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노동[기자회견문] 현대자동차, 설마 2023년에도 기술직부문 여성채용 0명?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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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현대자동차,

설마 2023년에도 기술직부문 여성채용 0명?

 

현대차는 채용부터 퇴직까지
성평등한 노동공간 보장하라

 

 

 

현대자동차가 2023년 기술직 부문 노동자를 대거 채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년층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지원 자격에는 고졸이상, 연령, 성별 무관을 명시하고 있다. 채용공고만 본다면 학력, 연령, 성별에 대한 차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기술직 노동자 공개채용에서 여성을 한 명도 뽑은 적이 없어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크다. 현재 3만 명가량인 현대자동차 기술직 노동자 중 여성노동자는 2%뿐이다. 비단 현대자동차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중심의 조직문화가 팽배한 노동현장의 실태일 것이다.

 

 

2022년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지난 4년간 성별 채용 데이터에 따르면, 남성 채용 수가 여성보다 6,814명 더 많다. 면접 응시자와 최종 합격자의 성비 데이터까지 있는 278개 공공기관의 면접·채용 성비 데이터를 분석하면 면접자 수에서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1만 8천여 명이 많았다. 공공기관에서의‘채용성차별’이 이러한데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민간부문의 차별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16년 무기계약직 공개채용 시 여성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만 50점 아래로 고의 조정하여 합격권이던 여성들을 탈락시킨 서울메트로, 2017년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 조작으로 여성을 탈락시킨 금융권, 2020년 여성이라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햐느냐’등의 성차별적 질문을 한 동아제약 등 우리는 이미 수많은 채용성차별 사례를 경험했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아서, 원래 여성이 일하기 힘든 환경이어서, 결혼을 하면 임신, 출산, 육아에 전념해야 해서 등 갖가지 이유로 여성들은 노동자가 되기도 전에 낙인찍히고 배제당한다. 여성들은 양질의 일자리에서 노동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것이 성차별이 아니면 무엇인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윤석열 대통령은‘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단언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미진한 규제에 따라 채용부터 퇴직까지 발생하는 성차별을 묵인하고 있다. 노동현장은 조직 구성원 성비가 남성으로 쏠리다 보니 남성중심의 조직문화가 팽배하며, 노동환경 또한 남성 위주로 조성돼 있다. 한국이 2022년 기준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31.5%로 1996년부터 지금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들은 정부와 기업이 만들어 내는 성차별적인 생태계 속에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여성의 취업 장벽을 낮추고, 차별적 채용 관행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사업을 노사가 병행하고 있다. 사측은 신규 채용 과정에서 여성노동자 확대를 위해 노조와 협의를 하기도 한다. 남성중심의 문화가 팽배한 노동현장에 다양성이 생기고, 성별에 구분 받지 않는 노동현장을 확보하는 것은 모든 노동자를 위해 좋은 일이다. 남자가 해야 할 일, 여자가 할 일을 나누지 않아야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청년여성들은‘여성이라 뽑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 구직활동에 임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여성을 얼마나 채용할지, 현대자동차 기술직 신입공채 결과에 청년여성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들에 요구한다.

채용에서 퇴직까지의 생애주기에서 성차별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채용에서 퇴직까지의 주요 항목에 대해 성별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해야한다. 특히, 정부는 민간부문에서 성별근로공시제도를 의무화해서 채용성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바꿔내야 한다.

 

금속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한다.

현대자동차는 2023년 기술직 부문 채용을 진행함에 있어 공정하고 성차별적이지 않은 채용을 진행하라. 채용 단계별로 어떠한 기준에 따라 노동자를 선발하였는지, 응시인원 성비는 어떠했는지를 공개하라. 이를 통해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이 없음을 증명 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남성 중심적인 현장을 개선하고 여성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가 되길 기다리는 시민들에게도 요청한다.

정부와 기업의 성차별 구조 묵인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나에게 발생하는 성차별적인 면접, 채용, 노동환경을 주위에 적극적으로 알려주시길 바란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쟁취하는 길에 금속노조와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함께하겠다.

 

 

 

2023년 3월 2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발언문

 

(1)여는발언 : 권수정 부위원장(전국금속노동조합)

OECD는 해마다 회원국들의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를 발표합니다.

대한민국이 OECD에 가입한 것이 1996년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7년째 해마다 우리나라가 꼴찌입니다. 2021년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31%입니다. 남성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은 69만원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왜 이럴까요?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에 대해 대체로 3가지의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 합니다.

 

첫 번째는 생애주기에 따른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입니다. 요즘 대한민국의 출생률이 낮아지는 것이 사회적 문제라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가난으로 이어지고 생계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여성노동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출산률이 낮아지는 한 원인입니다. 이 문제를 그냥두고 출산률을 걱정하고, 대책을 논하는 것은 말짱 헛일입니다. 아이를 낳고 오면 가난해지는데, 왜 아이를 낳겠습니까. 성인지감수성을 갖고 여성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국정을 운영해야 출산률도 높아질 것입니다.

 

성별임금격차가 커지는 두 번째 이유는 똑같이 공고를 졸업하고, 똑같은 날 입사를 해도, 그날부터 임금이 다른 경우들 때문입니다. 입사하는 날부터 직무를 다르게 부여하고, 다른 임금테이블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남성에게는 승진할수 있는 직무를 주어 10년이 지나면 임금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여성에게는 승진이 없는 직무를 주어 10년이 지나도 최저임금 언저리의 임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즉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다른 노동, 다른 임금으로 회피하는 것입니다. 똑같이 공고를 졸업하고 같은 날 입사를 했는대도 말입니다.

 

세 번째로 성별임금격차가 커지는 가장 큰 원인이 오늘 우리가 기자회견하는 채용에서의 차별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공채에서 단한명의 여성도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매우 이상한데,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 공장을 설계할 때부터 남성만 일하는 공장을 기본값으로 해서 설계했습니다. 오직 식당과 청소만이 여성이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식당과 청소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이 일합니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는 여성을 채용하지 않고, 저임금에 단기계약을 주로 하는 비정규직의 일자리만 여성에게 주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400명의 기술직 사원을 신규채용합니다. 현대자동차에는 28,000명 정도의 기술직 사원이 있고 이중에 2% 특별채용된 여성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번 공채에서 400명 모두를 여성으로 채용하면 여성의 비율은 3.5%가 될 것입니다. 미국에 있는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의 여성노동자 비율은 36%입니다.

얼마전에 3.8여성의날을 맞아 언론사 기자분과 의견을 나눈적이 있는데요, 그 기자분이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이 채용에서 평등한 기회를 누릴려면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할까요?” 라고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기자분들께 질문을 돌려드립니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이 채용에서 배제되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누릴려면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할까요?”

제가 정년퇴직이 10년정도 남았습니다. 정년퇴직하기 전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과 같은 36%쯤 되는 비율의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을 내눈으로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OECD는 해마다 회원국들의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를 발표합니다.

대한민국이 OECD에 가입한 것이 1996년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7년째 해마다 우리나라가 꼴찌입니다. 2024년에는 28년째 꼴찌, 2025년에는 29년째 꼴지이고, 2026년에는 30년째 꼴찌..... 이걸 언제까지 합니까? 왜 부끄러움은 여성노동자들의 몫입니까?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으니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석열대통령이 구조적인 성차별을 줄일 가능성은 0 입니다. 결국 평등한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금속노조가 오늘 같은 기자회견과 투쟁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채용에서의 차별, 성별임금격차를 줄여갈 것입니다. 성별임금격차 꼴찌의 오명을 벗고,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는 노동현장을 위해 금속노조는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2) 현장발언 : 김은주 여성문화실장(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차별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차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채용에 있어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와 그 밖에 남녀고용평등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른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하는 경우에만 채용차별 정의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법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대한민국헌법 평등이념에 따른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하여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남녀고용평등법을 준수하라!’이것 하나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에는 500여명의 기술직 여성노동자가 자동차 조립, 검사, 수정 등의 생산현장 곳곳에서 일을하고 있습니다. 기술직 남성노동자 28,000여명에 비하면 2% 정도의 소수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현장에는 분명하게 여성노동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성노동자라고 해서 별도로 분리되어 일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어떠한 특수 공정에 배치되는 것도 아닙니다. 생산공장 요소요소에 남성들과 함께 동일하게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용상의 차별의 예외조항,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측은 공개채용으로 이루어진 기술직 채용에는 단 한번도 여성을 채용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의 다수는 사내하청소속으로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된 노동자들입니다. 그 외 여성노동자는 현대차 조립공장이 지금처럼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모두가 기피하던 ‘공돌이’, ‘공순이’ 로 불리던 시절에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거나, 지인의 소개로 인해 채용되었던 여성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 안에서 단일 노조로 가장 큰 사업장입니다. 현장투쟁의 결과이며 현대차지부의 힘입니다. 이런 민주노조 투쟁의 결과로 현대자동차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 냈고, 그 결과 현대차 신규채용은 많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는 상황입니다.

 

우리 여성도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그리고 지금 현재 현장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여성노동자들이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현대자동차는 남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입니다.

 

채용에 있어 자격과 조건은 주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 있어 여성이기 때문에 소외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채용 과정에는 어떠한 성차별도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사측은 반드시 성평등에 입각한 채용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사측은 남성 중심의 현장 문화를 그대로 방관하고 여성 노동자를 배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채용에서 퇴직까지 성차별적 문화와 관습을 개선하고, 여성 또한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채용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고,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기회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노동조합이 더욱 청렴결백한 노동 풍토를 만드는데 힘써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가 있습니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요구에 걸맞게 이번 신규 채용에 있어 남녀고용평등법을 준수하고, 모든 국민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채용기준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대로 확립하여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와 차별 없는 세상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3) 투쟁발언 : 박희은 부위원장(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우리 사회는 자동차공장은 남성의 일자리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동차공장에는 여성이 없었다고 여기며 감히 꿈도 꾸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처음부터 여성을 고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오래전 현대차가 처음 만들어지고 노동조건이 열악했을 때는 여성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카시트를 만들었고 한 명의 남성 조장아래 수 십명의 여성들이 일을 했습니다. 현대차에 갓 들어온 남성노동자는 조장이 되고 수년간 일했던 여성노동자는 조원이 되서 남성보다 적은 임금으로 일했습니다. 오일파동으로 정리해고를 할 때 여성들이 있던 일자리는 외주화되었고 사번에서 여성들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공장 사내하청에 여성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치 현대차에서는 원래부터 여성이 없었다고 여기거나 여성은 자동차 공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이렇게 여성들이 일자리에서 사라지거나 외주화되었던 것은 현대차만이 아닙니다.

 

2022년 발표한 금속노조여성노동자의 작업장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사에서도 여성이 70-80% 였던 사업장에서조차 여성 신규 고용이 줄고 ‘장년층여성과 청년층 남성’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또한 자동화는 남성의 일자리라 여기고 남성만 채용하고 남성만 직업훈련을 시키는 이 행태로 인해 우리 사회의 성별분업이 고착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증언은 금속만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서도 자주 확인되는 사례입니다.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일자리는 좋아졌지만 여성채용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일자리가 좋아지면 남성들이 지원하게 되고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하면서 남성들의 일자리가 되었습니다. 아주 자연스런 현상처럼 양질의 일자리는 남성의 일자리로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현대차 생산직 공개채용에 앞서 여성고용을 창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지만, 더 크게 이 사회가 양질의 일자리에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현상을 질타하고자합니다.

 

성차별적고용관행이 이 사회에 뿌리 내리게 되자 정부는 2006년부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공공기관, 공기업을 비롯한 상시노동자 5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을 대상으로 점검하고 개선조치를 이행하라고 하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가맹조직인 건설노조의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이라서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건설현장에 가서 여성채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기업이 여성채용을 꺼리는 이유가 여성이 오면 여성을 위한 공간으로 컨테이너가 더 필요하고, 성폭력도 발생할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기가 막히지만 익숙한 변명입니다. 이러한 익숙한 변명을 깨기 위해 노동조합이 나섰습니다.

 

민주노총은 2022년 성평등 모범 단협요구안을 발표하고, 채용에서부터 퇴직까지 성차별적 고용 관행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의거 시행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이상, 노동조합이 역할을 해 가고자 합니다. 채용단계에서부터 지원자 수, 서류합격자 수, 면접합격자 수, 최종합격자수 등 성비 공개를 시작으로 기업들이 성평등한 채용을 안착화 시켜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극적고용개선조치를 현실화 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성평등한 일터는 일자리를 평등하게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평등한 돌봄, 안전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만들어갑시다.

 

(4) 연대발언 : 레나 연대사업국장(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한국여성노동자회)

 

현대자동차는 2023년 400명, 2024년에는 300명의 노동자를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발표했습니다. 10년만에 발표한 공개채용 공고 요건은 고등학교 졸업자라면, 성별/연령을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공개채용 사이트가 먹통되고, 관련 게시글 조회수는 마감 직전 30만회를 넘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높은 연봉, 정년 보장,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 등은 누구나 원할만한 양질의 일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채용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일겁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에 수많은 여성 취업준비생, 이직을 준비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여자라서 뽑히지 않을거 같다’는 우려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는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기술직 노동자 공개 채용 시 여성노동자를 단 한 번도 뽑은 적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기술직 노동자 중 여성노동자가 없는것은 아닙니다. 28,000여명의 중 500여명의 여성노동자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여성노동자들은 사내 하청 업체 소속이었다가 법원의 불법판결 이후 정규직 전환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현대자동차는 직접 고용 정규직 노동자로 여성을 뽑은 일이 없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의도적으로 여성들을 배제하여 좋은 일자리 진입을 막았고, 하청업체를 통해 여성의 노동력을 사들여 낮은 임금을 주고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여성들을 이용해왔던 것입니다.

 

여성들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만 했던 것일까요? 이는 여성은 힘든 일 하기 싫어한다, 남성보다 힘이 약하다, 여성이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등 성차별적인 편견에 기인하여 여성들을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별적인 편견에 기인해 여성노동자들을 뽑지 않았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비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동자 72,000여명 중 여성노동자는 고작 4,600여명입니다. 동종업계인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기아자동차는 노동자 34,000여명 중 여성노동자는 고작 1500여명, 쌍용자동차는 4200여명의 노동자 중 76여명 남짓합니다. 남녀 성비로 환산해봤을 때, 현대차는 남성노동자 100명 중 여성노동자 6명, 기아자동차는 100명 중 여성노동자 4명, 쌍용자동차는 100명 중 여성노동자 1명이라는 극악의 성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차별입니다.

 

남녀성비가 이러한 조직의 조직문화가 성평등할거란 기대는 단 한톨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차별적이라 단언 할 수 있습니다. 채용과정에서부터 여성노동자를 뽑지 않는 기업이 내부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할지 너무나도 예상됩니다. 계속해서 성차별적인 기업으로 남을지, 아닐지는 현대자동차의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그 첫 시작으로 책임지고 채용성차별을 근절하십시오. 채용과정에서의 지원자 성비, 각 단계별 합격자 성비, 최종합격자 성비를 공개하십시오. 2022년 대법원의 KEC 성차별 손해배상 판결문에 따르면, 승진에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우연히 남성의 승진비율만 높을 확률은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를 성차별이라 판결했습니다. 이는 채용성차별에서도 적용 될 수 있는 통계적 기준입니다. 우리는 법원이 인정한 통계적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채용성차별을 판단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여성지원자들이 이번에 어떤 심정으로 지원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떨어질거라 예상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노동하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현대자동차에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한 여성노동자는 지원서를 작성하며 ‘로또 사는 기분이다'라고 표현하며 사실상 안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 써보자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의지에 힘입어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카카오톡 채널과 제보창을 통해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채용성차별에 대한 제보를 받고자 합니다. 카카오톡 채널, 제보창을 통해 이번 현대자동차 채용과정에서의 채용성차별 뿐만 아니라 지원과정에서 발생하는 채용성차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으니,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5) 법률발언 : 박다혜 변호사(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종종 허망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선언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용, 임금 및 노동조건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평등의 원칙은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이나 법집행을 할 때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우리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일터에서 실질적인 평등을 도모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같은 개별법령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성별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합니다. 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설령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해고를 하는 경우에도 성별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고도 규정합니다. 또한 사업주가 노동자를 채용할 때 성별로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굳이 재차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는 외모,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부연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존엄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일터에 진입하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대상화되는 현실이 담겨있는 규정입니다.

 

여기까지가 우리 법이 정하고 있는 최저선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여성이 다른 성별과 동등한 인간이 아닌 것으로 취급받던 과거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가와 기업은 여성과 여성이 온전히 감내하고 있는 구조적 차별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세합니다. 일부 직급의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것이 참을 수 없는 편중현상이라면서 남성을 우선선발하기 위한 채용조작 범죄를 조직적으로 자행하기도 합니다. 특정 성별의 편중을 완화할 기업경영상의 필요는 왜 항상 어느 한쪽 성별에 있어서만 제기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은 좀처럼 평평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여성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굳이 힘주어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수십년간 단 한 명의 여성 기술직군 노동자도 스스로 채용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의 실태라면 구체적인 채용 경위나 과정을 전혀 모르더라도 사실상 여성에게 차별적인 일터, 불평등한 일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성이 싫어서 안뽑았다고 해야 차별인 것은 아닙니다. 직군 구분 없이 전체 노동자의 성별을 보더라도 심각합니다. 공시된 현대자동차 기업정보를 보면, 2022년말 기준 여성 직원 비율이 6.3%인데 2012년 4.3%였다고 하니 10년 동안 2% 증가한 셈입니다. 이런 속도라면 여성노동자가 전체의 절반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계산해도 약 210년이 더 걸립니다. 다양성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고,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과 인권의 맥락에서 젠더 이슈를 중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금의 현대자동차는 기업경영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현대차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제사회는 여성 채용 비율, 근속연수, 관리자 및 고위직 성별 비율, 임시직 성별 비율, 육아휴직 근로자의 성별 비율 등 구체적인 성차별 실태를 두고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또 규범으로 강제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었던 전수안 변호사의 10년 전 퇴임인사가 생각납니다. 자신의 퇴임으로 생기는 공석에 제청된 후보자 4명이 모두 남성 판검사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고,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벌써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되어야 한다며 평등한 성비 균형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물론 현대차 같은 민간기업을 헌법기관에 그대로 갖다 댈수는 없겠습니다만, 어떤 조직의 그 구성만으로 그 조직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와 원칙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차는 채용공고에 남성만 채용한다거나 ‘남성우대’라고 쓰지 않았지만, 이미 게시판에는 여성이 지원해도 되는 일자리인지를 묻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쓰지 않아도 보이는 것, 현대차가 스스로 공고하게 유지해온 차별적 결과 때문입니다. 현대차가 평등의 가치와 원칙을 구현하고자 하는지는 젊은 여성노동자들과 셀카를 찍는 기업총수의 소탈한 모습을 통해 보여줄 것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많은 여성노동자를 일터에서 만날 수 있는지에서 비로소 시작합니다. 너무나 늦었지만 올해부터라도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만이 낡고 반헌법적인 현실을 시정하는 길임을 현대자동차가 똑똑히 인식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