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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성형OTL 실천단] 성형광고 취재기 - '지하철 2호선을 타봤어' ①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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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광고 취재기 - '지하철 2호선을 타봤어'08.gif

 

 

2011년, 여성건강권 확보를 위한 대중사업

‘견적내기 프로젝트 성형OTL’의 20대 실천단지하철2호선의 좌충우돌 취재기를 전합니다:)

 

민우회는 여성들의 끊임없는 관심사인 몸 관리, 특히나 성형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여성주의자, 대학생, 직장여성들의 고민들에 대해서 들어봤드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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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몸에 대한 관심이 개인의 건강관리나 자기만족이라는 말들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마른 몸에 대한 이미지, 얼굴은 청순하고 몸은 S라인을 갖고 있는 여성들을 추켜세우며 ‘예뻐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몸을 바라보는 우리는 건강에 대한 생각보다는 몸의 부위 하나하나를 파편화시켜 업그레이드해야하는(관리하지 않으면 비난받는), 나를 어필하는 무엇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역시나 고민해 봐야하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이상적인 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갈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광고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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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전해드릴 이야기는 지하철 2호선을 돌아다니며, 겪었던 것들에 대한 것입니다:)

 

 

- 1차 조사일:2011년 4월 28일~ 5월 11일까지

- 조사대상:지하철 2호선, 총 51개역 중 44개역 완료. (남은 구간: 을지로4가~뚝섬)

                   + 3호선 압구정, 신사역 = 46개역

- 단서 조항:여러 개의 호선이 있는 경우 2호선에 해당하는 출구와 승강장만 조사함.

 

 

 

처음에조사를 나갈 때는 만만하게 생각하고 출발을 했었는데 이게 녹녹치 않은 일이었답니다.

엄청난 거리를 걷고 또 걸아야 하고, 계단 벽에 있는 광고들이 있나 보기 위해서 오르락내리락!

그리고 출구조사를 위해서는 계속 교통카드를 찍고 나가야 했답니다. 흑흑-

너무 많은 호선과 출구가 있는 역을 만나면 패닉상태가 되기도 했지요.1_37.gif

 

생각보다 광고가 많이 있지 않아서 ‘이를 어쩌나’하는 걱정도 하고,

전체 광고수를 언제를 기준으로/어떤 사이즈를/어떤 유형(플래시 영상, 액자, 스크린도어 등)을 둘 것인가

머리 쥐나게 고민했지만 기준은 1234 서울메트로에 자료를 받아 근거 삼기로 했습니다.

아직 전구간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1차 조사를 완료한 이후에 찍어온 성형광고를 모아 보며 실천단들이 들었던 생각들은 아래와 같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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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느꼈던 건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가 변하면서 성형외과가 '구원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즉, 외적으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도

정형화된 완벽한 아름다움 앞에서 무릎 꿇려진 채 구원을 받아야만 하는 실패자 혹은 루저이고 성형외과는 치료하는 의사와 공간의 차원을 넘어서서 삶을 구제하고

더 행복한 삶을 열어주는 구원자라는 말도 안 되는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는 거예요..

안 그래도 여러 군데에서 성형이 부추겨지는데,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비판점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루저로 여기도록 최선을 다해 조장하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다희

 

“우리가 맡았던 구간(구의~교대)이 나름, 지하철 2호선 성형광고 분석의 메카(?) 라고 생각했는데, 사정은 역마다 출구마다 달랐어요. 광고자체가 없는 곳도 많았고, 역의 특성에 따라 법률사무소만 잔뜩- 있는 곳도 있었고. 여하튼, 성형광고가 아니라도 각 역을 돌면서 느낀 것 동일한 광고물을 계속 보게 될 경우에 느껴지는 익숙함의 효과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거고.. 성형광고 역시 계속해서 노출되는 곳이 기억에 남게 되기도 하고. 특히나 해당 구역 다 돌고 나서 갔었던 '압구정-신사역'이 정말 최고였어요. 찾아낸 성형광고가 대부분 압구정이나 신사역에 위치해 있기에 추가로 가봤는데요.

그곳에 가면 한국은 정말 성형천국, 아이가 성인이 되면 수술시켜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적금을 붓는다는 말이 진짜라고 당연히 생각할 정도로 출구 하나당 수십 개의 성형광고가 있더라고요. 압구정역에만 120개정도 됐었어요. 한 기사를 봤는데 압구정에서 신사역에 해당하는 2km안에 230여개의 성형외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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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우리(수도권과 몇 대도시 거주자로 한정해야겠지만)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임은 틀림없는 거 같아요. 그 속에서 하루에도 몇 십 몇 백 개의 광고를 만나고 있어왔겠지만, 이렇게 집중, 의식해서 보게 되니 '아 광고의 세계란(징글징글한 시장이구먼)'이 가장 먼저 받은 인상.

성형광고가 '징글징글'하게 많았으면 좋았으련만, 사실 그렇진 않았어요.

 

성형광고도 요즘 광고경향처럼 정보 전달보다는 이미지화를 목적으로 한 광고가 제법 많았어요.

수술이라는 어찌보면 사진으로서 상상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과정은 제하고

'가볍고 깜찍한'이모티콘으로 대체되는 비포/애프터 그리고 긍정적인 결과 어필.

그러므로 얻게 되는 다른 성형외과와의 차별화.그렇기에 더욱 더 성형이 '쉬워'보였던 거 같아요.

저런 세련되고 센스있는 광고들을 보고 있자니, 성형이 정말 '별거'아닌가 보다라는 생각.

차라리 사람 얼굴 변화나 xx수술이라는 '쎈' 글자들이 광고 카피에 있으면 좀 더 두렵고 불편할 텐데,

이건 뭐. 너무 귀엽고 심지어 위트있는 광고들이 많으니.

그리고 또 하나, 성형외과 자본력의 차이는 광고만 몇 개 봐도 파악될 만큼 극화되어 있는 듯 했어요.

 

어느 곳의 광고든 대개 그 병원의 위치는 강남 혹은 압구정에 집중되어 있었고, 광고를 내는 몇 성형외과들만이 거의 대다수의 광고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니 몇 개 소위 잘나가는 병원들이 몇 대기업이 그러하듯 광고시장에서도 독식하고 있었고, 실제로 성형시장(?)에서도 그 파워를 발휘하고 있을 거라 추측이 되기도 하구요.

기업화된 대형 성형외과의 출현.소비자/환자는 모르는 치열한 경쟁,

이미 성형외과는 '병원'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드러내고 있었어요.”-영지

 

 

“성형외과 광고들은 온통 아름다움, 자신감, 꿈 등의 단어로 치장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성형을 통해 얻는 긍정적인 것들은 안타깝게도 일시적이거나 부차적이라 생각됐어요.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혹은 좁은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성형을 고민하지만, 사실 우리들 자신도 아주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매력적인 외모가 좋은 첫인상은 만들어 줄 지 몰라도 지속적인 관계 혹은 궁극적인 성취는 절대로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요.”-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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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하철에 있는 성형광고를 직접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임무를 받았을 때,

‘힘들겠다’라는 생각과 ‘광고 정말 많을 거 같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일었어요.

각 역을 양쪽 플랫폼부터 출구까지 모두 훑어야 하고,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며 성형광고 자극을 많이 받았던지라,

성형광고가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요.

 

저는 대림에서 서초까지 10개의 역을 돌았어요.

비록 그 수는 적었지만 성형은 곳곳에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즉 자신의 외모의 ‘결점’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은

간간히 마주치는 성형광고를 볼 때마다 자신을 점검하고 평가하며

그 결점을 다시 한 번 강화 시킨다는 생각들?

 

‘내’(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가 광고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아마 이것에 있지 않을까요? 자주 이용하는 역들에 실제로 광고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외모, 성형, 수술가능성에 매여 있던 ‘나’는 그 몇 개의 광고를 접할 때마다 그것을 강렬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쩌면 개수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눈은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정엽

 

 

간단한소감 속에도 성형광고가 우리들의 몸에 대한 기준을 판단함에 있어 획일화된 미를 이미지화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얼마 전 기사를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보는 지하철에 있는 성형광고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거였어요.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성형수술과 의료기술중에 하나인데 흔하게 몸매는 S라인 얼굴은 V라인, 잘빠진 다리와 볼륨 는 가슴, 쌍꺼풀 있는 눈, 높은 코만을 보여주고 있는 건 우리들이 자신의 몸을 인식함에 있어 한계를 갖게 하는 거 같아요.

 

2차 조사가 마무리되면 전체 광고개수 중에 성형광고가 몇 개인지, 성형광고를 분석해봤던 자세한 내용들을 전하러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괜시리 나만의 아름다움이 무언진지 생각해보고 싶은 오늘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