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노동[기자회견문]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말고 평등권리 보장하라!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 연대회의' 출범 기자회견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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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청 앞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출범 기자회견”이라는 현수막을 든 여러 사럼이 모여있다.


[출범선언문]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말고 평등한 권리 보장하라!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하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 6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교육에 대한 수당은 언론에서 임금체불 의혹이 제기된 후에야 일부가 입금되었고, 나머지 수당도 4대 보험료, 숙소비, 통신비 및 교통비까지 공제된 후 일부만 지급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시범사업 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언론과 소통하면 처벌하겠다”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지난 15일, 100명의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중 2명이 숙소를 이탈하여 연락이 두절되었다. 근로 계약의 기본인 임금 지급도 제대로 되지 않자, 이들은 미등록 체류자 신분을 감수하고 숙소를 떠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되었다. 저임금과 차별, 불투명한 전망과 더불어 임금 지급조차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노동자들이 참아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 문제를 업계 관행 탓으로 돌리고, 무단이탈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이 사업이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와 아동 돌봄 문제에 대한 미봉책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인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고 성평등을 이루어 여성의 돌봄 과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고민 없이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며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도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기 위해 여론전을 펼쳤으며, 그 시도가 저지되자 겨우 주 30시간의 근무시간이 보장되는 6개월짜리 일자리를 만들어 그 자리를 이주 여성 노동자들로 채우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돌봄 노동을 저임금으로 후려치며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민간 업체를 끼고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시민 사회단체에서 줄곧 주장해 온 공공 돌봄 실현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3일 공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폐지하였고, 이후 돌봄의 사회화가 민영화 기조 아래 진행되어 돌봄 서비스 수혜의 불평등이 빠르게 드러났다. 실제로 이번 시범사업을 신청한 751가구 중 43%, 선정된 157가구 중 33%가 강남 3구의 가정이었다.

 

이주·여성·노동인권 단체들은 시범사업 계획 발표 직후인 지난 8월에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서울시의 졸속적인 시범정책 도입에 반대해 왔다. 시범정책이 이미 시행 중인 가운데,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31개 단체가 모여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출범하였다. 연대회의는 공동행동의 기조를 확대하여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에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행동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저평가되어온 가사돌봄 노동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에 공공 돌봄 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이주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함께 싸우고, 이주 노동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2024년 9월 26일

이주 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민센터친구,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주여성노동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당 여성위원회(준),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사)광주여성노동자회,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안산여성노동자회, 생명안전 시민넷, 수원여성노동자회,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인천여성노동자회, 재단법인 동천,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발언 1]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발족 의의


오늘 이 자리에서 여성·노동·시민·사회 31개 단체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발족합니다. 연대회의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전신으로 두고 있습니다. 공동행동은 서울시가 차별적이고 착취적인 필리핀 이주가사노동자 도입을 주장한 지난해 8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발족했던 연대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한달 6-70만원이면 이주가사노동자를 쓸 수 있다고 우리도 초저임금의 이주가사노동자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윤석열 대통령이 장단을 맞추어 이주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밀실에서 추진되어 1년도 채 되지 않아 시행되고야 말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와 동시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쇄하는 등 공공돌봄을 크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가사돌봄노동을 저평가하여 낮은 가격으로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에 국가가 져야할 공공돌봄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동행동은 본 시범사업의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사업의 문제점을 여러 각도에서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싼 값에 부릴 수 있다는 프레임은 인종, 국적 차별 ▲사업장 변경이 허가되지 않는 E-9비자는 강제노동을 야기 ▲돌봄 공공성 해체와 돌봄 양극화를 가져올 것 ▲전문화된 가사돌봄노동을 위협함과 동시에 돌봄노동의 저평가를 불러올 것 ▲가사·노돌봄노동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할 정부의 책임 방기 ▲노동시간 단축, 일·생활균형 제도의 근본적 해결책을 외면한 정책 ▲저출생 문제를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로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고압적으로 밀실 진행하는 정책 ▲이주 여성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확대하고 사회갈등을 확산하는 정책이라는 아홉가지 문제 제기였습니다. 이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본 시범사업은 한국 사회의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위험한 국가 정책을 확정하고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돌봄노동의 저평가를 가져올 것입니다. 올해 초 정부는 한국은행을 내세워 본 시범사업의 빈약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엉터리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이주 가사노동자를 비공식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업종별 차등지급 논쟁이 붙어 표결 끝에 부결되도 하였습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서도 이주가사노동자가 언급되었습니다. 시범사업이 채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1천2백명의 이주가사노동자를 추가로 도입하겠다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유학생과 이주민의 가족 5천명을 비공식 가사돌봄노동자로 활용하겠다하였습니다. 공동행동은 정부가 망언을 내뱉을 때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주노동자의 평등노동과 성평등 정의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공식화하고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범사업이 이미 시작된 지금 시범사업 저지라는 공동행동의 목표는 상실되었습니다. 새롭게 발족하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는 정부의 그릇된 정책이 우리 사회의 정의와 평등을 침범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 차별과 가사돌봄노동 저평가에 맞설 것입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공공돌봄이 축소가 아닌 확대가 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연대회의는 향후 정부의 사업진행을 모니터링하면서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힘쓸 것입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들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 차별없이 노동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정부가 가고 있는 잘못된 길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개입하고 실천하겠습니다. 그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이자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송은정 이주민센터친구 사무국장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

현재 시범사업 진행 문제와 앞으로 우려되는 문제들

 

저는 이 시범사업 논의가 시작될 때 실제 이행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우려되는 문제가 너무 많았고,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는 해서는 안되는 불가능한 일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가사노동 시범사업으로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이 지난 8월6일 새벽에 입국해 9월 초까지 교육을 받고 9월3일 첫 출근을 했습니다. 

이들이 입국한 지 두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나오는 문제들은 심각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주민이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외국에 일하러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필리핀 이주여성노동자들은 8월달 교육수당 미지급부터 시작해서 벌써 임금체불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익월지급이 업계 관행이며 이미 안내했기 때문에 임금체불로 단정할 수 없다는 식의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문제는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이 시범사업을 볼 때,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주30시간의 노동시간을 채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주30시간의 노동조차 못할 경우 노동자들에게 남는 돈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30시간을 일한다 해도, 최저임금 150만원 받아서 숙소비, 식비, 교통비,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면 손에 쥐는 건 60-70만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시범사업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에 더 초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업체가 노동자와 가정을 바로바로 연계해주지 못할 경우 거리상 먼 지역의 두 가정을 하루에 가야 하는 식으로 배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전에 강동구, 오후에 강서구 이런 식으로요. 이주노동자가 대도시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멀리 이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텐데, 이동시간에 대한 보상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지난 9월24일 열린 관계자 간담회에서 하루에 세 가정의 일을 하는 경우 휴식시간 없이 이동하면서 공원이나 지하철역에서 식사를 떼우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직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갈등의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애초 아동 돌봄과 이에 필요한 가사노동을 넘어, 한국정부가 동거가족을 위한 가벼운 가사노동도 직무에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가사노동 전반을 시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여전히 숙소와 숙소비용의 문제 역시 큽니다. 숙소로 정해진 원룸텔은 1인실은 1.45평 45만원, 2인실은 1.96평 39-42만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작년 11월 27일부터 노동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 주거 관련 가이드라인’에도 위반됩니다.

인권보호 문제도 대책이 부족합니다. 개별 가구에서 이주여성노동자가 혼자 일하는 상황인 만큼 인격무시, 욕설, 성희롱, 폭력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영어교육이 덤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일부 언론에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가정에서 영어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더구나 이주여성노동자의 인권침해를 방지해야 할 관리업체의 인권의식도 문제입니다. 숙소 통금시간을 10시로 정해놨다고 합니다. 가사관리사들이 오죽하면 “우린 성인이니까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정도입니다.

이번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와 정치권이 이주노동자는 차별할 수 있다,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체 국민들에게 계속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시범사업 시작 전부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제법, 국내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반인권적 발상입니다.

 

추석연휴 때 필리핀 노동자 두 명이 숙소에서 이탈한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이탈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등록이주노동을 원해서 하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과 불안을 감수하고 결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범사업의 성공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를 믿고 노동을 하러 온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 내몰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서울시와 정부가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단체가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발언3] 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

가사노동의 이주화, 이주여성노동을 우려한다

 

 지난 2024년 8월 6일 이주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으로 필리핀 여성 100명이 국내 입국하였습니다. 첫 급여일인 8월 20일에 임금(교육수당)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언론에서 이를 문제삼자 임금(교육수당)이 지급되었습니다. 9월 20일 두 번째 급여일이 되었으나 약 2주일치(8/20-9/2) 교육수당만 지급할 것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나머지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주가사노동자들은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당장 한국에서 생활비도 없다며 시범사업 업체에게 호소했으나 묵살당했으며, 업체는 언론과 소통하면 안된다며 이주가사노동자를 압박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지난 9월 24일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는 숙소에 대한 통금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은 당사자의 발언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6개월 진행되는 시범사업에서 2개월 안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임금체불과 통제 문제는 이주가사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의 노동을 하고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한국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준다는 재계약을 이유로, 미등록이라는 불안한 체류자격을 이유로 임금일부만 지급하거나 그 조차도 지급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금체불을 노동착취, 임금절도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비닐하우스나 가건물의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잠금장치도 제대로 없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며 기숙사비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사업주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에 마음대로 들어오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쫓기도 합니다. 계절이주노동자의 경우는 여권이나 통장을 빼앗긴 사례가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그대로 둔 채 현재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에만 초점을 맞추고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제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주가사노동자의 체류자격은 비전문취업(E9)비자이기 때문에 체류가능 여부가 고용 상태와 연동되어 있어서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종속되는 문제가 발생되어 인권침해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또한 사업장 변경제한으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 변경이 어렵고 사업장 변경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가 그 피해를 입증해야 합니다. 한국어와 한국의 법과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이나 폭력피해, 이주여성 노동자의 경우 성희롱,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경우 사업주는 사업장을 변경해주는 조건으로 이주노동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습니다.

필리핀 이주가사노동자가 사업장을 이탈한 것에 대해 언론은 임금체불에 따른 생활고라고 보도하였습니다. 또한 근로계약서에는 적혀있지도 않은 시범업체의 급여의 익월 지급이 관례라는 변명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이 아니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 이주가사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는 알고 있었을까요? 이주가사노동자는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정보는 제대로 전달되었을까요?

한국의 저출생과 경력단절 문제 해결을 위한 이주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은 돌봄노동을 여성의 노동으로 전제하고, 선주민 여성의 돌봄노동 부담을 저임금 이주여성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돌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성인종차별적인 정책이었습니다.

저임금 노동착취로 이어지는 돌봄노동은 이주여성 노동자에게도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도 모두 안전할 수 없습니다. 돌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은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평등해야 합니다. 돌봄을 받는 사람도 돌봄을 하는 사람도 모두 안전하고 평등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주가사노동자의 안정된 노동권과 체류권을 보장하고, 시범사업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한 인권지원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발언4] 배찬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배찬민입니다. 최근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과 관련한 뉴스기사 제목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이모님’이라는 표현입니다. 이모님이란 호칭은 가사노동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가사노동이 여성의 일로 성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종사자의 주요 연령대가 중장년층임을 알 수 있으며, 사적 관계 안에서 사용되는 호칭이라는 점에서 이 일이 공적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이 아닌,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적인 일로 여기는 인식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법률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사근로자와 가사사용인의 구분이 모호할뿐더러, 가구 내 고용, 즉 사용자의 사적 고용을 통한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되는 등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법의 수준 또한 참담합니다.

이런 법률상의 빈틈을 노리고 내년 정부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사업은 더 참담합니다. 지난 4월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주민을 각 가정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솔선수범 ‘가사사용인’의 지위를 이용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적용 모두 회피하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제는 돌봄노동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땅에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무저갱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대체 가사·돌봄노동이 무엇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걸까요?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가사도 돌봄도 이주노동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제대로 논의한 바가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매년 통계청을 통해 발표되는 통계에 따르면 가사노동에 있어서의 성별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30대 유자녀 여성의 경렬단절률도 2014년과 2023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허울 좋은 말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사업이 여성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남성의 양육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거라며 저출생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이야기했지만, 한편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단속으로 인해 이주여성이 상해를 입고 유산을 겪는 등 폭력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할 궁리를 함과 동시에 불법이라는 이유로 이주민에 대한 폭압이 자행되는 곳이 바로 우리 사회입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구제는 우리 사회가 가진 이런 모순적으로 뒤틀린 장면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나온 기사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해 지난달 교육수당 미지급 사태에 이어 이달 근로한 금액의 정산 기준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일부 노동자가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입국 전부터 엄격한 자격 인증을 요구받고 교육까지 모두 이수한 노동자가 그나마의 안전망을 벗어나 ‘불법’을 선택하게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차별적 사례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를 들어 월 6-70만원 수준의 임금이면 해당 국가 임금 수준에 충분하다는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그 말들 속에는 우리 사회가 제시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일 외국인 노동자의 절박함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 절박함을 이용해 열악한 조건으로 가사돌봄노동을 외주화하고 정당화하는 말들을 멈춰야 합니다. 멈춘 그 자리에서 다시 돌봄에 대해, 이주노동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끈질기게 투쟁하고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5]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

최저임금 차등지급 시도를 규탄한다!


안녕하세요. 노동계 최저임금 위원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입니다. 

올해 최저임금 차별적용 주장은 예년과 달리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선봉에 섰습니다. 

  차별의 내용도 심각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일부업종의 차별적용을 주장하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삭감하자고 주장합니다. 야만적인 인종차별입니다. 

  국민의힘이 이 주장을 받아서 국회토론회까지 열었습니다. 

  '저출생 인구위기 시대에 외국인 근로자와 국민이 모두 WIN-WIN 하는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이라는 거창한 이름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자리에 참석한 사용자 최저임금위원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반대했습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업종별 차별적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용자 최저임금 위원입니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본 등과 아시아개도국 외국인근로자 유입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감액적용은 불리'하다고 주장합니다.

  시장경제의 입장에서도 인종차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돌봄노동의 문제는 돌봄노동자 인력수급이 어렵다는 점과 돌봄서비스가격이 높다는 겁니다. 해답은 있습니다. 

  돌봄노동자가 필요하면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면 됩니다. 

  돌봄서비스의 가격이 문제라면 공공돌봄서비스를 강화하면 됩니다. 

  윤석열대통령 오세훈시장 국민의힘은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그대로 두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폐지해 공공돌봄은 포기하고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는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최저임금 차별적용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하는데 국제협약과 헌법 최저임금법을 어기는 불법이 통할 수가 없습니다. 설사 법이 개정되더라도 처우가 좋지 않은데 누가 한국까지 와서 일하겠습니까. 

  모두가 WIN-WIN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Lose-Lose 입니다.  

  최근 필리핀가사관리사 2명이 연락두절이 되어서 최저임금 차별적용이 아니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실수령액이 5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서울시는 월급제를 주급제로 바꾸는 걸 대책이라고 내놓았습니다. 월에 50만 원을 주는 것과 주마다 12만 원 정도 주는 게 어떻게 대책입니까.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고 공공돌봄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입니다.



[발언6] 카를로 올리버(Carlo Oliver)  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 대표


박스 재질의 종이에 문구가 쓰여있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의 손

필리핀 가사노동자의 현실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불확실성과 준비 부족이 두 명의 가사노동자 이탈을 초래했다.

대한민국 서울 - 지난 8월 입국한 필리핀 가사노동자 2명이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고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카사마코는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수백만 명의 해외 필리핀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필리핀의 극심한 빈곤과 실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지위와 임금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탈을 하고 미등록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국한 이래, 이주가사노동자의 월급이 축소되어야 하고 7개월 후 체류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모두 일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막상 도착하자 높은 집세, 8월에 월급 전액을 다 못받은 것, 임금 삭감 주장들, 2025년 2월 이후 체류 불투명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제도의 피해자가 되었고 이제 범죄자화 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제안자, 특히 서울시장에게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내국인 노동자와 동등하게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대우해준다면 이주노동자들은 결코 이탈하거나 미등록 체류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Uncertainties and lack of preparation by the Korean and Philippine governments caused the two domestic helpers to run away and become non-documented migrants.

 

Seoul, South Korea - The Katipunan ng mga Samahang Migranteng Manggagawa sa Korea (KASAMMAKo) is no longer shocked with the news that two Filipina domestic workers who just arrived last August were no longer return to their dormitory and cannot contact them anymore. Like the millions Overseas Filipino workers, they are forced to go to Korea due to massive poverty and unemployment in the Philippines.

They were forced to run away and become non-documented due to uncertainties, mainly with their status and their wages. Since their arrival, it has been a big news item that their salary should be reduced and their status is not secured after 7 months of stay.

All of them are prepared to work but when they arrived, they met with various problems such as high house rent, not being paid in full in the month of August, there were proposals to lower their wages and uncertain if they will stay beyond February 2025.

Once again, they are the victims of a system that they did not make and now they are being criminalized. We demand the proponent of this Pilot program for the domestic workers specially the Mayor of Seoul to be decisive enough to welcome these people as a worker and can receive the minimum wage same as the Korean workers.

Migrant workers will never run away and become non documented if they will treat migrants as workers and human be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