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단체 인사] 김희영(꼬깜)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반갑습니다. 이번 1761차 수요시위를 주최하게 된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역할 맡고 있는 꼬깜입니다. 너무 습하고 비도 오는 날씨에도 함께해주신 정의연 활동가와 회원분들, 연대단체 분들, 그리고 참여자분들게 연대의 인사를 나눕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987년 창립해 39년이 된 여성단체입니다. 민우회는 이야기가, 삶이 곧 운동이 되는 곳이라는 슬로건 속에서 일상에서의 차별의 의제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꿔내 성평등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1992년에 시작된 수요시위가 벌써 1700차를 넘겼습니다. 33년간 매주 이 곳에서 수요일에 시위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 2일은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인종학살이 이루어진 지 천일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유대인 중심의 영토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을 벌이는 이스라엘의 전쟁은 피해자의 이름으로 가해자가 되고있는 무섭고 잔혹한 일들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는지 암시하는 서늘한 증거입니다. 여성인권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고정된 피해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성찰과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해서 제기합니다. 능력주의가 팽배하고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피해자에게 이입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겨야 하며 돈은 많아야 하고 뒤쳐져선 안되는 신자유주의 사회는 아주 쉽게 연결과 돌봄, 연대의 가치를 잊게 합니다. 모두가 지는 싸움입니다.
우리는 다시, 또 매일 어떻게 인간다움을 세우고 자기다움의 조건을 만들 수 있을까요. 노동자 탄압하는 나쁜 기업 불매하기, 친구와의 대화에서 약자 입장에 서기,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에 관심을 갖기, 오늘 같은 집회나 행동의 공간에 참여하기, 할 수 있는 방법을 기꺼이 찾아가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실천들을 감당하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간다 믿고 있습니다.
올초 국회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법률 개정안이 공포되었습니다. 이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신문, 방송에 유포하는 경우 처벌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 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투쟁과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꺾이고 지칠 지언정 변화는 가능하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성폭력 피해자의 입증이 강조된 법을 개정하기 위한 비동의 강간죄 개정, 공개적 모욕과 차별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 폭력과 혐오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 민우회도 앞으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1] 권정선(돌멩이)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반갑습니다. 오늘 이 뜨거운 태양 아래,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어깨를 걸고 계신 시민 여러분, 그리고 학생 여러분, 저는 춘천에서 온 권정선입니다. 저는 오늘, 지난 2025년 11월 24일 춘천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벌어진 참담한 반인륜적 행태를 고발하고,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거대한 위기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해 겨울의 문턱에서, 춘천여고 앞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극우 단체의 집회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배륜적 폭력이었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대국민 사기’라 왜곡한 것도 모자라,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여고생들을 향해 “너희도 졸업하면 매춘부가 되라는 거냐”며 직접적인 모욕과 성희롱성 혐오 발언을 퍼부었습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향한 잔인한 정서적 학대이자 폭력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참담한 사건이 단지 한 극우 단체의 돌출 행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혐오와 조롱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기보다 조롱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끝없이 혐오하는 문화에 중독되어 가고 있습니다. 약자를 짓밟고,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적 비극마저 조롱의 유희로 삼는 행태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독버섯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혐오와 조롱이 상식이 된 사회에 미래가 있겠습니까?
불의와 혐오를 보고도 침묵하는 사회, 상식 이하의 폭력에 대항해 사회적 자정 작용을 하지 못하는 공동체는 결국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며 쉽게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증오만 남은 사회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안이한 행정 편의주의로 춘천의 학교 앞이 혐오로 더럽혀졌을 때, 춘천의 19개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 교사들이 분노하며 일어섰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공동체의 자정 능력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저항이었습니다.
그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악을 쓰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공동체의 기억을 지우고,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을 마비시켜 혐오를 지배적인 문화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확성기로 역사를 왜곡하고 조롱을 쏟아내도, 바위에 새겨진 진실은 지워지지 않으며 우리 아이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부끄러운 민낯은 우리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7월 15일, 우리가 모인 이 자리가 바로 우리 사회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자정 작용’의 현장입니다. 우리는 학교 앞을 더럽혔던 혐오의 안개를 걷어내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안전한 미래를 지켜낼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불법 집회 수사가 엄중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합시다. 나아가 학교 주변이 혐오 시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우리 사회가 혐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끝까지 한목소리로 외칩시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동체의 상식을 회복하는 이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2] 돌콩 (민우회 소모임 <수박과 올리브> 참여회원)
안녕하세요, 민우회 회원 돌콩입니다. 저는 민우회에서 운영하는 소모임 중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모임인 <수박과 올리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서 오늘의 사회자인 헤다님을 만나,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3~4년 전 처음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의 아픔을 알게 되었고 여러 책들과 집회 참여로 공부해가면서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의 현재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시기의 한국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영토는 물론이요, 나라의 상징도 빼앗기며 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까지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두 권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읽어보려 합니다. 한 권은 아다니아 쉬블리라는 팔레스타인 작가의 <사소한 일>이라는 소설이고요, 다른 한 권은 김숨 작가의 <간단후쿠>입니다. 이 자리에 서서 제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는데, 국가간의 폭력이 여성 개개인에게 어떤 폭력으로 다가오는지,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함께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소한 일> 1부의 끝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구덩이 파기는 거의 완벽한 침묵 속에서 계속되었다. 들리는 거라곤 삽을 들어 올려 모래를 내던질 때 긁히는 소리뿐이었다. 진지에 남은 병사들이 내는 소리는 몇 개의 언덕을 넘느라고 선명성을 잃고 희미한 중얼거림이 되어 있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찢었다. 소녀가 도망가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다 모래 위로 쓰러지고, 이어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드리웠다. 그녀의 머리에서 모래 위로 피가 쏟아졌다. 오후의 햇살이 모래 색깔과 한가지인 그녀의 벗은 엉덩이에 모이는 동안 모래는 쉬지 않고 그녀의 피를 빨아들였다. 그는 구덩이를 파고 있던 보초병과 그 곁에 서 있던 부관과 운전병을 뒤로하고 차로 돌아갔다. 잠시 후 운전병이 돌아왔을 때, 그는 몸을 떨고 있었다. 운전병은 소녀가 죽지 않은 것 같다고, 그냥 놔두고 갈 수는 없다고, 확인 사살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자가 끊어질 듯한 통증에 마비된 채 계속 몸을 떨었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움직여, 그렇게 실행하라는 명령을 부관에게 전하라고 운전병에게 말했다. 잠시 후 여섯 발의 총성이 허공에 울려 퍼졌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1949년 8월 13일 아침이었다.
다음으로 <간단후쿠>에서 뻐꾸기 꼭지 중 일부를 읽겠습니다. 오토상이 우리에게 한 약속은 한 가지다. 전쟁에서 이기면 우리를 집에 보내 주겠다는 약속이다. 그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전쟁에서 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레이코 언니가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오토상의 방으로 간다. ”뻐꾹뻐꾹 뻐꾹 전쟁에서 지면 뻐꾹?“ ”너희가 봉사를 게을리해서 군인들이 전쟁에서 진 거니까 너희 전부 총으로 탕 탕 쏴서 죽인다.“ ”뻐꾹 뻐꾹뻐꾹 뻐꾹뻐꾹뻐꾹뻐꾹“ 레이코 언니의 딸꾹질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여성 포로를 두고 강간하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인 여성을 강간하는 것이 마치 그들의 하나님이 주신 의무인 것처럼요. 그 상황을 보고 있으면 ‘천황이 주신 하사품‘이라며 어린 여성들을 성노예로 부린 사람들이 생각 납니다. 어린 소녀들을 다른 일로 불러다 죄 팔아먹어버린 사람들도 생각납니다.
전쟁이라는 이름을 앞세워서 모든 것이 전쟁 범죄로만 뭉뚱그려서 생각되지 않길 바랍니다. 전쟁 하에 벌어질 수 있는 일 중 하나로만, 작은 일로만 생각되지 않길 바랍니다. 성노예 문제는 국가간의 폭력을 넘어 개인간의 폭력이기도 하며 국가의 개인에 대한 폭력이기도 합니다. 한•일 정부는 해결 방안을 하루 빨리 내놓길 바라며, 피해자분들께 평화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3] 박한희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의 공동대표 박한희입니다. 오늘 수요시위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평화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여름 무지개행동 깃발을 들고 수요시위에 함께 했었습니다. 뜨거운 햇살보다 괴로웠던 것이 극우단체들의 혐오선동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모욕하고 차별과 증오를 조정하는 이들이 어떠한 제지도 없이 이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년 간 계속되오던 극우집회가 위안부피해자보호법 개정안 통과 후 중단된지 약 5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로써 그간 극심했던 혐오의 문제는 모두 해소된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가시적인 혐오집회는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를 부정해 온 혐오의 근본적 토양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토양에서 자라난 혐오는 최근 5. 18. 항쟁을 조롱한 배재고 야구부 사건,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곳곳을 뒤덮었던 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과 같이 대상을 옮겨 다니면서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특정 개인, 단체만을 표적으로 하여 처벌을 강화하는 법제도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당장의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잡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합니다. 왜 혐오가 잘못된 것인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5.18. 민주항쟁 유가족,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지금도 겪고 있는 모욕과 조롱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사회가 제대로 이해하고 피해자들이 힘을 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한 혐오의 뿌리는 결코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혐오에 대한 대처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직접적으로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국가와 지자체에 평등실현 의무를 지우고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함으로써, 혐오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차별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2007년 처음 차별금지법이 논의될 때 제정이 되었다면 그리하여 평등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실현되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더 늦으면 안 됩니다. 혐오와 차별을 막고 모든 사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이 누군가를 나중으로 미루는 혐오에 막혀 가로막히는 이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때로는 혐오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1761차,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온 변화들 역시 기억합니다. 서로가 연대를 하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낸 덕분에 만들어 온 변화였습니다. 그 용기에 성소수자 시민들도 연대하며 모든 혐오에 맞서고 역사 정의와 평등이 실현되는 그 날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호 외치겠습니다. 혐오를 넘어 / 평등으로 / 차별금지법 / 제정하라! |
(▲사진 [17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만난 '평화의 소녀상' ⓒ 한국여성민우회)
17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 일시: 2026년 7월 15일 (수) 낮 12시
○ 장소: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
○ 진행
사회: 헤다 (한국여성민우회)
- 권정선(돌멩이)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 돌콩 (한국여성민우회 소모임 <수박과 올리브> 참여회원
- 박한희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 나눔의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청소년영어아카데미 1기
※ 주최 |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 주관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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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혐오와 폭력은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우리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팔레스타인 민중, 성소수자와 함께 저항한다!
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미국은 트럼프 정권 이후 군사 공격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독일 극우 정당(독일을 위한 대안 AfD)은 얼마 전 100년 전 나치당과 같은 날 전당대회를 열었다. 전 세계가 전쟁의 참상과 고통에 공감하며 인권과 민주주의 질서를 세우고자 했던 노력도 잠시, 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이들은 거리낌없이 더 노골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인권을 파괴하는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폭력도 불사하는 극우 정서와 파시즘의 씨앗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1992년 1월 8일 수요시위를 시작한 이래 34년이 흘렀다. 긴 시간 동안 인권과 평화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고 싸워온 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이 시행되고, 지난 2월에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지난 7일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모욕한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의 보석 청구가 기각되었다. 하지만 역사를 왜곡하며 피해자를 모욕하고 조롱을 일삼는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뿐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과 같은 국가 폭력 피해자, 세월호·이태원 참사 피해자, 외국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며 결속을 다지고 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특혜를 누리는 존재’로, 혐오와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은 ‘피해자’로 둔갑시킨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러한 혐오와 차별로부터 사회의 소수자를 보호하고 더 큰 폭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혐오와 차별의 씨앗이 구체적인 폭력으로 자라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단호히 선 긋기가 필요하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생존자, 팔레스타인 민중, 성소수자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지만 폭력의 구조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투쟁하는 우리는 서로 다른 폭력에 맞서는 이들이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기억하며 일본 정부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요구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해방을 위해, 성소수자가 마주하는 일상의 폭력에 맞서 함께 저항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성소수자,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생존자가 말한다!
당신의 혐오는 우리의 존재를 지울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해방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투쟁!'
2026년 7월 15일
17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참가자와 한국여성민우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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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7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연대발언으로 함께 해주신 권정선(돌멩이)님, 돌콩님, 박한희님, 나눔의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청소년영어아카데미 1기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 ⓒ 한국여성민우회)
[주관단체 인사]
김희영(꼬깜)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반갑습니다. 이번 1761차 수요시위를 주최하게 된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역할 맡고 있는 꼬깜입니다. 너무 습하고 비도 오는 날씨에도 함께해주신 정의연 활동가와 회원분들, 연대단체 분들, 그리고 참여자분들게 연대의 인사를 나눕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987년 창립해 39년이 된 여성단체입니다. 민우회는 이야기가, 삶이 곧 운동이 되는 곳이라는 슬로건 속에서 일상에서의 차별의 의제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꿔내 성평등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1992년에 시작된 수요시위가 벌써 1700차를 넘겼습니다. 33년간 매주 이 곳에서 수요일에 시위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 2일은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인종학살이 이루어진 지 천일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유대인 중심의 영토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을 벌이는 이스라엘의 전쟁은 피해자의 이름으로 가해자가 되고있는 무섭고 잔혹한 일들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는지 암시하는 서늘한 증거입니다. 여성인권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고정된 피해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성찰과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해서 제기합니다. 능력주의가 팽배하고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피해자에게 이입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겨야 하며 돈은 많아야 하고 뒤쳐져선 안되는 신자유주의 사회는 아주 쉽게 연결과 돌봄, 연대의 가치를 잊게 합니다. 모두가 지는 싸움입니다.
우리는 다시, 또 매일 어떻게 인간다움을 세우고 자기다움의 조건을 만들 수 있을까요. 노동자 탄압하는 나쁜 기업 불매하기, 친구와의 대화에서 약자 입장에 서기,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에 관심을 갖기, 오늘 같은 집회나 행동의 공간에 참여하기, 할 수 있는 방법을 기꺼이 찾아가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실천들을 감당하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간다 믿고 있습니다.
올초 국회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법률 개정안이 공포되었습니다. 이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신문, 방송에 유포하는 경우 처벌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 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투쟁과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꺾이고 지칠 지언정 변화는 가능하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성폭력 피해자의 입증이 강조된 법을 개정하기 위한 비동의 강간죄 개정, 공개적 모욕과 차별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 폭력과 혐오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 민우회도 앞으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1]
권정선(돌멩이)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그해 겨울의 문턱에서, 춘천여고 앞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극우 단체의 집회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배륜적 폭력이었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대국민 사기’라 왜곡한 것도 모자라,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여고생들을 향해 “너희도 졸업하면 매춘부가 되라는 거냐”며 직접적인 모욕과 성희롱성 혐오 발언을 퍼부었습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향한 잔인한 정서적 학대이자 폭력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참담한 사건이 단지 한 극우 단체의 돌출 행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혐오와 조롱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기보다 조롱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끝없이 혐오하는 문화에 중독되어 가고 있습니다. 약자를 짓밟고,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적 비극마저 조롱의 유희로 삼는 행태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독버섯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혐오와 조롱이 상식이 된 사회에 미래가 있겠습니까?
불의와 혐오를 보고도 침묵하는 사회, 상식 이하의 폭력에 대항해 사회적 자정 작용을 하지 못하는 공동체는 결국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며 쉽게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증오만 남은 사회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안이한 행정 편의주의로 춘천의 학교 앞이 혐오로 더럽혀졌을 때, 춘천의 19개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 교사들이 분노하며 일어섰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공동체의 자정 능력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저항이었습니다.
그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악을 쓰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공동체의 기억을 지우고,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을 마비시켜 혐오를 지배적인 문화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확성기로 역사를 왜곡하고 조롱을 쏟아내도, 바위에 새겨진 진실은 지워지지 않으며 우리 아이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부끄러운 민낯은 우리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7월 15일, 우리가 모인 이 자리가 바로 우리 사회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자정 작용’의 현장입니다. 우리는 학교 앞을 더럽혔던 혐오의 안개를 걷어내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안전한 미래를 지켜낼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불법 집회 수사가 엄중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합시다. 나아가 학교 주변이 혐오 시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우리 사회가 혐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끝까지 한목소리로 외칩시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동체의 상식을 회복하는 이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2]
돌콩 (민우회 소모임 <수박과 올리브> 참여회원)
저는 오늘 두 권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읽어보려 합니다. 한 권은 아다니아 쉬블리라는 팔레스타인 작가의 <사소한 일>이라는 소설이고요, 다른 한 권은 김숨 작가의 <간단후쿠>입니다. 이 자리에 서서 제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는데, 국가간의 폭력이 여성 개개인에게 어떤 폭력으로 다가오는지,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함께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소한 일> 1부의 끝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구덩이 파기는 거의 완벽한 침묵 속에서 계속되었다. 들리는 거라곤 삽을 들어 올려 모래를 내던질 때 긁히는 소리뿐이었다. 진지에 남은 병사들이 내는 소리는 몇 개의 언덕을 넘느라고 선명성을 잃고 희미한 중얼거림이 되어 있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찢었다. 소녀가 도망가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다 모래 위로 쓰러지고, 이어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드리웠다.
그녀의 머리에서 모래 위로 피가 쏟아졌다. 오후의 햇살이 모래 색깔과 한가지인 그녀의 벗은 엉덩이에 모이는 동안 모래는 쉬지 않고 그녀의 피를 빨아들였다.
그는 구덩이를 파고 있던 보초병과 그 곁에 서 있던 부관과 운전병을 뒤로하고 차로 돌아갔다. 잠시 후 운전병이 돌아왔을 때, 그는 몸을 떨고 있었다. 운전병은 소녀가 죽지 않은 것 같다고, 그냥 놔두고 갈 수는 없다고, 확인 사살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자가 끊어질 듯한 통증에 마비된 채 계속 몸을 떨었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움직여, 그렇게 실행하라는 명령을 부관에게 전하라고 운전병에게 말했다. 잠시 후 여섯 발의 총성이 허공에 울려 퍼졌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1949년 8월 13일 아침이었다.
다음으로 <간단후쿠>에서 뻐꾸기 꼭지 중 일부를 읽겠습니다.
오토상이 우리에게 한 약속은 한 가지다. 전쟁에서 이기면 우리를 집에 보내 주겠다는 약속이다. 그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전쟁에서 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레이코 언니가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오토상의 방으로 간다.
”뻐꾹뻐꾹 뻐꾹 전쟁에서 지면 뻐꾹?“
”너희가 봉사를 게을리해서 군인들이 전쟁에서 진 거니까 너희 전부 총으로 탕 탕 쏴서 죽인다.“
”뻐꾹 뻐꾹뻐꾹 뻐꾹뻐꾹뻐꾹뻐꾹“
레이코 언니의 딸꾹질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여성 포로를 두고 강간하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인 여성을 강간하는 것이 마치 그들의 하나님이 주신 의무인 것처럼요. 그 상황을 보고 있으면 ‘천황이 주신 하사품‘이라며 어린 여성들을 성노예로 부린 사람들이 생각 납니다. 어린 소녀들을 다른 일로 불러다 죄 팔아먹어버린 사람들도 생각납니다.
전쟁이라는 이름을 앞세워서 모든 것이 전쟁 범죄로만 뭉뚱그려서 생각되지 않길 바랍니다. 전쟁 하에 벌어질 수 있는 일 중 하나로만, 작은 일로만 생각되지 않길 바랍니다. 성노예 문제는 국가간의 폭력을 넘어 개인간의 폭력이기도 하며 국가의 개인에 대한 폭력이기도 합니다. 한•일 정부는 해결 방안을 하루 빨리 내놓길 바라며, 피해자분들께 평화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 3]
박한희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의 공동대표 박한희입니다. 오늘 수요시위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평화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여름 무지개행동 깃발을 들고 수요시위에 함께 했었습니다. 뜨거운 햇살보다 괴로웠던 것이 극우단체들의 혐오선동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모욕하고 차별과 증오를 조정하는 이들이 어떠한 제지도 없이 이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년 간 계속되오던 극우집회가 위안부피해자보호법 개정안 통과 후 중단된지 약 5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로써 그간 극심했던 혐오의 문제는 모두 해소된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가시적인 혐오집회는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를 부정해 온 혐오의 근본적 토양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토양에서 자라난 혐오는 최근 5. 18. 항쟁을 조롱한 배재고 야구부 사건,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곳곳을 뒤덮었던 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과 같이 대상을 옮겨 다니면서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특정 개인, 단체만을 표적으로 하여 처벌을 강화하는 법제도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당장의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잡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합니다. 왜 혐오가 잘못된 것인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5.18. 민주항쟁 유가족,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지금도 겪고 있는 모욕과 조롱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사회가 제대로 이해하고 피해자들이 힘을 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한 혐오의 뿌리는 결코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혐오에 대한 대처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직접적으로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국가와 지자체에 평등실현 의무를 지우고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함으로써, 혐오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차별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2007년 처음 차별금지법이 논의될 때 제정이 되었다면 그리하여 평등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실현되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더 늦으면 안 됩니다. 혐오와 차별을 막고 모든 사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이 누군가를 나중으로 미루는 혐오에 막혀 가로막히는 이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때로는 혐오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1761차,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온 변화들 역시 기억합니다. 서로가 연대를 하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낸 덕분에 만들어 온 변화였습니다. 그 용기에 성소수자 시민들도 연대하며 모든 혐오에 맞서고 역사 정의와 평등이 실현되는 그 날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호 외치겠습니다.
혐오를 넘어 / 평등으로 / 차별금지법 /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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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 한국 정부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 한일 정부는 역사 왜곡 중단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
✊ 한국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라!
(▲사진 [17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여는 민우회 활동가들의 <바위처럼>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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