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사회현안[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입장문]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1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 (9/30)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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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1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

선고 직후 서부지법 앞에서 유가족 입장 밝히는 기자브리핑 개최

무책임으로 일관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판결 납득할 수 없어

재판부, 참사 예방·대비 실패한 용산구청에 면죄부 판결로

유가족에 피눈물 흘리게 해

 

 

오늘(9/30)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702일 만에 참사의 주요 책임자인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에 대한 첫 선고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제11형사부 재판장 배성중 부장판사)이 2022. 10. 29.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구청장 박희영, 부구청장 유승재, 안전건설교통국장 문인환, 안전재난과장 최원준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전원 무죄로 선고한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

 

이번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에 대한 재판은 2023. 1. 26. 접수된 뒤 총 14번의 재판이 열려 9명의 증인을 신문하였고, 증거조사와 각 피고인 신문을 거쳐 1년 8개월만에 선고되었다. 참사가 발생한 날로부터는 23개월만이다. 당초 검찰은 박희영 구청장에 대해 징역 7년을, 유승재 부구청장 및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은 금고 2년을, 최원준 안전재난과장은 징역 3년을 구형한바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대형 참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여러 차례 내려져 왔다. 대법원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서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현장감독, 발주 관청인 서울시의 현장감독공무원에 대해 각 주체별로 독립적인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안전한 건축에 관한 공동의 목표와 의사연락을 이유로 공동정범에 해당함을 인정한바 있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삼풍백화점 붕괴에 관해서도 건축계획의 수립 및 설계, 공사 공정, 완공 후 유지관리 등에 있어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단계별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삼풍그룹 회장 이준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 미호강 범람으로 인해 오송 지하차도가 잠긴 오송 참사에서도 청주지방법원은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에 대해 각 징역 7년 6개월 및 징역 6년이 선고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불인정하여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피고인들이 모두 용산구 주민이거나 용산구에서만 장기간 근무하였던 공무원이면서 재난을 관리할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인정한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 참사 전날과 당일 저녁 내내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 데이 인파로 인해 극심한 혼잡과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었으며, 피고인들은 이를 충분히 확인하고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인파 운집 가능성을 몰랐다는 것은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도저히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이 인파 운집으로 인한 이번 참사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나 권한이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참사 불과 2주 전 백만명이 몰렸다는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 천 명이 넘는 용산구청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인파를 관리하고 축제를 개최한 경험이 있고, 용산구는 2020년 및 2021년에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용산경찰서 및 상인들과 협력하여 방역 지침을 집행하고 인파를 통제하여 본 경험이 있다. 이번 참사에서도 경찰 혼잡 경비 요청을 하였거나 최소한 구청 공무원들이 골목 내 교차 통행 등 인파 통제에 나섰다면, 이토록 대규모의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법원의 판단은 형식적인 법논리에만 매몰되어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은 부당성이 있다.


박희영, 이임재 모두 용산의 안전관리에 대해 누구보다도 책임이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참사 이후 단 한 번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국회에서 이루어진 국정조사 당시에는 수사를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스스로를 보호참사에 급급했다. 참사예방·대응·수습에 모두 실패한 박희영은 오늘 선고 전까지도 그 직을 유지했다. 이들은 참사발생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와 일반 시민들에게 돌리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며 참사 이후 유가족의 회복과 우리 사회의 회복을 방해했다.

 

박희영은 참사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할로윈 축제는 하나의 현상이다, 주최자 없는 축제에는 관리책임이 없다”고 했으며, 공판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이어갔다. 이임재는 국정조사에서 “압사 우려 신고를 그저 흘러가는 무전으로 생각했다”고 하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했고, 공판에서는 시민 대여섯 명이 밀었다는 주장을 또다시 꺼내 들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들이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다가오는 시점에도 계속되었다.

 

공판 내내 자신들의 책임을 끝까지 부정하고, 온갖 변명을 일삼고, 일선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본 유가족은 비통한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공판을 지켜보는 것은 유가족에게 슬픔과 고통의 연속이었으나, 유가족은 희생자들을 대신해 책임자들의 행태를 똑똑히 지켜보았고 법원을 향해 엄중한 처벌을 외쳤다.

 

유가족이 바란 것은 처음부터 단 하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다.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유가족의 애통하고 비통한 마음이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며, 사랑하는 가족들이 살아 돌아오지도 못한다. 그러나, 책임 있는 자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참사는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안전사회를 위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국민이 사법에 부여한 막중한 역할이다.

 

그럼에도 오늘 법원은 안전사회를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저버렸다. 정의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파렴치하고 무도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 10.29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희생자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부당한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한다. 우리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늘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항소심에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피고인들의 죄책이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법정에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을 끝까지 밝혀나갈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