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상 모든 가족 함께’, 표어를 넘어 실효성 있는 입법으로 추진되길
-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확정 발표에 부쳐 -
가족의 가치와 감사함을 되새긴다는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해보기에 여느 때보다 적절한 시점이다. 오늘날 가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반수를 훌쩍 넘는 69.7%가 동의했다는 2020년 가족다양성 국민인식조사의 결과는, 이 같은 인식의 변화를 잘 드러낸다.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영역의 법률과 제도 역시 느리게나마 사회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가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기조 역시 이런 흐름 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2025 세상 모든 가족 함께” 모든 가족, 모든 가족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가족 다양성 인정’과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혈연·혼인‧입양 중심의 기존 가족정책 틀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의 현실과 요구를 인지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서 환영할만하다.
세부 추진계획에 있어 ▲자녀 성 결정에 있어 부성우선주의의 폐기, ▲혼외자/혼중자 등 혼인 여부와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적 용어 개선, ▲위탁가족, 동거·사실혼 부부, 노년 동거부부 등 혼인·혈연 이외의 가족관계의 권리 보호 등의 주요 내용은 가부장적 가족구조에 기반을 둔 가족 인식을 개선하고, 혼인 여부 및 가족 형태에 의한 차별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가족정책 방향의 전환은 가족 개념 및 가족 관련 제반 사항을 규정하는 「민법」과 「건강가정지원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국회의 입법 노력 없이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현재 법 개정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건강가정’과 상반되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 관념을 도출시켜 차별을 가져오는 법률명의 수정 및 가족 정의의 삭제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2020년 발의되었으나, 여전히 계류 중인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변화하는 가족의 현실과 요구에 응답하고자 하는 의지가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국회와 유관 부처의 긴밀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한다.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적인 제도의 개선과 함께, 가족을 둘러싼 차별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실질적인 차별 구제방안 마련이 수반되어야 한다. 가부장적 가족구조에 근거하여 ‘정상가족’과 그 밖의 가족을 구분하고, 가족 정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에게 성별화 된 역할 규범을 부여함으로써 돌봄과 노동에 있어 차별을 정당화하는 등 가족 내외의 차별 양상은 복합적이며, 그 원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 ‘위기’, ‘취약계층’으로서 특정한 가족 유형만을 호명하고 있는 방식은 해당 가족 유형에 대한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정상가족’ 관념을 강화하고, 가족을 둘러싼 복합적인 차별 경험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특정 ‘위기가족’의 문제가 아닌, 가족구조가 이미 배태하고 있는 문제로서 차별에 접근하는 정책 관점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구조가 야기하는 복합적 차별에 대한 예방과 구제방안으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 모든 가족 함께”라는 지향은, 기존의 가족구조에 몇몇 종류의 가족을 ’첨가‘하는 수준의 변화만으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서로 돌보며 함께 생활하는 실천으로서 가족의 존재와 요구를 인지하고, 가족 사이의, 그리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입법과 제도 마련이 뒷받침되기를 촉구한다.
2021년 5월 7일
한국여성민우회
[논평]
‘세상 모든 가족 함께’, 표어를 넘어 실효성 있는 입법으로 추진되길
-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확정 발표에 부쳐 -
가족의 가치와 감사함을 되새긴다는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해보기에 여느 때보다 적절한 시점이다. 오늘날 가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반수를 훌쩍 넘는 69.7%가 동의했다는 2020년 가족다양성 국민인식조사의 결과는, 이 같은 인식의 변화를 잘 드러낸다.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영역의 법률과 제도 역시 느리게나마 사회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가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기조 역시 이런 흐름 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2025 세상 모든 가족 함께” 모든 가족, 모든 가족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가족 다양성 인정’과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혈연·혼인‧입양 중심의 기존 가족정책 틀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의 현실과 요구를 인지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서 환영할만하다.
세부 추진계획에 있어 ▲자녀 성 결정에 있어 부성우선주의의 폐기, ▲혼외자/혼중자 등 혼인 여부와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적 용어 개선, ▲위탁가족, 동거·사실혼 부부, 노년 동거부부 등 혼인·혈연 이외의 가족관계의 권리 보호 등의 주요 내용은 가부장적 가족구조에 기반을 둔 가족 인식을 개선하고, 혼인 여부 및 가족 형태에 의한 차별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가족정책 방향의 전환은 가족 개념 및 가족 관련 제반 사항을 규정하는 「민법」과 「건강가정지원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국회의 입법 노력 없이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현재 법 개정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건강가정’과 상반되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 관념을 도출시켜 차별을 가져오는 법률명의 수정 및 가족 정의의 삭제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2020년 발의되었으나, 여전히 계류 중인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변화하는 가족의 현실과 요구에 응답하고자 하는 의지가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국회와 유관 부처의 긴밀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한다.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적인 제도의 개선과 함께, 가족을 둘러싼 차별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실질적인 차별 구제방안 마련이 수반되어야 한다. 가부장적 가족구조에 근거하여 ‘정상가족’과 그 밖의 가족을 구분하고, 가족 정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에게 성별화 된 역할 규범을 부여함으로써 돌봄과 노동에 있어 차별을 정당화하는 등 가족 내외의 차별 양상은 복합적이며, 그 원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 ‘위기’, ‘취약계층’으로서 특정한 가족 유형만을 호명하고 있는 방식은 해당 가족 유형에 대한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정상가족’ 관념을 강화하고, 가족을 둘러싼 복합적인 차별 경험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특정 ‘위기가족’의 문제가 아닌, 가족구조가 이미 배태하고 있는 문제로서 차별에 접근하는 정책 관점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구조가 야기하는 복합적 차별에 대한 예방과 구제방안으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 모든 가족 함께”라는 지향은, 기존의 가족구조에 몇몇 종류의 가족을 ’첨가‘하는 수준의 변화만으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서로 돌보며 함께 생활하는 실천으로서 가족의 존재와 요구를 인지하고, 가족 사이의, 그리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입법과 제도 마련이 뒷받침되기를 촉구한다.
2021년 5월 7일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