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노동[파업지지 여성노동자 선언 기자회견] 56개의 단체와 298명의 목소리!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12/21)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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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콜센터 전원 직고용, 정의로운 전환의 사례가 되십시오 

-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은수

 

 

우리는 이제 일상 어디에서나 콜센터 노동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다시 발급 받으려 할 때, 주문한 택배가 오랜 시간 오지 않을 때, 매서운 추위에 고장 난 보일러를 고쳐야 할 때, 전세자금대출을 연장하려 할 때, 퇴사 후 건강보험료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할 때... 직접 누구에게 물을 수 없어 답답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존재가 바로 콜센터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이 해를 거듭하며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살펴보면, 이 사회의 필수노동으로 자리 잡은 콜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우분투 재단에서 발표한 ‘콜센터법 입법방안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303명 중 건보공단과 같이 도급(아웃소싱)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가 173명으로, 절반 이상이 간접고용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콜센터 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며, 성희롱·성차별에 취약한 노동환경,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의 이중구조화, 고강도 노동 대비 저임금,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점 등 젠더화된 직군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콜센터 직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겪는 감정노동의 강도는 매우 높은 편으로, 상담사의 절반 이상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상담과정에서 주 1회 이상 감정노동을 경험하며, 폭언을 경험하는 경우는 월평균 12회 이상. 거기에 성적 농담 등 성희롱 피해를 겪는 경우도 월 1회 이상입니다. 이러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감정노동자보호법이 도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지키기에는 법의 실효성이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의무를 다해야 할 고용 주체가 모호해서 원청-하청 관계 속에 간접고용된 이들은 원청에도 하청에도 그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건보공단이 2006년부터 12개의 민간업체에 2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맺으며 불안정한 고용관계를 감내해야 했던 콜센터 노동자를 직고용하겠다고 한 게 2021년입니다. 그조차 2019년에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한 이후에도 사실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노동자들이 직고용을 요구하자 그제서야 논의를 하겠다던 때로부터 3년째입니다. 그런데 건보공단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이 발표된 이후 입사한 701명의 상담사에 대해서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채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기조로 삼은 것은 더이상 노동자들을 불안정 고용상태에 두지 않고, 노동 사각지대에 놓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책 발표일자를 ‘차별’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자를 ‘갈라치기’하다니요. 그러면서 공정을 논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는 상담사들에 대한 기만이자, 정책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하는 행위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콜센터 상담사가 기존 정규직과 다른 별도 직군으로 관리되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콜센터 상담사들이 공공기관 정규직에 ‘편승’하려 한다는 여론만 언급했습니다. 또, 능력주의로 얼룩진 여론의 주축으로 청년 세대를 호출하며 세대 문제를 거론하여 논점을 흐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차별과 배제의 프레임을 방관하고, 책임의 자리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누구입니까? 이미 여러 차례 교육과 시험을 거쳐 보험급여, 건강검진, 요양급여 등 1천여 가지가 넘는 내용에 대해 상담해 온 상담사에게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치라며 상담사들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것은 누구입니까? 바로 이 사안의 책임주체인 건강보험공단입니다.

 

건보공단은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 발표일을 직고용 전환 기준으로 삼은 것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등에 따른 것은 타 기관을 참고하여 제시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 말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단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사례에 동참하겠다는 의미입니까? 정말 묻고 싶습니다. 공단은 잦은 파업으로 콜업무가 지연되어 국민들의 불편이 야기된다고 하는데, 잦은 파업의 원인은 직고용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해 온 건보공단 아닙니까? 근본적인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정작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는 모습을 감추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단이 고수해야 할 입장입니까? “전문성”이 의심되어야 하는 것은 콜센터 상담사가 아닙니다. 공단이 책임지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하청 노동자를 배제하는 건보공단 자신입니다. 건보공단은 지금이라도 1,693명에 대한 직고용을 목표로 하는 정의로운 절차를 제시하고, 불안정 고용환경 속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하나의 사례가 되십시오. 그것이 바로 노동자이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공단의 “전문성”을 입증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그대들의 승리가 우리 모두의 승리다!

 

지난 11월 1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이하 건보고객센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소속 기관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는 2021년 10월 소속기관 전환을 사회적으로 합의했음에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간위탁 그대로이기에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파업한 지 벌써 50일째(선언발표일인 12/21일 기준)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합의이행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상담노동자들이 하는 상담업무는 건강보험에 가입된 모든 사람과 연관된 일상적이고 중요한 정보가 담긴 공공성이 있는 업무일 뿐 아니라 상시지속업무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다.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이 처음부터 비정규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파견법이 제정되고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분야 대부분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건강보험공단은 2006년 고객센터를 외주화해 전화·인터넷 민원 상담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와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건보고객센터는 전국 7개 지역에 12개 민간 용역업체로 위탁 운영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12개의 민간업체와 번갈아 가며 근로계약을 맺으며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다. 업체 변경으로 인해 근속연수가 반영되지 않고, 업체별로 서로 다른 복지정책과 노동조건이었으며 임금과 노동조건은 운에 맡기는 거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국민연금공단·근로복지공단이 콜센터를 정규직 전환했지만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는 여전히 비정규직이었다.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수행해 온 콜센터 상담노동은 대표적인 여성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다. 10년을 일해도 언제나 최저임금 수준인 220만 원이었으며, 인력 부족으로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공단은 2021년 90일이 넘는 노동자들의 파업 끝에 직접고용은 아니나, 소속기관 전환에 합의했다. 민간 용역업체에 떠맡겨온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공단은 어떤 합의 이행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속기관으로 전환할 시 고객센터 인원의 41.3%에 해당하는 700명을 정리하고 경쟁 채용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공단은 합의사항 이행은커녕 해고계획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2021년 합의한 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은 사회적 약속이다. 원주 건강보험공단 본부 앞에서는 목숨을 건 지부장의 단식농성이 있었고, 현재 릴레이 단식농성을 비롯해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단이 있는 원주로 상경투쟁을 하고 매서운 겨울 바람과 빗속에서도 매일 집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단은 이은영 지부장이 35일간의 단식으로 쓰러질 때까지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비상식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까지 여성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할 것인가! 우리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이고 노골적인 착취와 차별에 반대하며 공단에 요구한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합의대로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 전원을 소속기관에 전환 채용하라!생활임금 쟁취하고, 노동조건 개선하자!여성 노동자 단결해 여성억압, 성별임금 격차, 불안정노동 철폐하자!

 

2023년 12월 21일
298명의 개인과 54개 단체 등 선언 참가자 일동
단체: 2024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고양여성민우회, 금속노조 kec지회,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사망 해결촉구 지원모임, 공공운수 대전지역일반지부, 공공운수노조 21센츄리시티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공공운수노조 환경부 국가하천관리지부,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구속노동자후원회, 극단고래,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 녹색당,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디엘이앤씨 중대재해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하청노동자사망시민대책위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민주한전MCS지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부산경남울산열사정신계승사업회,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생명안전 시민넷,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성서공단지역지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장 언약교회(한익스프레스물류창고화재참사 고 김형주님 유가족일동),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천사람연대, 인천여성노동자회, 장애해방열사_단,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풍당당 여성대리기사모임,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진보 3.0,진보당 여성-엄마당, 천주교예수회JPIC, 철도고객센터지부, 파리바게뜨노동자 힘내라공동행동, 플랫폼C,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제주여민회 (총 54개 단체)

개인 : 
강남남,강미진,강수정,강한아,강호원,경원,고광완,고지연,고태은,구본경,권민경,권수정,권영국,권지수,권지은,권태성,권혜진,김가은,김경남,김그루,김금희,김기웅,김나연,김나은,김나혜,김다빈,김미경,김미랑,김미성,김미이,김미자,김민숙,김민정,김민준,김병수,김선철,김선호,김설,김성숙,김성애,김소라,김소현,김수연,김수원,김수현,김수현,김승화,김연순,김연희,김영태,김예린,김우주,김유리,김유주,김윤수,김윤영,김은희,김자아,김정남,김정대,김정대,김정심,김정우,김정우,김정희,김정희,김종련,김종환,김주영,김지혜,김지혜,김현주,김혜란,김혜명,김혜선,김혜윤,김혜은,김혜진,깅순임,나경화,남영란,남정아,남정아,남지윤,남춘미,뎡야핑,도명화,레나,류남미,마미자,명숙,몽,문소홍,미류,밍갱,박광미,박근태,박금순 ,박내현,박단,박미경,박선미,박선영,박성혜,박세중,박소희,박수정,박순남,박신영,박완식,박은경,박은주,박은화,박조은,박주분,박창근,박현미,박현서,박현숙,박현주,박혜란 ,반효정,방경희,방미옥,방민서,방진,배서영,배소희,배우리,배진경,배태선,배현주,백선영,백승호,백종성,범현숙,새라,서경숙,서명숙,서범주,서재은,서정은,서지원,서춘미,서희경,선미선,설애정,설재환,성희령,손소희,손정미,송재연,송제경,송제경,송지영,숨,신경순,신상아,신용희,신유정,신효진,심 청,심상호,안나,안소정,안종호,안지현,양동민,양수복,양희주,엔틸드,예진,오승희,오종연,오춘상,유경이,유경화,유설인,유영기,유효빈,유흥희,윤용숙,윤지영,은사자,이강규,이도한,이란화,이명실,이명환,이미선,이민아,이민자,이민주,이복음,이복주,이상림,이소연,이수미,이수빈,이수정,이수현,이숙견,이승주,이시영,이애진,이연화,이영진,이온,이원우,이윤주,이윤주,이인영,이재준,이지연,이지영,이지윤,이진이,이진희,이채은,이청우,이하나,이해성,이향춘,이현숙,이혜정,임병택,임영빈,임정순 ,임청미,장경희,장남희,장동준,장미정,장미화,장수지,장은희,장종수,장준호,전경희,전다정,전진,전희영,정경애,정고운,정난숙,정다빈,정명선,정명숙,정보라,정보영 ,정서영,정은숙,정은희,정이슬,정인아,정자현,정종순,정진수,정진희,정창수,정태연,정해경,정혜진,조귀제,조선영 ,조성애,조애진,조영은,조혜원,주성민,주현이,지수,지혜복,진다인,차미애,최명식,최민,최보근,최새봄,최수빈,최수정,최양예,최은아,최정숙,최정학,최종춘,하지연,한미경,한아람,함인희,허지희,혜원,홍은영 ,홍지원,홍희자,황서현,황세연,황태령 (총 298명의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