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채취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토론회]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채취, 왜 여성인권 침해인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황우석과 그의 연구를 둘러싼 사건들이 ‘황우석 사태’로 불린 것이. 수많은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황우석 개인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난자채취 여성들’에 관한 것이다.
지난 4월 21일, 2명의 여성들이 국가와 의료기관(미즈메디, 한양대병원)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황우석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여성들이었다. ‘배아줄기세포를 통한 재생의학’에 기여할 난자가 필요하다는 호소에 난자기증을 결심하고 난자를 제공한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여성과 ‘난자를 이용한 치료법이 있다’는 의료진의 제안에 난치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위해 난자를 기증한 여성이다. 그녀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1월 초 황 교수와의 면담에서는 위험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난자기증 동의서를 작성할 때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제가 겪은 것에 비해서는 경미한 것이었으며 불임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난자를 제공한 뒤에도 의학적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나 치료는 전혀 없었습니다. 안00 교수와의 면담에서도 기증동기에 대해서만 말했고, 부작용에 대한 것은 듣지 못했습니다.” - 당사자 1(4월 21일자 한겨레 기사 재인용)
“난치병을 앓고 있는 동생에게 한양대 병원에서 제안이 있었고 동생과 저는 별다른 현재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가지고 실험에 응했습니다. 물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로 굳게 믿고 난자를 공여했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고 단지 실험에 필요한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난치병 환자를 이용했다는 점에 심하게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으며 정식으로 소송에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 당사자 2(난자채취 피해자 신고센터 게시판 글)
이번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35개 여성단체들과 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지난 21일 ‘난자채취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송의 사회적 의미를 공론화하고 사건의 법적 쟁점 등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먼저,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채취가 왜 여성인권 침해인지에 관한 민우회의 발표가있었다.
발표자는 이 사건의 문제점을 규명하는 데는 난자제공의 ‘절차와 과정’보다는 ‘여성들이 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제공하게 만든 사회적 맥락’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대상화되었던 관행과 불임시술 과정에서 여성들의 경험이 비가시화 되고 건강권이 존중받지 못했던 관행이 여성이 연구의 재료가 되는 현실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연구자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환상을 유포한 점, 난자채취 시술의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 취약한 위치의 여성들에게 난자제공을 권유하였다는 점 등에서 여성인권 침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변호사, 법학자, 의료윤리학자 등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토론자였던전현희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난자채취 과정에서의 ‘설명의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의료사건의 경우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시술의 내용, 부작용 등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발생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것이라고 파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연구를 위한 난자채취이므로 시술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연구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도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 대해 지적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시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커녕 연구의 목적, 진행과정, 성과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가 없으므로, 연구 주체인 ‘서울대 수의대, 미즈메디, 한양대 병원’ 모두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서면동의서’가 있더라고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면 ‘설명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구영모 교수(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는 서울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 난자채취가 이루어졌다는 원고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대 수의대 IRB는 황우석 연구팀의 주도로 위원선정부터 운영 및 심의에 이르기까지 파행으로 운영되었는데, IRB의 모든 회의에 황우석, 이병천 등의 연구자가 함께 참여하였고 이병천은 IRB 회의의 의사 결정에도 참석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대상인 연구에 관여하는 의원은 심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생명윤리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김현철 교수(이화여대 법대)는 소속된 공무원인 황우석의 과실과 공무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동의의 자발성은 황우석 연구에 대한 신뢰가 주요한 동기가 되어 여성들이 기증의사를 갖게 되었으므로 의사결정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음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대, 미즈메디, 한양대는 하나의 연구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므로 공동으로 연관된 부분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양현아 교수(서울대 법대)는 동의의 전제조건인 ‘충분한 설명’은 설명 절차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설명되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난자채취의 목적, 시술과정, 후유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하는데, 특히 난자채취의 목적에 관해서는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한 과장과 조작이 있었으므로, 난자제공자가 가지고 있던 오해나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설명이 없었다면 연구자나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여성의 재생산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난자채취 시술이 깊은 고통을 주는 경험이지만 난자제공 여성들에게도 의료적, 심리적 후속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한재각연구원(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황우석 등 연구진들은 이미 서울대 징계를 통해 그 과실을 인정받았으므로 그 과실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게 있고, 서울대 연구팀은 연구 성과가 미비하다는 점을 숨겼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서울대 IRB의 구성과 운영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서울대와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소송이 생명윤리와 여성인권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연구 성과가 과장된 상황 속에서 난자채취의 목적, 시술과정, 후유증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난자제공에 동의한 것이므로 ‘국가, 연구자, 의료기관’의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 결과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다.
여성들이 연구를 위한 재료가 되는 끔찍한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소송에서 국가, 연구자, 의료기관의 책임이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난자채취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토론회]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채취, 왜 여성인권 침해인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황우석과 그의 연구를 둘러싼 사건들이 ‘황우석 사태’로 불린 것이. 수많은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황우석 개인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난자채취 여성들’에 관한 것이다.
지난 4월 21일, 2명의 여성들이 국가와 의료기관(미즈메디, 한양대병원)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황우석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여성들이었다. ‘배아줄기세포를 통한 재생의학’에 기여할 난자가 필요하다는 호소에 난자기증을 결심하고 난자를 제공한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여성과 ‘난자를 이용한 치료법이 있다’는 의료진의 제안에 난치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위해 난자를 기증한 여성이다. 그녀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35개 여성단체들과 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지난 21일 ‘난자채취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송의 사회적 의미를 공론화하고 사건의 법적 쟁점 등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먼저,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채취가 왜 여성인권 침해인지에 관한 민우회의 발표가있었다.
발표자는 이 사건의 문제점을 규명하는 데는 난자제공의 ‘절차와 과정’보다는 ‘여성들이 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제공하게 만든 사회적 맥락’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대상화되었던 관행과 불임시술 과정에서 여성들의 경험이 비가시화 되고 건강권이 존중받지 못했던 관행이 여성이 연구의 재료가 되는 현실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연구자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환상을 유포한 점, 난자채취 시술의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 취약한 위치의 여성들에게 난자제공을 권유하였다는 점 등에서 여성인권 침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변호사, 법학자, 의료윤리학자 등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토론자였던전현희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난자채취 과정에서의 ‘설명의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의료사건의 경우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시술의 내용, 부작용 등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발생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것이라고 파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연구를 위한 난자채취이므로 시술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연구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도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 대해 지적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시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커녕 연구의 목적, 진행과정, 성과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가 없으므로, 연구 주체인 ‘서울대 수의대, 미즈메디, 한양대 병원’ 모두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서면동의서’가 있더라고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면 ‘설명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구영모 교수(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는 서울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 난자채취가 이루어졌다는 원고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대 수의대 IRB는 황우석 연구팀의 주도로 위원선정부터 운영 및 심의에 이르기까지 파행으로 운영되었는데, IRB의 모든 회의에 황우석, 이병천 등의 연구자가 함께 참여하였고 이병천은 IRB 회의의 의사 결정에도 참석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대상인 연구에 관여하는 의원은 심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생명윤리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김현철 교수(이화여대 법대)는 소속된 공무원인 황우석의 과실과 공무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동의의 자발성은 황우석 연구에 대한 신뢰가 주요한 동기가 되어 여성들이 기증의사를 갖게 되었으므로 의사결정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음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대, 미즈메디, 한양대는 하나의 연구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므로 공동으로 연관된 부분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양현아 교수(서울대 법대)는 동의의 전제조건인 ‘충분한 설명’은 설명 절차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설명되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난자채취의 목적, 시술과정, 후유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하는데, 특히 난자채취의 목적에 관해서는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한 과장과 조작이 있었으므로, 난자제공자가 가지고 있던 오해나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설명이 없었다면 연구자나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여성의 재생산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난자채취 시술이 깊은 고통을 주는 경험이지만 난자제공 여성들에게도 의료적, 심리적 후속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한재각연구원(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황우석 등 연구진들은 이미 서울대 징계를 통해 그 과실을 인정받았으므로 그 과실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게 있고, 서울대 연구팀은 연구 성과가 미비하다는 점을 숨겼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서울대 IRB의 구성과 운영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서울대와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소송이 생명윤리와 여성인권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연구 성과가 과장된 상황 속에서 난자채취의 목적, 시술과정, 후유증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난자제공에 동의한 것이므로 ‘국가, 연구자, 의료기관’의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 결과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다.
여성들이 연구를 위한 재료가 되는 끔찍한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소송에서 국가, 연구자, 의료기관의 책임이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