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미디어[창작자 인터뷰] 1편 :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으로 오세요

2021-11-15
조회수 7407

드라마, 예능, 영화, 웹툰, 웹소설, 팟캐스트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모여라!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줄기 빛](이하 쏟콘빛)은

페미니즘이 한 스푼이라도 들어간,

여성·소수자 혐오/이성애중심/남성중심적 서사를 깨부수는,

여성주연/서사/창작자가 빛나는 콘텐츠를 추천받아서 모니터링 한 후

추천평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쏟콘빛 모집 홍보물_페미니스트 마음에 들어와버린 콘텐츠르 찾습니다. 웹툰/웹소설, 영화/드라마, 유튜브)

 

특히 올해는 모집된 콘텐츠를 페미니즘 관점으로 모니터링하고

추천평을 통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쏟콘빛 영업팀]과 함께했어요.

 
(쏟콘빛 영업팀 멤버 모집 홍보물_대상은 민우회 회원. 마음 맞는 페미니스트와 만나 콘텐츠로 시시콜콜 수다떠는 모임!)
 

쏟콘빛은 올해 새로운 시도로 여성창작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담당 활동가 저(보라)의 팬심과 쏟콘빛 영업팀 율빵의 애정 어린 추천의 합작으로 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이하 진달래짐)을 연재 중인 유기 작가님과의 인터뷰가 성사되었답니다! 심지어 작가님과 직접 만나는 대면 인터뷰! 심장이 두근두근 터져버리는 줄 알았답니다?!?

 

인터뷰 후기는 [진달래짐]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는 1편과 유기 작가님과 보라, 율빵의 이야기를 담은 2편으로 나누어 업로드 됩니다! 이 게시물은 1편입니다.

드디어 인터뷰 당일! 10월 어느 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 민우회 사무실에서 유기작가님을 만났습니다.

 

※ 웹툰 이미지 출처 : 네이버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진달래짐 캡쳐_직원도 회원도 모두 WOMAN. 헬스/개인 P.T/체형교정/근력강화. 리모델링 기념 특가 이벤트 월 3만원)

 


보라 : 안녕하세요 작가님.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지난 7월 쏟콘빛에서 [진달래짐]을 추천했는데 리트윗 해주신 걸 보고 너무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유기 : 저야말로 너무 영광이었고, (제가) 리트윗을 조금 늦게 해서 아쉬웠는데 추천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민우회에서 제 작품을 봐주다니 기분 좋았습니다.

(이미지_유기작가님 캐릭터)

작가님을 대신할 캐릭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조금 허접해서^^; 안쓰셔도 괜찮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귀여운 캐릭터를 보내주셨어요.

 


보라 : [진달래짐]을 처음 봤을 때 새롭다고 생각했어요.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도 완전히 운동 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닌, 드라마가 섞인 웹툰이라 새로운 느낌이었는데요. [진달래짐] 아이템은 언제,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진달래짐 캡쳐_코어운동 데드버그와 계나리) 

 

유기 : [진달래짐]은 제가 헬스를 시작한지 딱 2년이 되었을 때 구상하게 되었어요.헬스하기 전에는 [진달래짐] 주인공 계나리처럼 운동을 한 번도 안 하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2년간 많은 걸 배우고 정신적으로 좋아지고 몸도 건강해지는 좋은 변화를 겪었어요. “이 경험을 만화로 재밌고 공감 가게 누가 그려줬으면 좋겠다… 그게 난가…? 나구나”라는 생각으로 헬스 웹툰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드라마가 섞인 웹툰이라는 점도 잘 봐주셨는데, 누구나 운동을 시작할 때 각자의 사정이 있잖아요. 건강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종목이 좋아져서 시작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 각자의 이유로 운동을 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게 공감도 되고 재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웹툰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율빵 : 그래서 더 재밌어요! 등장인물이 많고 서사가 하나씩 있으니, 누구든 한 명한테는 무조건 공감하게 되어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율빵 : 요즘 SBS [골때리는 그녀들], 유튜브 [오늘부터 운동뚱] 등 운동하는 여자들에 대한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진달래짐]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SBS 골때리는 그녀들, 유튜브 채널 맛있는녀석들)

 

유기 : 저도 [골때녀]와 [운동뚱], 최근에 여자 배구 경기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이전의 여성 운동 콘텐츠라고 하면 다이어트 혹은 예쁜 몸매 만들기에만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는데, 최근에는 운동 자체로 시각이 넓어졌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해요.

[진달래짐]은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에요. 배구든 축구든 운동을 보기만 하는 건 재밌잖아요. 근데 직접 실천하려면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잖아요. 보통 건강이죠. ‘몸이 쓰레기가 됐다’는 생각이 들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진달래짐]은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잘 맞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진달래짐 캡쳐_"계단 한 층 오르는 것조차 숨이 차고", "고작 걸어서 20분 거리도 택시 탈 때 많죠?")

 

율빵 : 맞아요. 정말 건강을 위한 콘텐츠인거 같아요. ‘계나리’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껴 운동을 시작하잖아요.

 

유기 : 다들 공감하실 거라고 믿어요.

 

보라 : 많이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허리가 박살이 나서 ㅎㅎ 주사 치료를 받고 운동도 시작하게 될 상황인데 그래서 더 공감하며 읽었어요. ‘계나리’가 목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을 보면서 ‘남 일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구나.’라고 몰입하며 봤어요.

(진달래짐 캡쳐_계나리 거북목, 라운드 숄더, 척추 정렬에서 벗어남)

 

 

보라 : 운동 동작을 소개하는 장면의 설명과 그림이 구체적인데, 동작을 어떻게 선택하고 설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진달래짐 캡쳐_맨몸 스쿼트,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유기 :[진달래짐]에 소개되는 운동은 100% 제가 해봤던 운동으로만 구성해요. 주인공이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 ‘계나리’여서 배우는 사람의 입장으로 구성하게 되었어요.그래야 독자도 운동을 이해하기 편할 거 같았어요. '전지적 계나리 시점’도 제 눈으로 본,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나온 연출이에요. 그래서 ‘계나리’가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심리나 감정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해보지 않은 운동은 넣지 않고요, 일부러 [진달래짐]에 넣기 위해 멀리 운동을 직접 배우러 가기도 하고 클래스를 따로 듣기도 합니다. 최대한 정확하게 그리려고 사진과 근육 해부도를 참고하고, 동적인 운동을 그릴 땐 동영상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웹툰에 나오는 동작은 그림이니까 참고만 하시라고 항상 주의사항을 강조해요.

 

보라 : 그 디테일을 느낀 장면이 있어요. ‘계나리’가 누워서 동작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골반이 삐뚤어지는 걸 ‘계나리’ 시점에서 그리잖아요. 직접 해보셔서 그런 그림이 나왔던 거구나 감탄하고 있어요.

(진달래짐 캡쳐_전지적나리시점)

 

유기 : 그 연출이 되게 반응이 좋아서 많이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누워서 ‘아~ 뭐더라? 이건가?’ 하면서 그린 거거든요.

 

 

율빵 : 주인공 이름이 ‘계나리’, ‘진달래’인데요. 이름을 어떻게 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진달래짐]의 모든 등장인물 중에서 작가님의 최애 캐릭터가 있으실까요?

(진달래짐 캡쳐_왼쪽 위부터 진달래, 계나리, 배지현, 소주영, 이미화)

 

유기 : 캐릭터의 메인 컬러를 정하고 다음에 이름을 지었어요. 노란색은 ‘계나리’, 보랏빛 핑크는 ‘진달래’로 지었고, 초록머리 ‘배지현’은 ‘베지터블(vegetable)’에서 따왔어요. ‘소주영’은 소주의 빨강 뚜껑을 생각해서 캐릭터가 등장할 때 빨간 모자를 씌웠고, ‘이미화’는 특별히 저희 어머니 이름과 비슷하게 지었습니다.

그리고제 최애 캐릭터는 역시 ‘진달래’에요. ‘진달래’는 그리기가 쉬워요. 왜냐면 옷을 거의 안 입으니까 ㅎㅎㅎ 근육 라인만 그리면 되는데 근육 모습 그리는 게 재밌거든요. 근육이 도드라지는 몸을 그릴 때 희열을 느껴요. 그리고 트레이닝복을 주로 입고 있어서 옷 주름 없이 그리는 것도 좋아요.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지만 ‘뻘’한 표정 지을 때가 많은데 그런 한심한 표정 그릴 때 재밌어요.

(진달래짐 캡쳐_진달래)

 

 

보라 : 캐릭터 이야기를 이어가볼게요. ‘배지현’ 트레이너를 통해 한부모 가정의 이야기와 프론트 직원 ‘이미화’ 실장을 통해 경력 단절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셨습니다.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물이 소개되어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이렇게 주변 인물에도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부여할 때 염두하는 점이 있으실까요?

(진달래짐 캡쳐_배지현)

 

(진달래짐 캡쳐_이미화)

 

유기 : 우리 일상 곳곳에 계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평범하게 표현하려고 해요. 오늘 점심 먹으러 간 식당 사장님일 수도 있고, 거래처 직원일 수도 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만났던 사람도 갑자기 ‘미혼모’ 타이틀이 붙으면 이상한 시선이 따라오잖아요. 그래서 그 캐릭터 그대로를 아무 정보도 없이 먼저 보여주고, 후에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편이에요. 평소와 같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사가 소개된 후에도 캐릭터는 변하는 것이 없습니다.

 

 

보라 : 그럼 앞으로 더 작품에 그려내고 싶으신 캐릭터 서사나 사회적 이슈가 있으신가요?

 

유기 : ‘사회 이슈를 표현해야지!’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제 주변에 다양한 분들이 많으니까 이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넣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요새는 여성 같지 않은 모습의 여성 캐릭터를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딱 봤을 때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 안가는 캐릭터를 일부러 넣으려고 해요. 그리고 이건 살짝 스포일러인데 다음 시즌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해요. [진달래짐]을 보신 분들이 길가다가 성별이 헷갈리는 사람을 만나도 ‘뭐 남자면 남잔 거고 여자면 여잔가 보다’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인식이 생기도록 만화로 표현하고 있어요.

 

 

보라 : 현실 속 여성은 다양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웹툰이나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에는 정형화 된 몸(마른/비장애인)만 등장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나리 다이어트 초기 에피소드에서 몸무게를 직접 알려주는 방식이 아닌, 감량된 체중을 보여주는 연출을 하셨는데요. '나리의 몸무게가 기준이 되어선 안 되니까요'라는 코멘트를 덧붙여주신 걸 보았을 때 여러 고민 끝에 그런 선택을 하신 거라 느껴졌습니다. [진달래짐] 속 여성 캐릭터, 특히 여성의 몸을 그릴 때 페미니스트로서, 창작자로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걸 고려하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진달래짐 캡쳐_-2kg "빠졌다!!!", 계나리의 몸무게는 기재하지 않고 빠진 무게만 보여드립니다)

 

유기 : 이 질문은 생각을 오래 했는데요. 여성의 몸을 표현할 때 여전히 문제가 많고, 특히 이것이 일상화 되었기 때문에 더욱 문제에요. 저 역시 실수 할 때가 많아서 어떻게 표현할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몸매에 집착하지 말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몸을 보여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독자에게 ‘하지 마세요’라고 강요할 수는 없거든요. 대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연출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여성의 몸에 대한 독자의 인식과 시선도 자연스럽게 변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정형화된 몸이 아니라 다양한 체형의 여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모습을 보여드리고 해요. ‘계나리’가 현재 몇 KG인지 보다는 몇 KG를 감량했는지 보여주고, 몸매보다는 운동의 성취감을 강조하는 연출을 하려고 합니다. 이게 창작자로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캐릭터 비하인드부터 여성의 몸을 그리는 방식까지 [진달래짐]에 대한 이야기를 알차게 나누어 보았어요. 인터뷰 2편은 유기 작가님과 보라, 율빵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성창작자에 대한 공격, 각자의 운동 경험,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의 회원 모임이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인터뷰 2편도 보러오세요! 

[창작자 인터뷰] 2편 :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회원 모임인가요? 보러가기 : https://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23968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