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 잘못된 방향의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 일시 : 2024년 7월 2일 (화) 오전 10시
* 장소 : 여성미래센터 B1 소통홀(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55길 6)
* 사회 :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 프로그램
[발언 1] 돌봄 담론적 문제 제기 : 충남대 경제학과 윤자영 교수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은 나가서 일하고 돈 버는 시간 동안만 아이를 돌봐 줄 뿐, 나머지 돌봄은 개별 가정이 알아서 해결하느라 부모는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다."
"돌봄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생산성에 대한 편협하고 부당한 인식이 돌봄 일자리와 서비스 정책의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발언 2] 성평등이 삭제된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한국여성단체연합 오경진 사무처장
"저출생은 한국사회 복합적 사회위기의 결과이자 현상입니다.", "특히 한국 여성들의 인식 변화에 비해 여전히 지체된 이성애/가부장제 중심 전통적 가족규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질서 속 장기노동 관행과 일터 내 성차별 등 한 마디로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사회,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회,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입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발언 3]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의 대책이라는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 : 가족구성권연구소 나기 공동대표
"이성애법률혼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단지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정주공간을 가지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람의 ‘정상성’을 규정한다."
[발언 4] 노동현장의 성평등 실현에 대한 고민 없는 대책으로서의 문제 제기 : 한국여성민우회 보라(박지수) 활동가
"윤석열 대통령은 고대 스파르타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인구감소로 멸망의 길에 접어들었다며 대한민국도 존망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파르타 같은 소리 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땅에 살아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존망을 걱정해야할 때입니다."
"‘출산’과 ‘양육’을 비롯한 돌봄이 여성의 일이라는 차별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노동자로서 여성이 일터에 남아 안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생활하기 위해 출산을 하지 않는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실업급여 삭감, 최저임금 차별적용 시도, 성폭력 피해지원 예산삭감, 민간 고용평등 상담실 예산삭감 모두 윤석열 정부 정책입니다. 더 긴시간, 더 위태롭게, 더 값싸게 여성노동자의 미래를 삭감하고 후퇴시킨 이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발언 5] 노동시간 단축 및 노동자의 생활시간 확보에 대한 대안 없는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김종진 이사장
"특히 이번 정부 발표에서 실효성 강화에 초점을 두었지만 그간 문제로 지적된 사각지대의 적용 확대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사이 ‘일과 삶의 균형’ 논의와 맞물려 장시간 노동 개선이나 노동시장 고용의 질 개선은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
[발언 6] 공적돌봄체계의 부재 및 삭제에 대한 문제 제기 :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결국 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없애더니,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민간업자와 시설원장들에게 떠넘겨지고, 돌봄노동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인건비로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착취해야 된다고 정부와 서울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발언 7]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착취를 목적으로 한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가사·돌봄유니온 송미령 사무국장
"누구나 아다시피 가정내돌봄은 사람과 가족을 돌보고 가정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직업윤리가 필요하고 다양한 돌봄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가사`돌봄을 하대하면서 어떻게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습니까?"
[발언 8] 소득 제한없는 대출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서의 문제 제기 :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활동가
"정부는 인구소멸, 저출생위기를 끊임없이 언급하며 이 모든 문제가 마치 집값 때문에 저해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주거불평등을 보다 공고히 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점철되어 있을 뿐입니다. "
[발언 9] 49세까지의 여성의 난임을 지원하는 대책에 대한 건강권의 문제 제기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불과 50여년 전 국가주도로 ‘낙태버스’를 운영하며 여성의 몸을 이용해 인구수를 조절하고자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난임 시술비를 ‘49세까지 25회에 걸쳐’ 지원한다는 현 정부의 대책 역시 여성을 오직 인구정책의 도구로만 여기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발언 10] 공무원이 법집행 현장에서 말하는 법제도의 문제 제기 : 공무원노조 박시현 여성위원장
"정책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에게 묻는 게 아닌, 탁상 행정·지르기식 졸속 행정 추진은 일선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기자회견문]
정부의 저출생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소위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였다. 3대분야 15대 핵심과제로 구성된 본 대책은 전제부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저출생의 원인과 대책은 그 방향이 잘못 되었다. 출생률은 결과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정부가 3대분야로 선정한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은 이미 아이가 있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이들에 한정된 대책이다. 대책을 보면 정부는 저출생의 원인을 육아휴직 사용과 아이돌봄 어려움, 주거문제로만 판단하고 있다. 본 대책은 노동시간 단축 없이 아이를 키우는 일의 외주화만을 궁리하고 있다. 심지어 이주 가사노동자를 싼값에 들여와 떠맡길 계획이다. 육아휴직은 일정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며 이 안에서도 사용자의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이다. 육아휴직을 늘리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는 정책의 수혜를 누리는 이들은 일부에 국한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종 모부성권 제도를 사용할 수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사각지대에 대한 대안은 없다. 대출 위주의 주거 정책 역시도 집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이들에게로 한정된다. 결국 이번 저출생 대책은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출생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은 청년층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임을 지목한다. 당장 내 삶이 버겁고 아이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기회와 평등 인식이 부정적일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청년세대는 성별에 관계없이 ‘노동중심 생애’를 우선한다. 내 밥벌이는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예정되어 있다면 출산을 꺼리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젠더 불평등은 가장 심각한 저출생의 원인이다. 장시간 노동이 당연한 한국사회에서 돌봄 전담자로 여성을 상정하고 성평등한 결혼생활과 부부 관계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결혼 자체를 꺼리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은 없고 하루종일 아이들과 부모를 떼어놓는 늘봄학교를 구상하게 한다. 한편으로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성애 정상가족이 아닌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고용, 사회 양극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출산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려사항은 경제적 여건(54%)이다. 저임금과 비정규직 고용을 강요받아 기대할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특히 성차별적 노동시장에서 하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출산 기피는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난다. 2019년 출산 가구 가운데 상위층 비중은 54.5%, 중위층은 37%인데 반해 하위층은 8.5%에 불과했다.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계급화 되어버렸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계급사회를 완화할 고용, 주거, 세금, 젠더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말하고 있다. 인구는 인구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이다. 시민들이 사람으로서 온전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구축해야만 비로소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인구의 증감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될 경우, 인구 통제라는 구시대적 정책 운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의 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의 젠더 불평등 해소, 주거•돌봄의 공공성 강화, 이주민에 대한 차별 철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 등 모든 시민들의 평등하고 안전한 삶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2024. 7. 2
정부의 저출생 대책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
여성노동연대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경주여성노동자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광주여성노동자회, 녹색당,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변혁적 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울여성노동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인권연구소 '창', 인천여성노동자회, 정치하는엄마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중구 돌봄 비상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주4일제 네트워크(유니온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건국대병원노동조합,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사노조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어촌공사노동조합, SK하이닉스 노동조합, 일하는시민연구소)
가족구성권연구소, 경남여성회, 진보당, 한국성폭력상담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여성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노동당 여성위(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언니들의병원놀이, 민달팽이유니온, 경기여성단체연합, 인천여성회,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 잘못된 방향의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 일시 : 2024년 7월 2일 (화) 오전 10시
* 장소 : 여성미래센터 B1 소통홀(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55길 6)
* 사회 :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 프로그램
[발언 1] 돌봄 담론적 문제 제기 : 충남대 경제학과 윤자영 교수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은 나가서 일하고 돈 버는 시간 동안만 아이를 돌봐 줄 뿐, 나머지 돌봄은 개별 가정이 알아서 해결하느라 부모는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다."
"돌봄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생산성에 대한 편협하고 부당한 인식이 돌봄 일자리와 서비스 정책의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발언 2] 성평등이 삭제된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한국여성단체연합 오경진 사무처장
"저출생은 한국사회 복합적 사회위기의 결과이자 현상입니다.", "특히 한국 여성들의 인식 변화에 비해 여전히 지체된 이성애/가부장제 중심 전통적 가족규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질서 속 장기노동 관행과 일터 내 성차별 등 한 마디로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사회,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회,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입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발언 3]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의 대책이라는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 : 가족구성권연구소 나기 공동대표
"이성애법률혼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단지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정주공간을 가지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람의 ‘정상성’을 규정한다."
[발언 4] 노동현장의 성평등 실현에 대한 고민 없는 대책으로서의 문제 제기 : 한국여성민우회 보라(박지수) 활동가
"윤석열 대통령은 고대 스파르타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인구감소로 멸망의 길에 접어들었다며 대한민국도 존망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파르타 같은 소리 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땅에 살아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존망을 걱정해야할 때입니다."
"‘출산’과 ‘양육’을 비롯한 돌봄이 여성의 일이라는 차별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노동자로서 여성이 일터에 남아 안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생활하기 위해 출산을 하지 않는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실업급여 삭감, 최저임금 차별적용 시도, 성폭력 피해지원 예산삭감, 민간 고용평등 상담실 예산삭감 모두 윤석열 정부 정책입니다. 더 긴시간, 더 위태롭게, 더 값싸게 여성노동자의 미래를 삭감하고 후퇴시킨 이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발언 5] 노동시간 단축 및 노동자의 생활시간 확보에 대한 대안 없는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김종진 이사장
"특히 이번 정부 발표에서 실효성 강화에 초점을 두었지만 그간 문제로 지적된 사각지대의 적용 확대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사이 ‘일과 삶의 균형’ 논의와 맞물려 장시간 노동 개선이나 노동시장 고용의 질 개선은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
[발언 6] 공적돌봄체계의 부재 및 삭제에 대한 문제 제기 :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결국 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없애더니,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민간업자와 시설원장들에게 떠넘겨지고, 돌봄노동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인건비로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착취해야 된다고 정부와 서울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발언 7]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착취를 목적으로 한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가사·돌봄유니온 송미령 사무국장
"누구나 아다시피 가정내돌봄은 사람과 가족을 돌보고 가정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직업윤리가 필요하고 다양한 돌봄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가사`돌봄을 하대하면서 어떻게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습니까?"
[발언 8] 소득 제한없는 대출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서의 문제 제기 :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활동가
"정부는 인구소멸, 저출생위기를 끊임없이 언급하며 이 모든 문제가 마치 집값 때문에 저해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주거불평등을 보다 공고히 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점철되어 있을 뿐입니다. "
[발언 9] 49세까지의 여성의 난임을 지원하는 대책에 대한 건강권의 문제 제기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불과 50여년 전 국가주도로 ‘낙태버스’를 운영하며 여성의 몸을 이용해 인구수를 조절하고자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난임 시술비를 ‘49세까지 25회에 걸쳐’ 지원한다는 현 정부의 대책 역시 여성을 오직 인구정책의 도구로만 여기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발언 10] 공무원이 법집행 현장에서 말하는 법제도의 문제 제기 : 공무원노조 박시현 여성위원장
"정책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에게 묻는 게 아닌, 탁상 행정·지르기식 졸속 행정 추진은 일선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기자회견문]
정부의 저출생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소위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였다. 3대분야 15대 핵심과제로 구성된 본 대책은 전제부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저출생의 원인과 대책은 그 방향이 잘못 되었다. 출생률은 결과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정부가 3대분야로 선정한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은 이미 아이가 있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이들에 한정된 대책이다. 대책을 보면 정부는 저출생의 원인을 육아휴직 사용과 아이돌봄 어려움, 주거문제로만 판단하고 있다. 본 대책은 노동시간 단축 없이 아이를 키우는 일의 외주화만을 궁리하고 있다. 심지어 이주 가사노동자를 싼값에 들여와 떠맡길 계획이다. 육아휴직은 일정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며 이 안에서도 사용자의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이다. 육아휴직을 늘리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는 정책의 수혜를 누리는 이들은 일부에 국한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종 모부성권 제도를 사용할 수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사각지대에 대한 대안은 없다. 대출 위주의 주거 정책 역시도 집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이들에게로 한정된다. 결국 이번 저출생 대책은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출생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은 청년층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임을 지목한다. 당장 내 삶이 버겁고 아이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기회와 평등 인식이 부정적일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청년세대는 성별에 관계없이 ‘노동중심 생애’를 우선한다. 내 밥벌이는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예정되어 있다면 출산을 꺼리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젠더 불평등은 가장 심각한 저출생의 원인이다. 장시간 노동이 당연한 한국사회에서 돌봄 전담자로 여성을 상정하고 성평등한 결혼생활과 부부 관계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결혼 자체를 꺼리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은 없고 하루종일 아이들과 부모를 떼어놓는 늘봄학교를 구상하게 한다. 한편으로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성애 정상가족이 아닌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고용, 사회 양극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출산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려사항은 경제적 여건(54%)이다. 저임금과 비정규직 고용을 강요받아 기대할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특히 성차별적 노동시장에서 하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출산 기피는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난다. 2019년 출산 가구 가운데 상위층 비중은 54.5%, 중위층은 37%인데 반해 하위층은 8.5%에 불과했다.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계급화 되어버렸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계급사회를 완화할 고용, 주거, 세금, 젠더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말하고 있다. 인구는 인구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이다. 시민들이 사람으로서 온전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구축해야만 비로소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인구의 증감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될 경우, 인구 통제라는 구시대적 정책 운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의 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의 젠더 불평등 해소, 주거•돌봄의 공공성 강화, 이주민에 대한 차별 철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 등 모든 시민들의 평등하고 안전한 삶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2024. 7. 2
정부의 저출생 대책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
여성노동연대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경주여성노동자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광주여성노동자회, 녹색당,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변혁적 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울여성노동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인권연구소 '창', 인천여성노동자회, 정치하는엄마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중구 돌봄 비상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주4일제 네트워크(유니온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건국대병원노동조합,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사노조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어촌공사노동조합, SK하이닉스 노동조합, 일하는시민연구소)
가족구성권연구소, 경남여성회, 진보당, 한국성폭력상담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여성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노동당 여성위(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언니들의병원놀이, 민달팽이유니온, 경기여성단체연합, 인천여성회, 일하는여성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