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여성건강[후기] 포럼- HPV백신('자궁경부암 백신')을 질문하다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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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6월 20일부터 만 12세 청소녀를 대상으로 한 “자궁경부암 백신” 국가 무료접종사업이 시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백신의 시행과정 및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학교현장 및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모임을 꾸려 백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을 갖기도 하고, 전북교육청은 백신에 대한 효과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 예방접종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관련기사: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48996.html)

 

백신에 대한 효과성 이외의 정확한 기본 정보 역시 유통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이 “맞을까? 말까?”를 고민하고,

해외의 부작용 사례들을 접하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백신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예방접종이 시행되는 것이 우려스러운 상황인데요.

 

부작용에 관련된 뉴스가 계속 나오던데 안전성은 검증된 걸까?

국가차원의 예방접종이 시행되는데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왜 이 백신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걸까? 남자들은?

이 주사를 맞으면 자궁경부암을 정말 100% 예방할 수 있는 걸까?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리는 HPV백신에 대한 위와 같은 질문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보건복지부가 6월 20일부터 시행한 사업은 만12세(2003년 1월 1일~2004년 12월 31일 출생자) 청소녀를 대상으로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의 일환입니다. 이에 대상자들은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보건소나 연계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의 ‘1대1 표준 여성건강 상담’과 더불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받게 됩니다.

 

@ 보건복지부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배포용 포스터

 

그동안 통상 스무살이 된 여성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유해왔다면 만 12세를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이 시행되며 백신접종의 연령은 낮아지고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더불어 국가 자궁경부암 무료검진 연령이 종전 30세 이상에서 20세 이상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만 12세가 넘은 여성들에게 백신이 마치 ‘필수’처럼 여겨지며 백신접종이 권유될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전문가 집단 이외에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논의는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었고, 여전히 백신의 접종이 마치 개인의 ‘선택’ 문제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국가백신이 시행된 이 시점에서 ‘맞아야 할까/말아야 할까’의 물음 이외의 한국에서 이 백신이 어떤 맥락 안에서 홍보되고 있으며, 여성들이 어떻게 백신을 ‘선택’하고 있는지 등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NIP(국가예방접종사업) 시행 전 민우회 여성건강팀에서는 지난 6월 2일(목), 저녁 7시 30분  ‘HPV 백신을 질문하다’ 포럼을 통해 백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열었습니다.

 

@ 민우회 포럼 홍보웹자보

 

 

먼저 민우회여성건강팀 쎄러 활동가의 여는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 어떻게 보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라는 제목으로기본적인 백신에 대한 정보와 한국에서 이 백신이 어떤 맥락 안에서 홍보되었는지- 국가와 제약회사, 산부인과 등의 광고 문구, 대학가의 홍보자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은 첨부파일을 확인해 주세요!)

 

 

정부기관 및 제약회사, 산부인과를 비롯한 피부․비만 클리닉, 미디어 등의 HPV 백신 홍보에서는 마치 ‘주사만 맞으면 자궁경부암이 100% 예방’ 되는 것처럼 과대광고하고 있는 문제, 백신 효과 지속 여부 및 HPV 바이러스의 보유여부와 이에 미치는 영향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문제, 백신을 맞는다 하더라도 100% 예방이 안 되어, 암 진행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Pap smear)는 매년 해야 하는 등의 기본적 정보들이 제공되지 않는 문제들을 이야기했습니다.

(* 아래는 백신에 대한 기본적 정보입니다. 참고해 주세요!)

 

HPV백신(자궁경부암 백신) 기본적인 정보

 

-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리는 이 백신의 정식 명칭은 ‘HPV(인유두종바이러스)백신’으로 전체 HPV(인유두종바이러스) 중 암 발생 위험도가 높은 16, 18형의 HPV 바이러스를 대항하는 백신. 이 두 유형은 전체 자궁경부암의 원인 중 약 70~80%를 차지함.

- 따라서 백신 접종으로 전체 자궁경부암의 약 70%는 예방이 가능하지만 30%는 백신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하며 이를 일으키는 원인 역시 밝혀지지 않음.

- 백신의 효과는 6~8년 지속되고, 그 이후의 지속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음.

- 바이러스 감염되어도 약 2년 뒤 여성 80%의 경우 자연치유가 되며, 감염이 되어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국가건강정보포털 참고 작성. 이후 아래의 백신에 대한 설명은 이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출처: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19674&cid=51004&categoryId=51004

 

 

이후 광고들에서 백신이 어떻게 홍보되고 있는지- 정부와 제약사, 산부인과 및 대학가들의 홍보문구들도 살펴보았는데요.

 

광고들에서는 ‘무시무시한 HPV바이러스’,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라는 “자궁경부암” 질병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문구들로 이를 각인시키고 불안감을 조성해 왔습니다. 더불어 정부의 홍보, 제약사의 마케팅 등 백신접종의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여 ‘현명한 여성이라면 선택’ 해야하는 것으로 백신을 광고해 왔는데요.

 

이렇게 광고를 통해 여성들은 ‘암’에 대한 위험을 반복적으로 듣게 되고 더불어 ‘건강한’ 자궁보호라는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꼬마숙녀를 위한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의 목적중 하나로 ‘저출산 극복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요.

여성의 몸을 출산의 기능을 하는 몸으로만 여기며, 관리․통제․보호의 측면으로만 여기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국가 정책하에 여성건강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위 정책의 상담내용 역시 우려스럽습니다. 여성건강 상담의 내용으로 ‘정상 성장발달 상태 확인, 초경여부, 월경 관련 증상’ 등을 밝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의학적 ‘정상기준’에 맞춰 이루어지는 상담에서 각기 다른 성장 발달 시기에 대한 고려 없이 상담이 이루어지지는 않을지, 이에 청소녀들이 몸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불안감을 갖게 되지는 않을지, 결국 상담을 받으면 반드시 접종을 해야하는 시스템에서 백신 접종의 선택은 불가능하고 이에 대한 권유로만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인데요. 정책 실행 과정에서 이에 대한 점검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어서‘HPV 백신 접종과 합리적 소비자 되기: 20대 미혼 여성들의 경험’이란 주제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젠더와 건강팀 박정은 선생님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박정은 선생님은 대학 시절 HPV 백신에 대한 자신과 주변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주셨어요. 

 

먼저 여성들이 HPV 백신을 통해 ‘자궁경부암의 위험’을 알게 된다는 점을 짚어주셨는데요.

민우회 여성건강팀에서 2012년 진행했던 산부인과 진료 경험에 관한 조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때 당시 조사 결과에서도, 지금도 여전히 여성들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일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여성의 재생산 건강, 몸에 대한 다른 종류의 이야기는 없는 상황에서 HPV 백신을 통해서 자궁경부암에 대한 위험을 각인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백신 접종 이외의 “여성의 몸에 대한 다른 이야기가 부재한 상황에서 위험을 다룰 수단으로 주어진 백신이라는 수단을 선택하는 것 외에 고려할만한 선택지는 없는” 현실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에 여성들은 유일한 수단으로 백신에 대한 생각을 결정을 하게 되고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되는 현실"인 것이죠.

 

이렇게 여성들에게 백신 선택 이외의 방법이 주어지지 않지만 “여성들은 백신 접종을 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비용과 편익을 저울질하고, 정보 등을 모아 선택”하며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택이 어려운 현실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끝으로 “여성들 스스로 산부인과 질환이나 검진, 스스로 몸을 돌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한 문제”들을 짚어주셨어요. 여성건강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여성의 몸에 대해 불안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닌, 의약품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몸에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더불어 발제 이후 토론과정에서 박정은 선생님은 HPV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는 충분히 검증되었고, 이것은 여러 공개된 자료로 확인가능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백신의 안전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이곳은 "백신의 효과성도 검증하는 곳이긴 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검증하는 기관으로서 모든 의약품은 이곳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받아야 하고,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라는 것에 기준은 전 세계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후‘HPV 백신을 맥락화 하기: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의 제목으로 민우회 이사이시기도 한 백영경 선생님(의료를 연구하는 페미니스트인류학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HPV 백신이 한국적 맥락에서 어떻게 홍보되어 왔는지, 제약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여성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백신에 대해 그동안 ‘맞을까/말까’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왔다면 이를 넘어서는 질문과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발제를 시작해 주셨는데요. 지자체, 의사들, 총학생회, 미장원까지 제약회사들의 홍보가 이루어졌던 상황, 모든 재원과 관심이 자궁경부암에 집중되었던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이 백신에 대한 다른 질문을 던져야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먼저 HPV백신이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명명의 문제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위 백신의 홍보에 있어 “자궁경부암”을 강조하며 여성들에게 홍보해 왔던 측면이 있는데요. HPV 바이러스를 위험한 것으로 인지하게 하고, ‘암’에 집중하도록 해 여성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했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주셨습니다.  

 

더불어 “자궁경부암에 대한 발병은 사회경제적 요소, 지리환경 요인 등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하며, 이에 대한 위험이 여성에게 모두 동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집단”처럼 여겨지는 문제와 “자궁경부암 백신에 의해 여성들이 몸이 늘 항상 위험에 처해 있는 것처럼 상상하는 문제”이고, 그동안 자궁경부암의 예방에 있어 “모든 책임이 여성 본인의 책임”으로, “엄마의 역할”로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고 돌보도록 역할을 제시해왔던 배경들.

“여성들에게 있어 몸은 수치, 불안, 공포, 죄책감을 끝없이 생산하는 장소가 되며, 의료에 대해서는 혜택으로만 재현”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왜 자궁경부암의 예방과 여성생식-재생산건강에 대한 관심이 백신 접종으로만 이야기 되는지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백신을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따라서 맞냐 안맞냐의 이야기부터 시작이 아니라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에 대한 배경과 맥락을 알아야 백신 접종의 ‘선택’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포럼 발제자료 대신 나눠주었던 별첨자료를 함께 첨부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확인해 주세요!)

백영경, 「HPV(인간유두종 바이러스) 관리의 사회적·정치적 효과에 대한 국제 비교 연구: 각국의 백신 접종캠페인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KNOU 논총」 제 54집, (2012.8) 자료

 

6월 중순 국가백신시행까지 납품가격․납품물량에 대한 정부와 제조사간의 이견으로 사업 시행이 늦어진다는 보도가 연일 반복되었고,

결국 20일부터 사업이 시행되었지만 빠른 시일 이내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시행되면서 백신에 대한 기본적 정보부터 안전성에 대한 걱정까지 여기저기에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정책시행 준비과정의 문제와 안전성․효과성에 대한 검토는 충분이 이뤄진 것이 맞는지, 왜 청소녀들의 건강이 HPV백신 접종으로 귀결되는 것인지 여러 걱정과 의문이 남는데요.

 

이에 민우회는 정부의 담당기관에 정책시행 준비과정 및 집행체계 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정보공개청구를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민우회는 계속해서 이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