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줄기 빛 영업팀 상반기 결산)
2022년의 절반이 훌쩍 지난 7월 어느 날!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영업팀 멤버들이 민우회에 모였습니다.
바로바로 상반기 콘텐츠 결산을 하기 위해서새벽바람,나타샤,시언,해일,수다,아믛,보라,단호박,윤소,영지가 만난 건데요.
(마음으로 함께한 첼시, 밤톨, 감자, 제로, 하나도 있어요~)
상반기 결산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영업팀 멤버들이 보았던 콘텐츠 중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그 외에 평소에 어떤 콘텐츠를 보았는지, 이 콘텐츠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ppt 순서 이미지)
2022년 상반기,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나섰던 영업팀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먼저,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상반기에 내가 본 콘텐츠 목록] 작성 후 키워드와 함께 공유하고 각자의 취향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영업팀의 상반기 콘텐츠 모아보기)
단호박: 저는 이어즈&이어즈, 소년심판, 나의 해방일지, 세자매, 닷페이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유튜브 등을 재밌게 즐겨봤고 그래서 키워드 하나는 ‘사회문제’이고요.
또, 지정생존자, 우연과 상상, 고요의 바다 , 귀신친구를 재밌게 봐서 ‘상상’도 키워드로 정해봤어요.
보라:제 키워드는 ‘여성캐릭터’, ‘실용성’이에요.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스물다섯 스물하나], [옷소매 붉은 끝동], [멜로가 체질]처럼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나올 때 그리고 그들간의 관계성이 재밌을 때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운동이나 인테리어, 요리처럼 실용성 있는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많이 봐요.
수다:제 키워드는 ‘다양성’입니다. 저는 주로 TV콘텐츠를 보는데요. 다양한 여성상을 응원하는 마음이에요. [붉은 단심]의 경우에 여성캐릭터를 역사와 다르게 그리는 걸 흥미롭게 봤고, [옷소매 붉은 끝동]은 덕임이의 역할을 부각시켜서 열심히 봤고 [나의 해방일지]의 여성캐릭터들에 열광했어요.
해일:제 키워드는 ‘생산적’, ‘사랑 이외의 소재’인 것 같아요. 저는 한국 콘텐츠를 보면 너무 사랑얘기만 해서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더라고요. 제일 추천하고 싶은 건 미국 드라마 [석세션]인데요. 재벌가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회사를 형제 넷 중에 누가 상속할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 중 셋이 아들인데 치고 받고 싸운다기보다는 블랙코미디라서 재밌어요.
윤소:저의 키워드는 ‘음식’과 ‘범죄’와 ‘마침내’입니다. [선술집 바가지], [심야식당],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 [고독한 미식가]를 봤고요. 근데 여성이 메인 주인공인 건 참 없다는 걸 경향 속에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엔 [맛있는 녀석들]이 출연자 3명이 남성, 2명이 여성이 되어서 그 출연자 구성을 계기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마인드헌터], [CSI], [마인드헌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같은 수사물을 볼 땐 ‘역시 여자만 죽는 군’이런 생각을 해요. 그리고 마침내는 아시다시피 [헤어질 결심]이고요. 별점 5점을 준 영화였습니다.
시언:저는 사실 리스트 만드는 숙제를 해오지 않은 사람인데요. 이렇게 가끔 실패하는 여성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네요(웃음) 저는 여성 주인공이나 여성 감독이라고 해서 여성서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키워드를 ‘침투’와 ‘확장’으로 잡아봤어요. 여성서사가 딱 어떤 것이다라고 정의하기 보다는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실천이 아닐까 싶어요. 재미있게 본 콘텐츠는 유튜브 [해쭈] 채널인데요. 그녀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하달까? 그래서 좋더라고요.
나타샤:제가 상반기에 인상깊게 본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는 인도의 실화 이야기이더라고요. 사귀던 남자에게 속아서 성판매 여성이 된 주인공이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인거에요. 인도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감탄하면서 ‘투쟁’과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봤어요.
새벽바람:저는 드라마 중에선 [계단]이라는 8부작 중국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어요. 여성 주인공이 폭발 사고에서 회귀를 하면서 모두를 살리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인상깊었어요.
웹소설은 여성주인공인 판타지 장르 중에서 [SSS급 각성불능자]를 봤어요. 모두가 초능력을 가진 세상에서 혼자만 초능력이 없어서 주목받는 주인공이에요. 현실에서는 장애를 가진 학생을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어떻게 대하는지 같은 걸 떠올리게 해서 판타지이지만 현실이랑 매칭되는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키워드는 ‘판타지’와 ‘연대와 유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영지:제 키워드는 ‘여성’, ‘스포츠’, ‘판타지’입니다. 저는 대부분 여성출연자인 콘텐츠를 열심히 보고요. [예랑가랑], [햄튜브], [해쭈], [박막례 할머니], [언제나 가을]같은 유튜브 콘텐츠를 봐요. 야구를 하고 있고 좋아해서 야구 중계를 열심히 보고,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 [엑스맨] 같은 판타지를 봅니다.
아믛:저는 상반기에 너무 바빠서 많이 보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예능 [식스센스]를 많이 봤어요. 여자 출연자들이 하나하나 개성이 있었는데, 그걸 남자 MC가 가운데에서 다 받아주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서 보여줬다는게 의미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원래 공포영화를 시즌 별로 보는데 최근엔 [주]를 봤어요. 여성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미묘한 내러티브를 잘 살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 키워드는 꼭 성공한 여성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여성이 드러나는 ‘가시성’인 것 같아요.
다양한 키워드를 나누며 각자의 취향과 올해 상반기 콘텐츠의 경향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업팀의 상반기 결산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통합하여 함께 만드는 '콘텐츠 지도'를 제작했어요. 콘텐츠팀과 영화팀으로 나누어서 시작되었는데요.
(드라마팀 지도)
침투와 확장
드라마팀은 ‘침투’와 ‘확장’으로 지도를 시작했어요. ‘침투’에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있는 콘텐츠를 연결해 보았고, ‘확장’에는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콘텐츠를 연결해보았어요.
(영화팀 지도)
여성 히어로를 더 많이 보고 싶다
영화팀은 소재가 비슷하거나 같은 감독인 영화들을 이어가며 지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캡틴마블, 완다비전, 블랙위도우 같은 여성 히어로물은 평가가 좋지 않으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고 시리즈가 이어서 제작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갑자기) 쏟콘빛 영업팀이 왜 영업팀인지 아시나요? 페미니즘관점으로 콘텐츠 추천평을 써서 페미니스트에게 ‘영업’하기 때문인데요. 다들 어떻게 영업 잘 하고 계신가요? 추천평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패들렛에서 쏟콘빛 영업팀 추천평 보기(클릭)
여성 캐릭터, 여성 창작자 못잃어…
보라:저는 추천평을 모아놓고 보니까 여성캐릭터 얘기를 주로 했더라고요. 예를 들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여성주인공과 그 친구들 이야기들을 주로 하는 것처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주목하는 추천평을 많이 쓴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호박:저는 여성창작자를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오디오매거진 [조용한 생활]을 추천했는데, 인터뷰 대상이 누구였는지 나열을 했더라고요. 그리고 김보라 감독, 이은규PD같은 여성창작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확장하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그려나갈지 좀 궁금해서 길게 썼어요.
수다:저는 그냥 제가 꽂힌 걸 쓰는 것 같아요. [69세]는 노년 여성 주인공이 조용조용한데 강단 있는 어조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걸 보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저런 처지일 때 저렇게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꽂혀서 썼어요. 샤론님이 쓰셨던 [조용한 희망] 추천평을 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전달할 수 있구나 느꼈어요.
페미니스트 킬 조이? 아니!
시언:저는 진짜 재밌어서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 재미없다’, ‘여자들 재미없다’라는 말이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재미있는거 볼 거 엄청 많다!’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재미 없는 콘텐츠에 대한 추천평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줄거리 말고도 할 말이 얼마나 많게요~
나타샤:사실 콘텐츠 소개할 때 줄거리 나열이 제일 쉽잖아요. 근데, 저는 제가 스포를 싫어해서 줄거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쓰려다 보니 추천평 쓰는게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 심리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윤소:저는 하나의 작은 장면이라도 구체적으로 묘사해주는 추천평이 좋더라고요. 의미 없게 쓱 지나갈 수 있는 3초 정도 되는 장면도 포착해서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해 주면 좋더라고요. 예를 들면 2년 전에 민우회에서 [정직한 후보]를 넷플릭스 파티를 했는데, 보통 미디어에서 '남성'의 역할로 그려졌던 건(정치인, 방송국 PD, 오퍼레이터) 여성 캐릭터가, '여성'의 역할로 그려졌던 건(무속인) 남성 캐릭터가 맡고 있다는 걸 누군가가 얘기해 주었어요.
페미니스트들이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윤소:저는 시언님이 쓴 [마녀체력농구부] 추천평 읽으면서 콘텐츠를 지켜보고 때론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녀체력농구부]가 초반에 코치들이 여성 출연자들을 무시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었잖아요. 그래서 쏟콘빛 추천으로 들어왔을 때 의아했는데, 이후 회차를 보니 여성 출연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면서 콘텐츠가 변화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보라: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공감이 되는게, [오늘부터 운동뚱]도 첫 회 자막이 엉망진창이었거든요. 여성출연자가 운동을 힘들어하는 모습에 자막으로 계속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김민경이라는 개그우먼이 돋보이는 콘텐츠가 되었잖아요.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지켜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각자 콘텐츠를 보고 추천평을 써온 영업팀 멤버들이 모여 자신과 서로의 추천평을 돌아보고 추천평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쏟콘빛 영업팀에서 페미니즘 관점으로 ‘페미니즘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었네요!
근데, ‘페미니즘 콘텐츠’란 무엇일까?
단호박:여성 창작자가 만든다고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성이 만들었을 때 섹스신이나 폭력 장면 등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카메라 움직임이 좀 다른 것 같거든요. 근데 또 페미니즘 관점에서 문제적인 콘텐츠를 지적하면 방송사나 영화 제작사에서 ‘여성 스태프가 만들었다’라면서 문제를 회피하기도 하는 걸 보면 고민스럽습니다.
윤소:제작자가 아무리 페미니즘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책임자에게 승인받고, 광고주에게 보여주는 많은 구조 속에서 제작자의 관점이라는건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창작자로 핑계를 대는 건 비겁한 행동이고요.
수다:맞아요. 예전에 어떤 작가가 그러시더라고요. 작가들은 드라마를 왜 이렇게 쓰냐고 질문을 했더니, 좋은 내용을 써도 PD가 남자고 위에 국장도 대부분 남자고 그래서 우리가 비판하는 식의 드라마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여성 원톱 주인공이라면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
새벽바람:여성 원톱일 때 오히려 여성성이나 모성애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작하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수다:[방구석 1열]에서 변영주 감독이 했던 얘기가 떠오르는데, 뭐든지 간에 여자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영화계 안에서 감독이든 카메라 감독이든 조연출이든 여자들이 그 판에 끼기가 너무 어려운가봐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콘텐츠가 페미니즘 콘텐츠가 절대로 아니야 라고 선 긋기보다는 맥락에 무게를 두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구조를 바꾸려면 기회가 많이 열려야 되는 거니까, 여성창작자, 주인공 관련해선 양쪽으로 고민해야되는 것 같아요.
새벽바람:맞아요. 제가 대학교 학부 때 영화 전공이었고, 유독 여학생이 많았던 학번이었는데, 교수님들이 걱정을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일해야하는데 여자가 너무 많지 않냐는 식으로...현장 가서 일하는 친구들 얘기 들어봐도 남초판이고 공고한 남성중심문화가 있더라고요. 여성들이 좀 많이 진출하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기대는 들어요.
나타샤:단순히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해서 여성주의 영화라고 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제가 봤던 영화들 중에서는 새로운 시도, 신선한 면들도 많이 부각이 되어서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여성 빌런캐릭터도 많이 보고 싶고요. 비슷한 소재여도 남자 주인공이었으면 안그랬을 것 같은데, 여성 주인공인 경우에 남초커뮤니티에서 ‘별점테러’, ‘댓글테러’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이 목소리를 더 많이 냈으면 좋겠어요.
페미니즘 콘텐츠를 정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언:사실 덕질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가시를 바르고 즙을 짜서 착즙을 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페미니즘 콘텐츠는 어떤 개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가는 위치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호박:적극적인 해석의 중요성을 계속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어서 장면 묘사에 대해서도 얘기해볼게요. [오징어게임]이나 [DP]같은 콘텐츠에서 폭력장면이나 신체묘사 같은 장면이 많이 비판받잖아요. 신체나 폭력 등 묘사에서 어떨 때 불편함을 덜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수다: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의 ‘섹시한’ 모습이 정형화된 게 있잖아요. 그런 걸 여자 스스로 이용하면서 생존하거나 무엇인가 쟁취해나가는 캐릭터가 있으면 아무리 대박이 난 콘텐츠였더라도 잘 만들었다고 평가하진 않아요. 예를 들면 [오징어게임]의 ‘한미녀’역할 같은 거죠. 근데 그렇다고 마냥 비판하기에는 그 많은 남자 캐릭터들 사이에 여자 캐릭터 몇 명 없는데, 그냥 없애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기도 해요. 사실 다양한 여성이 있을 수 있는 것도 맞고요.
새벽바람:폭력을 묘사할 때 실제 폭력을 찍는 사람들이 남성창작자들이 많았거든요. [최선의 삶]이라는 영화는 여성 감독에 여성 주연인 작품인데 여기서는 폭력 장면을 *디졸브해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주고 커트해서 끝나게 했더라고요.
(*디졸브 : 장면을 바꿀 때에, 하나의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 위에 다음 화면이 천천히 나타나는 기법 – 표준국어대사전)
이렇게 편집과 소리를 이용해 폭력을 당한 걸 보여줄 수 있는데, 드라마 같은 데에선 진짜 실제로 때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 소수자 재현은 어떨까요?
새벽바람:[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건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201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비판했던 게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은 드라마에 종종 나왔지만 모두 작가의 말을 대변하는 착한 인물로만 정형화된 캐릭터로 출연한다는 거였거든요. 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고 장애가 미디어에 보여졌을 때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조차 고려하지 않은 느낌을 받다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이 나오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단호박:맞아요.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케이스가 되기도 했고, 소수자가 주변에 분명히 있지만 TV에선 잘 등장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비판해왔는데 등장하는 자체에 의미가 크죠.
영지:다른 드라마에서는 어떤 사람이 차별을 겪었을 때 주로 주변 사람들이 대응해주잖아요. 근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다른 사람이 대응해 주더라도 당사자가 차별받은 부분이나 상황을 직접 말해요. 사실 그걸 보고 있는 비장애인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윤소:미디어에서 예를 들면 룸싸롱 장면이나 강제 키스처럼 완전히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페미니즘 관점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 장면이 있으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절반 정도밖에 방영되지 않았는데, 많은 논란을 촉발시켰잖아요. 이 촉발이 좋다고 생각해요. 콘텐츠의 좋음과 나쁨을 떠나서 계속 페미니즘 콘텐츠란 무엇일까, 페미니즘 관점이란 무엇일까, 여성 서사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촉발하는 장면과 이 장면을 포착하고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고 그걸 우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다:전에 [굿닥터]라고 천재 남자 의사인 주인공인 드라마 있었잖아요. 이제 우영우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나오는 것 자체에서 세상이 바뀌나 생각도 했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벌써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2시간의 만남은 너무 짧기만 하네요. 이야기 할 것이 쌓여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영업팀’은 앞으로 더 많은 페미니즘 콘텐츠를 발굴해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더 많은 페미니스트와 함께 만나는 자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페미니즘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답니다.
(2022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줄기 빛 영업팀 상반기 결산)
2022년의 절반이 훌쩍 지난 7월 어느 날!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영업팀 멤버들이 민우회에 모였습니다.
바로바로 상반기 콘텐츠 결산을 하기 위해서새벽바람,나타샤,시언,해일,수다,아믛,보라,단호박,윤소,영지가 만난 건데요.
(마음으로 함께한 첼시, 밤톨, 감자, 제로, 하나도 있어요~)
상반기 결산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영업팀 멤버들이 보았던 콘텐츠 중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그 외에 평소에 어떤 콘텐츠를 보았는지, 이 콘텐츠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ppt 순서 이미지)
2022년 상반기,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나섰던 영업팀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먼저,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상반기에 내가 본 콘텐츠 목록] 작성 후 키워드와 함께 공유하고 각자의 취향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영업팀의 상반기 콘텐츠 모아보기)
단호박: 저는 이어즈&이어즈, 소년심판, 나의 해방일지, 세자매, 닷페이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유튜브 등을 재밌게 즐겨봤고 그래서 키워드 하나는 ‘사회문제’이고요.
또, 지정생존자, 우연과 상상, 고요의 바다 , 귀신친구를 재밌게 봐서 ‘상상’도 키워드로 정해봤어요.
보라:제 키워드는 ‘여성캐릭터’, ‘실용성’이에요.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스물다섯 스물하나], [옷소매 붉은 끝동], [멜로가 체질]처럼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나올 때 그리고 그들간의 관계성이 재밌을 때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운동이나 인테리어, 요리처럼 실용성 있는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많이 봐요.
수다:제 키워드는 ‘다양성’입니다. 저는 주로 TV콘텐츠를 보는데요. 다양한 여성상을 응원하는 마음이에요. [붉은 단심]의 경우에 여성캐릭터를 역사와 다르게 그리는 걸 흥미롭게 봤고, [옷소매 붉은 끝동]은 덕임이의 역할을 부각시켜서 열심히 봤고 [나의 해방일지]의 여성캐릭터들에 열광했어요.
해일:제 키워드는 ‘생산적’, ‘사랑 이외의 소재’인 것 같아요. 저는 한국 콘텐츠를 보면 너무 사랑얘기만 해서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더라고요. 제일 추천하고 싶은 건 미국 드라마 [석세션]인데요. 재벌가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회사를 형제 넷 중에 누가 상속할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 중 셋이 아들인데 치고 받고 싸운다기보다는 블랙코미디라서 재밌어요.
윤소:저의 키워드는 ‘음식’과 ‘범죄’와 ‘마침내’입니다. [선술집 바가지], [심야식당],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 [고독한 미식가]를 봤고요. 근데 여성이 메인 주인공인 건 참 없다는 걸 경향 속에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엔 [맛있는 녀석들]이 출연자 3명이 남성, 2명이 여성이 되어서 그 출연자 구성을 계기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마인드헌터], [CSI], [마인드헌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같은 수사물을 볼 땐 ‘역시 여자만 죽는 군’이런 생각을 해요. 그리고 마침내는 아시다시피 [헤어질 결심]이고요. 별점 5점을 준 영화였습니다.
시언:저는 사실 리스트 만드는 숙제를 해오지 않은 사람인데요. 이렇게 가끔 실패하는 여성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네요(웃음) 저는 여성 주인공이나 여성 감독이라고 해서 여성서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키워드를 ‘침투’와 ‘확장’으로 잡아봤어요. 여성서사가 딱 어떤 것이다라고 정의하기 보다는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실천이 아닐까 싶어요. 재미있게 본 콘텐츠는 유튜브 [해쭈] 채널인데요. 그녀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하달까? 그래서 좋더라고요.
나타샤:제가 상반기에 인상깊게 본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는 인도의 실화 이야기이더라고요. 사귀던 남자에게 속아서 성판매 여성이 된 주인공이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인거에요. 인도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감탄하면서 ‘투쟁’과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봤어요.
새벽바람:저는 드라마 중에선 [계단]이라는 8부작 중국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어요. 여성 주인공이 폭발 사고에서 회귀를 하면서 모두를 살리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인상깊었어요.
웹소설은 여성주인공인 판타지 장르 중에서 [SSS급 각성불능자]를 봤어요. 모두가 초능력을 가진 세상에서 혼자만 초능력이 없어서 주목받는 주인공이에요. 현실에서는 장애를 가진 학생을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어떻게 대하는지 같은 걸 떠올리게 해서 판타지이지만 현실이랑 매칭되는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키워드는 ‘판타지’와 ‘연대와 유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영지:제 키워드는 ‘여성’, ‘스포츠’, ‘판타지’입니다. 저는 대부분 여성출연자인 콘텐츠를 열심히 보고요. [예랑가랑], [햄튜브], [해쭈], [박막례 할머니], [언제나 가을]같은 유튜브 콘텐츠를 봐요. 야구를 하고 있고 좋아해서 야구 중계를 열심히 보고,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 [엑스맨] 같은 판타지를 봅니다.
아믛:저는 상반기에 너무 바빠서 많이 보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예능 [식스센스]를 많이 봤어요. 여자 출연자들이 하나하나 개성이 있었는데, 그걸 남자 MC가 가운데에서 다 받아주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서 보여줬다는게 의미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원래 공포영화를 시즌 별로 보는데 최근엔 [주]를 봤어요. 여성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미묘한 내러티브를 잘 살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 키워드는 꼭 성공한 여성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여성이 드러나는 ‘가시성’인 것 같아요.
다양한 키워드를 나누며 각자의 취향과 올해 상반기 콘텐츠의 경향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업팀의 상반기 결산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통합하여 함께 만드는 '콘텐츠 지도'를 제작했어요. 콘텐츠팀과 영화팀으로 나누어서 시작되었는데요.
(드라마팀 지도)
침투와 확장
드라마팀은 ‘침투’와 ‘확장’으로 지도를 시작했어요. ‘침투’에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있는 콘텐츠를 연결해 보았고, ‘확장’에는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콘텐츠를 연결해보았어요.
(영화팀 지도)
여성 히어로를 더 많이 보고 싶다
영화팀은 소재가 비슷하거나 같은 감독인 영화들을 이어가며 지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캡틴마블, 완다비전, 블랙위도우 같은 여성 히어로물은 평가가 좋지 않으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고 시리즈가 이어서 제작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갑자기) 쏟콘빛 영업팀이 왜 영업팀인지 아시나요? 페미니즘관점으로 콘텐츠 추천평을 써서 페미니스트에게 ‘영업’하기 때문인데요. 다들 어떻게 영업 잘 하고 계신가요? 추천평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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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 여성 창작자 못잃어…
보라:저는 추천평을 모아놓고 보니까 여성캐릭터 얘기를 주로 했더라고요. 예를 들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여성주인공과 그 친구들 이야기들을 주로 하는 것처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주목하는 추천평을 많이 쓴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호박:저는 여성창작자를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오디오매거진 [조용한 생활]을 추천했는데, 인터뷰 대상이 누구였는지 나열을 했더라고요. 그리고 김보라 감독, 이은규PD같은 여성창작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확장하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그려나갈지 좀 궁금해서 길게 썼어요.
수다:저는 그냥 제가 꽂힌 걸 쓰는 것 같아요. [69세]는 노년 여성 주인공이 조용조용한데 강단 있는 어조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걸 보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저런 처지일 때 저렇게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꽂혀서 썼어요. 샤론님이 쓰셨던 [조용한 희망] 추천평을 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전달할 수 있구나 느꼈어요.
페미니스트 킬 조이? 아니!
시언:저는 진짜 재밌어서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 재미없다’, ‘여자들 재미없다’라는 말이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재미있는거 볼 거 엄청 많다!’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재미 없는 콘텐츠에 대한 추천평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줄거리 말고도 할 말이 얼마나 많게요~
나타샤:사실 콘텐츠 소개할 때 줄거리 나열이 제일 쉽잖아요. 근데, 저는 제가 스포를 싫어해서 줄거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쓰려다 보니 추천평 쓰는게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 심리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윤소:저는 하나의 작은 장면이라도 구체적으로 묘사해주는 추천평이 좋더라고요. 의미 없게 쓱 지나갈 수 있는 3초 정도 되는 장면도 포착해서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해 주면 좋더라고요. 예를 들면 2년 전에 민우회에서 [정직한 후보]를 넷플릭스 파티를 했는데, 보통 미디어에서 '남성'의 역할로 그려졌던 건(정치인, 방송국 PD, 오퍼레이터) 여성 캐릭터가, '여성'의 역할로 그려졌던 건(무속인) 남성 캐릭터가 맡고 있다는 걸 누군가가 얘기해 주었어요.
페미니스트들이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윤소:저는 시언님이 쓴 [마녀체력농구부] 추천평 읽으면서 콘텐츠를 지켜보고 때론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녀체력농구부]가 초반에 코치들이 여성 출연자들을 무시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었잖아요. 그래서 쏟콘빛 추천으로 들어왔을 때 의아했는데, 이후 회차를 보니 여성 출연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면서 콘텐츠가 변화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보라: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공감이 되는게, [오늘부터 운동뚱]도 첫 회 자막이 엉망진창이었거든요. 여성출연자가 운동을 힘들어하는 모습에 자막으로 계속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김민경이라는 개그우먼이 돋보이는 콘텐츠가 되었잖아요.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지켜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각자 콘텐츠를 보고 추천평을 써온 영업팀 멤버들이 모여 자신과 서로의 추천평을 돌아보고 추천평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쏟콘빛 영업팀에서 페미니즘 관점으로 ‘페미니즘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었네요!
근데, ‘페미니즘 콘텐츠’란 무엇일까?
단호박:여성 창작자가 만든다고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성이 만들었을 때 섹스신이나 폭력 장면 등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카메라 움직임이 좀 다른 것 같거든요. 근데 또 페미니즘 관점에서 문제적인 콘텐츠를 지적하면 방송사나 영화 제작사에서 ‘여성 스태프가 만들었다’라면서 문제를 회피하기도 하는 걸 보면 고민스럽습니다.
윤소:제작자가 아무리 페미니즘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책임자에게 승인받고, 광고주에게 보여주는 많은 구조 속에서 제작자의 관점이라는건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창작자로 핑계를 대는 건 비겁한 행동이고요.
수다:맞아요. 예전에 어떤 작가가 그러시더라고요. 작가들은 드라마를 왜 이렇게 쓰냐고 질문을 했더니, 좋은 내용을 써도 PD가 남자고 위에 국장도 대부분 남자고 그래서 우리가 비판하는 식의 드라마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여성 원톱 주인공이라면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
새벽바람:여성 원톱일 때 오히려 여성성이나 모성애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작하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수다:[방구석 1열]에서 변영주 감독이 했던 얘기가 떠오르는데, 뭐든지 간에 여자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영화계 안에서 감독이든 카메라 감독이든 조연출이든 여자들이 그 판에 끼기가 너무 어려운가봐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콘텐츠가 페미니즘 콘텐츠가 절대로 아니야 라고 선 긋기보다는 맥락에 무게를 두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구조를 바꾸려면 기회가 많이 열려야 되는 거니까, 여성창작자, 주인공 관련해선 양쪽으로 고민해야되는 것 같아요.
새벽바람:맞아요. 제가 대학교 학부 때 영화 전공이었고, 유독 여학생이 많았던 학번이었는데, 교수님들이 걱정을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일해야하는데 여자가 너무 많지 않냐는 식으로...현장 가서 일하는 친구들 얘기 들어봐도 남초판이고 공고한 남성중심문화가 있더라고요. 여성들이 좀 많이 진출하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기대는 들어요.
나타샤:단순히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해서 여성주의 영화라고 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제가 봤던 영화들 중에서는 새로운 시도, 신선한 면들도 많이 부각이 되어서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여성 빌런캐릭터도 많이 보고 싶고요. 비슷한 소재여도 남자 주인공이었으면 안그랬을 것 같은데, 여성 주인공인 경우에 남초커뮤니티에서 ‘별점테러’, ‘댓글테러’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이 목소리를 더 많이 냈으면 좋겠어요.
페미니즘 콘텐츠를 정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언:사실 덕질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가시를 바르고 즙을 짜서 착즙을 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페미니즘 콘텐츠는 어떤 개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가는 위치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호박:적극적인 해석의 중요성을 계속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어서 장면 묘사에 대해서도 얘기해볼게요. [오징어게임]이나 [DP]같은 콘텐츠에서 폭력장면이나 신체묘사 같은 장면이 많이 비판받잖아요. 신체나 폭력 등 묘사에서 어떨 때 불편함을 덜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수다: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의 ‘섹시한’ 모습이 정형화된 게 있잖아요. 그런 걸 여자 스스로 이용하면서 생존하거나 무엇인가 쟁취해나가는 캐릭터가 있으면 아무리 대박이 난 콘텐츠였더라도 잘 만들었다고 평가하진 않아요. 예를 들면 [오징어게임]의 ‘한미녀’역할 같은 거죠. 근데 그렇다고 마냥 비판하기에는 그 많은 남자 캐릭터들 사이에 여자 캐릭터 몇 명 없는데, 그냥 없애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기도 해요. 사실 다양한 여성이 있을 수 있는 것도 맞고요.
새벽바람:폭력을 묘사할 때 실제 폭력을 찍는 사람들이 남성창작자들이 많았거든요. [최선의 삶]이라는 영화는 여성 감독에 여성 주연인 작품인데 여기서는 폭력 장면을 *디졸브해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주고 커트해서 끝나게 했더라고요.
(*디졸브 : 장면을 바꿀 때에, 하나의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 위에 다음 화면이 천천히 나타나는 기법 – 표준국어대사전)
이렇게 편집과 소리를 이용해 폭력을 당한 걸 보여줄 수 있는데, 드라마 같은 데에선 진짜 실제로 때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 소수자 재현은 어떨까요?
새벽바람:[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건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201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비판했던 게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은 드라마에 종종 나왔지만 모두 작가의 말을 대변하는 착한 인물로만 정형화된 캐릭터로 출연한다는 거였거든요. 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고 장애가 미디어에 보여졌을 때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조차 고려하지 않은 느낌을 받다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이 나오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단호박:맞아요.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케이스가 되기도 했고, 소수자가 주변에 분명히 있지만 TV에선 잘 등장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비판해왔는데 등장하는 자체에 의미가 크죠.
영지:다른 드라마에서는 어떤 사람이 차별을 겪었을 때 주로 주변 사람들이 대응해주잖아요. 근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다른 사람이 대응해 주더라도 당사자가 차별받은 부분이나 상황을 직접 말해요. 사실 그걸 보고 있는 비장애인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윤소:미디어에서 예를 들면 룸싸롱 장면이나 강제 키스처럼 완전히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페미니즘 관점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 장면이 있으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절반 정도밖에 방영되지 않았는데, 많은 논란을 촉발시켰잖아요. 이 촉발이 좋다고 생각해요. 콘텐츠의 좋음과 나쁨을 떠나서 계속 페미니즘 콘텐츠란 무엇일까, 페미니즘 관점이란 무엇일까, 여성 서사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촉발하는 장면과 이 장면을 포착하고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고 그걸 우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다:전에 [굿닥터]라고 천재 남자 의사인 주인공인 드라마 있었잖아요. 이제 우영우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나오는 것 자체에서 세상이 바뀌나 생각도 했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벌써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2시간의 만남은 너무 짧기만 하네요. 이야기 할 것이 쌓여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영업팀’은 앞으로 더 많은 페미니즘 콘텐츠를 발굴해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더 많은 페미니스트와 함께 만나는 자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페미니즘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