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건강[기자회견문] 처벌과 낙인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2019-10-04
조회수 15492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 맞이 기자회견>

장소 및 일시: 2019년 9월 27일(금) 오전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 기자회견 진행 순서 ■

사회 및 경과보고
앎(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한국성폭력상담소)

발언
문설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사회진보연대)
노새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한국여성민우회)
김성이 (보건의료연구원, 시민건강연구소)

퍼포먼스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 맞이 기자회견

“처벌과 낙인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어느 덧 6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의 위헌성을 밝히며 임신과 출산, 그에 따른 양육 책임이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필요한 것은 처벌과 낙인이 아닌 권리 보장임을 확실히 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임신과 출산 및 양육의 문제는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차별이나 불평등과도 연관되므로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에 우리는 낙태죄 관련 수사와 기소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그간 법 개정 이전에라도 여성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을 비롯하여 가능한 정책적, 제도적 개선부터 시행해 나갈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여성들의 건강권은 침해되고 있고, 특히 청소년을 비롯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여성들일수록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 환경에서 많은 부작용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국회는 그 무엇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이러한 현실에 손을 놓고만 있을 것인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이하여 전 세계의 여성들과 함께 우리는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 당장, 아래의 요구들을 실현하라!

 

유산유도제 도입을 위한 절차에 즉각 돌입하라

 

우리는 정부에 시급히 유산유도제 도입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상 수술적 방법 외에 약물적 유산 관련 근거 조항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유산유도제 도입을 회피하고만 있다. 그러는 사이 언론에서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유산유도제를 복용하고 부작용을 겪은 여성들의 사례가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유산유도제는 이미 2005년에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전 세계 67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무관심과 책임 방기로 인해 한국의 여성들은 안전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채 건강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가 유산유도제의 공식적인 도입을 검토하고 병원과 약국을 통해 안전한 약물의 제공과 임신중지 전후의 관련 상담, 의료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더 이상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언제까지 미루고만 있을 것인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해 정부는 즉각 나서야 한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의료접근성을 위한 보장 체계를 마련하라

 

우리는 그간 보건복지부에 안전한 임신중지 환경과 접근성 보장을 위한 실태 파악 및 제반의 정책 마련부터 시작할 것을 요구해 왔다. 또한 지난 9월 6일에는 이와 관련된 현재까지의 진행상황과 향후 계획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법의 개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들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약물의 사용과 의료 조치, 임신중지 전후 상담에 관한 최신 프로토콜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전국 어디에서든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질병이나 장애, 연령, 언어, 국적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차별 조건을 개선하고 최선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66년 동안 존속해 온 ‘낙태죄’와 오로지 출산율의 관리에만 관심을 두었던 국가의 인구정책으로 인해 현재까지 임신중지에 관한 상담과 보건의료 체계는 비공식적이고 상당 부분 공백상태에 머물러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법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보건의료, 상담 체계에서는 충분한 접근성과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적인 실태 조사와 함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전달 체계와 보험 적용을 비롯한 구체적인 보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피임접근성과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포괄적 성교육을 확대하라

 

피임 접근성의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은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의 사회에서 떨어질 수 없는 과제이다.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정확한 피임 정보를 알고 필요한 피임 자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단순한 지식 차원을 넘어 성과 사회에 관한 비판적 판단 역량과 상호 존중의 관계, 협상력을 지닐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편협한 정보 전달과 보호주의, 성역할의 강화는 불평등한 성관계와 원치 않는 임신의 위험을 높일 뿐이다. 우리는 임신중지의 비범죄화와 함께 피임접근성의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을 위한 교육, 상담 체계가 마련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정부에 분명히 요구한다.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 전면 비범죄화만이 답이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는 그 위헌성이 분명히 확인되었다.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과 낙인의 시대는 이제 과거의 시간으로 남겨져야 한다. 임신 중의 특정 시기나 사유를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 또한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로막고,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있는 여성들을 더욱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해왔다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확인되어 온 지 오래다. 세계보건기구, 유엔자유권위원회,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아동권리위원회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영국령 맨 섬과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도 처벌의 기준이 아닌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법과 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2020년 12월 이전에 새롭게 개정되어야 할 법의 내용 또한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적 권리, 재생산 권리의 보장을 위한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처벌 기준의 변화가 아니라 처벌과 낙인의 완전한 철폐이다. 우리는 그 목표가 실현되는 날까지 전 세계의 여성들과 계속해서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로,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으로,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안전한 의료접근권 보장과 의료인 교육훈련으로,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피임접근권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으로,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My Abortion My Health!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2019년 9월 27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건강과대안, 노동당, 녹색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과재생산포럼,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탁틴내일, 페미당당, 페미몬스터즈,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자료1]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활동 경과

 

▶ 2017년 9월 28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

▶ 2017년 12월 1일 검은 시위 “그러니까 낙태죄 폐지”

▶ 2018년 5월 24일 ‘낙태죄’ 위헌 소송 공개변론일 기자회견 “낙태죄는 위헌이다!”

▶ 2018년 7월 7일 낙태죄 위헌 판결·폐지 촉구 전국총집중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

▶ 2018년 9월 29일 269명의 시민들과 함께 하는 형법 제269조 ‘낙태죄’ 삭제 퍼포먼스

▶ 2018년 11월 29일~ 2019년 4월 10일 헌법재판소 앞 낙태죄 폐지 촉구 1인 시위

▶ 2019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맞이 기자회견 “낙태죄 폐지! 우리는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 2019년 3월 30일 ‘낙태죄’ 폐지 촉구 대중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위헌 촉구 헌법재판소 앞 각계각층 릴레이 기자회견

▶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 기자회견 및 대중집회

▶ 2019년 4월 12일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소원 결정에 대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입장과 향후 방향 발표 기자간담회

▶ 2019년 4월 15일 [성명] “여성의 기본권 훼손하고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존치시키는 정의당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규탄한다!” -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규탄과 성과재생산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

▶ 2019년 6월 3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보건복지부 간담회

▶ 2019년 6월 20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개 토론회 “낙태죄 폐지, 2라운드!”

▶ 2019년 6월 25일 [성명] “여성의 자기 의사에 따른 모든 임신중지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중단하라!”:대검찰청의 임신기간 12주 이내 임신중지 여성 기소유예 처분 처리기준에 대한 입장

 


 

[자료2] 안전한 임신중지 및 성·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경과 및 계획에 관한 질의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 후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은 여전히 수술적인 방법 밖에는 대안이 없고 그마저도 불법적인 상황에 놓여있어 여성의 건강권과 기본권의 침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민에게 안전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의료인의 최신의료기술 습득과 훈련을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일은 보건복지부의 책무입니다. 그러므로 본 연대체는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이후 필요한 후속조치와 더불어,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후속 과제가 조속히 시행되기를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질의 드립니다.

 

1. <유산유도제 도입> 유산유도제는 현재 67개국에서 FDA 등재되어 사용하고 있는 약물이며, 세계보건기구는 2005년 이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유산유도제 도입 관련 보건복지부의 현재까지의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2. <의료인 교육> 임신중지의 범죄화로 인해 전문 의료인들과 예비 의료인들은 교육·훈련 과정 중 인공임신중절과 전후 관리, 약물의 사용, 정보제공 및 상담 가이드 등에 관한 최신 프로토콜을 교육을 받지 못하여 왔습니다. 향후 의료 현장의 변화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와 최신의 프로토콜 교육이 의료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안전한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의료 현장의 현황과 의료인 교육 현황 파악에 관한 계획 및 보건의료 현장과 관련된 전달체계, 의료인 교육/훈련에 관한 향후 계획을 알려 주십시오.

 

3. <피임접근권 강화>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정확한 피임 실천과 계획임신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피임실천율은 처참할 정도로 낮으며, 그마저도 부정확한 피임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피임정보제공, 사전피임, 사후피임, 피임약물 및 시술에 관한 의료보험 적용 등 피임접근권 강화를 위한 보건복지부의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4.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권 강화> 분만취약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받는 일은 출산뿐만 아니라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높은 수술비용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적정한 진료시기를 놓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신중지 서비스에 관한 보험적용 등을 통한 임신중지 접근권 강화도 요청됩니다. 안전한 출산과 안전한 임신중지 등 성·재생산건강 보장을 위한 의료 인프라 강화 및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권 강화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5. <대체법안발의>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지원 외에도 피임 등 성·재생산건강과 관련한 보건의료지원을 위해서는 모자보건법 14조 외에도 관련 조항들에 대한 개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형법 상의 낙태죄 개정과 연동하여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보건복지부 차원의 모자보건법 개정 혹은 관련 대체입법 계획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6. <직제 개편> 보건복지부의 현재 직제는 인구정책, 아동정책, 출산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임신중지와 피임에 관한 적극적인 지원이 용이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극적인 임신중지 지원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직제 개편에 관한 향후 계획을 알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