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사회현안[후기] 나의 장례식엔 미러볼을 밝혀줘, 서아프리카 난민여성들의 삶의 전략

2023-01-16
조회수 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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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우회 성평등네트워크팀 활동가 해파리입니다

즈히 팀은요 작년에 생겨나 핫데뷔한 팀인데요

 

(뭐하는 팀인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 클릭▽▼)
[2022 상반기-함께가는여성] 『핫 데뷔』 성평등네트워크팀, 첫 행보 포착!

 

2022년 저희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흐름과 소통하고, 소수자들의 연대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시도를 해봤어요

 

(무슨 시도를 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 클릭 ▽▼)
[후기] 약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약자생존'의 사회를 외쳐~! -1부-

[후기] 장도리클럽이 남긴 것들(feat. 팟캐스트 방송도전)
길고양이를 돌보는 페미니스트 클럽, 티티캣클럽 후기

 

잘 아플 권리, '질병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교차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면서 변화를 만드는 〈다른몸들〉,

신경다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신경다양인들의 장점과 개성을 알리는〈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

트랜스젠더의 지속가능한 삶을 주요 가치로 삼고, 젠더와 다양성을 고민하는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한국에 온 난민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를 만드는〈난민인권센터〉 

이렇게 네 단체와 성평등넽웤팀이 무작정 만나 소수자운동을 하면서 드는 고민들을 나눴어요

 

그 고민을 바탕으로 난민인권센터(이하 난센)의 허니,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이하 조각보)의 준우 그리고 민우회의 수달, 해파리가 만나 워크샵을 열었는데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해보면 좋을 액션이 있다면 무엇일까 고민을 나누기도 했어요

소수자들의 존재를 심사하고, 판별하는 권력과 시스템 속에서 같은 억압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기도 했고요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혐오는 소수자 내부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눴어요. 그렇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나아가 다른 운동과 연대하거나, 다른 사안을 거울삼아 비춰보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나눴어요

 

세 단체의 활동을 공유하면서 워크샵 이후에도 현장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요

조각보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기획중이고, 난센은 아프리카 난민 여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난센포럼을 열 예정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그 두 행사에 참여했어요. 그 후기를 지금부터 적어볼게요

 

 

2022 TDOR '나의 장례식엔 미러볼을 밝혀줘'

*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의 약자로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뜻함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메모리얼 파티 '나의 장례식에는 미러볼을 밝혀줘'는 11월 19일 토요일 저녁에 열렸어요. 해가 지고 어두운 저녁, 파티 장소로 향해 옥상으로 올라가니 건물들 사이로 밝은 빛을 내는 '공간 채비'가 보였어요. 왠지 무거웠던 마음이 환해졌어요

 

 

(어두운 밤 건물들 사이로 환하게 조명이 켜져 있는 옥상 건물 사진)

 

(은박 수술과 흰색, 은색 풍선이 달려있는 포토존)

 

입구에는 포토존도 마련해 놓으셨더라구요. 메모리얼 파티 사전 참가신청서에 자신의 장례식에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가져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저는 저의 죽음 이후에 같이 사는 고양이랑 같이 사는 사람 둘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 말고는 크게 없어서 뭘 갖고 가야하나 싶었는데 요즘 잘 자라고 있는 작은 식물이 생각나서 걔를 데리고 가기로 했어요(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조각보 활동가 준우님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하셔서 포토존 앞에서 작은 식물과 함께 포즈를 취했어요ㅎㅎ..

 

 

(음식을 접시에 옮겨담는 사람들 사진)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 한 켠에는 후원부스와 핑거푸드가 펼쳐져 있고, 가장 안쪽 선반 위에는 '나의 장례식'까지 함께하고 싶은 특별한 의미를 담은 다양한 물건들이 예쁘게 전시되어 있었어요. 북적북적하고 환한 조명만큼이나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메모리얼 파티의 한 장면이었어요. 

 

 

(철제망에 장례식에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사진)

 

 

이음님과 민우회에서 자주 만나는 회원 스머프가 파티MC를 맡아주셨어요(반갑)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슬픈 날로만 남겨두지 않고 떠난이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남아 있는 우리의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각자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충분히 애도하고 동시에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MC 스머프와 이음님)

 

 

화려한 오프닝, 허리케인 김치님 등장ㄴ(°0°)ㄱ

 

*허리케인 김치는 서울을 기반으로 국내외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드랙퀸으로, 무대 공연과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을 병해해오고 있습니다. (출처:[2022 TDOR] 우리들의 장례식을 밝혀줄, 찬란한 공연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조각보 유튜브 '[2022 TDOR] '나의 장례식엔 미러볼을 밝혀줘' 하이라이트' 중 일부 캡쳐)

 

 

첫 등장은 쉬폰 드레스를 입고 화려하게~

 

 

(무대에서 공연 중인 허리케인 김치님과 공연을 보는 사람들 사진)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에 맞춰 좀더 과감하게!!!

허리케인 김치님의 화려하고 변신이 있는 연대공연,,!! 좀 더 과감하게 호응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ㅠㅠ (내적으로 신난 상태 하하우유라잌뎃)

 

 

공연 후에는 이야기 나눔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에디님이 적어온 편지를 읽어주셨어요 

"내 마지막 장례식 드레스코드는 각자 일하는 곳에서 자주 입는 것으로 부탁해. 하지만 꼭 무지개 굿즈 한 개 정도는 차고 와 줘"

*박에디님 소개말: 어머니 왈 '그런 삶을 살게되면 평생 외롭게 살지몰라'라는 말에 이번생을 인싸로 살겠다는 강한 욕구덩어리. 꾸역꾸역 10년째 트랜지션중인 87년생 박에디입니다.

에디님, 퀴서비스에서 에디님 나오는 부분 너무 재미있었는데 편지글 웃기면서 슬퍼서 오만가지 감정 속에서 이야기를 들었던거 같아요

 

이어서 「이 별에서의 이별」 저자, MBC 드라마 「일당백집사」 자문위원 양수진 장례지도사님의 글을 이음님이 대독해주셨어요

'존엄성이 지켜지는 장례 문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인데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조각보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

[2022 TDOR]'나의 장례식엔 미러볼을 밝혀줘'-양수진

 

그리고 아까 지나쳤던 핑거푸드를 먹으러 갔어요. 맛있는 비건 음식이 종류도 그렇고 많이 준비해주셔서 두접시 가져가서 먹었어요

옥상에 경치도 좋고 해서 접시 들고 야외 테이블에 갔더니 큐캔디 멤버 한분이 계셔가지구 재밌게 떠들면서 음식을 먹었어요

후원부스도 가서 봤는데요. 조각보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메모리얼 파티를 준비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ㅜㅜ

마침 예쁜 자석 브로치(?)가 있어서 후원하고 하나 가져가기로 했어요

 

 

(접시 위에 두개의 핑거푸드가 있는 사진)

 

(옷깃에 트랜스젠더 플래그 색상의 토성 모양 뱃지가 있는 사진)

 

 

제가 아는 퀴어아이돌 큐캔디 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퀴어아이돌이 등장했더라구요 퀴어아이돌 유닛 QI.X는 맥, 유라, 지국, 프린 네 멤버로 이루어져있대요

QI.X 처음 봤는데 내적 야광봉 흔들고 있고.. 후,, 첫곡부터 너무 감미롭고요ㅜㅜ 다들 유튜브 가셔서 들어보세요!!!

[2022 TDOR]'나의 장례식엔 미러볼을 밝혀줘'-QI.X

(노래 듣느라고 사진 많이 못찍음)

 

 

(무대 위에 QI.X 멤버들이 공연중인 사진)

 

 

그리고 색자님과 캔디님의 이야기 나눔이 이어졌어요. 

색자님 프라이드 뿜뿜 이야기와 캔디님의 '평범하고 뻔한 장례를 꿈꾼다'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격려를 받기도,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캔디님에게 위로하는 마음을 보내고 싶었어요

 

 

(이야기 나눔하는 색자님)

 

(이야기 나눔하는 캔디님)

 

 

훌라춤으로 파티장을 댑혀주러 오신 하야티와 훌라당원분들의 공연이 이어졌어요

훌라 의상인 '파우'와 꽃 목걸이 '레이'를 착용한 하야티님만 보아도 따뜻한 섬에 와있는거 같드라구요

저도 모르게 물개박수 치고 있었네요 (୨୧oܫo.:)

 

 

(훌라춤을 추는 하야티님)

 

(이야기 중인 하야티님과 훌라당원 두 분)

 

 

메모리얼 파티 후기를 마무리하면서 이 파티를 주최한 조각보의 기획의 말을 공유해보아요

 

"이 자리가 우리 자신이, 죽음 이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또 먼저 떠난 이들을 잠시 고통을 내려놓고 기억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저는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우리가 우리를 죽기 전에 또 죽음 이후까지도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고 또 1년을 살아내기를 바랍니다."

 

 

 

난센포럼2022 〈서아프리카 출신 난민여성들의 젠더화된 삶의 전략〉

 

난민인권센터에서는 2017년부터 난민인권포럼을 이어왔다고 해요. 활동가, 연구자 등을 초청해 난민제도부터 난민인권을 위해 필요한 질문과 행동을 함께 고민해왔어요

요번 난센포럼은 의정부엑소더스 강슬기 활동가님이 발표해주셨어요

 

(난센포럼2022 홍보포스터)

 

 

강슬기님이 주로 활동하시는 곳은 동두천 보산동인데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 난민이 17%를 차지하고, 그 중 80%가 아프리카 출신이라고 해요

왜 그런가 동두천의 역사를 보면 알 수가 있어요. 미군이 주둔했던 캠프케이시 유흥거리가 보선동이었고 외화를 굉장히 많이 벌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90년대부터 기지촌 여성 유입이 줄고, '보산동 윤금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주여성들로 대체되고, 노동자대투쟁으로 인한 임금상승으로 이주민 노동자가 이주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됐어요

2000년대 주한미군 기지가 이전하면서 기지촌 여성들의 쪽방이나 미군이 사용하던 주거지를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하기 시작했고, 주변에 공장단지가 접해있기 때문에 이주민들이 많이 모이게 됐어요. 그리고 동일한 문화권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기에 이곳으로 더 모이게 됐다고 해요

 

 

(난센포럼2022 4강_서아프리카 출신 난민여성들의 젠더화된 삶의 전략(발표자: 강슬기) 유튜브 캡쳐 화면)

 

 

아프리카 출신의 난민 여성들은 난민이라는 지위, 인종, 젠더라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다층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기에 강슬기 활동가님은 서아프리카 여성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요

다양한 이주의 경로가 있지만 많은 분들이 결혼으로 이주하시는데요.. 동두천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이보족의 전통 혼례 절차인 이바은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이 곳의 문화는 법적인 결혼은 서양의 문화로 혼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법적인 결혼을 결혼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고 해요

이바은쿠 절차 중 3단계인 신부값이 있는데요. 신랑이 신부의 부모에게 지불하는 돈이래요. 이 단계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신랑과 협상을 해서 물품이나 돈을 전달한다고 해요. 신부값을 돌려주면 이혼으로 인정할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 신부값은 가정폭력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만큼 문제적으로 보여요.

 

 

(발표화면과 강슬기활동가님, 난센 활동가 두 분)

 

(난센포럼2022 4강_서아프리카 출신 난민여성들의 젠더화된 삶의 전략(발표자: 강슬기) 유튜브 캡쳐 화면)

 

 

동두천에서 만난 난민여성들이 싱글맘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신랑이 신부값을 돌려주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가버리면서 싱글맘이 되었지만 신부값을 돌려받지 않았기 대문에 이혼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싱글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해요. 

난민이라는 불안정한 위치로 인해서 합법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서아프리카 여성들은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리게 돼요. 머리를 땋는 기술을 가지고 미용실을 차려도 미용업 등록이 불가하기 때문에 폐업하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아프리카 여성 커뮤니티 내부에서 서로 품앗이처럼 머리를 나눠 땋기도 하고, 돌봄 노동이나, 공장단지에 출퇴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요. 

 

 

 

(난센포럼2022 4강_서아프리카 출신 난민여성들의 젠더화된 삶의 전략(발표자: 강슬기) 유튜브 캡쳐 화면)

 

 

신부값을 돌려받지 못하는 싱글맘들은 힘든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돌보지만 신부값을 돌려받지 못해서 다른 관계를 맺을 수도 없기 때문에 신부값이 족쇄가 되고 있어요. 하지만 신부값을 받으면 자녀를 신랑이 가져가기도 해서 신부값 받기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해요. 이런 신부값을 둘러싼 관습을 저항하는 여성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공동체 내부의 압력으로 드러내기 어렵기도 해요

 

 

(발표화면과 발표중인 강슬기활동가님)

 

 

인종, 젠더, 난민, 계급 다양한 이유로 난민이 되어 한국에 거주하게 된 난민들은 난민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고, 난민이 되었을 때 불안정한 위치로 인해 본국에서 해왔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기 어렵다고 해요. 서아프리카 여성이 난민, 인종이라는 정체성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공동체 내부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억압에 대해서 알 수 있었어요.

난민 지위 인정부터 난민으로 살아가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아프리카 난민 여성분들이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복합차별에 주목하고 삶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