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평등복지[공동기자회견문]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돌봄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 (7/19)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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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돌봄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

 

오늘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라는 제목을 걸고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거의 비밀리에 진행되는 공청회의 핵심 내용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에 나와 있는 “시설 설치자는 시설을 설치할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를 개정해서 임차할 경우도 시설 설치를 허용해주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다. 말이 검토이지 사실상 보건복지부는 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해주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잘 알려진대로 손해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며,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의 요양시설 임차 허용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요양시설 임차 허용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행위이며, 대기업 이윤을 위해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본 규모가 큰 손해보험업계가 요양시설 설립에 따른 초기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해주는 요양시설 임차 허용은 지금까지 몇몇 요양시설을 설립해서 운영해온 대기업의 본격적인 요양산업 진출을 의미한다.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 대기업들이 사업모델을 만든 후 초기비용만 낮아지면 대거 진출하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임차 허용’이라는 좋은 먹이감을 던져주는 것이고, 공적 요양서비스를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이다.

 

둘째, 대기업과 함께 중소자본의 진출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면서 과열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가 불을 보듯 뻔히 이어질 것이다.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영세한 방문요양기관이 난립하면서 온갖 불법경쟁행위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장기요양서비스가 노인을 대상으로 ‘사람 장사’하는 사업이 되어왔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방문요양기관의 문제가 이제는 요양시설에서 되풀이될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요양시설의 연간 폐업률은 4.6%라고 한다. 지금도 운영이 불안정한데 과잉경쟁으로 인한 불안정성의 증가는 입소노인의 주거권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셋째, 기업에 의한 요양시설 난립과 경쟁과열은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된 초기에 서비스이용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의 일부를 요양보호사에게 전가하는 등 부당행위가 만연했듯이, 더욱 강력한 기업들의 이윤추구행위가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건강권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다.

 

넷째, 대기업의 이윤논리에 따른 요양산업 진출은 돌봄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공청회 제목에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라고 표현한 것은 지불능력이 있는 노인들에게 고급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손해보험회사들도 ‘고품격 요양시설’을 표방하며 이미 실험적으로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들이 ‘푼돈’을 보고서 요양산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1인실, 치매전담실 등 고급화 전략을 통한 고비용 서비스를 모델로 더 큰 이윤을 추구할 것이고, 이는 보편적 돌봄서비스라는 원칙이 무너지고 시장구매력에 좌우되는 돌봄의 양극화로 귀결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며, 요양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요양시설 임차 허용 정책을 당장 중지하라. 요양현장을 대기업의 돈벌이 전쟁터로 만드는 것을 멈춰야 한다.

 

둘째, 이번 기회에 요양기관 운영자를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라. 개인사업자와 영리법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의 운영방식도 돌봄의 공공성을 훼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설 및 재가서비스 운영자를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 작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공공요양 비율을 순차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적어도 30%는 공공이 공급해야 한다.

 

 

2023년 7월 19일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국요양보호사총연합회(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사)보건복지자원연구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노총,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서울요양보호사협회, 전국활동지원사노조,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