 논의의 장에 함께 할 필요가 있음을 답변해주셨습니다.
뒤이어 “9월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되는데 시민단체들은 어떤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지” 질문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최영미 위원장은 “가사&돌봄유니온은 모니터링을 해나갈 예정”이며, 토론회에 모인 분들게 “구체적인 네트워크를 짜보자는 제안”을 건넸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이승윤 교수님은 결론에서 가사노동자 이주 가사노동자 도입 정책 폐기를 말씀하셨는데, 토론자인 배진경 대표님께서는 이주 노동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가 아니라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 문제라고 말씀해주셨다. 제가 봤을 때 아예 이주 가사노동자가 한국에 오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과 들어오기는 해야 하는데 와서 일할 때 차별받지 않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이해된다. 두 분이 아까 의견이 다른 것처럼 읽히는데 이것 관련해서 두 분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에 배진경 대표는 “사실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 이주 가사노동자들은 있었어요. 중국 동포 자격으로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주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계신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 과정 중에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이 문제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회가 들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먼저 짚어주셨습니다. 현재 추진 예정인 시범사업 폐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미 이주가사노동자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가사 노동 시장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차별적이지 않게, 노동자로서 인정과 사회적 보장과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로 세팅이 다시 되어야 한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이승윤 교수는 “(앞선 청중이 언급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이렇게 빠르게 (정책 도입이) 시도되는 상황을 일단 올스톱 해야 한다. 지금의 이 안은 전면 폐지하고, 다시 논의하고 현재 (외국인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가 겪고 있는) 문제부터 이야기”해야 하며, 노동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시범사업은 “전면 폐기가 맞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세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회는 뜨거운 청중의 참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여성민우회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노동환경에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대응 활동들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국회토론회 자료집: (전문보기)
지난달 19일(금),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왜 돌봄은 값싸게 외주화 되는가: 서울시-정부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대응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 추진하여 올해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관련하여, 시범사업 시행이 결정된 현재까지 이어지는 주요 맥락들을 살피고, 이주 노동자-여성-돌봄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태도와 관점을 다각도로 비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평일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담회실 내가 꽉 찰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와주셨어요.
데스크에서 자료집이라도 챙겨가는 기자, 국회 관계자분들도 제법 있었답니다.
토론회는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 공동대표의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이 토론회를 주최하기 위해 함께 해주신 각 주최 단위에서 인사말을 해주셨는데요.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 여성노동자와 연대하겠다는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돌봄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부위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국회의원은 일정상 현장에서 인사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토론회 중간부터 객석에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최영미 위원장의 발제로 시작됐습니다. 최영미 위원장은 우선 돌봄노동자를 지칭하는 말들의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돌봄노동자는 가정과 시설에서 직간접적인 돌봄을 수행하는 노동자”인데, 그중 가정 내에서 해당 가정을 대상으로 돌봄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가사노동자라고 통칭하고 있으며,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가사노동자는 곧 재가돌봄노동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봄노동자는 공식부문(사회서비스 노동자)과 비공식부문(가사, 육아, 간병 등 민간 부문)을을 불문하고 제각기 분리된 채 사회에 퍼져있는 상태이며, 돌봄노동자가 수행하는 노동의 성격에 따른 범주화가 국내외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어 “서울시가 처음 시범사업을 발표했을 때 이미 육아인지 가사인지 (돌봄노동에 대한) 구분이 전혀 안 되어” 있었고, 정부와 서울시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상 (육아가 아닌) 가사노동자인데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고) 이를 혼용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돌봄에 대한 개념과 관점이 모호한 서울시에서 시범사업 시행 발표 이후 전문가 및 시민단체로부터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비판을 받고 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부리나케 피드백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하게 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E-9(고용허가제) 비자도 문제적인 상황인데, 정부가 내년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까지 돌봄업계 취업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발표는 그들의 노동환경이 “고용허가제조차도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놓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내용은 “고용허가제 활용 안 하겠다는 말은 곧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강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보통 아이를 돌보는 일과 가사노동을 하는 것은 분리하는 편인데, ‘외국인 가사관리사시범사업 시행지침 협약서(MOU)’를 보면 아이를 돌보는 일은 물론 가사 서비스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한국의 돌봄 서비스는 스탠다드가 많이 되어 있으니까 다른 업무를 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협약서에 있는데, 이런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확언하는) 내용을 협약서에서 보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서울시에서 선정한 시범사업 선정업체 2곳(휴브리스, 홈스토리생활)에서 낸 공고문을 추가 자료로 발제해주셧습니다. 공고문에 가사불가업무로 명시되어 있는 것들은 사실 “내국인 노동자도 하지 않는 업무”이며, 휴브리스의 경우 육아돌봄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아니고 가사서비스업체인데 업체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공고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의 자격요건을 육아돌봄업체에 제한하지 않고) 구멍을 많이 뚫어”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업체들은 해당 시범사업의 시행업체로 들어가는 것이 “제로마진”이고, “지원금이 외국인노동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서울시에서) 업체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이는 “사실상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며, “업체에 대한 업청난 혜택”인데 (외국인 가사관리사 민간 사업분야에서의) 선점권을 갖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윤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해당 사안에 대해 시민, 시민단체, 여성단체, 이주민인권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먼저 나눠주셨는데요, 사업의 주체인 서울시나 고용노동부에서 해당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말씀 덧붙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단체, 전문가, 노조를 넘어서 유권자가 될 수 있는 시민, 각 개별 가정에서도 이 문제(돌봄의 외주화)가 어떻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다같이 고민할 수 있어야"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가? 그러한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아야 할 때"임을 짚어주셨습니다.
여러 전문가가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정부가 고민 없이 이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 중 하나가 정부에서 국내 가사노동자에 대한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었는데요. 이승윤 교수 또한 가사근로자의 경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등록된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자 규모를 추산하고 있는데, “제공기관으로 인증받은 곳은 105곳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에서 추산하는 노동자 수는 1,500명 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재 정확한 통계를 (정부에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까지 돌봄업체 취업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 이승윤 교수 또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에도, 업체에 소속되어 관리되기는 하나 (고용허가제(E-9) 비자에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인) 업체 변경이 자유롭지 않아 노동권 보장이 어려운 상황인데”, 외국인 가사사용인 취업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은 “‘집계되지 않는 노동’으로서 ‘지하경제의 일부‘로 간주되어 노동사각지대에 놓이고 더 취약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서울시와 정부 모두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련하여, “경제적 효율성으로 포장하고 인구정책 목표와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간 단위로 분절된 노동시간으로 계약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사실상 “숙소비는 근로자 부담”인 상황인데, “선정업체 숙소 마련 방안”이라는 것이 1평 남짓한 방에 밥과 김치, 라면을 제공한다“고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이들이 ”제도권 밖으로 이탈할 가능성“ 뿐만이 아니라, ”(기관에서)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 숙소조차 매우 염려스러운 지점“임을 짚었습니다.
더불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서울시와 정부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인종적 위계질서는 불평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으며, "젠더의 교차지점을 주목해보면, 노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이나 성폭력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입주가사노동의 경우 폐쇄된 공간에서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초기 시범사업 도입 시기부터 시민단체는 물론 전문가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점을 다시금 언급했습니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시범사업’ 준비과정에서 최저임금을 차별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하였으나, 이 또한 위태로운 상황임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최근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찬성하는 표가 11표”나 되었으며, 다행히 반대표가 많아 불발되었지만 계속해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그릇된 관점으로 인해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하는 여론이 상당히 이루어져있는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이승윤 교수는 교육자로서 “특히 외국인 유학생의 가사노동 진입허용은 신중히 해야”하며,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학습권 문제가 거론되는 와중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는 ‘가사사용인’ 업종에 종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착취의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분의 발제에 이어서 토론자 네 분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가사노동자 노동실태로 본 현실과 대안”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가 발표해주셨습니다.
먼저, “지금 가사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고,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며, 현재 국내 가사노동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대비 굉장히 낮은 임금. 생활임금 수준이 어려운 정도”라고 국내 가사노동자의 현실을 언급하며 발표를 시작했습다. 정부에서 돌봄노동에 대해 이토록 안일한 태도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가사노동자가 “가장 저항이 없을 것 같고, 가장 반발이 없을 것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손쉽게 건드리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돌봄 노동자 중에서도 가사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제일 낮게 나타”난다며, “한국은 유독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독하게 낮”은 상황에 대해 이 질문을 해야“한다고 덧붙였고, “왜 우리는 돌봄노동을 이다지도 저평가하고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이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더불어, 현재 정부의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수도권 편중되어 있는 경향이 심각하고, 이 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가 공식 노동자로 분류되는데, 이 구조에서 사실상 “가사노동자 스스로가 비공식, 공식에 선택이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부인증을 받아 운영되는 가사서비스) 플랫폼의 경우에는 노동자의 선택이 아니라 실적과 평점에 대한 심사 과정을 통해서 제한적으로 공식 노동자로 진입을 허용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게 가사노동자의 선택이 될 수 없다는 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말하자면,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더라도 고용형태에 따라 어떤 노동자는 근로자의 지위를 가질 수 있고 어떤 노동자는 근로자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로, 공식으로 집계되지 못하는 돌봄·가사노동자의 상당수가 불공정한 노동환경 속에 놓여있음을 의미합니다.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신설 2008. 3. 21.>
토론회에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문제점도 자주 거론되었는데요.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에서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이 문제적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주노동자가 들어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정부 정책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서 이주노동자를” 도입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짚었습니다.
두 번째 토론 주제는 이주여성 돌봄노동자의 차별 사례를 중심으로 이주민센터 친구 박연희 이사가 발표해주셨습니다.
이주여성 노동자가 현재 “통계에 의하면 140만명”인데, “부르면 가고, 안 부르면 못 가”는 매우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2022년 6월부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었으나, “비공식적인 루트로 고용된 가사노동자들에겐 해당되지 않”으며, 이들은 “실업급여가 없고, 산재보험도 없고, 4대보험도 가입 안” 되는 노동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주여성 노동자가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근로자소득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비공식 루트로 고용된 가사노동자의 경우) 근로자 승인이 안 되기 때문에 소득증명”이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주여성 돌봄노동자가 겪은 차별 사례 중 하나로 “입주 아이돌보미 면접 보러 갔는데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가 7대”나 설치되어 있어서 매우 당황스러웠으나 “애들 잘 돌보면 되겠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용인이 면접에서 “(그 전에) 일했던 사람이 한국인이었는데 320만원을 줬다” 하지만 “선생님은 외국인이라서 280 밖에 못 드립니다”라고 대놓고 차별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래도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전해주셨습니다.
또,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선택권의 여지가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 4대보험이 적용되고 퇴직금도 있어 가사돌보미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환경인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용자와 센터가 노동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센터에서 일자리를 줄 때 내국인이 우선”이고 또 “외국인을 사용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이주노동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 현장에서 내국인 활동지원사와 외국인 활동지원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 차별받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너무 힘든데 이 자리가 너무 귀하니까 아무 말도 못 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여행, 집안 행사 등으로 서비스가 중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다음 일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에는 급여가 지급이 안 돼”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돌봄업계 종사자 중에서도 간병일을 하는 노동자의 경우 더 노골적인 차별과 무시를 경험한다고 전해주셨는데요. “재가영역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요구를 받거나 성희롱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 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참고 견디”며 대응하지 못하고 항의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있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오게 될 ‘서울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한시적인 고용형태에 손쉽게 활용되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들어오는 이주노동자인데, 이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차별과 배제로 인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동산 사기를 많이 당하는 편인데, 집수리했다면서 집주인이 돈을 입금하라고 한다던가, 갑자기 문을 따고 들어온다던가 소통이 안 되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고용허가제(E-9)으로 들어오게 될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의 지위가 사각지대에 놓일 것을 염려했습니다.
세 번째 토론의 주제는 앞서 이야기했던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개정과 관련하여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연구위원이 발표해주셨습니다.
우선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시범사업’이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었는지 의문을 표하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앞서 발표한 배진경 대표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이렇게 많은 문제점과 공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돌봄노동이 만만하고, 그리고 돌봄노동자들이 별로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 무시해도 되는, 힘이 없는 존재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을 추진하시는 분들은 아마 실제 자신이 가사나, 돌봄 일을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해 본 경험이 아마 없”을 것 같다고, “굉장히 돌봄노동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고 “정말 쉽고, 아무나 할 수 있고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최저임금 차별적용하려는 시도 등에서 드러나는 정책 발안자들의 태도는 “가난한 나라에 심지어 100만 원만 받고 일해도 고마워해야 할 정도가 되는데 왜 이렇게 이 일을 그렇게 복잡하게 풀으려고 하냐. 이렇게 (이용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임금으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심플하게 풀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게 아닌”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앞서 거론되었던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의 문제점을 다시금 언급하며, 노동법 연구자로서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받고 근로하는 노동자라면 당연히 최저임금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원칙”임을 법률화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 개정 당시에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예외적으로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해석해야” 하며,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계속 그런 입장을 유지하다 보니까 궁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조항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천 명 또는 1만 명이라도 우리가 이 가사노동자법 시스템을 통해서 공식 노동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 게 그나마 이제까지 했던 노력”이었는데,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도입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와 입장은 (지금까지의 노력과 논의의 기반을) “뭉개버린 것”며, 사실상 돌봄가사노동자들을 “비공식 영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어떤 법적인, 사회적인 규율도 없이 마음대로 너(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써도 된다는” 의미이고, “노동법 이전의 세계”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인데, “ILO(국제노동기구) 의장(을 맡은) 나라에서 이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인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돌봄 서비스의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양질의 노동이지, 비공식적으로 어떠한 관리도 되지 않는, 비공식적으로 그냥 근대 이전의 어떤 관계에서 제공되는 그런 돌봄을 원하는 게 아니”며, 애초에 “그런 돌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가사돌봄 업종에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제한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유학생이 저임금 고강도의 가사돌봄 업계에서 일하고 싶을지 물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면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최소한 250만원 받아야겠다, 시간당 만삼천 원은 받아야겠다 생각하면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나오길 기다릴 수도 있지 않냐”며, 그렇다고 가사돌봄업종에 제한해서 취업을 허용한다면 “외국인 차별이 되기 때문에 불가능”한데 “도대체 이 사업을 어떻게 실제로 작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가사노동을 비공식 영역으로 방치”하며 “심지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된다고 우리 시민들이 허락해준 것처럼 오해하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으며,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의 개정 또는 폐지에 더 힘을 쏟을 것을 다짐했습니다.
네 번째 토론 주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문제점으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저임금에 고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가사노동을 외주화했을 때 과연 출생율이 반등할 것인가 그 구조적인 배경부터 먼저 살펴보자는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해당 정책을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소개되었을 때부터 비판했던 것과 같이 “(출생률 반등에)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는 결과가 많은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구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출생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는 것은 “노동시간”이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가 “노동 시간 단축으로” 확보된 시간으로 가사노동, 돌봄에 대한 분담을 할 수 있을 때, “실질적으로 출생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연구원(Keri) 보도자료 “2010년 ~2019년 출산율 하락폭, 저소득층·고학력층에서 최대”(2022. 5. 3.)
반면에, 한국의 현재 출산율은 격차를 매우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22년에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9년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를 예측”한 결과 “하위층은 1.34가구인 반면에 상위층은 굉장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득 하위층은 “51%가 마이너스”이고, 상위층은 “24.4%가 마이너스”이며, 소득 하위층에서 출산 가구의 감소율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거주형태가 자가일 때, 월세나 전세일 때에 비해서 출산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도 (보고서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사회이동가능성인식 지표를 언급했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해당 지표는 “사회적 이동가능성은 개인의 일생 동안 혹은 자녀세대에서 현재보다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얼마나 낙관적으로 보는지를 통해 측정”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사회계층의 상승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인구의 비율”을 측정하는 지표라고 합니다. 나영 대표가 언급한 “2023년 통계에서 31%, 특히 30세에서 39세는 24%밖에 되지 않”고, “세대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25%밖에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는 현재 본인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건데 내 세대 혹은 다음 세대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고, 그러한 기대 없음이 출생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종합해보면, 해당 정책은 “이미 출산을 많이 하고있는 고소득층의 가정”을 위해 가사노동을 외주화하여 부담을 덜어주고, 더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여성의 노동력을 손쉽게 사용하겠다는 것이며, “완전히 엉뚱한 곳에서 우물을 파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자체 및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살피며, “홍콩 입법위원회에서도 출생률을 명분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했지만) 결국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실제 원인으로 “과로를 유발하는 노동환경, 높은 자녀 교육 비용, 성차별적인 가사노동 분담”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 모든 원인들이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한국사회 이야기와 중첩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동일하게 민간업체를 통해 노동자와 계약을 맺겠다고 하는데, 싱가포르의 경우 이로 인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몇 차례 법을 개정하여 이전보다는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민간업체, 이용자와 노동자를 매칭해주는 알선업체들은 이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고용 전에 “알선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이) 훈련기관과 취업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다양한 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알선업체가 이용자에게 (노동자에 대한) 복종을 가르친다거나 여러 가지 소개 비용이나 초기 정착비용 등을 빚지도록 만들어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착취나 학대에 굉장히 취약한 여건”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많은 빚을 부당하게 떠안고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법이나 계약 조건 등을 잘 알지 못하고, 무엇보다 국적에 따라 임금이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문제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홍콩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에 절반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훨씬 열악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지자체 및 언론에서는 홍콩의 사례를 언급하며 홍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지 못해 아쉬워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이들 홍콩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공공장소나 역 주변 등에 나와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갈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때 무작위로 해고되고 그냥 (고용된)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았고” 공공장소에 밀집해 있으면서 감염에 더 취약한 상태에 놓였음에도 홍콩 당국은 “단속을 강화해서 질병에 취약해지고 벌금까지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토대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와 지자체가 (해당 정책이) 출생율 반등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국가가 부담해야할 돌봄비용을 들이지 않고 저비용의 이주노동자의 임금으로 이를 대체하면서 여성의 노동력과 출산을 동시에 활용하겠다는” “너무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를 적극 활용하여 “기업(민간)에 더 이익을 많이 가게 하겠다”는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해외 사례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신, 출산중지 등과 같은 권리 문제에 있어서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임신, 출산 지원에 관한 제도는 “결혼이주여성, 출산을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 밖의 상황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어, 국내 “출생율을 핑계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선 발표에서 강조했던 것과 같이 출생율 문제는 “반드시 시범사업 이후에 더 열악한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막아내야 할 필요”가 있고, “ILO(국제노동기구)가 지금 강조하고 있듯이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정책에 포함하여 가사노동자의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신 터라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표가 끝난 뒤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열띤 참여가 이어졌는데요.
청중에서 이런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올해가 특히 돌봄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에서 최저임금 적용에서 돌봄 이주노동자를 제외하는 것을 방법으로 제시하는 보고서가 나오고, 또 소정 근로시간 월급제를 받고 있었던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 폐지되면서, 예산을 깎고, 해고되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돌봄과 관련된 일련의 흐름에 대해서 어떤 향후 노동계가 같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청중의 의견에 배진경 대표는 “사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공공 돌봄을 해체해 버리고 그리고 이 돌봄의 책임은 각 가정으로 돌려버리겠다고 하는 큰 흐름이라고 보여”지며, “돌봄의 책임,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현 정부는 이것은 일련의 정책들이 다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연결된 지점들에서 우리가 계속 파열음을 내고있는 거”라고 답했습니다. 청중이 언급한 일련의 흐름은 “기존에 우리 사회가 추구해왔던 돌봄에 대한, 돌봄 사회로의 가는 길 자체를 갖다가 완전히 퇴행시키고, 역행하고 있는” 정책방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승윤 교수는 “돌봄의 공공성이 후퇴한다는 것은 다른 한마디로 사적으로 (돌봄서비스)를 구매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사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돌봄의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답했습니다.
다음으로 “이 토론회를 통해 어떻게 집안에 있는 여성들, 돌봄노동을 대변하는 여성들(의 노동)을 보게 할 것인가. 그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질문에 대해 최영미 위원장은 “우리 안에서 돌봄에 대한 이해와 입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구성원이 논의의 장에 함께 할 필요가 있음을 답변해주셨습니다.
뒤이어 “9월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되는데 시민단체들은 어떤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지” 질문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최영미 위원장은 “가사&돌봄유니온은 모니터링을 해나갈 예정”이며, 토론회에 모인 분들게 “구체적인 네트워크를 짜보자는 제안”을 건넸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이승윤 교수님은 결론에서 가사노동자 이주 가사노동자 도입 정책 폐기를 말씀하셨는데, 토론자인 배진경 대표님께서는 이주 노동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가 아니라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 문제라고 말씀해주셨다. 제가 봤을 때 아예 이주 가사노동자가 한국에 오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과 들어오기는 해야 하는데 와서 일할 때 차별받지 않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이해된다. 두 분이 아까 의견이 다른 것처럼 읽히는데 이것 관련해서 두 분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에 배진경 대표는 “사실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 이주 가사노동자들은 있었어요. 중국 동포 자격으로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주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계신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 과정 중에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이 문제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회가 들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먼저 짚어주셨습니다. 현재 추진 예정인 시범사업 폐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미 이주가사노동자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가사 노동 시장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차별적이지 않게, 노동자로서 인정과 사회적 보장과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로 세팅이 다시 되어야 한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이승윤 교수는 “(앞선 청중이 언급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이렇게 빠르게 (정책 도입이) 시도되는 상황을 일단 올스톱 해야 한다. 지금의 이 안은 전면 폐지하고, 다시 논의하고 현재 (외국인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가 겪고 있는) 문제부터 이야기”해야 하며, 노동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시범사업은 “전면 폐기가 맞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세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회는 뜨거운 청중의 참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여성민우회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노동환경에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대응 활동들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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