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평등복지지역사회 통합돌봄 D-2 기자회견 〈공공 인프라 확충과 돌봄노동자 권리 보장 없이 제대로 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실현할 수 없다!〉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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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지역사회 통합돌봄 D-2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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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5년 3월 25일 오전 10시
장소: 청와대 분수대 앞

사회-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 발언1 [취지발언] 현정희 (요양공대위 공동대표/보건복지자원연구원 이사)

• 발언2 [인력 처우]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

• 발언3 [제도]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발언4 [통합돌봄과 성평등] 헤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공공 인프라 확충과 돌봄노동자 권리 보장 없이 

제대로 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실현할 수 없다!

 

❍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많은 노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돌봄 체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정부는 3월 27일 장기요양-의료-복지-주거서비스를 연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노인이 익숙한 삶의 공간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적인 정책 방향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책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현장이 준비되지 않고, 노동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 현재 돌봄현장은 공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며 돌봄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처우 속에 놓여 있다. 특히 통합돌봄의 근간이 되는 장기요양제도는 공공성 부족과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운영상 상당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기초가 공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통합돌봄은 제도적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우며 현장에서의 지속가능한 안착 또한 담보하기 어렵다. 

 

❍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통합돌봄 시행에 따른 돌봄인력의 역할과 업무 범위 변화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의료-요양-복지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돌봄노동자에게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협업과 책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이나 지원방안 마련은 커녕, 변화된 환경에서 발생할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안전한 노동환경 구축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준비없는 제도 시행은 돌봄노동자에게만 일방적인 희생과 부담을 전가하는 난리자베스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 돌봄정책은 제도의 이름만으로는 작동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민들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복지로 구현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성공적인 안착과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뒷받침할 공공 돌봄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이 최소 30% 이상의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도록 하라.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요양기관과 재가돌봄 서비스 등 공공 돌봄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이 최소한의 공급 기반을 갖추지 못한다면 돌봄은 시장 논리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요양기관을 확대하고 지역 기반 돌봄 인프라를 강력히 구축하라. 

 

둘째, 지역사회 통합돌봄 예산을 현실에 맞게 대폭 확대하라. 

현재 통합돌봄 예산은 914억 원으로, 이 비용은 전담인력을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러한 재정 규모로는 지역 기반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제반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을 즉각 편성하라. 

 

셋째, 돌봄인력의 역할 변화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 지원과 현장 안전 대책을 수립하라. 

통합돌봄 시행으로 돌봄노동자의 직무 범위가 확대되고 고도의 협업이 요구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전문 교육 체계를 즉각 마련하라. 또한 가정 방문 및 다학제 간 협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구체적이고 안전한 노동환경 가이드라인을 공표하라. 

 

넷째, 돌봄노동자의 노동권리를 보장하고, 성평등한 돌봄 정의를 실현하라. 

돌봄노동자 90% 이상이 여성인 현실에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은 성별분업적 돌봄구조를 고착화시킨다.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여 적정한 처우를 보장하고,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을 통해 돌봄의 지속가능성과 정의를 확보하라. 

 

다섯째, 통합돌봄 전담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안정적인 인력체계를 구축하라. 

현재 통합돌봄 전담인력은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기간제, 무기계약직 등 불안정한 형태로 채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복지공무원이나 방문간호사에게 업무가 전가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통합돌봄의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 기존 공무원에게 업무를 전가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전담인력의 정규직 채용을 통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지속가능한 돌봄 운영체계를 확립하라. 

 

❍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초고령사회에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이다.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 확충과 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게 움직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3월 25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언문 ①> 

[취지발언] 현정희 (요양공대위 공동대표/보건복지자원연구원 이사)

 

3월 27일 즉 모레부터는 돌봄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걱정없이 국가의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공공인프라 확충과 돌봄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통합돌봄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2024년 3월 26일,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자립생활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기존에 따로따로 제공되던 장기요양-의료-복지-주거서비스 등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통합하고 연계하는 정말 중요하고 성공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현재 그렇게 진행되지 않고 있고, 만약 이대로 간다면 이 제도는 실패할 것입니다. 

 

사실, 이미 이전 정부들도 이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7년부터 다양한 통합돌봄 관련 시범사업을 해 왔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모든 기초지방정부가 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상황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 이유는 인력과 예산, 그리고 공공인프라 부족 때문입니다. 

 

돌봄통합지원법 제4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가에는 행정, 재정적 지원 책무를 부여하고 있고, 4조 2항에는 지자체가 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포괄적이며 완결적이고 , 충분 및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되어있고, 통합지원협의체 구성, 전담조직 및 통합지원정보시스템과 다양한 통합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담조직과 전담인력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고, 통합돌봄 예산은 더 심각합니다. 2026년 통합돌봄 예산은 국비 기준으로 914억 원인데 지역돌봄서비스 확충 예산이 620억 원 수준으로, 이것을 229개 시군구로 나누면 시군구 당 2.7억 원으로 시범사업 때의 5.4억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전담 인력 또한 6개월 한시적이고 국비는 30-50%밖에 지원이 안 됩니다. 이런 예산으로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공공서비스 및 공공인프라 문제입니다. 살던 지역에서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급기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229개 지자체 중에 공급과 수요 격차가 매우 심한 지역이 30%가 넘는데, 이런 곳에 대한 공공인프라와 전달체계에 대한 대책 없이는 법 시행이 불가능합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요양기관의 비중이 0.9%로, 1%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다른 서비스 공급 실태는 더 심각합니다. 이 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공공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하기에 우리는 공공 노인장기요양기관 30%확충을 요구하고 공공성과 노동권이 강화되는 법개정을 이재명 정부에 요구합니다. 

 

공공적 기반과 더불어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위해서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공공인프라 기반 위에서 정부가 모범사용자가 되어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좋은 돌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돌봄 대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통합돌봄의 공공성 확보는 지역민들의 생명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요양공대위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장기요양의 공공성 강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기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합니다. 감사힙니다.

 


<발언문 ②> 

[인력 처우]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

 

 통합돌봄의 핵심 동력,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 정찬미입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돌봄이 일상이 된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노후가 품위 있는 삶이 되기를 희망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통합돌봄’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없이 통합돌봄이 시작되는것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의 곁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하며 그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드리는 요양보호사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현재 요양보호사는 단순한 수발자를 넘어, 지역사회 돌봄의 **'현장 관찰자'이자 '서비스 연결자'**입니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주역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낮은 사회적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 속에서 헌신만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전문성은 지워지고 노동의 가치는 폄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지속 가능한 통합돌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통합돌봄의 성공을 기원하며 요양보호사 입장에서 정부와 지자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공공요양기관과 재가돌봄을 포함한 공공 돌봄 인프라를 확대해야 합니다.

 

둘째, 통합돌봄의 민간 협의체에 요양보호사대표를 참가시켜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십시오 

 

셋째, 요양보호사가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전문 직역으로서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권익보호, 인력관리와 지원체계를 더 체계화 하십시오. 

돌봄노동자의 전문성이 높아질 때, 돌봄의 질도 함께 높아집니다.

 

 넷째, 요양보호사를 통합돌봄 사례관리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전문적 직무 권한을 부여하십시오.

 

 다섯째,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하고, 표준임금체계 마련과 적정 수가를 보장하십시오

.

 여섯째, 폭언과 성희롱, 부당한 업무 지시로부터 요양보호사를 보호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십시오.

 

 요양보호사는 통합돌봄의 말단 인력이 아닙니다. 어르신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핵심 인력입니다. 

요양보호사를 '소모품'이 아닌 '통합돌봄의 필수 인력'으로 존중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의 첫걸음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요양보호사의 역할 정립과 처우 개선을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서십시오. 

요양보호사가 행복해야 어르신이 행복하고, 돌봄이 바로 섭니다.

감사합니다.



<발언문 ③> 

[제도]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3월 27일이면 지역사회통합돌봄제도가 시행됩니다. 앞서 발언한 분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돌봄과 의료, 보건분야의 기초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고, 돌봄노동자와 통합돌봄 전담인력 등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지역사회통합돌봄제도가 의미있게 정착될 것입니다. 

 

여기에 몇가지 의견을 더하고자 합니다. 

 

첫째, 지역사회통합돌봄의 대상이 노인과 고령장애인, 65세 미만의 의료필요도가 높은 장애인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대상을 계속 확대해나간다고 하지만, 이미 정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인을 ‘장애의 정도가 심한 사람’으로 규정하여, 법에 규정된 통합돌봄의 대상자를 시행령으로 축소한 바 있습니다. 돌봄의 대상을 제한하고 축소하려는 시도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취지를 훼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지역사회통합돌봄은 지자체가 책임자로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나 돌봄의 인프라가 갖춰져있지 않은 지자체도 많고,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의 경우 전문인력을 배치하기도 어렵습니다. 자칫 통합지원 업무를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예산범위 안에서 한정적 돌봄을 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가 통합지원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수준을 넘어 공공인프라 구축과 재정지원에 대한 원칙이 마련되어야 하고,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지자체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현재 통합돌봄은 의료와 요양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주거환경개선이나 케어안심주택 등의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실현이 어렵습니다. 통합돌봄은 말 그대로 ‘통합’ 돌봄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와 판정체계는 모두 따로입니다. 지자체가 개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통합지원협의체를 구성하여 의논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통합’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 사회서비스체계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취지가 제대로 현실화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 돌봄노동자와 이용자,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가 모여서 논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정부 혹은 지자체 주도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돌봄사회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책임져나가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 

 


<발언문 ④> 

[통합돌봄과 성평등] 헤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돌봄은 우리의 삶과 외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생애 전반의 모든 시기에 걸쳐 우리는 돌봄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을 돌보며 살아가게 됩니다. 삶을 지탱하고, 사회 근간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돌봄입니다. 하지만 돌봄의 역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법적·혈연가족만을 돌보도록, 그리고 그 노동은 여성이 무급으로 전가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며 평가절하되어왔습니다. 여성들의 돌봄노동을 착취한 결과로 사회의 일부에게만 이윤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감춰진 채 말입니다. 성차별적 관습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위에서 왜곡된 돌봄에 대한 인식은 임금노동 세계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납니다. 돌봄노동이 여성의 일자리화되고, 그에 따라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답게 돌봄노동이 저임금 일자리인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돌봄의 가치를 고의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성차별로 이어지는 고리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외면해 온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면 시행되는 이 때, 우리는 그 차별적 고리를 직시하고 바꾸어야 합니다. 성차별적이고 돌봄 역량이 약화된 사회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돌봄에 대한 전 사회적인 인식 변화일 것입니다. 개인의 삶과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돌봄이며, 돌봄은 아무나 곧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역량을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행위이며, 손쉽게 여성을 호명하여 값싸게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돌봄중심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돌봄의 대상도 계속해서 확장해야 합니다. 현재의 통합돌봄이 노인과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여전히 돌봄을 시혜적인 관점에서, 시민들을 분절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작년 돌봄 크로스 워크숍에서 퀴어, 청소년, 빈민, 발달장애인, HIV 감염인 등 시민으로 호명되지 않아 왔던 다양한 사람들과 돌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차별적 규범을 모두 깨부수고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돌봄의 관계망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가야 함을 확인했습니다. 노인, 장애인 등으로 대상을 좁히거나 누가 돌봄의 대상에 적합한지 입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과 특성들이 수없이 교차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당사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나아갈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통해 돌봄의 실천을 정치적 의제로 논의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지는 사회로 가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과 돌봄이라는 화제로 이야기하다보면 돌봄받을 수 밖에 없는 미래가, 또는 누군가의 돌봄을 과도하게 책임질 것이 예상되는 내 미래가 너무나도 걱정된다고 합니다. 돌봄 안전망을 더 두텁게 만들어야 합니다. 돌봄 책임을 개인이 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함께 분배하는 사회, 그러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법적·혈연가족을 넘어 지역사회를 나의 공동체라고 인식할 수 있고, 공동체를 돌볼 수 있는 여유가 당연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돌봄의 가장 폭넓은 정의는 이러합니다. “가능한 잘 살 수 있도록 우리의 세상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바로 돌봄입니다. 돌봄을 가장 공적인 실천으로 존중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돌봄 책임을 정의롭게 분배하는 사회를 위한 마중물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돌보는 사람과 돌봄 받는 사람 모두를 평등하게 존중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계속해서 지켜보고 투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