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여성건강[후기] 마이 리틀 피임약: 피임약 재분류 임박, 여자들의 수다회

2016-02-04
조회수 8912

 

[후기] 마이 리틀 피임약: 피임약 재분류 임박, 여자들의 수다회

 

“발랑까진 여자들만 사용한다고?”

“그냥 콘돔하면 되잖아?”

“싸게 보험 적용해 줄 수는 없나?”

 

“피임약 인터넷에 보면 여러 부작용이 많은데... 믿을만한가요?”

“내 몸에 맞는 피임/피임약을 선택하고 싶은데 정보가 너무 없어요.”

 

여러분이 들었던 질문 혹은 여러분의 이야기인가요?
 

지난 2015년 11월 20일(금) 저녁 7시 30분,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이공동으로 주최하여

피임/피임약에 대한 각자의 궁금증, 경험들을 나누고 피임약 재분류에 대해 논의하는<마이 리틀 피임약: 피임약 재분류 임박, 여자들의 수다회>가 열렸습니다.

 

그동안 많은 논의들에서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 개개인들의 이야기가 삭제 된 채 이루어졌던 부분이 있어왔는데요.

피임약 재분류 3년 후, 실태조사와 피임약 재분류안이 다시 논의되기 전에 여성들의 피임/피임약에 대한 궁금증,각자의 경험 등피임약 재분류 논의에서

충분히 이야기 되지 못한 숨은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준비한 자리였습니다.

 

 

먼저 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여경의 여는 말로 시작되었습니다.

 

“피임약재분류 논의의 쟁점 단순히 구입을 하기 위해 찾아야 하는 곳이 병원이냐, 약국이냐라는 질문만이 맴돌아서는 안 된다.

접근성의 문제, 약의 안정성의 문제를 포함한 숨은 쟁점들이 많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복용주체로서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2012년,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병원처방전 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약국)으로 전환하는 재분류 방안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당시 피임약 재분류에 대해 의료/의약 단체, 종교단체, 여성단체 등에서 각기 다른 의견으로 논란이 있자 정부에서는3년간 피임약 재분류를 유예하고

재검토하기로 결정 된 후, 의약품안전관리원에 재분류를 위한 연구가 맡겨져 진행되었습니다.

 

건강과 대안 유현미님이

‘응답하라 2012: 피임약재분류 논쟁의 경과와 쟁점’들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2012년 종교단체에서 ‘피임약은 낙태약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공청회에 참석한 모습.

피임약, 여성 재생산권에 대한 여성들의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때!

 

“2012년 이후 연구용역이 진행되었고, 그게 알려지지도 않았다.

사회인식도 진행되긴 했는데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고 알고 있다.

일단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경향이 우려스럽다” 는 말씀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여경 활동가는 식약처에서 진행하는 연구용역에 대한 자문의뢰를 받아 설문지 문항 설계과정에 참가했었는데,

“여러 피임방법에 대한 것 중 피임약 복용에 대한 것만이 얘기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들이 함께 얘기됐었다.

여성의 피임,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아닌 여성의 피임약 복용에 대해 ‘찬성’, ‘반대’하는 식의남성에 대한 인식조사 문항이 포함”  

되어 있어 문제제기 했었던 당시 상황을 전해주었습니다.

 

작년 12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식약처에 연구결과를 최종 보고 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연구결과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며, 공개일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왜 공개를 꺼리는 걸까요?

실태조사 및 설문조사 결과 등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 해야겠습니다!

 

    
 

건강과 대안 윤정원님은

‘페미니스트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피임약 A~Z’이란제목으로

피임은 왜 필요한지, 다양한 피임법들을 소개하고 본인에게 맞는 게 어떤 건지 찾는 과정, 피임약의 안정성과 부작용 등의 이야기도 함께 나눴습니다.

 

* ‘페미니스트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피임약A~Z’내용을pdf파일을 첨부하였습니다.필요하신 분은 받아가세요! (아주 유용한 정보랍니다!)

 

이후, 건강과 대안 이유림님이

‘장동민에게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 지금 피임을 둘러싼 미디어의 재현들’이란 주제로 발표를 해주셨는데요.

피임약 광고, 드라마, 토크쇼 등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피임/피임약에 대한 시각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 맡겨도 피임은 맡기지 말라'는 복지부의 피임약 광고

방송에서 ‘질외사정’이라는 말도 못하는 여성 연예인의 현실!

여자친구가 ‘피임을 요구하면 서운하다’라는 장동민씨의 솔직한(?) 망언 까지.

 

여성에게 피임의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동시에 성적주체가 되어 발언 할 수 없는 현실,

동시에 파트너 남성에게 피임을 요구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여성의 성, 피임에 대한 인식이 광고나 미디어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 낱낱이 파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과연 피임이

“여성들이 인식개선하면 되는 문제인가? 여자가 주체적으로 하면 된다는 건가? 규범은 그대로인데?

피임을 언급하는 것이 거의 욕 하는 것과 같은데?”

 

그리고 이날 플로어에서 다양한 질문들이 오고 갔는데요.

주요 질문을 꼽아보면

 

Q. "다양한 피임법들을 찾아보면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디테일하게 나와 있는 반면 장점은 간단히 서술되어 있다.

(삽입형 시술의 경우) 부작용에 대한 여성들이 고통 호소가 큰데 광고나 포스팅도 같이 나오고 어떻게 정보를 골라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다양한 피임법 중 부작용이 치명적이지 않은 것이 있을까 싶다."

 

Q. 믿을 만한 정보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판단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고 복용을 해야 하긴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확한 정보의 소스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있나?

 

Q. 십대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는데 여성청소년들이 (상대방이) 피임을 안 해서 본인이 피임을 하겠다며

피임약의 안정성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성교육시 사전피임약에 대해서 반드시 알려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등과 같은 피임법에 대한 안정성, 부작용에 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그만큼 피임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전문의에게서 피임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민우회 여경 활동가는

“약사나 의사나 부작용이 있어 연령이나 흡연여부에 관한 질문을 해야 하는데도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라며

개인의 건강 상태, 연령, 병력 등 따라 부작용을 고려한 처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제대로 된 복약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짚어주었어요.

 

반면 지역의 의료생협에서 좋은 의사를 만나 자신에게 맞는 피임약을 찾을 수 있었다는 사례를 나눠주신 분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피임/피임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의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을 돌아보며

의사들을 책임과 역할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였습니다.

 

위의 질문에 윤정원님은

“실제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정보를 많이 알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의사들이 정보제공을 하는 주체로 보기에는 케이스 수가 작은 상황이다.”라며피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개인이정보를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잘못된 정보가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의 상황을 진단해주셨습니다.

 

더불어 개인들의 피임약복용 경험 아카이브가 있는 외국 사례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외국은 자기가 피임했던 경험에 대한 아카이브가 있어 도움 받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이외에도 사실 의사와 약사도 복약지도 후 복약자의 경험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복약자들의 요구/목소리를 의사들도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게 안 되는지 생각해보시긴 해야겠지요)산부인과에서의 피임약 복약지도 및 상담 시 느꼈던 문제들을

여성 개개인들이 목소리 내는 것 역시 현재의 시스템에 변화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인 피임/피임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피임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 개인에게 돌아가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외국의 사례들처럼개개인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피임약 경험 아카이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 스스로가 경험을 공유하면서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그동안 재분류의 논의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이루어져 왔는데요!

이번 재분류에서는 ‘내 몸에 협상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성의 결정권 확보가 가능할 수 있도록

피임약 접근성 확보 등 여성 건강권의 관점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등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겠습니다.

 

* 이날 수다회에서는 후기 내용 이외의 질문과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수다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정리한 자료를 첨부하니,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