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평등복지10.29 국제돌봄의날 주간 돌입 기자회견(10/28)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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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일시: 2025.10.28(화) 10시

○ 장소: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 주최: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


2) 프로그램

○ 사회: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

○ 발언

(1)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

(2)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3) 이상무 전국요양보호사 협회 부회장

(4)  임미영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부위원장

○ 기자회견문 낭독


3) 기자회견문과 발언문


[발언1] 돌봄 사회로의 전환과 돌봄 받을 권리

안녕하세요? 저는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에 함께하고 있는 참여연대 전은경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인 ‘돌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모였습니다. 유엔에서 매년 10월 29일을 ‘국제돌봄의 날’로 기릴 것을 촉구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돌봄이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돌봄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고령의 노부부가 서로를 돌보다가 치매를 앓던 배우자를 살해한 사건,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던 엄마가 끝내 자녀와 함께 투신한 사건, 20대 청년이 극심한 생활고와 간병비 부담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한 사건 등 안타깝고 비극적인 선택을 계속해서 목도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추석에도 청주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치매를 앓은 남편을 간병하다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이렇듯 돌봄의 공백이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진정성 있는 돌봄 정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돌봄의 국가책임을 강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돌봄서비스는 여전히 시장에 내던져 있습니다. 민간 공급자 중심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와 이로 인한 서비스 제공구조의 파편화와 비효율성은 오래된 문제이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153개 시군구에는 국공립 기관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공식·비공식 부문에 걸쳐 돌봄노동자는 약 14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다수는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돌봄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인만큼 국가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생애주기별 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모두가 노동의 주체이자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성별화된 돌봄노동이 재분배되어야 하며,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다채로운 상호돌봄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하고, 돌봄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애 전 과정에서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돌봄을 받을 권리와 자신과 타인을 돌볼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돌봄에 대한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분명히 요구하고, 돌봄을 제공하고 받는 모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해 돌봄정의를 실현하며, 돌봄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과 양질의 고용환경, 노동조건을 제공할 것이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야 합니다.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는 돌봄을 인간의 생존과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행위로 개인의 사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에 기초해 돌봄 받을 권리 보장, 돌볼 권리 보장, 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저희의 목소리에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모든 시민들이 관심가져주시고 함께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해 우리는 요구한다!

삶의 어느 순간에도 돌봄과 상관없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돌봄은 의존성을 가진 인간의 생존 조건이며 생애주기를 관통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존엄하고 좋은 돌봄을 위해 모든 시민들에게 보편적 돌봄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돌봄권은 차별없이 누구나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 뿐만 아니라 의무나 희생이 아닌 권리로서 기꺼이 나와 내 주변을 돌볼 수 있는 돌볼 권리와 이를 실현해내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을 모두 포함합니다. 특히, '돌볼 권리'란 단순히 '누군가를 돌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를 넘어서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돌보고, 그 관계에 의미 있게 참여하며, 돌봄을 통해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지난 해 민우회에서는 1,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돌봄 인식과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조사에서 시민들에게 돌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을 때, 꼭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라는 긍정적 답변과 함께 3명 중 1명은 돌봄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꼭 필요하고 의미있고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현실적 조건과 환경은 녹록치 않아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돌봄이 힘든 이유로는 “시간이 부족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순으로 응답하였습니다. 돌봄을 하기위해 치러야 하는 시간, 체력, 경제적 비용을 온전히 개인이 떠안는다면 좋은 돌봄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잘 돌보기 위한 환경과 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우선, 타인을 돌보기 전에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유급병가사용과 상병수당제도가 잘 보장되어야 합니다. 2025년 직장갑질 119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8.4%가 아파도 유급병가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유급병가 사용률은 민간 기업일수록, 회사 규모가 작거나 비정규직일수록 낮았습니다. 절반 가량의 노동자가 유급병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무와 관련 없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할 수 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인 상병수당 또한 난항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아파도 쉴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사회보장의 요구에 정부가 2022년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나, 전면시행계획은 2027년으로 늦춰졌습니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더하여,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도 65세 이상이 제외되고, 2차 시범사업에서 소득 기준이 생겨나는 등 제약이 생겨난 것 또한 상병수당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둘째, 돌볼 여유를 위해 사회적 돌봄환경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돌봄이 개인과 가족의 일로 전가되지 않고 독박돌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적 돌봄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돌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하면서도 돌봄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1일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보전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좋은 돌봄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등 돌봄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족돌봄휴가제도 또한 현실적인 돌봄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사용 일수와 돌봄이 필요한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제도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젠더화된 돌봄 틀을 깨고 돌봄 주체로서 남성들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남성들도 돌봄의 주체라는 사회적 인식은 높아졌지만, 현실과 간극이 큽니다. 최근 한 기사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지난 해에 비해 1.5배 늘었다고 보도했지만, 공공기관, 대기업 쏠림현상은 여전하여 기업 규모별, 임금 수준별 육아휴직 사용 실태는 여전히 차이가 크고, 저임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30%도 채 못미친다고 합니다. 또한 기업문화와 조직위계구조에서 관행적으로 육아휴직 신청이 암묵적으로 무시되거나 그로 인한 불이익이 가시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남성들의 실질적인 육아휴직 사용율은 여성에 비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남성 양육자는 자녀 ’돌봄할 권리‘를 행사하지 않거나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그리고 돌봄이 개인과 가족만의 감당이 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동네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며 필요한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역통합돌봄이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돌봄 지원체계로 확립되어야 합니다.

셋째, 현행 정상 가족중심의 돌봄체계와 인식을 벗어나야 합니다. 법적 가족ㆍ혈연 가족만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사회적 안전망에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미 시민들은 법적/혈연 가족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 속에서 돌보고 돌봄받고 있습니다. 꼭 가족을 꾸리지 않더라도 돌봄 관계망 속에서 돌봄을 주고받는 1인 가구의 비율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인정되는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픈 가족구성원을 돌보거나 돌봄받을 권리, 애도하고 애도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관계가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구성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이는 모든 구성원들이 어떤 가족 형태를 선택하든 존엄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돌봄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길입니다.

생산성을 중심으로 구획된 자본주의적 시스템을 개편하고, 돌볼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제반 조건과 환경을 전환해야합니다. 그것은 개인과 가족이 감당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돌봄에 참여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민생과 성장을 강조하며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결국 민생임을 직시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돌봄의 국가적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합니다.

 

[발언3] 돌봄노동자 권리 보장

돌봄 노동자 권리 보장하라!

돌봄은 인간의 생명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이자, 사회를 움직이는 숨은 힘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 어르신을 보살피는 요양보호사, 장애인과 환자의 곁을 지키는 활동지원사와 간병인, 그리고 수많은 방문 돌봄 노동자들 이들이 바로 이 사회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버팀목’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돌봄노동은 여전히‘희생’으로 포장되고, 그 가치는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돌봄은 희생이 아니라 권리’임을 다시 한번 선언합니다. 아울러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합니다.

1.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의 현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약 304만 명이 있습니다. 그러나나 실제로 현장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약 69만 8천 명, 즉 22.9%에 불과합니다. 자격을 가지고도 일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열악한 임금, 불안정한 고용, 과중한 노동, 휴게권 미보장, 폭언과 폭행에 대한 무대책이 모든 조건이 사람을 떠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양보호사 절반 이상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직하고, 남은 인력의 부담은 가중되며 돌봄의 질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돌봄체계는 머지않아 붕괴될 것입니다.

2. 대학 내 요양보호사학과 신설 및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의 문제점.

최근 정부는 돌봄 인력 부족을 해결하겠다며 전국 24개 대학에 ‘요양보호사학과’를 신설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정책이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돌봄 노동의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조치임을 엄중히 지적합니다.

요양보호사 부족의 진짜 이유는 ‘일하고 싶어도 버틸 수 없는 조건’에 있습니다. 처우 개선 없이 외국인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저임금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돌봄을 값싼 노동으로 대체하려는 발상일 뿐입니다. 돌봄의 위기는 인력의 부족이 아니라, 노동의 존중이 결여된 사회구조의 결과입니다. 

3. 처우 개선 없는 외국인 인력정책은 ‘돌봄의 질’을 악화시킨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또한 동일한 열악한 환경에 놓인다면, 돌봄서비스의 질은 저하되고,

노동자 간의 갈등과 차별이 심화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국내 요양보호사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외국인 인력을 대체 투입하는 것은 돌봄 노동을 저가·소모성 노동으로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돌봄 노동의 질은 단순히 인력 수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그 중심에는 노동의 존엄, 공공성,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구호가 아닌 실질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전국 요양보호사협회는 정부와 사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돌봄 노동자 표준임금제 도입과 생활임금 보장

돌봄은 단순노동이 아닌 고도의 감정·전문 노동입니다.

최저임금 수준이 아닌, 돌봄의 가치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 인력 기준 현실화 및 적정배치 의무화

1명이 감당할 수 없는 인원을 떠맡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충분한 인력이 있어야 돌봄의 질도 지켜집니다.

○ 휴게권·건강권 보장과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감정노동 보호, 폭언·폭행 방지대책, 실질적 휴식시간 보장이 필요합니다.

○ 경력체계 구축 및 전문성 인정

숙련된 돌봄 노동자가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 돌봄 정책 결정 과정에 노동자의 참여 보장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위원회에 당사자 조직인 요양보호사의 참여를 보장해야 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정책은 실패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모든 돌봄 정책에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 외국인 인력정책의 전면 재검토

외국인 요양보호사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내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우선해야 합니다.

○ 돌봄의 공공성 강화

돌봄은 가족이나 여성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의무입니다.

공공 돌봄 인프라와 인력 확충에 국가가 직접 투자해야 합니다.

돌봄 노동자는 ‘희생의 상징’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전문가이며, 이 사회가 서 있기 위한 필수노동자입니다. 오늘 우리는 다짐합니다. 돌봄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을 때까지, 모든 돌봄 노동자가 인간다운 조건에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좋은 돌봄 사회를 위해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돌봄은 희생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돌봄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임금을 보장하라!”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라!”

오늘 우리의 외침이 대한민국 모든 돌봄 노동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언3] 돌봄노동 가치 인정하고 사회적 권리 보장하라!

안녕하십니까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부위원장이자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임미영입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요양보호사 60만에 이어 30만 이상의 많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민간의 가사돌봄, 아이돌봄 노동자들입니다. 이렇게 가정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을 일컬어 법률적으로는 ‘가사사용인’이라고 합니다. 가정의 다양한 돌봄에 활용하는 노동력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근로기준법 11조’에는 부끄럽게도 ‘가사사용인에게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절대 다수의 민간 가사노동자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문제는 플랫폼 노동입니다. 민간 가사노동자들은 노동부 고용센터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간 동네 직업소개소를 이용하여 일자리를 구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수의 노동자들이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배달, 대리기사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산재고용보험, 산업안전과 근로자복지와 같은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가사노동자는 완전히 배제하고 있습니다.

30만 가사노동자가 정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플랫폼노동자 가운데 여성으로서는 가사노동자가 가장 많다고 하면서 왜 아무런 정책도 펼치지 않는 것입니까?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최저임금, 승진도 없고 수당도 없고 퇴직금도 없고 오로지 최저임금, 아무리 경력이 많고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입니다. 휴게시간도 식사시간도 없고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고객이 갑자기 주문 취소나 변경을 하면 급여를 받지 못해 눈에 불을 켜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합니다. 분리수거를 하다 미끄러져 팔이 부러져도, 아이를 업고 돌보다 허리를 삐어도 내 돈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 기간 동안 실업급여가 없습니다. 심지어 플랫폼기업은 고객의 일방적 평점에 따라 우리에게 일감을 줄이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업무정지를 내리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많은 가사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떠나게 하고 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취업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정부는 어떠합니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뜬금없이 ‘최저임금 안 줘도 되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도입’으로 지난해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민간과 공공을 불문하고 모든 돌봄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시설노동자와 재가노동자를 불문하고 모든 돌봄노동자은 안정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표준업무 매뉴얼, 최소 근무시간 보장, 월급제는 그 첫 걸음입니다.

정부는 돌봄노동자들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해 지원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유엔에서 10월 29일을 단순히 돌봄의 날이 아니라 ‘돌봄과 지원의 날’로 지정한 이유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퇴근하는 직장. 열심히 일한 만큼 소득도 늘어나고 보람도 느끼는 직장. 정부는 이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여기 모인 우리도 힘을 합쳐 돌봄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매진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문]

 

돌봄 중심사회로 전환하자!

 

10월 29일은 국제돌봄의날입니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 돌봄 노동의 가치 인정, 그리고 돌봄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2023년 7월 UN 총회에서 공식 제정한 국제기념일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돌봄 없이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돌봄 받을 권리, △돌볼 권리, △돌봄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누구나 돌보고, 돌봄을 받을 수 있으며, 돌봄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는 연대와 실천에 나섭니다.

 

헌법에 돌봄권 명시, 돌봄기본법의 제정

돌봄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국가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생애주기별 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모두가 노동의 주체이자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성별화된 돌봄노동이 재분배되어야 하며, 누구나 차별 없이 돌봄을 받고, 돌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하고, 돌봄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돌봄공공성 강화

우리사회는 대부분의 돌봄서비스는 99%가 민간에 맡겨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아 낮은 서비스 질과 열악한 노동자 처우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내몰려 있습니다. 공공돌봄 체계를 통해 혈연, 지인 등의 사적 관계에 의존하지 않으며, 취약한 조건과 상황이 생기더라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민영화된 돌봄체계를 공공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성평등한 돌봄사회 구축과 돌봄민주주의

여성에게 전가되는 돌봄의 책임은 성별 이분법, 성역할 고정관념, 성별 분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시민이 돌봄자가 되고, 돌봄을 받을 권리를 지닐 때, 우리 사회는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중심으로 한 사회가 아니라 성평등한 돌봄사회를 구축할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돌봄이 특정 성별, 연령, 인종에게만 전가되는 부담이 아니라 누구나 돌봄을 주고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돌봄 받을 권리 보장

돌봄은 개인의 건강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보편적 권리입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는 제대로 된 통합돌봄 시행, 기본공급률제(돌봄 국공립 시설 30% 이상) 시행으로 공공 돌봄체계 강화, 소외 없이 촘촘한 모두의 돌봄권이 보장 되어야 합니다. 공공 중심의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돌봄이 ‘모두가 돌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길입니다. 이를 통해 모든 시민이 돌봄의 주체가 되고, 모든 시민의 돌봄이 당연한 일상이 되며, 사회 재생산이 구현되는 돌봄 민주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돌볼 권리 보장

서로가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돌봄을 중심으로 한 삶을 보편적 삶으로 만들기 위해서 돌볼 권리와 돌볼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환경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법적 가족ㆍ혈연 가족만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사회적 안전망에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의존하며 돌보고 돌봄 받고 있습니다. 스스로 돌볼 권리 보장 (유급병가, 상병수당, 가족돌봄휴가제도 확대 등), 돌볼 여유를 위한 사회적 돌봄 환경 개선,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으로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돌봄 노동자 권리 보장

돌봄노동이 대부분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성별화된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저평가되고 있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봄노동자의 절대다수는 단시간 노동자로 항상 고용불안과 최저시급 때문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되어 있고 노동자 참여 구조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돌봄노동자의 높은 처우는 질 높은 돌봄으로 이어집니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보장을 통해 질 높은 돌봄을 실현해야 합니다.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는 돌봄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자 사회적, 공공적 가치로 인정하며 인간의 생존과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돌봄을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돌봄 중심사회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5년 10월 28일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 주간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