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사상검증 규탄 기자회견〉
서초경찰서는 성차별적 풍토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수사를 진행하라!
지난해 넥슨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집게손가락’을 그렸다고 지목된 여성 노동자가 개인신상 유포, 성희롱 발언 등 심각한 피해를 받았다. 이후 피해자가 해당 장면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피해자를 향한 괴롭힘은 이어졌다. 피해자가 SNS를 통해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이 괴롭힘의 표적이 된 이유였다. 이에 피해자는 부당한 피해를 입은 것을 바로잡고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모욕 등으로 고소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7월 24일, 서초경찰서는 피해자가 고소한 41건의 사건을 모조리 불송치 결정하였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 내용은 피해자를 괴롭히던 이들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불송치 이유의 가장 첫 머리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고 밝혔다. 넥슨을 비롯하여 GS 리테일, 최근 르노코리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적 표시라는 억지주장에 굴복하여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을 내려왔다. “현재의 풍토”는 기업의 성차별적인 결정이 축적된 결과이다. 이러한 부정의가 사회문화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이 바로 공권력의 역할이다.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비난, 욕설, 신변의 위협 등을 받는 시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경찰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이 ‘정당’하다는 경찰은 그 책임과 의무를 적극적으로 방기한 셈이다.
또, 경찰은 "피고소인들이 극렬한 페미니스트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불송치 사유를 밝혔다. 피해자가 경험한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성차별주의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경찰을 비롯한 성차별주의자의 머릿속 “극렬한 페미니스트”는 과연 누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극렬한 페미니스트"가 '집게손가락' 표시를 몰래 집어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성차별주의자의 음모론이다. 그런데 기업은 물론 이제는 경찰까지도 이들의 음모론을 경찰 조직의 논리로 수용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이르렀다.
불행 중 다행히도 어제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안을 각하 결정한 것에 대해 미흡함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재수사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서초경찰서는 한 언론을 통해 “(피해자의 회사가) 오해를 받게끔 대응이 이뤄져 사람들이 의견을 표명한 것"이고 “명예훼손 (무죄) 사건을 보면 (피해자가) 자초한 점이 있다는 판례가 많다”며 전형적인 피해자 탓하기 태도를 보였다. 재수사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분노와 함께 걱정과 우려가 먼저 앞서는 이유다. 제대로 된 재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수사 과정의 미흡함 뿐만 아니라, 그 미흡함을 스스로 초래하게 된 배경인 성차별적 관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진행될 재수사가 성평등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사항을 서초경찰서에 요구한다.
하나. 서초경찰서는 미흡한 수사와 2차 가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공정한 재수사를 진행할 것을 약속하라.
하나. 서초경찰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성차별적 관점이 개입된 경위를 명확히 조사하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라.
하나. 경찰과 검찰은 성차별적 사건 처리에 있어 성평등 관점으로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2024. 8. 8.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과 서초서의 성차별적 인식에 분노하는
70개의 단체, 1,977명의 시민
〈발언문 전문〉
[발언1] 페미니즘 사상검증 피해자 발언(대독) - 범유경 변호사(피해자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안녕하십니까, 넥슨 집게손가락 사태로 인해 사이버불링을 당한 피해자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덕수의 범유경 변호사입니다. 일단 궂은 날씨에도 기꺼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주신 기자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피해자의 입장문부터 대독하겠습니다.
우선 이곳에 모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불송치 결정이 난 후부터 지금까지 암담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받아들여지면 제 뒤에 나올 피해자분들은 더욱 힘들어지실 겁니다. 그러니
슬퍼하고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제 대리인이신 범유경 변호사님과 한국게임소비자 협회 분들께서 언론과 연결해 주시고 머리를 맞대 같이 싸워주셨습니다. 기사가 나가니 더 많은 분이 연대에 참가해주셨습니다. 저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못 했을 일입니다. 성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모든 페미니스트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댓서 드림
[발언2] 서초경찰서 불송치 결정의 법적 문제 - 범유경 변호사(피해자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다음으로는 고소대리인으로서 이번 불송치결정의 문제점에 관하여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불송치 결정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 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이다.” 일단 이 문장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집게 손가락 동작이 금기시되는 것이 풍토라고 해서 그러한 금기가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금기라면 수사기관이 그 금기에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한 금기라 할지라도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 각종 범죄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처벌되어야 합니다.
불송치 이유는 이어서 피해자가 그림 담당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되기는 하지만 고소인 소속 회사가 사과문을 게시한 바 있고, 고소인이 예전에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트윗을 게시한 사실이 있으므로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쓰고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혐의에 관해서 이런 판단이 필요했는지 적혀 있지 않아서 불분명하나, 명예훼손에 관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은 허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논리적 귀결’이 있었으니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더라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는 처벌이 가능합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이 그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해 인식이 없었을 때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고소 과정에서 허위 인식이 없다는 점이 드러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라도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불송치 결정 이유에서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나아가 경찰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피의자들의 위와 같은 글은 전체적으로 고소인 등 특정 인물이 아니라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견 표명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일단 이 부분에서 의견 표명에 불과해서 명예훼손이 안 된다는 것인 지, 다소 무례한 표현에 불과해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관해서 서술된 불송치 이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특정성과 관련해서, 피해자를 지목해서 온갖 비난이 섞인 게시글과 댓글들이 올라왔고 저희가 고소 대상으로 삼은 댓글들은 그런 맥락에서 쓰인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피해자 개인을 특정하지 않는다고 보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불송치 결정서에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자세한 이유는 부재합니다.
그리고 피의자들의 행위가 ‘일부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비판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극렬한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밝히지도 않은 피해자에 대한 비판이 논리적인 귀결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불송치 이유는 내부적으로도 모순이 있는 것 입니다.
또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신상유포의 처벌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이 불송치 이유에는 스토킹처벌법위반에 관한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끝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에 관해 보자면 수사14팀은 트위터에 ‘협조’ 요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협조요청을 하였으나 트위터가 응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수사기관의 결단에는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로서는 트위터의 약관 등으로 파고들 방법을 강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의 실익이 없다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고소인은 하지도 않은 일로 인해서 너무나 많은 무차별한 공격을 당했습니다. 고소인이 고소를 결심한 이후부터 많은 언론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후속보도를 하겠노라 해주셨지만, 저희는 그간 모두 거절해 왔습니다. 그것은 경찰이 공정하고 엄정한 태도를 견지하고 수사를 성실히 하여주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공적인 절차를 통해서 엄정한 처벌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언론과 여론에 수사 상황을 알릴 생각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수사14팀은 고소인조사 당시에 고소자료를 보충해달라, 의견서를 추가로 내달라, 서둘러줘야 영장을 빨리 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성실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이 불송치 결정서를 받아들었을 때 저희의 심정은 참담했습니다. 경찰의 성실함을 믿었기 때문에 더욱 참담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성실한 수사를 하여주시고, 수사의 결과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십시오. 절망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성실히 수사하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을 때에도 여전히 불송치일 수밖에 없다면, 그 점을 설명해주십시오. 단순히 대한민국에 금기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이유가 아니라, 각각의 모욕과 명예훼손, 신상유포, 통신매체이용음란에 관한 판단을 원합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3] 페미니즘에 대한 경찰의 왜곡된 관점 비판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경악할 수 밖에 없는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오류로 가득찬 수사결과를 규탄한다!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서초경찰서가 넥슨사건 피해자에게 보낸 불송치 판단에 많은 시민들은 거대한 분노를 표출하였습니다. 저 역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온몸의 떨림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수사결과 통지서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찰이 작성한 공문서라기 보다는 혐오 댓글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지독한 성차별 편향과 페미니즘에 대한 오류로 가득찬 2차 가해였습니다. 도저히 경찰이 작성한 공문서라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불송치 사유로 밝힌 내용 중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는 일부 여성혐오자들의 주장을 사회질서로 수용하는 몹시도 위험한 발언입니다. 이들의 반사회적 주장과 행위를 규제하기는 커녕 이를 여과없이 수용하여 풍토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집게 손가락은 누구나 일상적으로 취하는 손동작입니다. 집게 손가락만 나오면 남성혐오 음모라는 억지 주장을 하는 이들의 목적은 실상은 여성혐오에 있습니다. 이는 이번 넥슨 사건으로도 잘 드러납니다. 실제 그림의 작화자인 남성은 공격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엉뚱하게도 sns 상에서 페미니즘에 동조한 여성 피해자를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입다. 이는 명백한 혐오범죄임에도 경찰은 이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고소인 또한 이전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트위터 글을 게시한 사실 있는 바,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보인다”는 문장 또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자들이 작성한 댓글은 비판이 아닌 욕설이었습니다. sns에 올린 페미니스트에 대한 동조가 그 욕설을 들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라는 것입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것이 논리적 귀결이라는 공문서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미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이 나온 바 있습니다. 결정문은 ‘역사적, 구조적 차별을 받아온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켜 평등한 사회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본래적 의미를 고려할 때, 피해자들의 행위나 활동이 사회 상규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것이 아닌 한, 페미니즘과 관련한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것을 이유로 온라인 상에서 괴롭힘 및 혐오 대상이 되고 다수의 집단 행동에 의해 사실상 직업 수행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므로 법령, 제도,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결정문조차 참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직무유기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번 서초경찰서에서 발송한 수사결과통지서는 그 자체로 수사해야 할 사건이자 만행입니다. 이러한 공문서가 작성된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행히 많은 시민들의 반발에 서초경찰서는 재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분명 이 사건 뒤에는 경찰 내부의 부족한 성평등 인식과 성차별 편향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깨달아야만 합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질서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기준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찰을 어떻게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이후로 대한민국 경찰이 혐오의 수호자가 아닌 민중의 지팡이로 제대로 역할할 것을 요구하는 바 입니다. 우리는 재수사가 성평등 관점으로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감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4] 서초경찰서 불송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인권을 짓밟은 서초경찰서의 불송치를 규탄한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김유리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서초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은 우리사회에 깊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습니다. 이에 서초서는 미흡함을 인정하고 재수사를 진행하겠다 밝혔습니다. 이는 환영할만한 소식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론과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성차별 사건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받았을지 걱정됩니다. 그리고 현재 경찰의 태도와 시스템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재수사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서초서의 수사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고, 이번 일로 피해자들이 겪게 될 문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서초서가 밝힌 불송치 이유는 잘못된 성폭력 통념과 너무도 닮아있습니다. 가해자의 범죄는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으로 가벼이 여기고, 피해자의 말은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경찰이 성인지 감수성을 기반으로 피해자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채 수사했음을 보여줍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여성을 향한 구조적 폭력과 성차별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성폭력 사건과 같이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초서는 그동안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의 전반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도 없을뿐더러, 피해자들이 왜 한순간 온라인상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어 일상이 파괴되고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는지에 충분한 사정 또한 고려하거나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수사결과 통지서는 경찰로서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충 만들어낸 문서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수사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공조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건을 가벼이 여기고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으로 인한 피해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넘어 개인의 신념이나 사상,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 여성을 향한 폭력행위이자 여성의 인권침해, 차별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수사의 실익을 없앤 것은 서초서 스스로의 결정일 뿐 이 또한 불송치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서초서의 형식적인 사건처리 방식이 온라인상의 폭력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여 더 많은 여성의 희생을 만들어낼 것 같아 매우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위축된 피해자들은 더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채 매일매일 두려움 속에서 일상을 보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것이며, 더는 경찰과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기에 사적 보복이나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선택할까 우려됩니다.
우리는 경찰의 무책임한 결정이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겨주었는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의 부당한 결정에 맞서 계속 싸울 것입니다. 또한, 서초서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공정한 재조사를 통해 과오를 바로잡을 때 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서초서가 경찰의 의무를 잊지 않고 성평등 관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수사를 하기를 요구하며 발언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 규탄 기자회견〉
서초경찰서는 성차별적 풍토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수사를 진행하라!
지난해 넥슨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집게손가락’을 그렸다고 지목된 여성 노동자가 개인신상 유포, 성희롱 발언 등 심각한 피해를 받았다. 이후 피해자가 해당 장면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피해자를 향한 괴롭힘은 이어졌다. 피해자가 SNS를 통해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이 괴롭힘의 표적이 된 이유였다. 이에 피해자는 부당한 피해를 입은 것을 바로잡고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모욕 등으로 고소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7월 24일, 서초경찰서는 피해자가 고소한 41건의 사건을 모조리 불송치 결정하였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 내용은 피해자를 괴롭히던 이들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불송치 이유의 가장 첫 머리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고 밝혔다. 넥슨을 비롯하여 GS 리테일, 최근 르노코리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적 표시라는 억지주장에 굴복하여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을 내려왔다. “현재의 풍토”는 기업의 성차별적인 결정이 축적된 결과이다. 이러한 부정의가 사회문화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이 바로 공권력의 역할이다.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비난, 욕설, 신변의 위협 등을 받는 시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경찰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이 ‘정당’하다는 경찰은 그 책임과 의무를 적극적으로 방기한 셈이다.
또, 경찰은 "피고소인들이 극렬한 페미니스트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불송치 사유를 밝혔다. 피해자가 경험한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성차별주의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경찰을 비롯한 성차별주의자의 머릿속 “극렬한 페미니스트”는 과연 누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극렬한 페미니스트"가 '집게손가락' 표시를 몰래 집어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성차별주의자의 음모론이다. 그런데 기업은 물론 이제는 경찰까지도 이들의 음모론을 경찰 조직의 논리로 수용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이르렀다.
불행 중 다행히도 어제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안을 각하 결정한 것에 대해 미흡함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재수사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서초경찰서는 한 언론을 통해 “(피해자의 회사가) 오해를 받게끔 대응이 이뤄져 사람들이 의견을 표명한 것"이고 “명예훼손 (무죄) 사건을 보면 (피해자가) 자초한 점이 있다는 판례가 많다”며 전형적인 피해자 탓하기 태도를 보였다. 재수사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분노와 함께 걱정과 우려가 먼저 앞서는 이유다. 제대로 된 재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수사 과정의 미흡함 뿐만 아니라, 그 미흡함을 스스로 초래하게 된 배경인 성차별적 관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진행될 재수사가 성평등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사항을 서초경찰서에 요구한다.
하나. 서초경찰서는 미흡한 수사와 2차 가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공정한 재수사를 진행할 것을 약속하라.
하나. 서초경찰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성차별적 관점이 개입된 경위를 명확히 조사하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라.
하나. 경찰과 검찰은 성차별적 사건 처리에 있어 성평등 관점으로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2024. 8. 8.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과 서초서의 성차별적 인식에 분노하는
70개의 단체, 1,977명의 시민
〈발언문 전문〉
[발언1] 페미니즘 사상검증 피해자 발언(대독) - 범유경 변호사(피해자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안녕하십니까, 넥슨 집게손가락 사태로 인해 사이버불링을 당한 피해자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덕수의 범유경 변호사입니다. 일단 궂은 날씨에도 기꺼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주신 기자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피해자의 입장문부터 대독하겠습니다.
우선 이곳에 모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불송치 결정이 난 후부터 지금까지 암담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받아들여지면 제 뒤에 나올 피해자분들은 더욱 힘들어지실 겁니다. 그러니
슬퍼하고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제 대리인이신 범유경 변호사님과 한국게임소비자 협회 분들께서 언론과 연결해 주시고 머리를 맞대 같이 싸워주셨습니다. 기사가 나가니 더 많은 분이 연대에 참가해주셨습니다. 저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못 했을 일입니다. 성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모든 페미니스트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댓서 드림
[발언2] 서초경찰서 불송치 결정의 법적 문제 - 범유경 변호사(피해자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다음으로는 고소대리인으로서 이번 불송치결정의 문제점에 관하여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불송치 결정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 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이다.” 일단 이 문장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집게 손가락 동작이 금기시되는 것이 풍토라고 해서 그러한 금기가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금기라면 수사기관이 그 금기에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한 금기라 할지라도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 각종 범죄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처벌되어야 합니다.
불송치 이유는 이어서 피해자가 그림 담당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되기는 하지만 고소인 소속 회사가 사과문을 게시한 바 있고, 고소인이 예전에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트윗을 게시한 사실이 있으므로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쓰고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혐의에 관해서 이런 판단이 필요했는지 적혀 있지 않아서 불분명하나, 명예훼손에 관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은 허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논리적 귀결’이 있었으니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더라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는 처벌이 가능합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이 그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해 인식이 없었을 때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고소 과정에서 허위 인식이 없다는 점이 드러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라도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불송치 결정 이유에서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나아가 경찰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피의자들의 위와 같은 글은 전체적으로 고소인 등 특정 인물이 아니라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견 표명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일단 이 부분에서 의견 표명에 불과해서 명예훼손이 안 된다는 것인 지, 다소 무례한 표현에 불과해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관해서 서술된 불송치 이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특정성과 관련해서, 피해자를 지목해서 온갖 비난이 섞인 게시글과 댓글들이 올라왔고 저희가 고소 대상으로 삼은 댓글들은 그런 맥락에서 쓰인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피해자 개인을 특정하지 않는다고 보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불송치 결정서에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자세한 이유는 부재합니다.
그리고 피의자들의 행위가 ‘일부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비판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극렬한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밝히지도 않은 피해자에 대한 비판이 논리적인 귀결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불송치 이유는 내부적으로도 모순이 있는 것 입니다.
또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신상유포의 처벌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이 불송치 이유에는 스토킹처벌법위반에 관한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끝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에 관해 보자면 수사14팀은 트위터에 ‘협조’ 요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협조요청을 하였으나 트위터가 응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수사기관의 결단에는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로서는 트위터의 약관 등으로 파고들 방법을 강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의 실익이 없다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고소인은 하지도 않은 일로 인해서 너무나 많은 무차별한 공격을 당했습니다. 고소인이 고소를 결심한 이후부터 많은 언론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후속보도를 하겠노라 해주셨지만, 저희는 그간 모두 거절해 왔습니다. 그것은 경찰이 공정하고 엄정한 태도를 견지하고 수사를 성실히 하여주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공적인 절차를 통해서 엄정한 처벌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언론과 여론에 수사 상황을 알릴 생각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수사14팀은 고소인조사 당시에 고소자료를 보충해달라, 의견서를 추가로 내달라, 서둘러줘야 영장을 빨리 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성실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이 불송치 결정서를 받아들었을 때 저희의 심정은 참담했습니다. 경찰의 성실함을 믿었기 때문에 더욱 참담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성실한 수사를 하여주시고, 수사의 결과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십시오. 절망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성실히 수사하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을 때에도 여전히 불송치일 수밖에 없다면, 그 점을 설명해주십시오. 단순히 대한민국에 금기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이유가 아니라, 각각의 모욕과 명예훼손, 신상유포, 통신매체이용음란에 관한 판단을 원합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3] 페미니즘에 대한 경찰의 왜곡된 관점 비판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경악할 수 밖에 없는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오류로 가득찬 수사결과를 규탄한다!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서초경찰서가 넥슨사건 피해자에게 보낸 불송치 판단에 많은 시민들은 거대한 분노를 표출하였습니다. 저 역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온몸의 떨림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수사결과 통지서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찰이 작성한 공문서라기 보다는 혐오 댓글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지독한 성차별 편향과 페미니즘에 대한 오류로 가득찬 2차 가해였습니다. 도저히 경찰이 작성한 공문서라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불송치 사유로 밝힌 내용 중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는 일부 여성혐오자들의 주장을 사회질서로 수용하는 몹시도 위험한 발언입니다. 이들의 반사회적 주장과 행위를 규제하기는 커녕 이를 여과없이 수용하여 풍토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집게 손가락은 누구나 일상적으로 취하는 손동작입니다. 집게 손가락만 나오면 남성혐오 음모라는 억지 주장을 하는 이들의 목적은 실상은 여성혐오에 있습니다. 이는 이번 넥슨 사건으로도 잘 드러납니다. 실제 그림의 작화자인 남성은 공격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엉뚱하게도 sns 상에서 페미니즘에 동조한 여성 피해자를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입다. 이는 명백한 혐오범죄임에도 경찰은 이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고소인 또한 이전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트위터 글을 게시한 사실 있는 바,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보인다”는 문장 또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자들이 작성한 댓글은 비판이 아닌 욕설이었습니다. sns에 올린 페미니스트에 대한 동조가 그 욕설을 들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라는 것입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것이 논리적 귀결이라는 공문서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미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이 나온 바 있습니다. 결정문은 ‘역사적, 구조적 차별을 받아온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켜 평등한 사회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본래적 의미를 고려할 때, 피해자들의 행위나 활동이 사회 상규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것이 아닌 한, 페미니즘과 관련한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것을 이유로 온라인 상에서 괴롭힘 및 혐오 대상이 되고 다수의 집단 행동에 의해 사실상 직업 수행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므로 법령, 제도,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결정문조차 참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직무유기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번 서초경찰서에서 발송한 수사결과통지서는 그 자체로 수사해야 할 사건이자 만행입니다. 이러한 공문서가 작성된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행히 많은 시민들의 반발에 서초경찰서는 재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분명 이 사건 뒤에는 경찰 내부의 부족한 성평등 인식과 성차별 편향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깨달아야만 합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질서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기준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찰을 어떻게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이후로 대한민국 경찰이 혐오의 수호자가 아닌 민중의 지팡이로 제대로 역할할 것을 요구하는 바 입니다. 우리는 재수사가 성평등 관점으로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감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4] 서초경찰서 불송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인권을 짓밟은 서초경찰서의 불송치를 규탄한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김유리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서초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은 우리사회에 깊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습니다. 이에 서초서는 미흡함을 인정하고 재수사를 진행하겠다 밝혔습니다. 이는 환영할만한 소식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론과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성차별 사건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받았을지 걱정됩니다. 그리고 현재 경찰의 태도와 시스템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재수사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서초서의 수사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고, 이번 일로 피해자들이 겪게 될 문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서초서가 밝힌 불송치 이유는 잘못된 성폭력 통념과 너무도 닮아있습니다. 가해자의 범죄는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으로 가벼이 여기고, 피해자의 말은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경찰이 성인지 감수성을 기반으로 피해자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채 수사했음을 보여줍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여성을 향한 구조적 폭력과 성차별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성폭력 사건과 같이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초서는 그동안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의 전반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도 없을뿐더러, 피해자들이 왜 한순간 온라인상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어 일상이 파괴되고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는지에 충분한 사정 또한 고려하거나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수사결과 통지서는 경찰로서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충 만들어낸 문서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수사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공조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건을 가벼이 여기고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으로 인한 피해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넘어 개인의 신념이나 사상,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 여성을 향한 폭력행위이자 여성의 인권침해, 차별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수사의 실익을 없앤 것은 서초서 스스로의 결정일 뿐 이 또한 불송치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서초서의 형식적인 사건처리 방식이 온라인상의 폭력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여 더 많은 여성의 희생을 만들어낼 것 같아 매우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위축된 피해자들은 더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채 매일매일 두려움 속에서 일상을 보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것이며, 더는 경찰과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기에 사적 보복이나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선택할까 우려됩니다.
우리는 경찰의 무책임한 결정이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겨주었는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의 부당한 결정에 맞서 계속 싸울 것입니다. 또한, 서초서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공정한 재조사를 통해 과오를 바로잡을 때 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서초서가 경찰의 의무를 잊지 않고 성평등 관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수사를 하기를 요구하며 발언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