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건강「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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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Ⅰ. 배경

 

○ 국내법의 구조에서 임신중단은 형법 제269조에 의해 ‘낙태죄’로 처벌하고,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을 통해 지극히 제한적으로 예외적 사유(본인/배우자가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인 경우, 임신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 등. 배우자 동의 항목 있음)를 정하고 있어 국가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

 

○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3일,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환자에 미치는 중대성 등을 감안하여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처분기준을 상향조정 하는 등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한다는 취지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함.

 

○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은 행정처분 규칙 별표 제2조가목32)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항목에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을 위반하는 인공임신중절술을 한 경우를 포함하여, 이를 시술한 의사는 최대 12개월까지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음.

 

* 근거법령 : 의료법 제65조제1항제6호 및 같은 법 제66조제1항제2호의2호

 

○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와, 개정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술중단”을 하겠다고 선언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태도에 분노한 여성들은 거리에 나와 기자회견과 시위를 열어 “인공임신중절 처벌 강화하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안을 철회”, “형법상 ‘낙태죄’ 폐지”,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음.

 

*참고자료1 : [공동성명]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 인공임신중절 처벌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 입법예고안 철회하고,

형법상의 ‘낙태죄’를 폐지하라! (2개 연대체 및 72개 단체, 개인 연명 3,000명)

 

○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3개 단체가 함께 진행 중인 <여성을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 개정을 위한 청원 서명운동>에 1만7천 여 명의 시민들 참여하였음(10/13~11/2 오후1시 기준). 이는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로 촉발된 사회적 논의가 여성들의 임신중단 결정을 처벌하는 형법상의 ‘낙태죄 ’폐지를 위한 법 개정 요구의 흐름으로 확장된 상황임.

 

참고자료 2 : [서명운동] 여성을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 개정을 위한 청원 서명 (17,880명)

 

 

Ⅱ.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수정의견 및 사유

 

 

현 행

개 정 안

수정의견

위반사항

행정처분

기준

위반사항

행정처분 기준

위반사항 바)항목 삭제

32)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자격

정지

1개월

32)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의학적 타당성 등 구체적 사유 없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등을 사용하는 경우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진료 목적 외로마약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투약한 경우

)진료 중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조제1항 각 호에 열거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수술 예정 의사가 환자의 동의 등 특별한 사유 없이 다른 의사,한의사 또는 치과의사로 하여금 대리하여 수술을 하게한 경우

)변질·변패(變敗오염·손상되었거나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을 위반하여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외의 약물등으로 인하여 진료행위에 영향을 받은 경우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자격정지

12개월

32)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 (유지)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을 위반하여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삭제)

 

)~) (유지)

 

<수정사유>

 

○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따라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포함시키는 것은 그 진료행위의 대상이 되는 여성들을 ‘비도덕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어 여성들이 임신중단을 결정하게 되는 다양한 삶의 맥락과 사회적 조건 등의 이유들을 삭제 시킨 채 ‘무책임하고 문란한’, ‘이기적인 여성’이 ‘몸을 제대로 간수하지 않아’ 비난받아 마땅한 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강화함.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인공임신중절수술 건수는 2005년 34만2,000건, 2011년 16만9,000건에 이름. 한국의 낙태율이 OECD국가 중 최고란 통계는 이제 놀라운 수치가 아닌 실정임. 해외의 낙태합법화의 국가보다 인공임신중절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국내의 낙태율이 더 높은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임. 임신중단에 대한 처벌강화는 결코 출산율 증진으로 이어질 수 없으며,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고,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됨.

○ 현재, ‘낙태’를 처벌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락’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임신중단을 위해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의 안전하지 않은 수술을 받아야만 하고, ‘낙태’사실을 빌미로 한 전 파트너의 관계유지 요구와 금전요구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임. 강간으로 인한 임신인 경우에도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곤란에 처하며, ‘장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아 기를 권리를 제한당하기도 함.

 

○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을 것을 강요받지 않고, 충분한 사회경제적 지원 아래 당사자가 출산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만들어야 하는 정부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명명하며 처벌강화정책을 펼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임. 보건복지부는 처벌강화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임.

 

○ 또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은 단순히 의사에 대한 처벌강화 정책이 아니라 형법 상 ‘낙태죄’로 여성들을 처벌하고 있는 상황과 연결되어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중절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위협함. 산부인과 의사들의 수술 ‘중단 선언’이나 국가의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낙태처벌강화’ 정책에 영향 아래서 안전하게 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계속해서 어려워지게 만드는 이유가 됨. 이는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진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처분기준을 상향조정하려는 입법예고 취지와는 정반대로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임

 

[참고자료]

1. [공동성명]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 인공임신중절 처벌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 입법예고안 철회하고, 형법상의 ‘낙태죄’를 폐지하라!

(2개 연대체 및 72개 단체, 개인 연명 3,000명)

2. [서명운동] 여성을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 개정을 위한 청원 서명 (17,88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