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미디어#집담회 #웹툰 #정년이 #남남 #하네되 [미디어X페미니즘] 오늘의 질문 내일의 변화

2020-07-20
조회수 20872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고,

변화를 만들 미디어 모니터링 질문을 만드는 프로젝트!

[미디어X페미니즘] 오늘의 질문, 내일의 변화

 

지난 6월에는 드디어! 오프라인 집담회가 열렸습니다crying 

첫 번째 집담회는 웹툰 〈정년이〉, 〈남남〉,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먼저 간략한 작품 소개를 전해드릴게요.

 

*명단 작성, 체온측정 등 코로나19 방역을 진행하였습니다.

 

 

네이버 웹툰 〈정년이〉서이레 / 나몬

스토리, 드라마 | 전체연령가

 

작품 소개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지만, 소리 하나만큼은 타고난 목포 소녀 정년!
정년의 꿈은 여성 국극단에 들어가 부자가 되는 것인데…
배워야 할 것은 많고, 주연 배우 자리는 멀기만 하다.
과연 정년은 대 스타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네이버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삼

스토리, 판타지 | 전체연령가

 

작품 소개

'완벽한 인생이었다, 그 애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궁중 서스펜스

 

 

다음 웹툰 〈남남〉정영롱

드라마, 코믹, 여자들 | 성인 

 

작품 소개

때론 정말 남이고 싶지만 남일 수 없는 이 관계

 

 

 

명단을 작성하고 체온도 재고 손소독도 하고요. 마스크를 써서 답답하긴 했지만 반가웠던 집담회 후기를 전합니다!

어떤 장면이 좋았고, 아쉬웠나요?

 

 

 

#정년이

 

정년이와 영서가 한마디로 라이벌 관계인데, 영서 캐릭터가 악녀이지만 되게 입체적으로 그린, 정말 이유가 있는 캐릭터예요.

 

보통 ‘악녀’를 되게 납작하게 그리잖아요. 엄청 화려하게 꾸미고 있고 소리 지르는 방식으로만. 그런데 나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 이 사람의 감정과 서사를 복잡하게 풀어내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되게 좋았어요.

 

누군가가 성장하는 이야기는 보통 남성 캐릭터에게만 주어지잖아요. 정년이라는 캐릭터가 되게 거칠지만 배워가려고 하고 성장하는 모습들이 세세하게 담겨있는 작품이라 좋아요.

 

“오늘 일찍 와, 새로 산 입욕제 향기가 아주 좋아” 라고 하는 대사가 나와요. 여성국극이니까 단원이 전부 여성인데, 공식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커플인 두 여성이 나와요. 전체 연령가, 네이버라는 대형 웹툰 플랫폼에서 여성과 여성간의 성애 관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게, 굉장히 아주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네이버 웹툰 〈정년이〉
 

 

국극단에 주요 캐릭터인 영서, 정년이가 모두 유명하고 재능이 넘치는 사람의 ‘딸’이에요. “저 사람 채공선의 딸이래” 라면서 주목 받고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앞으로 (어떻게 더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이런 스토리에서 혈연 중심의 누군가의 자식으로 설명되는 게 아쉬워요.

 

웹툰 자체에 여성캐릭터만 나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대부분의 여성 성장 스토리에 남성 캐릭터가 조력자로 나오는데 〈정년이〉에서는 방자 연기에 실마리를 주는 고 사장은 남장여자고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팬 부용도 여성이다.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으며 중요한 역할을 전부 여성이 해도 스토리 진행에 아무 무리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하루만네가되고싶어

 

실제 현실에서도 남자들에게 마이크를 주잖아요. 여자의 스토리를 궁금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서사라서 좋았어요.

 

단순히 ‘악녀’와 ‘성녀’ 구도로 가는 게 아니라 진짜 악역은 그들을 착취하는 가부장제라는 걸 보여줘요. (폭력을 휘두르는 메데이아의 아버지라던지...)

 

두 캐릭터가 서로가 자라온 과정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너무 다른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둘 다 여성혐오의 억압 구조에서 ‘악녀’와 ‘성녀’가 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출처: 네이버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대체로 완벽하지만...(웃음) 작품에서 아쉬웠던 점 하나는 폭력을 보여주는 장면은 불편했어요. 아버지가 손찌검을 하는 장면, 캐릭터가 갇혀 살았다는 묘사 등 가정폭력을 보여주는 게 아쉬웠어요. 그리고 캐릭터의 외형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 다양한 체형의 여성 캐릭터가 나오지 않고 소위 말하면 바비 인형 같은 캐릭터만 나오는 게 아쉬웠어요.

 

메데이아가 제일 센 사람이에요. 그런데 왕국에서는 남성캐릭터인 헬리오가 검술이 가장 센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요. 메데이아는 헬리오에게 검술을 가르쳐준 더 센 사람인데, 메데이아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그런 검술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섬세하게 그려졌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메데이아를 되게 많이 좋아해요. 근데 프시케는 엄청 답답해하더라고요. 소위 ‘세다’고 여겨지는 여성 캐릭터만 좋아하는 모습이 여성서사를 조금 납작하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양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를 사랑해주면 좋겠다, 세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도 많이 그려지고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돌고 돌아 서로 엮이고, 결국 또 엮이는 운명서사를 두 여성 캐릭터에게 줬다는 게 너무 짜릿하고 재미있었어요.

 

강한 여성들도 사랑하는 남주 앞에서 갑자기 연약한 여자이고 싶어 하는 서사가 많았는데 이 작품에서 메데이아는 사랑 때문에 강한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남남

 

1화부터 매혹이 되었어요. 엄마가 일상의 고민이 많고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 귀찮아-’ 하면서 자위를 하거든요. 그게 너무 자위의 일상성을 살린 거예요. 자위가 엄청 섹슈얼한 느낌이 아니잖아요. 막 분위기를 잡고 자위를 하지 않잖아요? 결핍과 외로움과.. 오묘한 행위인데, (보통 미디어에서) 자위를 납작하게 소비하는 게 너무 답답했거든요. 그 일상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핑크텍스를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엄마랑 패딩 쇼핑을 하는데 여자패딩은 라인 하나 더 들어가서 비싸고, 심지어 날씬해보여야 해서 솜을 뺐는데 더 비싸고. 투덜대면서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장면이 좋더라고요.

출처: 다음 웹툰 〈남남〉

 

 

캐릭터의 인간관계가 연결되는 따뜻한 확장성이 좋아요.

 

이런 웹툰도 이제 나오는구나, 생각했어요. 여성 자위는 미디어에서 정말 안 그려지는 것 같은데 그 장면이 충격적이고 좋았어요.

 

중간에 명절 특집편에 작가의 말이 나오는데, 여성 자위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때문에 19세가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조회수에 큰 차이가 있을 텐데 그럼에도 그 장면을 넣기 위해서 작가가 성인툰으로 연재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더라고요. 특별편도 너무 좋았어요. 작가님이랑 친해지고 싶고...

 

미혼모, 미성년자의 임신, 동성애 등 자칫 무겁거나 자극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우리 삶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는 따뜻한 시선이 있어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 소수자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우리 옆에, 우리 안에 살고 있는, 함께 사는 존재임을 가르치지 않고 일러준다.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디어 모니터링 질문을 만들기위한 키워드를 뽑아서 마인드맵을 그려보았어요. 

내일의 변화를 만들 미디어 모니터링 질문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enlightened함께 만든 미디어 모니터링 질문enlightened

 

 

#정년이

 

여성캐릭터의 비율이 얼마나 되나요?

악녀가 일상성을 가진 모습이 나오나요?

'여돕여’ 장면이 나오나요?

로맨스가 없는데 주인공이 여성인 만화인가요?

퀴어가 등장하나요? 퀴어커플이 있나요?

누구의 딸이나 아내가 아닌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나요?

 

 

#남남

 

중년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묘사되나요?

직장에서 여성간 관계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외모에 대해 언급하나요?

정형화되지 않은 외모로 캐릭터가 그려지나요?

규범화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이들의 모습을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그리고 있나요? ex)비혼, 숏컷 여성, 비혼모

혈연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그리고 있지 않나요?

 

 

#하루만네가되고싶어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면 해피엔딩 인가요?

여성이 능력있는 캐릭터로 나왔을 때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주의 도움을 받지는 않나요?

폭력을 그리는 방식에 꼭 피가 들어가야 하나요?

폭력을 정황을 상세하게 묘사하기 보다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나요?

다양한 체형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나요?

여자 주인공의 욕망이 가부장제의 한계를 넘나요?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웹툰을 맘껏 영업하면서, 웃고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어요.

코로나19로 정말 오랜만에 진행한 오프라인 집담회였는데요. 행사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고 서로 추천 웹툰을 한참 얘기했답니다.laugh

 

당신의 질문으로 미디어에 더 많은 페미니즘을!

다음 후기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집담회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커밍 쑨~~~~

 

*안타깝게 참석하지 못한 분이 작품에 대한 내용을 메일로 상세히 보내주셨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 일부 내용을 발췌해서 후기 내용에 포함하였음을 알립니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  이 행사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