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차별적⋅반인권적⋅시대착오적인 한국은행 보고서 즉각 폐기하라!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부추기는 한국은행 규탄 기자회견
(기자회견 현수막을 앞에 세워두고 참여자 십여명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 일시 및 장소 : 2024. 3. 12(화) 10:00 / 한국은행 앞
○ 주최 :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 프로그램
- 사회 : 전은경 /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
- 발언1 : 최희연 /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 발언2 : 우다야 라이 / 이주노조 위원장
- 발언3 : 전호일 / 민주노총 부위원장
- 발언4 : 강석윤 /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 기자회견문 낭독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몽실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측에 기자회견문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1. 기자회견문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조장하는
한국은행 규탄한다!
한국은행은 차별과 반인권, 반노동으로 시대역행하는 보고서를 즉각 폐기하라
지난 3월 5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돌봄서비스의 가치를 폄훼하면서,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돌봄시장에 유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가정의 돌봄문제 해결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국제기준과 국내법마저 무시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노동시장과 돌봄서비스 모두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질 낮은 돌봄 일자리는 저급한 서비스와 현장의 갈등만을 촉발할 것이다.
이번 일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의 ‘노동’과 ‘돌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해프닝이 아니다. 재작년부터 가사돌봄, 아이돌봄, 노인요양, 병원간병 등 돌봄서비스에 저임금 외국인력을 유입해야 저출생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보고서는 돌봄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돌봄 비용에 있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차별을 두어 노동시장으로 유입한다는 발상은 국제적인 협약과 기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어긋난다. 외국인력의 도입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인권존중이라는 명제 하에, 국민들의 정서와 이민정책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무슨 의도로 책임질 수 없는 논쟁을 제기하고 있는가!
보고서가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돌봄을 위한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연 비용의 절감만이 해법인가? 돌봄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국제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돌봄의 가치 재조명, 관련 산업의 성장, 양질의 서비스 제공, 종사자 처우개선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하이로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현재 돌봄서비스 업종의 노동조건은 열악하고 서비스의 질은 낮고, 민간기관에 대한 관리·통제도 어렵다. 우리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적어도 국책은행이라면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과 사회의 통합, 산업 및 인력정책, 사회서비스의 순기능,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정책 정도는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미적용 등 차별과 착취를 조장하고 돌봄서비스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폄훼, 종사노동자를 무시하는 한국은행을 규탄하다.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부담 완화 보고서’를 즉각 폐기하고, 국책은행으로서 책무를 방기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사과하라. 이후에 행정부가 이 보고서에 근거한 시범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고 총력 대응할 것임을 경고한다.
2024년 3월 12일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민주노총,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단법인 두루, 연구공동체건강과대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행동하는간호사회)
발언문1. 최희연(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지난 5일에 발표한 한국은행의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보고서는 우리를 또다시 경악케 합니다. 2022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출생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국무회의에서 제안하였고, 그 뒤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전제로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가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민의 분노를 샀던 것을 기억하실겁니다.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난 5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하고 고용노동부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에 여성단체는 여성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차별에 눈감고 이주노동자들을 반노동적 환경으로 내모는 시범사업을 규탄하며 가사·돌봄노동을 외주화하지 말고 공적 책임으로 사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는 외면한 채 해당 정책을 뒷받침하듯 대한민국의 국책기관이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해당 보고서를 버젓이 내놓았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차별을 기본으로 돌봄가치를 폄훼하고 국가의 책임은 뒷전이며 돌봄의 공백으로 고통에 빠진 국민들을 자본의 볼모로 삼아야한다는 것을 대놓고 표방하는 편법 꼼수부리기 보고서였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노인, 간병, 육아 등 돌봄서비스에 발생하는 고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돌봄 서비스 이용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양극화가 초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국가의 책임과 역할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돌봄의 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국가가 공공성을 포기하고 시장에 내맡기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사회서비스 고도화전략으로 공공성을 파괴하고 시장에 내맡긴 현 정권이 돌봄서비스의 고비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그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돌봄 노동자들의 부족현상은 저학력, 50~60대 돌봄노동자들의 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 아니라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 고용불안, 성희롱문제를 비롯한 열악한 근로환경이 문제이기에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안 줘도 된다. 차등적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돌봄의 저임금화를 가속화시키며, 돌봄가치를 폄훼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대우 금지 협약'과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2022년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1개 국가(OECD 회원국 26개+비회원국 15개)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다른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는 한 곳도 없습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22개국이 최저임금을 구분 없이 일괄 적용하고 미국, 일본 등 19개국이 직종이나 산업, 연령과 지역별로 구분해 최 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지만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진 않습니다. 차별에 반대하고 인권적 환경을 만들어가야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부끄럽게도 이 보고서는 한국사회를 퇴행의 길로 더욱 치닫게 하고 있습니다. 이 행태를 묵과할 수 없으며 해당 보고서를 폐기하고 한국은행 총장의 사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민우회는) 우리사회에 평등과 인권이 보장되는 돌봄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더욱 더 활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발언문2. 우다야 라이(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
지난 5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발표 내용을 보면 너무나 화가 납니다. 가사, 돌봄 서비스 인력난 해소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데리고 와야 하는데, 개인으로 계약하게 해서 임금을 낮추거나 아니면 고용허가제로 데리고 와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한다는 것입니다. 내국인 돌봄 노동자는 부족하고 노동자는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싶은데 법적으로 정하는 임금은 주고 싶지 않다, 권리 보장 해주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임금을 적게 줘도 되는 것입니까. 한국은행은 국가 이익이라는 이유를 내세워서 돌봄 이주노동자를 희생시키기 위해 차별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현재도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값싸게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 일만 하는 기계 취급, 권리 없는 노예 취급을 하고 있는데 더 심한 고통을 당하라는 것입니까.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장시간 위험한 일을 하고 사업장 변경 자유도 없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플 때 쉬지도 못합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은 성차별 성폭력에 시달리는 등 더욱 취약합니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들이 일 하는 영역을 넓히면서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대로 두고 아예 반값에 일 시키려고 합니까. 이게 민주주의이고 인권입니까. 내국인 돌봄노동자의 처우도 열악한데 여기다 반값 돌봄 이주노동자 도입하면 전체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더 열악하고 비참해질 것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삶과 권리도 중요합니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로 차별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한국 경제와 산업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기여를 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에게 돌아오는것은 차별과 착취, 혐오뿐입니다. 이주노동자도 여기서 일하는 같은 노동자이고 같은 사람, 같은 사회구성원입니다. 이주노동자 도입 역사가 30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차별과 착취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권리 보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제는 이주노동자 차별 정책은 멈춰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방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면 모든 권리 보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노예가 아닙니다.
발언문3.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민주노총 방문돌봄노동자 임금명세서를 분석(2023년)한 결과, 방문요양보호사 월1,258,620원, 장애인활동지원사 1,568,410원, 생활지원사 1,296,111원, 아이돌보미 1,721,886원입니다. 전일제 최저임금 기준액에 비해 30만 원에서 80만 원 적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가 창출한 일자리지만 단시간 최저시급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120만원, 150만원의 임금은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저임금입니다. 게다가 전부 비정규직 계약직입니다. 이러한 일자리에서 어떤 노동자가 버텨내겠습니까?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민간기관에 맡기고 방치하면서 돌봄일자리의 질이 끊임없이 하락해왔습니다.
2025년 이면 대한민국도 65세 이상 노인인구 1천만명(9,938,235명)으로 초고령사회입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일은 무엇입니까? 돌봄노동자를 갈아넣어서 지탱하고 있는 돌봄정책을 혁신해야 합니다. 돌봄서비스의 민영화는 수명이 다됐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에게 돌봄서비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건비를 최저임금으로 고착시키고,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최소의 비용으로 저품질 서비스로 전락된 지 오래입니다.
돌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정부의 책임만 높이면 해결될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도 국가자격인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220만명입니다. 그 분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왜 다른 일자리를 찾아가겠습니까? 돌봄일자리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돌봄일자리의 위기는 정부가 만들었는데 한국은행은 낮은 임금을 더 낮추고, 개별가구의 사적 계약으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돌봄 인력난 수준의 위기가 아닌 사회적 돌봄의 붕괴를 초래할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할 것이 아니라 증세를 하여 돌봄 노동자의 처우개선부터 하십시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돌봄 정책을 재편하고 120만 돌봄노동자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여야 합니다.
발언문4. 강석윤 /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국은행이 한국개발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부담 완화를 시켜 주겠다며 노동법 회피를 위해 개별가구가 사적 계약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 그리고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 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이것은 연구결과가 아니라 오로지 비용 절감을 위해, 국제노동기구의 차별금지협약과 국내법을 피하려는 부끄러운 꼼수에 불과합니다.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외국인 특히, 저성장 국가의 노동자는 저임금을 지불해야 된다, 차별해도 된다! 돌봄노동은 최저임금 이하를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이런 저급한 표현을 입에 올려야합니까!
지금도 약 30만이 넘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 친척들이 생산성이 낮고 최저임금도 주지 말아야 하는 2등 국민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까. 개별가구가 사적으로 계약하는 방식은 근기법상 ‘가사사용인’ 조항을 가져와 악용하는 것입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을 배제한 이래 가사사용인은 각종 노동관계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는 노동관계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가정 내 돌봄노동자가 100만이 넘어가고 있는 시대에 반드시 우선적으로 폐지해야할 조항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법상 중립성과 공공성을 부여받는 국책은행이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한채 차별을 조장하고, 노동시장을 교란하는 편법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공적인 역할을 높여야할 기관들이 국민분열, 차별과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 결국 현장의 노동자들이 오로지 고통받아야 하는 구조가 개탄스럽습니다.
안그래도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돌봄노동자들은 더 저임금에 빠질것입니다. 최저임금법상 내외국인은 구분하지 않지만 ‘업종’은 구분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순차적으로 내국인들에게도 적용될 것입니다. 만약 외국인만 적용한다면 국제협약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저출산 해결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중요한 의제입니다. 현상의 진단은 같지만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결책 제시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돌봄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의 보편적 돌봄권 보장은 동전의 앞뒤와도 같습니다.
돌봄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돌봄노동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황당한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은행은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국제법과 취약한 노동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에서 돌봄경제 활성화 방안을 다시 연구하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인 인권, 노동에 대한 존중, 돌봄에 대한 가치가 존중되는 그런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기자회견]
차별적⋅반인권적⋅시대착오적인 한국은행 보고서 즉각 폐기하라!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부추기는 한국은행 규탄 기자회견
(기자회견 현수막을 앞에 세워두고 참여자 십여명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 일시 및 장소 : 2024. 3. 12(화) 10:00 / 한국은행 앞
○ 주최 :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 프로그램
- 사회 : 전은경 /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
- 발언1 : 최희연 /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 발언2 : 우다야 라이 / 이주노조 위원장
- 발언3 : 전호일 / 민주노총 부위원장
- 발언4 : 강석윤 /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 기자회견문 낭독
(한국여성민우회 최희연/몽실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측에 기자회견문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1. 기자회견문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조장하는
한국은행 규탄한다!
한국은행은 차별과 반인권, 반노동으로 시대역행하는 보고서를 즉각 폐기하라
지난 3월 5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돌봄서비스의 가치를 폄훼하면서,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돌봄시장에 유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가정의 돌봄문제 해결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국제기준과 국내법마저 무시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노동시장과 돌봄서비스 모두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질 낮은 돌봄 일자리는 저급한 서비스와 현장의 갈등만을 촉발할 것이다.
이번 일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의 ‘노동’과 ‘돌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해프닝이 아니다. 재작년부터 가사돌봄, 아이돌봄, 노인요양, 병원간병 등 돌봄서비스에 저임금 외국인력을 유입해야 저출생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보고서는 돌봄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돌봄 비용에 있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차별을 두어 노동시장으로 유입한다는 발상은 국제적인 협약과 기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어긋난다. 외국인력의 도입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인권존중이라는 명제 하에, 국민들의 정서와 이민정책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무슨 의도로 책임질 수 없는 논쟁을 제기하고 있는가!
보고서가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돌봄을 위한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연 비용의 절감만이 해법인가? 돌봄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국제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돌봄의 가치 재조명, 관련 산업의 성장, 양질의 서비스 제공, 종사자 처우개선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하이로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현재 돌봄서비스 업종의 노동조건은 열악하고 서비스의 질은 낮고, 민간기관에 대한 관리·통제도 어렵다. 우리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적어도 국책은행이라면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과 사회의 통합, 산업 및 인력정책, 사회서비스의 순기능,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정책 정도는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미적용 등 차별과 착취를 조장하고 돌봄서비스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폄훼, 종사노동자를 무시하는 한국은행을 규탄하다.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부담 완화 보고서’를 즉각 폐기하고, 국책은행으로서 책무를 방기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사과하라. 이후에 행정부가 이 보고서에 근거한 시범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고 총력 대응할 것임을 경고한다.
2024년 3월 12일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민주노총,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단법인 두루, 연구공동체건강과대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행동하는간호사회)
발언문1. 최희연(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지난 5일에 발표한 한국은행의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보고서는 우리를 또다시 경악케 합니다. 2022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출생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국무회의에서 제안하였고, 그 뒤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전제로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가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민의 분노를 샀던 것을 기억하실겁니다.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난 5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하고 고용노동부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에 여성단체는 여성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차별에 눈감고 이주노동자들을 반노동적 환경으로 내모는 시범사업을 규탄하며 가사·돌봄노동을 외주화하지 말고 공적 책임으로 사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는 외면한 채 해당 정책을 뒷받침하듯 대한민국의 국책기관이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해당 보고서를 버젓이 내놓았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차별을 기본으로 돌봄가치를 폄훼하고 국가의 책임은 뒷전이며 돌봄의 공백으로 고통에 빠진 국민들을 자본의 볼모로 삼아야한다는 것을 대놓고 표방하는 편법 꼼수부리기 보고서였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노인, 간병, 육아 등 돌봄서비스에 발생하는 고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돌봄 서비스 이용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양극화가 초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국가의 책임과 역할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돌봄의 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국가가 공공성을 포기하고 시장에 내맡기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사회서비스 고도화전략으로 공공성을 파괴하고 시장에 내맡긴 현 정권이 돌봄서비스의 고비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그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돌봄 노동자들의 부족현상은 저학력, 50~60대 돌봄노동자들의 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 아니라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 고용불안, 성희롱문제를 비롯한 열악한 근로환경이 문제이기에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안 줘도 된다. 차등적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돌봄의 저임금화를 가속화시키며, 돌봄가치를 폄훼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대우 금지 협약'과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2022년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1개 국가(OECD 회원국 26개+비회원국 15개)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다른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는 한 곳도 없습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22개국이 최저임금을 구분 없이 일괄 적용하고 미국, 일본 등 19개국이 직종이나 산업, 연령과 지역별로 구분해 최 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지만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진 않습니다. 차별에 반대하고 인권적 환경을 만들어가야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부끄럽게도 이 보고서는 한국사회를 퇴행의 길로 더욱 치닫게 하고 있습니다. 이 행태를 묵과할 수 없으며 해당 보고서를 폐기하고 한국은행 총장의 사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민우회는) 우리사회에 평등과 인권이 보장되는 돌봄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더욱 더 활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발언문2. 우다야 라이(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
지난 5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발표 내용을 보면 너무나 화가 납니다. 가사, 돌봄 서비스 인력난 해소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데리고 와야 하는데, 개인으로 계약하게 해서 임금을 낮추거나 아니면 고용허가제로 데리고 와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한다는 것입니다. 내국인 돌봄 노동자는 부족하고 노동자는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싶은데 법적으로 정하는 임금은 주고 싶지 않다, 권리 보장 해주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임금을 적게 줘도 되는 것입니까. 한국은행은 국가 이익이라는 이유를 내세워서 돌봄 이주노동자를 희생시키기 위해 차별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현재도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값싸게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 일만 하는 기계 취급, 권리 없는 노예 취급을 하고 있는데 더 심한 고통을 당하라는 것입니까.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장시간 위험한 일을 하고 사업장 변경 자유도 없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플 때 쉬지도 못합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은 성차별 성폭력에 시달리는 등 더욱 취약합니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들이 일 하는 영역을 넓히면서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대로 두고 아예 반값에 일 시키려고 합니까. 이게 민주주의이고 인권입니까. 내국인 돌봄노동자의 처우도 열악한데 여기다 반값 돌봄 이주노동자 도입하면 전체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더 열악하고 비참해질 것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삶과 권리도 중요합니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로 차별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한국 경제와 산업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기여를 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에게 돌아오는것은 차별과 착취, 혐오뿐입니다. 이주노동자도 여기서 일하는 같은 노동자이고 같은 사람, 같은 사회구성원입니다. 이주노동자 도입 역사가 30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차별과 착취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권리 보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제는 이주노동자 차별 정책은 멈춰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방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면 모든 권리 보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노예가 아닙니다.
발언문3.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민주노총 방문돌봄노동자 임금명세서를 분석(2023년)한 결과, 방문요양보호사 월1,258,620원, 장애인활동지원사 1,568,410원, 생활지원사 1,296,111원, 아이돌보미 1,721,886원입니다. 전일제 최저임금 기준액에 비해 30만 원에서 80만 원 적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가 창출한 일자리지만 단시간 최저시급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120만원, 150만원의 임금은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저임금입니다. 게다가 전부 비정규직 계약직입니다. 이러한 일자리에서 어떤 노동자가 버텨내겠습니까?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민간기관에 맡기고 방치하면서 돌봄일자리의 질이 끊임없이 하락해왔습니다.
2025년 이면 대한민국도 65세 이상 노인인구 1천만명(9,938,235명)으로 초고령사회입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일은 무엇입니까? 돌봄노동자를 갈아넣어서 지탱하고 있는 돌봄정책을 혁신해야 합니다. 돌봄서비스의 민영화는 수명이 다됐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에게 돌봄서비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건비를 최저임금으로 고착시키고,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최소의 비용으로 저품질 서비스로 전락된 지 오래입니다.
돌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정부의 책임만 높이면 해결될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도 국가자격인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220만명입니다. 그 분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왜 다른 일자리를 찾아가겠습니까? 돌봄일자리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돌봄일자리의 위기는 정부가 만들었는데 한국은행은 낮은 임금을 더 낮추고, 개별가구의 사적 계약으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돌봄 인력난 수준의 위기가 아닌 사회적 돌봄의 붕괴를 초래할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할 것이 아니라 증세를 하여 돌봄 노동자의 처우개선부터 하십시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돌봄 정책을 재편하고 120만 돌봄노동자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여야 합니다.
발언문4. 강석윤 /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국은행이 한국개발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부담 완화를 시켜 주겠다며 노동법 회피를 위해 개별가구가 사적 계약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 그리고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 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이것은 연구결과가 아니라 오로지 비용 절감을 위해, 국제노동기구의 차별금지협약과 국내법을 피하려는 부끄러운 꼼수에 불과합니다.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외국인 특히, 저성장 국가의 노동자는 저임금을 지불해야 된다, 차별해도 된다! 돌봄노동은 최저임금 이하를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이런 저급한 표현을 입에 올려야합니까!
지금도 약 30만이 넘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 친척들이 생산성이 낮고 최저임금도 주지 말아야 하는 2등 국민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까. 개별가구가 사적으로 계약하는 방식은 근기법상 ‘가사사용인’ 조항을 가져와 악용하는 것입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을 배제한 이래 가사사용인은 각종 노동관계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는 노동관계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가정 내 돌봄노동자가 100만이 넘어가고 있는 시대에 반드시 우선적으로 폐지해야할 조항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법상 중립성과 공공성을 부여받는 국책은행이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한채 차별을 조장하고, 노동시장을 교란하는 편법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공적인 역할을 높여야할 기관들이 국민분열, 차별과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 결국 현장의 노동자들이 오로지 고통받아야 하는 구조가 개탄스럽습니다.
안그래도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돌봄노동자들은 더 저임금에 빠질것입니다. 최저임금법상 내외국인은 구분하지 않지만 ‘업종’은 구분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순차적으로 내국인들에게도 적용될 것입니다. 만약 외국인만 적용한다면 국제협약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저출산 해결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중요한 의제입니다. 현상의 진단은 같지만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결책 제시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돌봄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의 보편적 돌봄권 보장은 동전의 앞뒤와도 같습니다.
돌봄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돌봄노동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황당한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은행은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국제법과 취약한 노동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에서 돌봄경제 활성화 방안을 다시 연구하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인 인권, 노동에 대한 존중, 돌봄에 대한 가치가 존중되는 그런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