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 ‘안에 있다’,며느리 = ‘기생한다’는 뜻 가지고 있어 가족 간 호칭뿐 아니라 개념도 확장해야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족 존재 남녀가 같이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는 여성인권신장 및 성평등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해온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 전국 10개 지부 1만5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민우회는 대표적으로 호주제 폐지운동,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 국회의원 비례대표 30% 여성할당제 요구활동 등을 주도했다. 『대학신문』은 지난 23일(수) 박봉정숙 사무처장을 만나 최근 민우회 활동 내용과 저출산 문제, 여성 비정규직 문제 등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민우회는 생활밀착형 여성운동에 집중하는 단체라고 들었습니다=호주제 폐지 등 사회 체제를 변화하는 거시적 운동을 주도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운동은 생활 속에서 시작해요. 직장과 가정, 지역사회에서 느끼는 여성 차별과 소외에 대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 보고 사회 쟁점화하자는 것이죠. 여성 문제를 정책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 숨은 다양한 성차별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가족 간 호칭 바꾸기 운동인 ‘호락호락 캠페인’도 같은 맥락인가요?=그렇죠. 가족 간 호칭의 상당수가 여성 비하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고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것이 그 취지죠.
우선 ‘아내’, ‘남편’이란 호칭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안에 있다’는 의미의 아내는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호칭이죠. 그 대신 ‘옆지기’나 ‘짝지’ 같은 호칭을 사용해볼 수도 있겠죠.
또 ‘며느리’는 기생한다는 뜻의 ‘며늘’과 ‘아이’가 합쳐진 말로 ‘내 아들에 딸려 더부살이로 기생하는 존재’라는 의미에요.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올케’도 ‘오라비의 계집’에서 유래해 여성을 비하하고 있죠. 기본적으로는 가족관계에서 어떤 대체어가 있어야 한다기보다는 각자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거라 생각해요.
◆호칭뿐 아니라 가족 개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저와 제 친구는 10년째 같이 살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 가족이라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그렇게 보질 않아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혈연중심의 가족이 아니어서 사람들은 늘 걱정어린 시선으로 우리 가족을 바라보죠. 우리사회의 법과 제도는 혈연가족 기준으로 돼 있고, 각종 혜택도 그런 가족 단위만 누릴 수 있어요. 같은 호적에 올라 있는 사이가 아니면 아무리 오랫동안 함께 생활을 꾸려도 직장에서 가족수당을 받지 못하고 의료 보험료도 따로 내야 하며 소득공제 혜택도 없죠.
하지만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거 가족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에요. 이 밖에 동성애 가족, 한부모 가족, 소년소녀가장 가족 등도 많죠. 현재의 ‘가족’개념이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을 배제하고 그들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다면, 그 개념을 확장하거나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저출산 대책에는 어떤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요?=국가는 국민에게 저출산이 곧 재앙인 마냥 홍보하고 있어요. 또 ‘여성’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며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대가없는 헌신과 희생을 호소하죠. 누구도 아이를 인류생존을 위해 낳지 않고 그 누구도 인류 재생산을 막으려고 아이를 안 낳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에게 임신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를 탓해야겠죠.
여성노동자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고 있는데 출산문제와 부딪혔을 때 그 갈등은 극에 달하죠. 우선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해요. 질적으로 안전한 보육시설을 우체통 수만큼 늘리고 각 지역의 공공보육시설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죠. 남녀가 같이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필요해요. 남성들이 파파쿼터제(아버지육아휴직할당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네요. 남성도 양육에 대해 자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적극적 홍보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등 차별받는 여성노동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텐데요=현행 노동법 상으로 비정규직은 고용보험료를 내도 산전·후 휴가 기간에 계약이 해지되면 휴가 급여를 받지 못해요. 여성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비정규직은 사회 빈곤층을 형성하는 한 영역이에요. 산전·후 휴가 급여 수혜에서조차 이들이 제외된다면 사회양극화는 더 심해지겠죠.
또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법안은 기관의 업무를 ‘주변업무’와 ‘핵심업무’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것도 문제죠. ‘주변업무’와 ‘핵심업무’의 기준에 따르면, 주로 여성들이 다수 고용돼 있는 직종이 ‘주변업무’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요. 이 기준 때문에 여성 노동자의 업무가 새롭게 외주화 될 가능성 또한 매우 커진 셈이죠. 외주화는 주변업무, 핵심업무처럼 모호한 기준이 아니라 상시업무와 일시업무를 기준으로 수정해야 해요.
현재 여성 가구주 3명 중 1명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들의 소득향상을 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해요.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50%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는 100만 여 명에 달하는데 그 중 65%가 여성이에요. 이들의 노동3권 보장도 시급해요.
◆앞으로 여성운동이 주목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아직도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상당한 언어 성차별을 행하고 있어요. 이것은 사회 정의와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비정규직 철폐 토론회를 가더라도 그곳에 참석한 여학생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해요. “저렇게 예쁘고 많이 배운 언니들이 비정규직이라니…”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 예쁘고 많이 배웠기 때문에 정규직이 돼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처럼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언어성차별부터 바로잡고자 노력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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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에 의한, 외모에 대한 언어성차별부터 바로잡아야
아내 = ‘안에 있다’,며느리 = ‘기생한다’는 뜻 가지고 있어
가족 간 호칭뿐 아니라 개념도 확장해야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족 존재
남녀가 같이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는 여성인권신장 및 성평등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해온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 전국 10개 지부 1만5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민우회는 대표적으로 호주제 폐지운동,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 국회의원 비례대표 30% 여성할당제 요구활동 등을 주도했다. 『대학신문』은 지난 23일(수) 박봉정숙 사무처장을 만나 최근 민우회 활동 내용과 저출산 문제, 여성 비정규직 문제 등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민우회는 생활밀착형 여성운동에 집중하는 단체라고 들었습니다=호주제 폐지 등 사회 체제를 변화하는 거시적 운동을 주도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운동은 생활 속에서 시작해요. 직장과 가정, 지역사회에서 느끼는 여성 차별과 소외에 대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 보고 사회 쟁점화하자는 것이죠. 여성 문제를 정책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 숨은 다양한 성차별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가족 간 호칭 바꾸기 운동인 ‘호락호락 캠페인’도 같은 맥락인가요?=그렇죠. 가족 간 호칭의 상당수가 여성 비하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고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것이 그 취지죠.
우선 ‘아내’, ‘남편’이란 호칭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안에 있다’는 의미의 아내는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호칭이죠. 그 대신 ‘옆지기’나 ‘짝지’ 같은 호칭을 사용해볼 수도 있겠죠.
또 ‘며느리’는 기생한다는 뜻의 ‘며늘’과 ‘아이’가 합쳐진 말로 ‘내 아들에 딸려 더부살이로 기생하는 존재’라는 의미에요.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올케’도 ‘오라비의 계집’에서 유래해 여성을 비하하고 있죠. 기본적으로는 가족관계에서 어떤 대체어가 있어야 한다기보다는 각자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거라 생각해요.
◆호칭뿐 아니라 가족 개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저와 제 친구는 10년째 같이 살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 가족이라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그렇게 보질 않아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혈연중심의 가족이 아니어서 사람들은 늘 걱정어린 시선으로 우리 가족을 바라보죠. 우리사회의 법과 제도는 혈연가족 기준으로 돼 있고, 각종 혜택도 그런 가족 단위만 누릴 수 있어요. 같은 호적에 올라 있는 사이가 아니면 아무리 오랫동안 함께 생활을 꾸려도 직장에서 가족수당을 받지 못하고 의료 보험료도 따로 내야 하며 소득공제 혜택도 없죠.
하지만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거 가족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에요. 이 밖에 동성애 가족, 한부모 가족, 소년소녀가장 가족 등도 많죠. 현재의 ‘가족’개념이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을 배제하고 그들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다면, 그 개념을 확장하거나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저출산 대책에는 어떤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요?=국가는 국민에게 저출산이 곧 재앙인 마냥 홍보하고 있어요. 또 ‘여성’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며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대가없는 헌신과 희생을 호소하죠. 누구도 아이를 인류생존을 위해 낳지 않고 그 누구도 인류 재생산을 막으려고 아이를 안 낳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에게 임신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를 탓해야겠죠.
여성노동자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고 있는데 출산문제와 부딪혔을 때 그 갈등은 극에 달하죠. 우선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해요. 질적으로 안전한 보육시설을 우체통 수만큼 늘리고 각 지역의 공공보육시설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죠. 남녀가 같이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필요해요. 남성들이 파파쿼터제(아버지육아휴직할당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네요. 남성도 양육에 대해 자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적극적 홍보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등 차별받는 여성노동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텐데요=현행 노동법 상으로 비정규직은 고용보험료를 내도 산전·후 휴가 기간에 계약이 해지되면 휴가 급여를 받지 못해요. 여성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비정규직은 사회 빈곤층을 형성하는 한 영역이에요. 산전·후 휴가 급여 수혜에서조차 이들이 제외된다면 사회양극화는 더 심해지겠죠.
또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법안은 기관의 업무를 ‘주변업무’와 ‘핵심업무’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것도 문제죠. ‘주변업무’와 ‘핵심업무’의 기준에 따르면, 주로 여성들이 다수 고용돼 있는 직종이 ‘주변업무’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요. 이 기준 때문에 여성 노동자의 업무가 새롭게 외주화 될 가능성 또한 매우 커진 셈이죠. 외주화는 주변업무, 핵심업무처럼 모호한 기준이 아니라 상시업무와 일시업무를 기준으로 수정해야 해요.
현재 여성 가구주 3명 중 1명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들의 소득향상을 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해요.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50%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는 100만 여 명에 달하는데 그 중 65%가 여성이에요. 이들의 노동3권 보장도 시급해요.
◆앞으로 여성운동이 주목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아직도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상당한 언어 성차별을 행하고 있어요. 이것은 사회 정의와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비정규직 철폐 토론회를 가더라도 그곳에 참석한 여학생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해요. “저렇게 예쁘고 많이 배운 언니들이 비정규직이라니…”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 예쁘고 많이 배웠기 때문에 정규직이 돼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처럼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언어성차별부터 바로잡고자 노력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