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있었던 첫 번째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결정권을 사익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으로 상정하고 그 둘을 서로 대치되는 것으로 보는 매우 문제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은 당시에도 지탄받았고,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수많은 여성들은 지난 몇년 간 계속해서 고통받아 왔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많은 법과 정책, 주류문화에 여성의 경험과 관점이 충격적일 정도로 누락/배제되어 있었음을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낙태죄 역시 여성을 통제와 관리, 처벌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낡은 법이라는 지적이 늘었습니다. 작년에는 23만여 명의 시민들이 낙태죄를 폐지하고 인공유산유도제를 도입하라는 청원을 청와대에 제출했고, 낙태죄가 아무런 실효성도 없이 사회구성원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드높아졌습니다. 폴란드, 아일랜드, 아르헨티나에서도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법을 폐지하는 여성들의 싸움과 승리가 이어져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여성의 현실을 더 이상 모른척하지 못하도록 위해-
2018년 7월 7일 5시, 광화문 광장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집결했습니다.
▲시위하기 좋은 날씨!
▲부스에서 인기리에 배포된 <낙태죄 폐지 타투 스티커>
이날 시위현장엔 영화 <파도위의 여성들>로 잘 알려진 <Women On Waves>, <Women On Web> 활동가레베카 곰퍼츠도 함께했는데요.
전 세계의 임신중지 처벌법 철폐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활동모습과 연대메시지를 담은 영상 상영에 이어,
곰퍼츠도 무대에 올라 한국의 낙태죄 폐지 운동에 연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집회 본 프로그램으로 9명의 발언자가 무대에 올라 귀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현장의 뜨거움까지 담지는 못하겠지만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고자 발언문 내용을 아래 공유합니다.
[첫 번째 발언_ 베로니카]
안녕하세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 베로니카입니다. 유아세례를 받고 주일학교를 다니며 어린 시절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최근 성당에서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네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운 이가 있으면 도와주라"던 교회의 가르침은, 왜 여성의 임신중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까?교회가 말하는 '생명수호'에 여성의 생명은 왜! 포함되지 않습니까?
저에게는 천주교 신자이면서 낙태를 경험한 지인이 있습니다. 여성의 임신중지에 가장 마음이 아프고,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신부님도, 수녀님도, 하느님도 아니라 여성! 그 자신이라는 것을 그 분을 통해 보았습니다. 교회는 왜, 그 여성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대신에 누구보다 큰 낙인과 비난을 행하려 합니까?
국민의 88% 이상이 가톨릭교인 아일랜드에서 낙태죄가 폐지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가톨릭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14주내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교회는 이제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낙태죄 문제에 등을 돌려서는 안됩니다.
성경 안에 낙태죄가 있다면, 그리스도인의 교리로서 받아들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하느님의 말씀이 곧 형법이 될 수 없듯이, 교회의 가르침을 이유로 낙태죄가 형법으로 남아 제 주변의 모든 자매님들의 몸과 삶을 옥죄선 안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낙태죄의 폐지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두 번째 발언_ 가온누리]
저는 낙태를 경험해 본 50대 여성입니다.저의 낙태는 모두 첫 아이를 출산한 후에 이루어 졌습니다. 첫 번째는 첫아이 출산후 100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고, 두 번째는 첫아이 출산후 1년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임신주기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학교는 출산후 100일까지는 임신에서 안전하며, 월경 시작일부터 일주일은 안심해도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전 그 말을 충실히 믿었지만, 그 가르침은 제 몸과 맞지 않는 엉터리 지식일 뿐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전 둘째아이를 가질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첫 아이 출산후 저는 밤에도 3시간마다 깨는 아이때문에 심신이 지쳐갔습니다. 밤에는 잠을 좀 자 보는 것이 소원이 되었고, 아침 7시 반에 출근하면 10시에 퇴근하는 남편을 보며 독박육아를 예감하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출산한다는 것은 저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행복해야 할 둘째 자녀의 권리를 방해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부담스러웠던 것은 두 번째 출산휴가로 직원에게 돌아갈 부담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출산휴가기간이 다가오자 주위 직원들이 저의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둘러싸고 불만스런 의논을 했던 것을 불편하게 지켜보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편도 양가 부모님도 출산은 무리라는 것에 모두 동의를 해 주었고, 저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이런 저의 임신중단경험은 1990년대 가족계획을 장려하던 시기라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출산을 장려하는 지금은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은 죄책감을 느껴야 하고, 처벌의 두려움과 사회적 낙인에까지 시달려야 합니다. 임신을 중단한 여성에게 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엉터리 지식을 가르친 학교, 제대로 여성의 임신을 연구하지 않은 국가가 저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심지어 원치 않는 임신과 임신중단에 같이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조차 협박과 공갈로 여성을 벌하겠다고 합니다. 엉터리 학교에서 가르친 지식을 믿었을 뿐인 저에게, 육아를 힘들게 한 직장과 사회에 대항할 힘이 없었을 뿐인 저에게, 임신중단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저에게 국가는 이토록 가혹해야 합니까? 여성의 임신중절은 여성에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임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든 국가가 오히려 여성을 벌하고 있는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세 번째 발언_ (대독)]
저는 2015년 5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본 일이었고, 아이아빠와 결혼 또한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에 상의 끝에 낳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아빠는 임신사실을 알게 된 날 해외 발령으로 출국을 했고, 저는 혼자 산부인과를 다니며 열심히 임신여부와 수술가능 여부를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산부인과에서 계속해서 듣는 이야기들은 “안된다.” “보호자와 함께 오셔야 한다.” 였고, 점점 아이가 커지는 것이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아빠와 자주 다투게 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찾은 병원에서는 아이아빠와 연락이 닿으면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어렵사리 날짜를 잡아 혼자 병원에 갔는데 바로 그 시간에 시차로 인해 아이아빠와 연락이 되지 않았고 결국 수술을 못했습니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왜 나 혼자서 한 임신도 아닌데 혼자서 책임을 떠안아야 하고, 혼자서 떠안았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른 두 살의 나이에 보호자를 찾으며 내 선택대로 할 수 없나’하는 생각에 분하고 억울해서 많이 울던 기억이 납니다. 겨우 찾은 동네 병원들에서는 모두 아이아빠 또는 보호자인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법적인 아빠도 아니고 생물학적 아빠도 아닌, 남자친구라도 와야 수술을 시켜준다는 것은 왜였을까요? 자연유산으로 수술한다는 동의서에 싸인을 해야 했고 현금으로 바로 지불해야 하는 160만원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아이아빠는 계속 가고 있다는 이야기만 할 뿐 막상 병원에는 오지 않았고 저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뱃속 아이는 4개월이 되었고, 다른 곳에서는 더 이상 수술도 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이를 떠맡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처음에 수술해 주지 않은 병원도 원망했고, 아이아빠도 원망했고, 낙태가 죄가 된다는 법 또한 원망하면서 임신기간을 지냈습니다. 남들에겐 축복이고 행복일 임신과 출산 시기를 저는 원망과 후회로 보내야 했고, 지나고 나니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전 지금 아이를 낳아서 혼자 키우는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짐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지도 않습니다. 동시에 제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해서 불행하고 힘든 시간을 지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아이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미혼모NGO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낙태죄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법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책임도 안 지는 보호자의 허락을 구해야 하고 거짓 동의서를 써가면서 죄지은 듯 하는 낙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임신/출산/양육에는 나몰라라 하는 그런 남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낙태도 사양합니다.여성에게 재생산에 대한 권리는 없고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책임만 주어지는 이 사회에 저는 미혼모로서 분노합니다. 임신도 낙태도 출산도 내가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낙태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네 번째 발언_ 진은선]
국가는 생산적이지 않은 인구를 관리하고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상/비정상을 판별하고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성과 재생산권리는 통제되어왔습니다.현재 모자보건법 제 14조에는 ‘우생학적 사유 또는 유전학적인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을 경우’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의 관점에서 저는 운이 좋게 태어난 생명이고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몸으로 규정된 장애여성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 장애여성인 “너는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던 메시지는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너는 이제 장애가 없는 아이를 낳을 수 있으니 안심하고 노력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국가의 인구 정책과 필요에 따라 낙태를 단속하고 아이 낳기를 강요하며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을 권리와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는 장애여성의 삶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국가는 성과 재생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과 재생산 권리가 결혼한 사람이나 건강하고 이성애 관계에 있는 여성, 가임기 여성들이 겪는 문제로, 이들의 권리로 상상되는 것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성과 재생산이 인권이고 보편적 권리라면 이러한 조건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강요 없이,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합니다. 장애여성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가 사치로 치부되거나 사소한 것으로 무시되지 않아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에 있던,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무엇이든, 질병과 장애를 가지고 있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그렇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국가가 지금까지 시민으로 상상되지 않는 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면 ‘보편’과 ‘정상’을 의심하며 정상성이라는 견고한 기준에 균열을 내는 싸움을 함께 합시다.낙태죄 이제 정말 폐지합시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합시다. 감사합니다.
[다섯 번째 발언_ 하정]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하정입니다. 현재 낙태죄에 대한 반대의견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7년 11월 26일에 임신중절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이후로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청소년 미혼모는 60%임에도 불구하고 미혼모 청소년 중 85%가 학업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이 학업 중단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워 지고 결국 빈곤도 심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청소년 임산부가 낙태를 선택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결혼을 한 경우는 어떨까요? 10대 부부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0에 수렴하고 그나마 지자체 사례관리 위원회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것도 공식적 지원이 아닙니다. 사실상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에 가까운 것입니다. 또, 10대 부부라는 말이 흔히 말하는 ‘발랑 까진’애들 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켜 10대부부가 학업을 이어가기 힘들어 지는 것은 물론,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피임을 구체적으로 교육하지 않고 피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국가, 임신을 했을 때 출산과정과 출산이후의 삶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국가, 출산이후의 삶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에서 낙태를 막는 것은 여성에게서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불합리한 낙태죄를 폐지하기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비정규직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저와 같은 노동자가 될 아이가 둘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 사실 지금껏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낙태죄 위헌소송을 했고, 그런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이 땅에 ‘여성노동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생명’으로 존중받았던가 하는 생각입니다. 태어날때부터 ‘여자’라 천시받고, 출산과 육아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 되어 ‘나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나의 존재감을 조금이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에서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나는 ‘생명’으로서 존중을 받았었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들인 것을 보아도 알수 있듯이,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보내며, 경력이 단절되고, 그로인해 ‘나’의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는 노동환경은 극히 열악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임신중지의 그 순간에 번민에 쌓이지 않는 여성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부득이하고, 불가피하게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임신중지에 대한 모든 책임과 죄는 여성에게 묻습니다. 그 어느 생명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무언가 선택의 기로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늘 두 번째, 세 번째, 아니 마지막이 되는 순간들을 맞습니다. ‘임신중지’를 여성들의 ‘범죄행위’로 낙인 찍기 전에 한번쯤은 모두가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이라 차별받고, 비정규직이라 또한번 차별받는 그래서 저임금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자존감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임신중지는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 일 수 밖에 없습니 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의식’을 갖게 만드는 ‘낙태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일곱 번째 발언_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이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 윤정원입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부정하는 것은 여성의 생명을 위협합니다.아일랜드, 아르헨티나, 칠레, 세계 각국에서 지난 20년간 임신중절을 합법화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가 여성과 의사를 위축시키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보건의료인 1000명이 낙태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낙태죄 폐지 요구는 내가 인공임신중절을 할것이나 말것이냐와 상관없습니다. 이 요구는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에게 적절한 정보와 의료적 지원, 시민으로 존엄한 삶을 살아갈 인권을 주는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보건의료인도 동참하겠습니다.
[여덟 번째 발언_ (대독)]
안녕하세요. 저는 시청과 법원, 경찰서 등 공공기관들이 밀집되어있는 곳에서 공무원들을 손님 층으로 한 노래방 보도를 뛰고 있어요. 노래방에는 불법 성매매 금지 포스터가 붙어있지만 손님도 노래방 업주도 모두 2차아가씨의 존재를 알고 있어요. 아무도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어요. 이차아가씨를 옆에 앉히고 내가 교육청에서 일하는 누구라느니 내가 이번 정부 뭐라느니 얘기들을 합니다. 그리고 공금카드로 계산해요.
손님들은 이차를 하다가 못 싸겠다면서 콘돔을 뺍니다. 성관계는 같이 하지만 피임은 언제나 언니들의 몫이에요. 초이스가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빈속에 술을 마시고 그런 몸으로 언니들은 피임을 위해 약을 복용합니다. 그마저도 술과 숙취와 함께 하는 불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챙겨먹기 힘들어요. 임플라논 등 장기적인 피임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잦은 성관계로 인해 질염, 골반염 등을 달고 살기에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여성의 성관계는 숨겨야 하는 일이기에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을 길은 요원해요. 하혈 등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피임약 복용을 중단합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합니다.일을 쉰 기간만큼을 돈을 메꾸기 위해 또 성매매를 하고 손님들은 늘 그렇듯 콘돔을 뺍니다. 그러고는 손님들은 내가 부인을 7번을 낙태시켰어. 이 형이 그렇게 힘이 좋아. 쌌다 하면 다 임신이야. 이런 말들을 농담으로 합니다. 남성연대 속에서 여성의 몸은 소모되고 있습니다.
문란한 성생활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낙태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요. 정말로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상사가 선임이 남성 동생들을 이끌고 룸살롱을 찾는 남성카르텔이 조직에서 힘을 발휘하는 사회에서성관계는 개인들만의 것이라기보다는 남성 성역할 수행, 그로 인한 사회적 지위 획득 등 우리 사회 문화 제도가 작동하는 장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눈감아주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남성 간 연대가 공모하는 이 성관계에 이들은 무엇을 책임지고 있습니까. 여성에게만 주홍글씨를 남기는 낙태죄 이제는 폐지해야 합니다.성관계와 임신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낙태죄 폐지로 시작될 수 있길 바랍니다.
[아홉 번째 발언_ 이랑]
저는 경희대에서 페미니즘을 퍼트리는 이랑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제가 대학에서 어떻게 낙태죄 폐지를 설득하고 다니는 지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중 고등학생 때 갑자기 큰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들을 종종 만났습니다.왜 갑자기 그런 큰 돈을 빌려달라 하는지 의문이 들 때, 항상 그 이유는 낙태였습니다. 부모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고, 원치 않은 임신의 책임이 있는 남성도 별 도움이 안됐습니다. 낙태를 범죄라고, 낙태하는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세상에서, 여성은 모든 책임을 오로지 혼자 져야 했습니다. 당시 저는 공교육에서 그려진 대로 낙태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로 낙태 비디오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이 비디오가 가짜라는 것을 아시죠? (네!) 저는 이 비디오가 가짜라는 것도, 낙태는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대학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낙태죄가 있어서, 제 친구들과 같은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죄책감을 가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혹시 ‘낙태죄’를 지키려는 이 국가가 과거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정관수술을 권장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국가에게 여성의 몸은 인구통제의 수단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고 저는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 좋게 페미니스트가 된 저는, 더 많은 사람에게 여성의 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낙태죄 폐지를 설득하는 일들을 합니다. 기독교 신자를 설득해서 페미니스트로 만들기도 하고, 수업에서 생명 타령을 하는 사람들과 논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여러분과 함께 시대적 대세 ‘낙태죄 폐지’를 외치려 나왔습니다.우리 모두를 위해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인구를 위해, 경제발전을 위해 통제당하지 않겠습니다. 여기 모인 모두가 낙태죄 폐지까지 힘차게 싸웁시다!
▲현장에서 함께 외친 구호와 노래
그리고 연대의 아이돌! 퀴어댄스팀<큐캔디>의 공연+지지발언이 있었습니다.
용띠 호랑이띠 백말띠 등등으로서 드세다는 말 귀에 딱지앉도록 들어온 퀴어들로 구성된 <큐캔디>의 멋진 공연에 힘입어행진 출발.
행진에서 돌아와 다시 광장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 발언 희망자 신청을 받았는데요,
발언 신청 받는다는 공지를 하자마자 정말 30초만에 발언자 4명이 전부 차서 깜짝 놀랐어요!
(이후에 발언 신청해주셨는데 시간관계상 청해 듣지 못한 참가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아쉽고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ㅠ)
낙태죄 이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당일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시민 서명판에도 무려 1,074명의 참가자들이 동참해주셨습니다.
시위가 끝나고도 서명에 참여하기 위해 부스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광장에서 터져나온 커다란 목소리에 누구보다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나기까지,
계속해서 정부와 국회, 헌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목이 터져라 같이 외치면서
또 다시 먼 길(낙태죄 폐지- 그리고 그 너머 우리의 건강권과 재생산권 확보의 싸움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니까요ㅠ!)을 함께
힘차게 나아갈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여성의 권리입니다.
임신중지 형사처벌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합니다.
우리는 사유와 시기에 따라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낙태죄의 폐지를 요구합니다.
2018년 현재, 한국사회는 두 번째 '낙태죄' 위헌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2년에 있었던 첫 번째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결정권을 사익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으로 상정하고 그 둘을 서로 대치되는 것으로 보는 매우 문제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은 당시에도 지탄받았고,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수많은 여성들은 지난 몇년 간 계속해서 고통받아 왔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많은 법과 정책, 주류문화에 여성의 경험과 관점이 충격적일 정도로 누락/배제되어 있었음을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낙태죄 역시 여성을 통제와 관리, 처벌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낡은 법이라는 지적이 늘었습니다. 작년에는 23만여 명의 시민들이 낙태죄를 폐지하고 인공유산유도제를 도입하라는 청원을 청와대에 제출했고, 낙태죄가 아무런 실효성도 없이 사회구성원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드높아졌습니다. 폴란드, 아일랜드, 아르헨티나에서도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법을 폐지하는 여성들의 싸움과 승리가 이어져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여성의 현실을 더 이상 모른척하지 못하도록 위해-
2018년 7월 7일 5시, 광화문 광장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집결했습니다.
▲시위하기 좋은 날씨!
▲부스에서 인기리에 배포된 <낙태죄 폐지 타투 스티커>
이날 시위현장엔 영화 <파도위의 여성들>로 잘 알려진 <Women On Waves>, <Women On Web> 활동가레베카 곰퍼츠도 함께했는데요.
전 세계의 임신중지 처벌법 철폐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활동모습과 연대메시지를 담은 영상 상영에 이어,
곰퍼츠도 무대에 올라 한국의 낙태죄 폐지 운동에 연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집회 본 프로그램으로 9명의 발언자가 무대에 올라 귀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현장의 뜨거움까지 담지는 못하겠지만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고자 발언문 내용을 아래 공유합니다.
[첫 번째 발언_ 베로니카]
안녕하세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 베로니카입니다. 유아세례를 받고 주일학교를 다니며 어린 시절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최근 성당에서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네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운 이가 있으면 도와주라"던 교회의 가르침은, 왜 여성의 임신중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까?교회가 말하는 '생명수호'에 여성의 생명은 왜! 포함되지 않습니까?
저에게는 천주교 신자이면서 낙태를 경험한 지인이 있습니다. 여성의 임신중지에 가장 마음이 아프고,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신부님도, 수녀님도, 하느님도 아니라 여성! 그 자신이라는 것을 그 분을 통해 보았습니다. 교회는 왜, 그 여성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대신에 누구보다 큰 낙인과 비난을 행하려 합니까?
국민의 88% 이상이 가톨릭교인 아일랜드에서 낙태죄가 폐지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가톨릭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14주내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교회는 이제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낙태죄 문제에 등을 돌려서는 안됩니다.
성경 안에 낙태죄가 있다면, 그리스도인의 교리로서 받아들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하느님의 말씀이 곧 형법이 될 수 없듯이, 교회의 가르침을 이유로 낙태죄가 형법으로 남아 제 주변의 모든 자매님들의 몸과 삶을 옥죄선 안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낙태죄의 폐지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두 번째 발언_ 가온누리]
저는 낙태를 경험해 본 50대 여성입니다.저의 낙태는 모두 첫 아이를 출산한 후에 이루어 졌습니다. 첫 번째는 첫아이 출산후 100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고, 두 번째는 첫아이 출산후 1년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임신주기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학교는 출산후 100일까지는 임신에서 안전하며, 월경 시작일부터 일주일은 안심해도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전 그 말을 충실히 믿었지만, 그 가르침은 제 몸과 맞지 않는 엉터리 지식일 뿐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전 둘째아이를 가질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첫 아이 출산후 저는 밤에도 3시간마다 깨는 아이때문에 심신이 지쳐갔습니다. 밤에는 잠을 좀 자 보는 것이 소원이 되었고, 아침 7시 반에 출근하면 10시에 퇴근하는 남편을 보며 독박육아를 예감하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출산한다는 것은 저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행복해야 할 둘째 자녀의 권리를 방해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부담스러웠던 것은 두 번째 출산휴가로 직원에게 돌아갈 부담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출산휴가기간이 다가오자 주위 직원들이 저의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둘러싸고 불만스런 의논을 했던 것을 불편하게 지켜보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편도 양가 부모님도 출산은 무리라는 것에 모두 동의를 해 주었고, 저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이런 저의 임신중단경험은 1990년대 가족계획을 장려하던 시기라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출산을 장려하는 지금은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은 죄책감을 느껴야 하고, 처벌의 두려움과 사회적 낙인에까지 시달려야 합니다.
임신을 중단한 여성에게 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엉터리 지식을 가르친 학교, 제대로 여성의 임신을 연구하지 않은 국가가 저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심지어 원치 않는 임신과 임신중단에 같이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조차 협박과 공갈로 여성을 벌하겠다고 합니다.
엉터리 학교에서 가르친 지식을 믿었을 뿐인 저에게, 육아를 힘들게 한 직장과 사회에 대항할 힘이 없었을 뿐인 저에게, 임신중단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저에게 국가는 이토록 가혹해야 합니까?
여성의 임신중절은 여성에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임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든 국가가 오히려 여성을 벌하고 있는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세 번째 발언_ (대독)]
저는 2015년 5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본 일이었고, 아이아빠와 결혼 또한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에 상의 끝에 낳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아빠는 임신사실을 알게 된 날 해외 발령으로 출국을 했고, 저는 혼자 산부인과를 다니며 열심히 임신여부와 수술가능 여부를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산부인과에서 계속해서 듣는 이야기들은 “안된다.” “보호자와 함께 오셔야 한다.” 였고, 점점 아이가 커지는 것이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아빠와 자주 다투게 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찾은 병원에서는 아이아빠와 연락이 닿으면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어렵사리 날짜를 잡아 혼자 병원에 갔는데 바로 그 시간에 시차로 인해 아이아빠와 연락이 되지 않았고 결국 수술을 못했습니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왜 나 혼자서 한 임신도 아닌데 혼자서 책임을 떠안아야 하고, 혼자서 떠안았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른 두 살의 나이에 보호자를 찾으며 내 선택대로 할 수 없나’하는 생각에 분하고 억울해서 많이 울던 기억이 납니다.
겨우 찾은 동네 병원들에서는 모두 아이아빠 또는 보호자인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법적인 아빠도 아니고 생물학적 아빠도 아닌, 남자친구라도 와야 수술을 시켜준다는 것은 왜였을까요? 자연유산으로 수술한다는 동의서에 싸인을 해야 했고 현금으로 바로 지불해야 하는 160만원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아이아빠는 계속 가고 있다는 이야기만 할 뿐 막상 병원에는 오지 않았고 저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뱃속 아이는 4개월이 되었고, 다른 곳에서는 더 이상 수술도 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이를 떠맡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처음에 수술해 주지 않은 병원도 원망했고, 아이아빠도 원망했고, 낙태가 죄가 된다는 법 또한 원망하면서 임신기간을 지냈습니다. 남들에겐 축복이고 행복일 임신과 출산 시기를 저는 원망과 후회로 보내야 했고, 지나고 나니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전 지금 아이를 낳아서 혼자 키우는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짐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지도 않습니다. 동시에 제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해서 불행하고 힘든 시간을 지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아이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미혼모NGO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낙태죄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법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책임도 안 지는 보호자의 허락을 구해야 하고 거짓 동의서를 써가면서 죄지은 듯 하는 낙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임신/출산/양육에는 나몰라라 하는 그런 남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낙태도 사양합니다.여성에게 재생산에 대한 권리는 없고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책임만 주어지는 이 사회에 저는 미혼모로서 분노합니다. 임신도 낙태도 출산도 내가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낙태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네 번째 발언_ 진은선]
국가는 생산적이지 않은 인구를 관리하고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상/비정상을 판별하고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성과 재생산권리는 통제되어왔습니다.현재 모자보건법 제 14조에는 ‘우생학적 사유 또는 유전학적인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을 경우’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의 관점에서 저는 운이 좋게 태어난 생명이고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몸으로 규정된 장애여성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 장애여성인 “너는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던 메시지는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너는 이제 장애가 없는 아이를 낳을 수 있으니 안심하고 노력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국가의 인구 정책과 필요에 따라 낙태를 단속하고 아이 낳기를 강요하며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을 권리와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는 장애여성의 삶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국가는 성과 재생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과 재생산 권리가 결혼한 사람이나 건강하고 이성애 관계에 있는 여성, 가임기 여성들이 겪는 문제로, 이들의 권리로 상상되는 것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성과 재생산이 인권이고 보편적 권리라면 이러한 조건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강요 없이,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합니다. 장애여성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가 사치로 치부되거나 사소한 것으로 무시되지 않아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에 있던,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무엇이든, 질병과 장애를 가지고 있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그렇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국가가 지금까지 시민으로 상상되지 않는 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면 ‘보편’과 ‘정상’을 의심하며 정상성이라는 견고한 기준에 균열을 내는 싸움을 함께 합시다.낙태죄 이제 정말 폐지합시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합시다. 감사합니다.
[다섯 번째 발언_ 하정]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하정입니다. 현재 낙태죄에 대한 반대의견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7년 11월 26일에 임신중절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이후로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청소년 미혼모는 60%임에도 불구하고 미혼모 청소년 중 85%가 학업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이 학업 중단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워 지고 결국 빈곤도 심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청소년 임산부가 낙태를 선택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결혼을 한 경우는 어떨까요? 10대 부부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0에 수렴하고 그나마 지자체 사례관리 위원회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것도 공식적 지원이 아닙니다. 사실상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에 가까운 것입니다. 또, 10대 부부라는 말이 흔히 말하는 ‘발랑 까진’애들 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켜 10대부부가 학업을 이어가기 힘들어 지는 것은 물론,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피임을 구체적으로 교육하지 않고 피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국가, 임신을 했을 때 출산과정과 출산이후의 삶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국가, 출산이후의 삶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에서 낙태를 막는 것은 여성에게서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불합리한 낙태죄를 폐지하기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 파주 타이포그래피학교 실크스크린 동아리 <실커>에서 실크스크린 즉석피켓을 찍어주시는 활동으로 함께해주셨습니다:)
위 멋진 피켓 두 개가 그 결과물!
[여섯 번째 발언_ 정인용]
비정규직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저와 같은 노동자가 될 아이가 둘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 사실 지금껏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낙태죄 위헌소송을 했고, 그런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이 땅에 ‘여성노동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생명’으로 존중받았던가 하는 생각입니다.
태어날때부터 ‘여자’라 천시받고, 출산과 육아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 되어 ‘나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나의 존재감을 조금이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에서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나는 ‘생명’으로서 존중을 받았었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들인 것을 보아도 알수 있듯이,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보내며, 경력이 단절되고, 그로인해 ‘나’의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는 노동환경은 극히 열악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임신중지의 그 순간에 번민에 쌓이지 않는 여성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부득이하고, 불가피하게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임신중지에 대한 모든 책임과 죄는 여성에게 묻습니다.
그 어느 생명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무언가 선택의 기로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늘 두 번째, 세 번째, 아니 마지막이 되는 순간들을 맞습니다. ‘임신중지’를 여성들의 ‘범죄행위’로 낙인 찍기 전에 한번쯤은 모두가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이라 차별받고, 비정규직이라 또한번 차별받는 그래서 저임금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자존감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임신중지는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 일 수 밖에 없습니
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의식’을 갖게 만드는 ‘낙태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일곱 번째 발언_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이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 윤정원입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부정하는 것은 여성의 생명을 위협합니다.아일랜드, 아르헨티나, 칠레, 세계 각국에서 지난 20년간 임신중절을 합법화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가 여성과 의사를 위축시키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보건의료인 1000명이 낙태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낙태죄 폐지 요구는 내가 인공임신중절을 할것이나 말것이냐와 상관없습니다. 이 요구는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에게 적절한 정보와 의료적 지원, 시민으로 존엄한 삶을 살아갈 인권을 주는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보건의료인도 동참하겠습니다.
[여덟 번째 발언_ (대독)]
안녕하세요. 저는 시청과 법원, 경찰서 등 공공기관들이 밀집되어있는 곳에서 공무원들을 손님 층으로 한 노래방 보도를 뛰고 있어요. 노래방에는 불법 성매매 금지 포스터가 붙어있지만 손님도 노래방 업주도 모두 2차아가씨의 존재를 알고 있어요. 아무도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어요. 이차아가씨를 옆에 앉히고 내가 교육청에서 일하는 누구라느니 내가 이번 정부 뭐라느니 얘기들을 합니다. 그리고 공금카드로 계산해요.
손님들은 이차를 하다가 못 싸겠다면서 콘돔을 뺍니다. 성관계는 같이 하지만 피임은 언제나 언니들의 몫이에요. 초이스가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빈속에 술을 마시고 그런 몸으로 언니들은 피임을 위해 약을 복용합니다. 그마저도 술과 숙취와 함께 하는 불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챙겨먹기 힘들어요. 임플라논 등 장기적인 피임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잦은 성관계로 인해 질염, 골반염 등을 달고 살기에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여성의 성관계는 숨겨야 하는 일이기에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을 길은 요원해요. 하혈 등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피임약 복용을 중단합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합니다.일을 쉰 기간만큼을 돈을 메꾸기 위해 또 성매매를 하고 손님들은 늘 그렇듯 콘돔을 뺍니다. 그러고는 손님들은 내가 부인을 7번을 낙태시켰어. 이 형이 그렇게 힘이 좋아. 쌌다 하면 다 임신이야. 이런 말들을 농담으로 합니다. 남성연대 속에서 여성의 몸은 소모되고 있습니다.
문란한 성생활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낙태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요. 정말로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상사가 선임이 남성 동생들을 이끌고 룸살롱을 찾는 남성카르텔이 조직에서 힘을 발휘하는 사회에서성관계는 개인들만의 것이라기보다는 남성 성역할 수행, 그로 인한 사회적 지위 획득 등 우리 사회 문화 제도가 작동하는 장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눈감아주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남성 간 연대가 공모하는 이 성관계에 이들은 무엇을 책임지고 있습니까. 여성에게만 주홍글씨를 남기는 낙태죄 이제는 폐지해야 합니다.성관계와 임신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낙태죄 폐지로 시작될 수 있길 바랍니다.
[아홉 번째 발언_ 이랑]
저는 경희대에서 페미니즘을 퍼트리는 이랑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제가 대학에서 어떻게 낙태죄 폐지를 설득하고 다니는 지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중 고등학생 때 갑자기 큰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들을 종종 만났습니다.왜 갑자기 그런 큰 돈을 빌려달라 하는지 의문이 들 때, 항상 그 이유는 낙태였습니다. 부모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고, 원치 않은 임신의 책임이 있는 남성도 별 도움이 안됐습니다. 낙태를 범죄라고, 낙태하는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세상에서, 여성은 모든 책임을 오로지 혼자 져야 했습니다.
당시 저는 공교육에서 그려진 대로 낙태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로 낙태 비디오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이 비디오가 가짜라는 것을 아시죠? (네!) 저는 이 비디오가 가짜라는 것도, 낙태는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대학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낙태죄가 있어서, 제 친구들과 같은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죄책감을 가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혹시 ‘낙태죄’를 지키려는 이 국가가 과거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정관수술을 권장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국가에게 여성의 몸은 인구통제의 수단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고 저는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 좋게 페미니스트가 된 저는, 더 많은 사람에게 여성의 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낙태죄 폐지를 설득하는 일들을 합니다. 기독교 신자를 설득해서 페미니스트로 만들기도 하고, 수업에서 생명 타령을 하는 사람들과 논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여러분과 함께 시대적 대세 ‘낙태죄 폐지’를 외치려 나왔습니다.우리 모두를 위해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인구를 위해, 경제발전을 위해 통제당하지 않겠습니다. 여기 모인 모두가 낙태죄 폐지까지 힘차게 싸웁시다!
▲현장에서 함께 외친 구호와 노래
그리고 연대의 아이돌! 퀴어댄스팀<큐캔디>의 공연+지지발언이 있었습니다.
용띠 호랑이띠 백말띠 등등으로서 드세다는 말 귀에 딱지앉도록 들어온 퀴어들로 구성된 <큐캔디>의 멋진 공연에 힘입어행진 출발.
행진에서 돌아와 다시 광장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 발언 희망자 신청을 받았는데요,
발언 신청 받는다는 공지를 하자마자 정말 30초만에 발언자 4명이 전부 차서 깜짝 놀랐어요!
(이후에 발언 신청해주셨는데 시간관계상 청해 듣지 못한 참가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아쉽고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ㅠ)
낙태죄 이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당일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시민 서명판에도 무려 1,074명의 참가자들이 동참해주셨습니다.
시위가 끝나고도 서명에 참여하기 위해 부스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광장에서 터져나온 커다란 목소리에 누구보다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나기까지,
계속해서 정부와 국회, 헌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목이 터져라 같이 외치면서
또 다시 먼 길(낙태죄 폐지- 그리고 그 너머 우리의 건강권과 재생산권 확보의 싸움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니까요ㅠ!)을 함께
힘차게 나아갈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여성의 권리입니다.
임신중지 형사처벌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합니다.
우리는 사유와 시기에 따라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낙태죄의 폐지를 요구합니다.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서명링크 ▼
http://bit.ly/낙태죄는위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