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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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이야기] 일시후원 참여자 타투이스트 조각님 인터뷰 후기

| 날짜: 20.07.17 | 글쓴이: 민우회 | 조회수: 3468

 

 

어떤 분들이 민우회를 후원하고 있을까? 

민우회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사연과 마음이 궁금해 

직접 만나 인터뷰해보았습니다. 

 

 

2020 민우회 후원 이야기: 일시후원 참여자 타투이스트 조각님 인터뷰 후기

 

페미니스트, 타투이스트!

 

 

무려 적금을 들어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에 후원을 하셨다는!

타투이스트 조각님을 만났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타투이스트로서 어떤 고민과 실천을 하고 계신지,

또 어떤 마음으로 민우회를 응원하고 계신지 들어보았습니다! >ㅂ<)9

 

2020년 7월 3일 오후 3시, 조각 타투

꼬깜, 온다 인터뷰

 

 

▲ 조각 타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편안한 분위기!

 

 

Q1. 어떻게 (이렇게 큰 금액을!) 후원하게 되셨나요? 일상에서 후원이 갖는 의미가 있다면?

 

일을 하면서 후원을 위한 적금을 들었고, 모은 돈을 여성인권 증진, 10대여성 지원, 성폭력 피해자 쉼터, 생리대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여성단체에 나누어 후원을 했어요. 민우회는 홈페이지 상의 성명이나 활동을 보며 공감대가 높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후원을 하고 나면 주변에 많이 자랑하고 권유도 하는 편인데요. 그로부터 내가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껴요. 요즘은 아예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여러 권 펀딩해서 찾아오시는 손님들께 한 권씩 나눠드리면서 알리고 있어요.

 

 

 

Q2. 페미니즘,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열일곱 살 때부터 이십대 중반까지 의류쇼핑몰을 운영했어요. 어린 여성으로서 일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착취와 어려움을 경험했고, 고민들이 쌓여갔죠. 쇼핑몰을 운영할 때는 여성들에게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여성 이미지, 환상을 파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옷을 입고, 모델처럼 호리호리한 모습으로 예쁜 곳에서 사진을 찍어라’라는 식으로요. 또 그러려면 함께 일하는 내가 아끼는 모델 동생들에게 불편하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면서 웃으라거나, 예쁘게 자세를 취하라거나, 더 꾸미라거나 하는 요구를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느꼈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말로 설명하지는 못했죠. 그만둘 용기도 없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페미니즘이 널리 이야기되기 시작했고, 페미니즘을 배워가면서 내가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하던 문제들에 대한 언어가 거기 있음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저를 힘들게 하던 쇼핑몰 일을 그만둘 결심도 할 수 있게 되었죠. 내가 더 좋은 사람, 나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어서가 아니라 더 편안하고 다양한 몸을 위한 쇼핑몰을 운영할 수도 있겠다는 용기로요.

 

 

 

Q3. 지금은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타투의 매력을 소개해주신다면?

 

요즘의 타투 문화는 한국이 선도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작고 섬세한, 꽃이나 반려동물 같은 도안은 한국에서 시작된 스타일이에요. 제가 하는 물감 타투도 제가 처음 시작해서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고요. ‘이게 타투야?’ 싶은 작업들이 늘어날수록 무서운,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던 타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타투는 여전히 저항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타투의 매력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같아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표현 중에 가장 세다는 느낌? 당장 저만 해도 타투를 가리고 있을 때와 반팔을 입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손등의 타투를 보여주며) 이 타투는 여성 연대를 의미하는 타투를 하고 싶어서 최근에 받은 건데요, 예를 들어 제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딱 내민다면? 어떤 남자라도 ‘아, 이런 사람이구나. 건드리면 안 되겠다.’ 하게 되는 식이죠. 그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WOMEN UNITE! 타투의 매력은 말하지 않아도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Q4. 현재 타투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올 2월 타투이스트 노동조합 타투유니온이 출범하기도 하였고요. 타투이스트로서 관련해서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타투는 여전히 합법이 아니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시정해야 한다는 요구 없이 최초의 잘못된 판례 하나만을 인용하며 ‘그냥’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이번에 생긴 타투유니온이 하려는 일은 합법화를 막을만한 염려가 없게끔 모든 준비를 마치자는 것이에요. 의료기관과 협력해서 위생가이드도 만들고, 종사자는 위생교육을 들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또 타투는 타인과 일대일로 대면해서, 그의 몸 위에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젠더와 인종에 관한 감수성이 많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따라서 위생교육뿐 아니라 성교육과 소양교육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요. 그런 지향들에 공감하는 바가 많아서 타투유니온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Q5. 말씀을 듣고 보니 타투시술을 받는 분들뿐 아니라 타투이스트 분들의 안전 문제도 있겠어요. 여성 타투이스트 분들께 타투 업계의 환경은 어떤가요?

 

남성 중심이었던 예전과 달리 최근 타투를 받으시는 분들 중 여성분이 70-80%일 정도로 늘어났고, 여성 타투이스트들도 늘어났어요. 대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그런데 타투이스트들은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손님이 성추행을 하거나, 자택 겸 개인 작업실 앞에 함부로 찾아오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식으로. 그러나 타투는 도중에 그만두거나 남이 이어받을 수 없는 속성의 작업이기 때문에, 손님이 부적절한 태도를 보여도 책임감 때문에 작업을 중단하기가 어려워요.

 

합법화가 된다면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해가야 할 거예요. 지금은 그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손님이 타투이스트를 신고해버리거나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합법화가 되어야 타투이스트와 손님이 동등한 관계를 맺기 위한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로선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거나, 여성 타투이스트들이 단체로 작업실을 꾸리는 등의 자구책을 쓰고 계신 정도죠.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운영하고 계신 타투숍도 있어요!

 

 

 

Q6.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고 활동하고 계세요. 타투 작업을 하실 때 페미니스트로서의 지향과 신념이 있으신가요?

 

제가 타투를 시작했을 무렵은 한창 ‘코르셋’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때였어요. 그래서 타투를 의뢰주시는 분들이 ‘타투도 코르셋일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죠. 아마 타투이스트인 제게 타투는 코르셋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 처음 그런 질문을 들었을 때는, 타투 한 여성은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고민을 더해가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중요한 것은 남의 시선을 신경쓰고 남의 잣대에 휘둘리느냐, 아니면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으로 타투를 결정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스스로 결정했다면 타투의 위치나 도안이 무엇이냐는 상관이 없겠죠. 하지만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만 너무 의식해서 타투를 고른다면 그건 코르셋이겠다 싶어요. 그래서 그러는 손님이 계시면 예약을 받아놓고도 취소하기도 해요. 더 생각해보시라, 본인만 결정할 수 있다 말씀드리죠.

 

제가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는 것이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일지 많은 고민을 해요. 나는 괜찮았지만, 누가 나처럼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는 내 후배, 제자들에게 해코지라도 한다면? 그들이 손해를 본다면? 나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 이런 고민들. 하지만 피해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페미니스트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런 분들 덕분에 다시 용기를 내죠. 아마 저보다 먼저 나선 분들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을 거예요. 아, 이런 게 연대구나. 생각해요.

 

 

 

Q7. 민우회를 후원하시면서, 최근에는 민우회의 어떤 활동을 관심 있게 보셨나요? 또 민우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성명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차별금지법에 관해 처음 접했을 때, ‘그럼 대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 거야?’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알고자만 하면 알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 찾아보면 SNS 같은데서 관련 이슈를 이미 토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 사람들은 어떻게 정보를 접했나 알아보면 민우회처럼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거죠.

 

그래서 민우회 같은 단체에 기대하는 역할은 그런 것 같아요. 다양한 영역에서 몰랐던 문제를 찾아내고 말해주는 것. 문제를 이야기할 방향을 내주는 것. 예를 들어 차별에 관해서만 해도 여러 가지 주장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지도 다양했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이슈로 나오면서 사람들이 그 갈래로 계속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이 좋아요.

 

 

 

Q8. 마지막으로, 민우회원들에게 조각 타투를 홍보하신다면?

 

그런 말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타투 합법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인 타투이스트라고요. 타투이스트인데 페미니스트 말고, 페미니스트인 타투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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