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여성민우회 사업평가
2008년 한국여성민우회 활동총평
2008년에는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 정부의 시장·기업·개발 친화정책으로 인해 복지, 노동정책이 급격히 보수화되었고 제반 민주조치들이 후퇴되었다. 이 같은 상황은 시민사회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민우회 역시 올해 가장 핫이슈였던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활동 등 각종 사회 과제를 수행하였고 이 과정에 회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제 관련 각 사업영역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일상을 바꾸는 대중 활동을 기획하며, 정책전달체계에 대한 감시와 비평 활동을 성과 있게 수행하였다. 그러나 여성의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과 민우회 자체적인 각 사업별 홍보 활동의 미비로 인해 민우회 활동의 많은 부분이 제대로 여론화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1) 여성 일상의 삶과 밀접한 각종 의제의 발굴과
모니터링이 돋보였던 한 해
2008년 민우회는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 여성 관련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으로 바꾸는 운동, 그리고 여성 일상의 삶과 밀접한 의제를 발굴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올해 처음 시작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의 모니터링과 대응 활동, 호주제의 대안으로 나온 신분등록제인 ‘가족관계등록법’에 대한 시의적절한 모니터링, 양육비혼모 20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비혼모 되기와 가족 선택의 주체성 등의 내용이 담긴 적절한 정책을 제안한 비혼모 사업, 수용자를 위한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정책제언 등은 관련 정책이 여성의 삶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제언한 의미 있는 운동이었다.
한편 몸에 대한 재해석과 성의식 확장, 자기강화의 기회를 마련한 몸·성 워크숍과 성폭력 판결문 모니터링, 서비스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 관련 문제제기에 새 지평을 연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캠페인, 특별사업이었던 ‘주례사 바꾸기’와 ‘나이 차별 없애기’를 주제로 한 ‘별나라(차별 없는 나라로) 캠페인’ 등은 여성의 삶과 밀접한 의제를 발굴한 참신한 사업들이었다.
이 같은 사업은 ‘사회의 변화를 위해선 법, 제도의 개선 못지않게 일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생활 속의 변화를 지향해온 민우회의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도 큰 호평을 받는 성과를 내었다. 여성관련 정책과 의제가 점점 축소되는 현실에서 내년에도 일상 속에서의 여성의제를 다양하게 발굴하고 시행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2) 다양한 회원활동이 기획되었으나 회원확대로의 연결은 부진했다.
2008년 조직사업은 회원확대를 목표로, 새로운 세대와 지역을 발굴하며 다양한 조직틀거리를 만들기 위한 기획이 이루어진 해였다.
젊은 층을 여성운동영역으로 오도록 하여 운동의 활력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한 ‘민우유쓰네트워크’, 민우회가 이사한 마포의 지역모임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 사업은 대학생 설문조사 등 관련 자료 및 욕구조사를 통해 새로운 조직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므로 내년에 보다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게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회원 사업으로 가입을 권유할 수 있는 일상적 실천 내용과 회원확대집중의 날, 영화제, 대중교육 강좌 등 활발하고 참신한 사업이 기획되었고, 민우회 활동과제와 연계한 과제별 소모임(부엉이 예산감시단 등)이 이루어져 회원의 실천력을 발굴하였다. 그러나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일상 사업이 회원 확대로 연결되는 것은 미흡했고, 이는 한편으로 회원조직을 담당하는 역량배치가 부족했던 이유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조직인 민우회에게 회원 사업은 점점 그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그런 만큼 2009년에는 보다 회원 사업을 강화할 수 있도록 주력사업으로 설정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배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3) ‘지역민우네트워크’의 안정화 속에 지부진단을 통해 지역여성운동의
점검과 지부 발전과제를 도출하다.
지역민우네트워크는 지부의 활동을 공유하고 지역여성운동과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정례화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이 안정되었다. 특히 지역여성정책워크숍을 통해 지부 역량 강화의 핵심 요소인 교육과 중간활동가 양성을 위한 공동의 논의구조를 만들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일반 정책과 예산에 대한 성인지 분석’사업은 지부와 본부가 중요한 여성 정책 사업을 함께 해 보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몇몇 지부에서 개별적으로 하던 지부진단을 지부 전체가 공동으로 진행한 것은 큰 성과였다. 이를 통해 지부의 위상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여성운동조직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었다. 아울러 지부간담회를 통해 2009년 지역운동의 방향을 같이 논의한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올해 지역운동의 방향성과 지부의 역량강화 방안이 모색된 만큼 이 같은 지부진단의 결과가 각 지부의 내년 사업계획 속에 잘 반영되어 성과를 내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4)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운동을 비롯한
각종 사회과제에 활발히 참여하다.
올해는 정부정책에 대한 대응활동이 유난히 많은 한 해였고 민우회가 열심히 참여하여 성과를 낸 연대활동도 많았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반대 활동은 2008년 민우회 본부, 지부, 부설기구가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한 활동이었다. 민우회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홍보물 제작, 시청 광장 참여부스 마련, 거리캠페인 등을 진행하였다. 특히 시민과 회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였고 이 같은 방식은 촛불문화제 내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반차별 운동의 연대조직인 ‘반차별 공동행동’ 역시 민우회가 올해 주도적으로 참여한 활동이었다.
미디어운동본부가 참여한 ‘미디어 사유화 및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도 매우 활발한 연대활동이었다. 특히 현 정권의 방송정책은 과거 어떤 정부보다 반공공적이어서 운동도 그만큼 치열했다. 성폭력상담소 역시 새올 시스템과 반성폭력 운동 제도화 대응연대를 꾸려 활발히 활동하였다. 생협은 광우병 소고기 반대 연대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아울러 소고기 전수검사를 위한 활동과 멜라민 파동 등 식품 관련 연대활동에 활발히 참여하였다.
특히 올해는 이 같은 활동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또한 민우회 자체 활동이 선행되면서 그동안 담당활동가의 외부활동만으로 머무르던 시민사회의 연대방식을 벗어날 수 있었고 우리의 활동역량을 외부에 알리는 성과를 냈다. 최저임금제 개악, 방송관련 각종 악법의 시행, 실업문제, 각종 민주제도의 후퇴 등 내년에도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풀어야 할 사회과제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더욱 회원과 함께 참여하는 활동을 만들어내야 하겠다.
(5) 특별사업 - 회원과 후원의 힘으로 민우회의 새집을 완성하다.
2008년은 여러 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우회가 안정적인 활동공간을 마련하여 입주하는 뜻 깊은 한 해였다. 총회에서 회원들이 새집 짓는 것을 결의하였지만 건물신축과 이사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이전을 무사히 마쳤다는 점에서 잘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무엇보다 본부, 지부, 부설, 기구의 많은 회원과 상근 활동가들이 뜻을 한데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우회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공사과정에서 엄청난 자재상승을 비롯한 물가상승으로 인해 건축비용이 인상되어 불가피하게 대출을 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앞으로도 <나루> 건립기금을 위한 모금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점이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인 녹색교통, 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정의가 같이 한 건물에 살게 된 것은 향후 4개 단체가 함께 사회운동을 도모하고 결합효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마포 성미산 지역은 비교적 지역운동이 활발한 곳이어서 지역의 활동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민우회 운동에 좋은 전망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6) 안정적 궤도에 들어선 부설/기구,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위해 시동을 걸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올해 10주년을 맞았고 본부의 사무실 이전과 함께 보다 독립적 활동을 위해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하였다. 새 정부 들어 특히 미디어 정책은 전면적인 시장화로 인해 미디어사유화와 공공성 약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디어운동본부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미디어정책에 대응하는 몇 안 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현 정부 들어 관련된 정책 사업이 많고 또 활발하였다. 그 중에서도 시민미디어포럼을 통한 방송심의와 보편적 서비스 관련 정책개발과 대응은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달의 나쁜 프로그램 등 모니터링 사업도 활발하여 성과가 돋보인 해였다. 다만 미디어 회원 확대가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비롯해 안정적인 재정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2008년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피해자를 위한 위기지원 상담뿐만 아니라 치유상담을 통한 다각도 지원을 시도하고 지금까지 축적해온 체험식 성교육, 가해자교육의 전문성을 체계화,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또한 민우 상담네트워크를 통한 지부 상담소 활동가들과 운동방향에 대한 논의의 단초를 마련하였고 새로운 자문위원회와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상담지원의 효율성 제고 및 상담소 활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올해 정부정책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 그리고 이전이라는 외적인 변수가 만나 새로운 운동에의 모색을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내년에 상담소의 성격변화가 예정되고 있어 성폭력상담소로서의 전문성 강화와 안정적 재정마련을 과제로 삼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은 올해 조합원을 3,375명으로 확대하여 목표치에 113% 달성하였고 이용고 역시 처음으로 100억을 넘어 전년에 비해 30% 이상 성장하는 등 자치를 위한 물적 기반을 달성한 뜻 깊은 한해였다. 특히 비전위원회를 구성하여 여성, 지역, 복지, 먹거리, 대안경제의 5가지 영역에서 ‘2015 여성민우회 생협 비전’을 만들어내는 큰 성과가 있었다. 지구온난화 대책과 제 10차 람사르 총회 대응활동, 멜라민,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활동, GMO 반대활동 등을 활발히 하였고 인재양성과 인력관리체계를 정비하였다. 특별히 내년 생협 20주년을 맞아 그 행사를 위해 ‘20주년 기념 사업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생협의 알찬 성장과 성공적인 20주년 행사를 치루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2008년은 여성운동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 준 해였다. 정부의 성격이 바뀌면서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는 급격히 축소되었고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근거조차 부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촛불집회를 통해 나타난 새로운 웹 2.0 세대의 역동성은 기존의 시민운동 방식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또한 경제위기 등 여성의 삶을 더욱 피폐해지고 성평등 정책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는 데 비해 여성의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민우회는 2008년 하반기에 우리 사회에서의 민우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 새로운 운동의 패러다임을 수용하면서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3번의 내부워크숍과 이사회 워크숍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회원의 참여강화와 확대를 위한 조직사업에로의 집중, 활동가의 역량강화, 새로운 운동의 소통방식 고민, 온라인 소통방식의 차용, 새로운 관점의 이슈의 재배치, 안정적인 재정마련 방안 수립 등을 2009년의 사업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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