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6일 여가부의 주요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성평등정책 담당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축소·개편하고, 여성고용정책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7일 국민의힘 의원 115명 전원 명의로 발의되었다.
2. 개편안을 둘러싼 절차는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와의 구체적 협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업무협의는 단 1회만 있었고, 관련 전문가 간담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기록도 없다. 현장단체 의견 수렴 절차도 개편안 발표 직후 일부 우호적인 단체만을 대상으로 진행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절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20일 여성가족부의 ‘여성단체장 간담회’는 의견 수렴의 자리라기보다 편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성 공간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형식적 의견 수렴이 아니라 여성가족부 축소·개편안의 철회이며 성평등정책의 확대·강화이다.
3. 정부여당은 그동안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혹은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왔다. 정부여당에게 성평등정책은 누적된 차별과 혐오를 해소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무가 아니라 지지자 결집용 도구쯤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개편안도 ‘비속어 논란’으로 한없이 떨어지던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한 국면 전환용 도구이자 여소야대 국면의 어려움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퍼포먼스이며 이미 시작된 총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4. 개편안의 형식상 제안이유는 ‘부처별로 분산된 생애주기별 정책을 연계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 조직체계 재설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설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실질적 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정책을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같은 특정 부처의 역할로 축소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젠더문제는 크로스커팅이슈로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기능이 핵심이다. 그러한 통합적 기능의 부재가 가져올 후유증을 고려할 때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안이다.
5. 성평등정책 전담부처의 수장이 장관급 이상의 국무위원으로 위치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성평등정책은 하나의 부처에서 완결될 수 없는 것인 만큼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전담부처의 수장은 이러한 소통과 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무회의 및 장관급 위원회 내에서 동등한 지위 혹은 그 이상의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여성단체나 젠더전문가들이 여성가족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성평등 전담부처 이외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출해온 이유다. 개정안은 그러한 내용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
6. 개편안은 독립부처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평등정책 관련 예산편성과 법률제정 권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차별과 혐오, 젠더폭력 등 시급한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전담 부처의 독립적 권한과 역할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와의 조율과정에서도 이러한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성평등 전담기구를 설치한 194개국 중 160개국이 독립부처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권한과 역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7. 때문에 여성가족부를 특정 부처 산하의 본부로 개편하는 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성평등 추진체계 전반을 확대·강화하는 새로운 정부조직개편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담부처 장관의 부총리급 격상, 성평등정책 전담부처의 예산 및 인력 확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신설, 전 부처 내 성평등 전담기구 설치 등이 필요하다.
8. 지금의 개편안은 우리 사회에 나쁜 신호를 던지고 있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던 시도들을 중단해도 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많은 국제지표와 학술연구, 언론보도, 팩트체크시스템이 입증해주고 있는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시대가 변화하면 그에 맞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막연한 일반론이 아니라 인구 구조 및 성차별 현실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을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들은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국가의 부재'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성차별 해소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형식적 간담회가 아니라 성평등 정책 강화다
- 여성가족부 여성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는 한국여성민우회의 입장-
2022년 10월 20일
1.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6일 여가부의 주요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성평등정책 담당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축소·개편하고, 여성고용정책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7일 국민의힘 의원 115명 전원 명의로 발의되었다.
2. 개편안을 둘러싼 절차는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와의 구체적 협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업무협의는 단 1회만 있었고, 관련 전문가 간담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기록도 없다. 현장단체 의견 수렴 절차도 개편안 발표 직후 일부 우호적인 단체만을 대상으로 진행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절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20일 여성가족부의 ‘여성단체장 간담회’는 의견 수렴의 자리라기보다 편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성 공간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형식적 의견 수렴이 아니라 여성가족부 축소·개편안의 철회이며 성평등정책의 확대·강화이다.
3. 정부여당은 그동안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혹은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왔다. 정부여당에게 성평등정책은 누적된 차별과 혐오를 해소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무가 아니라 지지자 결집용 도구쯤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개편안도 ‘비속어 논란’으로 한없이 떨어지던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한 국면 전환용 도구이자 여소야대 국면의 어려움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퍼포먼스이며 이미 시작된 총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4. 개편안의 형식상 제안이유는 ‘부처별로 분산된 생애주기별 정책을 연계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 조직체계 재설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설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실질적 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정책을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같은 특정 부처의 역할로 축소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젠더문제는 크로스커팅이슈로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기능이 핵심이다. 그러한 통합적 기능의 부재가 가져올 후유증을 고려할 때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안이다.
5. 성평등정책 전담부처의 수장이 장관급 이상의 국무위원으로 위치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성평등정책은 하나의 부처에서 완결될 수 없는 것인 만큼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전담부처의 수장은 이러한 소통과 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무회의 및 장관급 위원회 내에서 동등한 지위 혹은 그 이상의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여성단체나 젠더전문가들이 여성가족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성평등 전담부처 이외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출해온 이유다. 개정안은 그러한 내용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
6. 개편안은 독립부처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평등정책 관련 예산편성과 법률제정 권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차별과 혐오, 젠더폭력 등 시급한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전담 부처의 독립적 권한과 역할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와의 조율과정에서도 이러한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성평등 전담기구를 설치한 194개국 중 160개국이 독립부처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권한과 역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7. 때문에 여성가족부를 특정 부처 산하의 본부로 개편하는 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성평등 추진체계 전반을 확대·강화하는 새로운 정부조직개편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담부처 장관의 부총리급 격상, 성평등정책 전담부처의 예산 및 인력 확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신설, 전 부처 내 성평등 전담기구 설치 등이 필요하다.
8. 지금의 개편안은 우리 사회에 나쁜 신호를 던지고 있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던 시도들을 중단해도 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많은 국제지표와 학술연구, 언론보도, 팩트체크시스템이 입증해주고 있는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시대가 변화하면 그에 맞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막연한 일반론이 아니라 인구 구조 및 성차별 현실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을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들은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국가의 부재'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성차별 해소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