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
: 게임 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 몰이를 규탄한다
게임계에서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집게 손’ 억지 논란이 또다시 발생했다. 일부 이용자들이 ㈜넥슨코리아가 배급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의 한 장면(약 0.1초)을 갈무리하여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집게 손’ 모양이 드러났다며 항의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영상을 제작한 외주업체 창작자의 신상을 털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뒤져 페미니스트로서의 의사 표현을 색출하고, 이를 빌미 삼아 넥슨을 상대로 집단행동을 벌였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업계는 이 같은 억지 논란에 즉각 굴복했다. 넥슨이 26일 새벽에 사과문을 올리며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해당 영상 제작 업체와 협업한 게임 〈던전 앤 파이터〉, 〈블루아카이브〉, 〈이터널 리턴〉, 〈에픽세븐〉, 〈아우터플레인〉 등의 운영 측에서도 줄줄이 사과문을 올렸고, 26일 오후 영상 제작 업체 ‘스튜디오 뿌리’ 측에서도 영상 제작 담당 직원의 작업물을 삭제하고 해당 직원을 배제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급기야 〈메이플스토리〉의 운영진은 온라인 이용자 간담회를 열어 사과하는가 하면, 〈던전 앤 파이터〉 운영진은 자사 홍보영상에서 ‘집게 손’처럼 보이는 장면을 초 단위로 모아 올리고 전면 검수하겠다는 공지를 올리기까지 했다. 기업들이 혐오세력 앞에 그야말로 납작 엎드렸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부 극단주의 ‘남초’ 커뮤니티가 제기하고 게임계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동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반페미니즘의 공모가 끊임없이 반복되었음을 기억한다. 2016년 넥슨이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여성 성우를 배제한 ‘넥슨 성우 교체사건’을 시작으로, 2018년 게임계 연속적인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 2020년 ‘가디언테일즈 대사 수정 논란’, 2021년 GS25 광고에서 촉발된 ‘집게 손 논란’과 2023년 ‘프로젝트문 여성 작가 배제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부 남성들의 억지 주장으로 여성과 페미니스트가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위협당하는 피해가 이어졌다. 그리고 기업이 이러한 사태를 방조하고 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음으로써, 또다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집게 손’ 모양이 ‘남성혐오’를 상징하며, ‘페미’라는 반사회적인 여성 세력이 이러한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은 일부 ‘남초’ 커뮤니티가 날조해 낸 허황된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은 이를 받아들여 주는 공적 주체로 인해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부풀려질 수 있다. 0.1초 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증거라고 우기는 주장이 통한다면, 그 누가 이 혐오 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혐오 몰이는 모든 페미니스트/여성을 위협하며, 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위험하다. 이는 얼마 전 한 남성이 머리 길이를 이유로 ‘페미’라고 주장하며 편의점에서 일하던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폭행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기업이 일부 여성혐오적 소비자의 ‘기분 나쁨’에 따른 억지 주장을 받아주고 감정을 달래며 사과하는 것은, 이들의 비이성적 불만과 폭력성의 표적을 구조적 약자인 여성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는 행위다. 이는 여성의 안전을 팔아 자기 보신과 이익을 챙기려는 비굴한 행태이다.
일부 소비자가 제기하는 ‘남성혐오’ ‘논란’에 대해서만 게임사가 즉각 반응하여 굴복하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기업을 휘두르고 여성 종사자를 괴롭히는 권능감과 재미를 위해 놀이처럼 이 같은 억지 논란을 일으키고 지속하는 집단도 나타났다. 이러한 반사회적 여성 공격 ‘놀이’가 반복되는 이유는 오직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주체인 기업이 이들을 소비자로서 승인하고 힘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넥슨은 2016년 페미니스트를 퇴출하라는 일부 소비자의 요구를 기업이 수용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 이를 선례 삼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주장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만든 원흉이다. 8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넥슨은 마땅히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게임 문화의 주인은 이번 사태를 만든 게임사의 일부 성차별적 결정권자들이나, ‘남초’ 이용자들만이 아니다. 게임 문화는 여성 개발자, 창작자를 비롯한 모든 종사자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대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게임 문화 안의 여성들을 비상식적 혐오와 폭력의 표적으로 던져 위험에 빠트리고 배제하는 결정을 반복함으로써 게임이 일부 성차별적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그릇된 편견을 강화하고, 게임 문화를 혐오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반사회적 혐오와 배제가 계속될 때, 상식적인 대중은 게임에 등을 돌리고 게임업계에는 혐오세력과 공멸하는 결말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대중문화의 성차별적인 관행을 바꾸어가는 일,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표현과 실천을 책임자가 사죄하고 여성이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어야 할 이유라고 호도하는 혐오 논리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적인 폭력과 ‘밥줄 끊기’를 통해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침묵시키려는 반페미니즘적 공모에 맞서 페미니스트와 노동·시민사회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넥슨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혐오 몰이에 동조를 멈추고, 게임 문화 속의 여성 페미니스트 시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라.
2023년 11월 28일
문화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연명
게임계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하는 25,511명의 시민 일동
광주여성의전화, 고양여성민우회, 경남여성회, 여성주의 팀 화로,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춘천여성민우회, 대전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전북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전북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의전화, 수원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대전여민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안산여성노동자회, 원주여성민우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녹색당 여성위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 경기청년유니온, 고양여성민우회, 경남여성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파주여성민우회, 전주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인문학공동체 이음, 전국여성연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노동도시연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 독립출판사 발코니, 소설커뮤니티 공백, 페미씨어터, 플레이포라이프, 인천여성회, 파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민우회, 평등노동자회 청년모임, 경남여성회, 진보당 인권위원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청년진보당, 어린보라: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 인디밴드씬 반성폭력연대, 퇴근후게이머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동북여성민우회, 호서대학교 여성주의 소모임 포워드[forward], 성남여성의전화,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녹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부산청년여성노동자모임, 연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페스포트, 다른세상을향한연대,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 여성시대 메이플달글, 민주노총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IT노조),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경상국립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세상의 절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 연합 FOF, 한국YMCA전국연맹, 페미니스트연구웹진Fwd,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성소수자부모모임, 대구여성회, 인천여성민우회, 중앙대학교 여성주의학회 여백, 춘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정의당 부천갑 지역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석순교지편집위원회, 광주여성센터, 부산 실천주의 여성 모임 여명, 성평등 국어교사모임,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숭실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백마 탄 암탉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번역회사 트리스텔라, 전라북도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 씨알여성회,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네오플유저협회,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 프로젝트 이어, 세종여성, 정의당부천을지역위원회, 숙명앰네스티, 동숲사랑러협회, 서강대학교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오픈넷, 성신여자대학교 청정융합에너지공학과 페미니즘 모임 시너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경남대학교 동문공동체 여성주의모임 ‘까마귀떼’, 충북대학교 여성주의 동아리 우레, 춘천여성회, 성인자폐자조모임 estas 내 W&NB(여성 및 논바이너리), 성신 래디컬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동아리 RADSBOS
*기자회견 참가자에 대한 신변 위협이 발생하고 노동현장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자행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연명 명단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발언 1. 로리 / 페미니스트 게이머
안녕하세요, 넥슨 코리아 여러분. <바람의 나라>와 <마비노기>를 즐겨했던 한 국내 여성 게이머가 왔습니다. 어제 넥슨닷컴 탈퇴 버튼을 눌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김자연 성우를 억지로 교체했을 때 이미 탈퇴해버렸거든요. ㅠㅠ
넥슨 코리아가 요새 미는 게임 있죠? 동체시력이 아주 좋아야 한다던데요. 0.1초에 스쳐지나가는 손가락 모양을 보고 개발에 참여한 페미니스트를 찾아내서 제작사에 떼를 쓰고 1시간만에 운영자한테 답변 받기 게임. 여성혐오, 여성멸시, 그리고 여성 동료의 밥줄 자르기 게임. 저도 잘 보고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여성 인생에 훼방 놓는 걸로 만족을 느끼는 넥슨 코리아의 신작 게임, 다 별로인데 무엇보다도 게임성이 엉망진창이네요. 리뷰 점수 0점 드립니다.
기쁘신가요? 한 명의 고객을, 더 나아가 국내 여성 게이머를 잃어서 기쁜가요? 진작에 알아봤었는데 더 일찍 손절하지 못한 한국 여성 게이머들은 처음부터 넥슨 코리아의 고객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여성 게이머는 필요 없고, 여성 게이머의 돈도 안 받을 거고, 여성 원화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여성 개발자들은 다 자르는 거죠? 신종 퀄리티 높은 자연스러운 연결 동작을 원하면서 여러분의 기분이 상하는 손 모양은 나오면 안 된다고 이렇게 우기면, 이번에는 협력업체 원화가였지만 다음번에는 본사 소속 일러스트레이터도 해고할 건가요?
코로나19 시기에 돈 많이 버셨죠? 그 꿀 같은 시간이 계속될 것 같은가요? 게임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같은 게임사가 아닌 거 아시죠?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경쟁해야 할 텐데요. 게임 말고도 접근성 좋고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가 계속 생겨날 거니까요.
<메이플 스토리>같은 MMORPG 게임은 현질 말고도 시간을 엄청나게 들여야 하죠. <메이플> 끊으면 우리는 좋아요. 더 싸게 더 편하게 시간 때우는 콘텐츠는 지천에 널렸으니까요.
<메이플 스토리> 지금 테마카페랑 테마파크 이런 거 준비하고 있죠? 이런 거 돈 써 줄 여러분의 고객층이 누구일까요? 가면 쓰고 사무실 찾아가고 디씨 루리웹에서 마녀사냥하는 시간 많은 남성 유저일까요, 캐릭터와 세계관에 애착을 갖는 여성 게이머일까요? 이렇게 여자를 싫어하고 골라내고 밥줄을 끊어도 여성 게이머가 메이플 테마파크 가서 돈 써 줄 것 같아요?
해외 게임사가 왜 다양성을 추구할까요? 최근 몇 년 동안 <게임스컴> 같은 해외 게임쇼나 주요 해외 게임 개발사의 홍보 영상에서는 의도적으로 여성 게이머를 화면에 비춰주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얘네가 다 정치적 올바름에 미쳐버린 걸까요? 어둠의 페미니스트 권력이 강요하기 때문일까요? 인셀 남성 유저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로 한정하면 인구 수는 더욱 줄어들죠.
네오위즈 <P의 거짓> 같은 콘솔 게임, 넥슨 자회사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같은 인디 게임 시도, 다 지금 해외 시장 노리고 있죠? 국내 유저 쥐어짜는 걸로는 점점 돈 벌기 힘들잖아요.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남성 75%가 게임 유저, 여성의 73%가 게임 유저입니다. 2%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까? 중국 조사를 보면 여성 게이머가 남성보다 많다네요. 전 세계 콘솔 유저 47%가 여성이고요. 모바일 게이머의 54%가 여성이라는 2023년 결과도 있습니다. 이거 다 엄마 아이디로 게임기 사고 엄마 카드로 결제해서 그런 거라고,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나요?
넥슨 코리아 그래도 여성 게이머 계속 무시할 거죠? 페미니스트가 싫고 여자는 게임 안 한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한 줌밖에 안 되는 국내 유저 풀 자기 손으로 계속 줄여 갈 거죠?
네, 우리도 바보가 아닙니다. 이미 수치에서 증명됐듯, 여자도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을 탐닉할 줄 알고, 좋은 스토리와 멋진 그래픽, 타격감을 분간할 줄 압니다. 여성 게이머도 잘 만든 게임 즐길 줄 알고, 아이템에 돈 이미 <오조오억> 쓰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 운영 망하면 민심 봉합하려고 페미니스트 솏아냈다고 쇼 하는 것도 다 알고 있어요.
“사상검증 원조맛집” 넥슨 코리아, 계산기 잘 두드려야 할 겁니다. 과대대표된 일부 남성 유저의 피해망상에 동조하는 이유는 넥슨 코리아 내부에도 그 열등감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여성 게이머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캐릭터와 이야기에 몰입하고, 플레이한 시간은 곧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게이머도 게이머로서의 자신의 노력과 애정과 존재를 부정하는 게임을 사랑하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마지막 기회 아닐까요? 여기서 한국 여성 게이머를 다 버리고 간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우리 한국 여성 게이머들도 돈 있고 시간 있고 게임기 다 있어요. 더 게임성 좋고 배려심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고, 여성 인물에게도 서사와 이유와 존재감을 부여하는 해외 게임사 진짜 맛도리 메뉴들,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 인력을 진정한 동료로 대우하고, 여성 게이머를 고객으로 유저로 존중하는 게임사, 우리는 판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진심으로 그렇게 믿어요? 한국 여성 게이머 다 버리고 2022년처럼 계속 매출 3조씩 낼 수 있을 거라고?
어디 한번 가 보세요. 여성 게이머 버리고 손가락 모양 걸러내기 게임 하는 개발사가 과연 언제까지 승승장구할지, 그 엔딩은 사실 너무 뻔하고 식상해서 다 예상이 되지만, 플레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우리 여성 게이머에게 아주 즐거울 것 같습니다.
발언 2. 정화인 /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콘지회가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싸운지 어느덧 7년이 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 투쟁에 나설 때, 부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싸워왔는데, 또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매번 사상검증 관련한 기자회견과 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사건이 있지요. 바로 넥슨이 자사 게임 클로저스에서 성우를 해고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부당한 일을 당한 수많은 여성창작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때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심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넥슨이 또 다시 변함없는 모습으로 “넥슨짓”을 하였습니다. 바로 직전 모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이 사상검증으로 일을 그만두는 사태가 있었음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그들에게만 의미있는 손가락 모양은 그저 0.1초짜리 애니메이션 프레임의 하트 손가락을 만드는 동작의 연결에서 나온 그림일 뿐이고, 주말에 직원들을 출근시켜 열심히 리스트업하여 문제삼은 애니메이션 PV의 몇 초짜리 집게 손가락 모음 또한 그냥 집게 손가락 모음일 뿐입니다. 아무 의미 없는 동작을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동작이라 의미 부여하는 모습이 삼각형만 보면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의 상징이라며 연관 짓는 음모론과 같은 모습입니다. 한국 게임을 대표한다는 대기업의 이러한 태도에 중소기업까지 따라나서며 정신나간 음모론에 탑승하니 전세계적으로 비웃음 받을 일입니다.
이 손가락 모양에 의미를 부여하며 창작자를 괴롭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에는 한 웹툰에 이 손 동작이 나왔다며 악플과 별점 테러를 했던 사건이 유명하죠. 그때도 지금처럼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사냥 놀이’와 같은 집단적인 테러였습니다. 이러한 행태의 속내는 여성과 페미니스트 창작자들을 압박하고 겁박하는 반페미니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여성창작자에게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매년 일어나지만 정부도 기업도 누구 하나 보호하려 먼저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힘없는 여성창작노동자, 우리 동료들은 내 SNS에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지, 작업물의 작은 손동작이 혹시나 문제가 되진 않을지 걱정하며 생산성 없는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참하고 참혹합니다.
기업이 먼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악성 유저들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사항을 들어주는게 아니라 자신의 게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지켜줄 방법을 고민했어야하는거 아닙니까? 그저 괴롭히기에 지나지 않는 악성유저들의 억지 민원과 그것을 옳다며 들어주는 넥슨 포함 게임업계는 당장 반페미니즘 행태를 멈추고 반성하며 속죄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도 정부도 나서야합니다. 창작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성평등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시민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연대 또한 간절히 청합니다. 그리고 고통받고 계실 피해자분들께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발언 3. 이두찬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2020년 5월 국가인권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해당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고 오늘 기자회견에 서 발언하는 참담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는 3년이 지나도록 해당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정부는 여전히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와 차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열 및 괴롭힘 사건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발생 빈도는 늘어나고 있고, 그 수위는 계속해 강해지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다수의 여성 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취약한 위치를 빌미 삼아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는 이들 노동자의 발언을 일일이 점검하여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성 노동자는 자신의 의견 표명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의 이유로 신고인과 용역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신고인을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와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한 바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수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투쟁의 가장 큰 결과물 중 하나인 예술인권리보장법 조차도 계임업계 노동자들의 창작 환경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 1년이 지났습니다. 법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예술인에 대한 성희롱ㆍ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와 성평등한 예술 환경에서 활동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자행되고 있는 권리침해 행위를 막아주고 있지는 않다. 이런 불합리함에도 정부 및 국회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의 개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및 공공기간 외에도 민간에서 자행되는 예술인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매일 매일 k 컬쳐 k 컨텐츠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랑하는 케이컬쳐의 민낯이 이번 넥슨의 혐오몰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이컬쳐의 우수함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의 안정된 예술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문화연대는 이런 여성혐오에 맞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에 적극 대응할 것이며, 피해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문화예술계에 그 어떤 차별과 혐오도 존재하지 못하도록 투쟁해 싸우겠습니다.
덧붙여 게임을 해본 유져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남성 캐릭터가 레벨 업을 하면 방어구가 점점 두꺼워지는 반면 여성 캐릭터는 레벨 업 할수록 노출도가 심해져 ‘벗을수록 강해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몇 년 전 sns 등에서는 모바일 게임의 선정적인 게임 광고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속옷 색깔을 맞춰 보라는 문제를 내는 여성이 등장하고, 목에 자기 나이를 적어 걸어둔 여성들이 경매처럼 팔려나가는 듯한 묘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게임에서는 성 역할의 고정을 깨는 캐릭터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양성애자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으며, 이집트 출신의 여성, 노인, 장애인이라는 코드를 결합한 캐릭터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 추세 중 하나입니다.
2019년 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성비는 남성 50.3%, 여성 49.7%로 유의미한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 이용자 규모의 비약적인 성장은 게임사가 특정 성별의 취향만 맞추는 것으로는 시장에서의 생존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함에도 여전히 다수의 남성만이 게임을 한다는 생각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커뮤니티 등을 납득시키기 위해 여성캐릭터를 선정적으로 묘사하는게 현재 시장에서 유효한 연출인지를 게임사들에게 되물어여 합니다. 변화한 시장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제작사는 필연적으로 도태할 것이기에 성 상품화 콘텐츠의 계속된 생산은 게임사의 존폐를 가를지도 모를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을 게임사들이 이해하고 받아드리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4. 김수아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사실,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대표적 대중문화 양식의 하나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글로벌 게임 회사를 중심으로 ESG 선언을 하면서 게임 내 다양성 가치를 재현하는 게임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더하는 속성이 있는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와 관련된 논의 역시 계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용자 보호와 게임 내 성차별 문화 개선을 위한 게임 업계의 다양한 기술적, 문화적 시도 사례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평등하고 안전한 게임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게임 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게임 업계가 보여주는 퇴행적 양상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게 합니다. 지난 2016년 게임 클로저스 사태에서부터 여성 노동자를 ‘페미’로 몰아세우는 게임 이용자들의 사적 감시와 사이버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게임 산업이 동조하면서 여성 노동자 권리 침해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페미’ 몰이가 그 실체가 없는 억지 논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이 이를 반성적 성찰 없이 승인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게임 산업이 이러한 몰이에 적극적인 공모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름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상 게임 업계는 언제나 ‘페미’ 몰이에 응답할 준비를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이자, 이번 사건의 경우 하청 업체에 대한 꼬리 자르기 식의 압력 행사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보면 게임 업계 내 여성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인데도 넥슨과 같은 대기업이 어떤 공적 논의 과정도 없이 빠르게 대응하여 페미 몰이에 부응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이 문제는 산업이 유도하고, 또 확산시키는 것이지 단순한 악성 민원의 문제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이 문제의 책임은 무엇보다 게임 업계에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 요구되는 사회적 가치와 공적 책무에 대한 고려와 숙고가 없이 억지 민원에 바로 응답하면서 민원인, 즉 남성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효능감을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마 억지 민원임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캐릭터의 동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손가락 움직임을 여성 캐릭터에 한정하여 비슷한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이를 빌미로 관련된 여성 노동자가 ‘페미’라고 몰아가는 민원은 어떤 맥락에서 보더라도 억지입니다. 이 민원에 따르자면 앞으로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게임에선 손가락을 사용하는 장면을 그리면 안 될 지경입니다.
게임 업계는 이러한 억지 민원의 요구에 응하기보다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게임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8년여간 게임 업계는 게임 이용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여성 노동자를 억압해왔고, 이 과정에서 성평등을 위한 문제제기는 묵살해 왔습니다. 더 나아가, 성평등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폄하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 내, 그리고 업계 내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 성평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혐오주의자라고 몰아가는 데 동조하였습니다. 사실상 업계가 적극적 동조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민원이라는 점은 이와 유사한 악성 민원에 응답하고 동조하지 않은 다른 업체의 경우 그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 업계가 그토록 두렵다고 말하는 ‘페미’의 상은 사실상 게임 업계가 억지 민원에 응답하여 만들어낸 허상일 뿐입니다. ‘문제적 사상을 가진 페미’가 확인되기는커녕, 페미라는 허구적 표상에 부여한 여성혐오적 인식이 드러나는 것이 일련의 ‘페미 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몰이는 사이버 괴롭힘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여성의 목소리를 위축시켰고, 이 결과로 남은 것은 게임 문화 내 만연한 성차별일 뿐입니다. 게임 업계는 게임 문화 내 성차별적 양상을 승인하고 더 나아가 유도해온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스스로 낮추는 이와 같은 퇴행적 대응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바꾸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합니다.
발언 5. 온다 /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게임계에서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씌워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공격하고 폄하하는 억지 논란의 피해가 또 발생했습니다. 이게 몇 년째, 몇 번째인지 세기도 어렵습니다. 게임계의 여성혐오자들은 집단으로 편을 먹고 계속 모략질을 하면 진실도 민주적 정의도 게임 속 가상 존재처럼 사라질 것이라 헛꿈을 꾸는 것일까요?
게다가 ‘집게 손’ 모양에 억지를 쓰는 일부 집단은 자신들이 가진 작은 것에 페미니스트들이 신경 써줄 것이라 굳게 믿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는 남의 신체가 작든 말든 외모에 관심 없습니다. 더욱이 페미니스트는 여성혐오주의자 반페미니스트 집단의 게임 캐릭터 비키니밖에 모르는 작은 안목을, 아무것에나 쉽게 기분 상해하는 작은 소갈머리를, 자기 불편함을 폭력으로 배출하는 작은 인간성을, 정당한 시민적 권리도 부정하는 작은 민주적 소양을, 소비자 지위를 무책임하게 휘두르며 자기 말을 들어주는 기업에만 빌붙는 작은 유세를, 그 작디작고 초라하고 알량한 남성연대를 뭐라도 되는 양 신경 써줄 여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우리 페미니스트들은 언제나 그래왔듯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바삐 갑니다. 성평등을 위해 말하고 실천하고 만들고 일하고 모이고 관철합니다.
계속되는 혐오 선동과 공격에도 페미니즘 운동은 굴복한 적이 없습니다. 페미니스트 대중들은 때마다 피해자를 지지하고 페미니즘에 연대하는 대규모 온라인 해시태그 연결행동을 이어갔고, 혐오에 동조한 기업에 맞서 불매운동을 했고, 사이버 괴롭힘에 대한 조직적인 맞대응과 여성 창작자 지지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백래시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성명을 함께 쓰고, 반페미니즘에 힘 싣는 기업, 언론,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누고 대응을 모색하는 집담회와 토론회 등 공론장을 계속 열었습니다. 채용 성차별 근절과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힘을 싣기도 했죠. 페미니스트 노동자와 활동가들은 혐오 표현과 인권침해, 노동 탄압에 대하여 실태조사와 법적 대응도 함께 했습니다. 기업의 여성/페미니스트 탄압과 배제를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백래시로 의제화하여 공동 대응을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8년 게임 분야 성별영향평가가 이루어지고, 2020년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성차별적 관행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 결정이 나고, 2023년 국정감사에서 게임 업계 종사자 괴롭힘과 부당노동행위가 논의되는 등 제도적 개선의 물꼬가 트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하루가 좀 안 되는 시간에 2만 4천명이 넘는 페미니스트들이 연대의 의지를 표명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이 연대가 앞으로 또 다른 페미니즘 운동을 만들 겁니다.
게임 업계를 비롯한 성차별적 노동환경과 여성혐오적 창작문화 안에서 분투하는 여성/페미니스트 여러분, 괴롭힘과 밥줄 끊기에 피해와 위협을 경험하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절대 틀리지 않았습니다. 반페미니즘적 악성 소비자와 기업은, 이 백래시의 공모세력은 여러분을 괴롭히고 쫓아내고 입막음하고, 모두 페미니즘 탓이라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분의 존재가 일으키는 성평등한 변화가 두려워서 내뱉는 발악일 뿐입니다. 그들이 아무리 날뛰고 우겨도 여러분의 모든 고민과 실천, 때로는 잠시 멈춰 버티거나 물러서 스스로를 지키는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진보의 흐름이 절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끝내 해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으로서 덧붙여보겠습니다. 넥슨의 성차별주의자 여러분, 저는 2016년 당신들이 처음 페미니스트를 배제한 그 게임 〈클로저스〉를 하는, 좋아하는 성우님의 출연을 기대하던 이용자였습니다. 그런데 성우 교체 이후 불의를 참을 수 없어 페미니즘을 진로 삼고, 페미니즘 단체에 가입하고, 페미니즘 연구자가 되어 페미니즘 백래시 비판하고, 이렇게 페미니즘 단체 활동가까지 돼서 이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반사회적 여성혐오 잡몹들을 퍼트렸지만, 그건 그에 맞서는 페미니스트 플레이어들을 만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의도치 않았을지라도, 그건 당신들이 만들어낸 이들 중 가장 막강한 주인공들일 겁니다. 그러니 이 끔찍한 밸런스 조정 실패의 대가나 치르십시오.
[기자회견문]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
: 게임 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 몰이를 규탄한다
게임계에서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집게 손’ 억지 논란이 또다시 발생했다. 일부 이용자들이 ㈜넥슨코리아가 배급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의 한 장면(약 0.1초)을 갈무리하여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집게 손’ 모양이 드러났다며 항의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영상을 제작한 외주업체 창작자의 신상을 털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뒤져 페미니스트로서의 의사 표현을 색출하고, 이를 빌미 삼아 넥슨을 상대로 집단행동을 벌였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업계는 이 같은 억지 논란에 즉각 굴복했다. 넥슨이 26일 새벽에 사과문을 올리며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해당 영상 제작 업체와 협업한 게임 〈던전 앤 파이터〉, 〈블루아카이브〉, 〈이터널 리턴〉, 〈에픽세븐〉, 〈아우터플레인〉 등의 운영 측에서도 줄줄이 사과문을 올렸고, 26일 오후 영상 제작 업체 ‘스튜디오 뿌리’ 측에서도 영상 제작 담당 직원의 작업물을 삭제하고 해당 직원을 배제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급기야 〈메이플스토리〉의 운영진은 온라인 이용자 간담회를 열어 사과하는가 하면, 〈던전 앤 파이터〉 운영진은 자사 홍보영상에서 ‘집게 손’처럼 보이는 장면을 초 단위로 모아 올리고 전면 검수하겠다는 공지를 올리기까지 했다. 기업들이 혐오세력 앞에 그야말로 납작 엎드렸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부 극단주의 ‘남초’ 커뮤니티가 제기하고 게임계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동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반페미니즘의 공모가 끊임없이 반복되었음을 기억한다. 2016년 넥슨이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여성 성우를 배제한 ‘넥슨 성우 교체사건’을 시작으로, 2018년 게임계 연속적인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 2020년 ‘가디언테일즈 대사 수정 논란’, 2021년 GS25 광고에서 촉발된 ‘집게 손 논란’과 2023년 ‘프로젝트문 여성 작가 배제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부 남성들의 억지 주장으로 여성과 페미니스트가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위협당하는 피해가 이어졌다. 그리고 기업이 이러한 사태를 방조하고 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음으로써, 또다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집게 손’ 모양이 ‘남성혐오’를 상징하며, ‘페미’라는 반사회적인 여성 세력이 이러한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은 일부 ‘남초’ 커뮤니티가 날조해 낸 허황된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은 이를 받아들여 주는 공적 주체로 인해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부풀려질 수 있다. 0.1초 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증거라고 우기는 주장이 통한다면, 그 누가 이 혐오 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혐오 몰이는 모든 페미니스트/여성을 위협하며, 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위험하다. 이는 얼마 전 한 남성이 머리 길이를 이유로 ‘페미’라고 주장하며 편의점에서 일하던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폭행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기업이 일부 여성혐오적 소비자의 ‘기분 나쁨’에 따른 억지 주장을 받아주고 감정을 달래며 사과하는 것은, 이들의 비이성적 불만과 폭력성의 표적을 구조적 약자인 여성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는 행위다. 이는 여성의 안전을 팔아 자기 보신과 이익을 챙기려는 비굴한 행태이다.
일부 소비자가 제기하는 ‘남성혐오’ ‘논란’에 대해서만 게임사가 즉각 반응하여 굴복하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기업을 휘두르고 여성 종사자를 괴롭히는 권능감과 재미를 위해 놀이처럼 이 같은 억지 논란을 일으키고 지속하는 집단도 나타났다. 이러한 반사회적 여성 공격 ‘놀이’가 반복되는 이유는 오직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주체인 기업이 이들을 소비자로서 승인하고 힘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넥슨은 2016년 페미니스트를 퇴출하라는 일부 소비자의 요구를 기업이 수용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 이를 선례 삼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주장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만든 원흉이다. 8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넥슨은 마땅히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게임 문화의 주인은 이번 사태를 만든 게임사의 일부 성차별적 결정권자들이나, ‘남초’ 이용자들만이 아니다. 게임 문화는 여성 개발자, 창작자를 비롯한 모든 종사자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대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게임 문화 안의 여성들을 비상식적 혐오와 폭력의 표적으로 던져 위험에 빠트리고 배제하는 결정을 반복함으로써 게임이 일부 성차별적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그릇된 편견을 강화하고, 게임 문화를 혐오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반사회적 혐오와 배제가 계속될 때, 상식적인 대중은 게임에 등을 돌리고 게임업계에는 혐오세력과 공멸하는 결말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대중문화의 성차별적인 관행을 바꾸어가는 일,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표현과 실천을 책임자가 사죄하고 여성이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어야 할 이유라고 호도하는 혐오 논리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적인 폭력과 ‘밥줄 끊기’를 통해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침묵시키려는 반페미니즘적 공모에 맞서 페미니스트와 노동·시민사회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넥슨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혐오 몰이에 동조를 멈추고, 게임 문화 속의 여성 페미니스트 시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라.
2023년 11월 28일
문화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연명
게임계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하는 25,511명의 시민 일동
광주여성의전화, 고양여성민우회, 경남여성회, 여성주의 팀 화로,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춘천여성민우회, 대전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전북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전북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의전화, 수원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대전여민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안산여성노동자회, 원주여성민우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녹색당 여성위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 경기청년유니온, 고양여성민우회, 경남여성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파주여성민우회, 전주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인문학공동체 이음, 전국여성연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노동도시연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 독립출판사 발코니, 소설커뮤니티 공백, 페미씨어터, 플레이포라이프, 인천여성회, 파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민우회, 평등노동자회 청년모임, 경남여성회, 진보당 인권위원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청년진보당, 어린보라: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 인디밴드씬 반성폭력연대, 퇴근후게이머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동북여성민우회, 호서대학교 여성주의 소모임 포워드[forward], 성남여성의전화,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녹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부산청년여성노동자모임, 연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페스포트, 다른세상을향한연대,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 여성시대 메이플달글, 민주노총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IT노조),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경상국립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세상의 절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 연합 FOF, 한국YMCA전국연맹, 페미니스트연구웹진Fwd,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성소수자부모모임, 대구여성회, 인천여성민우회, 중앙대학교 여성주의학회 여백, 춘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정의당 부천갑 지역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석순교지편집위원회, 광주여성센터, 부산 실천주의 여성 모임 여명, 성평등 국어교사모임,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숭실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백마 탄 암탉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번역회사 트리스텔라, 전라북도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 씨알여성회,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네오플유저협회,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 프로젝트 이어, 세종여성, 정의당부천을지역위원회, 숙명앰네스티, 동숲사랑러협회, 서강대학교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오픈넷, 성신여자대학교 청정융합에너지공학과 페미니즘 모임 시너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경남대학교 동문공동체 여성주의모임 ‘까마귀떼’, 충북대학교 여성주의 동아리 우레, 춘천여성회, 성인자폐자조모임 estas 내 W&NB(여성 및 논바이너리), 성신 래디컬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동아리 RADSBOS
*기자회견 참가자에 대한 신변 위협이 발생하고 노동현장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자행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연명 명단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발언 1. 로리 / 페미니스트 게이머
안녕하세요, 넥슨 코리아 여러분. <바람의 나라>와 <마비노기>를 즐겨했던 한 국내 여성 게이머가 왔습니다. 어제 넥슨닷컴 탈퇴 버튼을 눌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김자연 성우를 억지로 교체했을 때 이미 탈퇴해버렸거든요. ㅠㅠ
넥슨 코리아가 요새 미는 게임 있죠? 동체시력이 아주 좋아야 한다던데요. 0.1초에 스쳐지나가는 손가락 모양을 보고 개발에 참여한 페미니스트를 찾아내서 제작사에 떼를 쓰고 1시간만에 운영자한테 답변 받기 게임. 여성혐오, 여성멸시, 그리고 여성 동료의 밥줄 자르기 게임. 저도 잘 보고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여성 인생에 훼방 놓는 걸로 만족을 느끼는 넥슨 코리아의 신작 게임, 다 별로인데 무엇보다도 게임성이 엉망진창이네요. 리뷰 점수 0점 드립니다.
기쁘신가요? 한 명의 고객을, 더 나아가 국내 여성 게이머를 잃어서 기쁜가요? 진작에 알아봤었는데 더 일찍 손절하지 못한 한국 여성 게이머들은 처음부터 넥슨 코리아의 고객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여성 게이머는 필요 없고, 여성 게이머의 돈도 안 받을 거고, 여성 원화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여성 개발자들은 다 자르는 거죠? 신종 퀄리티 높은 자연스러운 연결 동작을 원하면서 여러분의 기분이 상하는 손 모양은 나오면 안 된다고 이렇게 우기면, 이번에는 협력업체 원화가였지만 다음번에는 본사 소속 일러스트레이터도 해고할 건가요?
코로나19 시기에 돈 많이 버셨죠? 그 꿀 같은 시간이 계속될 것 같은가요? 게임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같은 게임사가 아닌 거 아시죠?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경쟁해야 할 텐데요. 게임 말고도 접근성 좋고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가 계속 생겨날 거니까요.
<메이플 스토리>같은 MMORPG 게임은 현질 말고도 시간을 엄청나게 들여야 하죠. <메이플> 끊으면 우리는 좋아요. 더 싸게 더 편하게 시간 때우는 콘텐츠는 지천에 널렸으니까요.
<메이플 스토리> 지금 테마카페랑 테마파크 이런 거 준비하고 있죠? 이런 거 돈 써 줄 여러분의 고객층이 누구일까요? 가면 쓰고 사무실 찾아가고 디씨 루리웹에서 마녀사냥하는 시간 많은 남성 유저일까요, 캐릭터와 세계관에 애착을 갖는 여성 게이머일까요? 이렇게 여자를 싫어하고 골라내고 밥줄을 끊어도 여성 게이머가 메이플 테마파크 가서 돈 써 줄 것 같아요?
해외 게임사가 왜 다양성을 추구할까요? 최근 몇 년 동안 <게임스컴> 같은 해외 게임쇼나 주요 해외 게임 개발사의 홍보 영상에서는 의도적으로 여성 게이머를 화면에 비춰주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얘네가 다 정치적 올바름에 미쳐버린 걸까요? 어둠의 페미니스트 권력이 강요하기 때문일까요? 인셀 남성 유저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로 한정하면 인구 수는 더욱 줄어들죠.
네오위즈 <P의 거짓> 같은 콘솔 게임, 넥슨 자회사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같은 인디 게임 시도, 다 지금 해외 시장 노리고 있죠? 국내 유저 쥐어짜는 걸로는 점점 돈 벌기 힘들잖아요.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남성 75%가 게임 유저, 여성의 73%가 게임 유저입니다. 2%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까? 중국 조사를 보면 여성 게이머가 남성보다 많다네요. 전 세계 콘솔 유저 47%가 여성이고요. 모바일 게이머의 54%가 여성이라는 2023년 결과도 있습니다. 이거 다 엄마 아이디로 게임기 사고 엄마 카드로 결제해서 그런 거라고,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나요?
넥슨 코리아 그래도 여성 게이머 계속 무시할 거죠? 페미니스트가 싫고 여자는 게임 안 한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한 줌밖에 안 되는 국내 유저 풀 자기 손으로 계속 줄여 갈 거죠?
네, 우리도 바보가 아닙니다. 이미 수치에서 증명됐듯, 여자도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을 탐닉할 줄 알고, 좋은 스토리와 멋진 그래픽, 타격감을 분간할 줄 압니다. 여성 게이머도 잘 만든 게임 즐길 줄 알고, 아이템에 돈 이미 <오조오억> 쓰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 운영 망하면 민심 봉합하려고 페미니스트 솏아냈다고 쇼 하는 것도 다 알고 있어요.
“사상검증 원조맛집” 넥슨 코리아, 계산기 잘 두드려야 할 겁니다. 과대대표된 일부 남성 유저의 피해망상에 동조하는 이유는 넥슨 코리아 내부에도 그 열등감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여성 게이머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캐릭터와 이야기에 몰입하고, 플레이한 시간은 곧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게이머도 게이머로서의 자신의 노력과 애정과 존재를 부정하는 게임을 사랑하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마지막 기회 아닐까요? 여기서 한국 여성 게이머를 다 버리고 간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우리 한국 여성 게이머들도 돈 있고 시간 있고 게임기 다 있어요. 더 게임성 좋고 배려심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고, 여성 인물에게도 서사와 이유와 존재감을 부여하는 해외 게임사 진짜 맛도리 메뉴들,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 인력을 진정한 동료로 대우하고, 여성 게이머를 고객으로 유저로 존중하는 게임사, 우리는 판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진심으로 그렇게 믿어요? 한국 여성 게이머 다 버리고 2022년처럼 계속 매출 3조씩 낼 수 있을 거라고?
어디 한번 가 보세요. 여성 게이머 버리고 손가락 모양 걸러내기 게임 하는 개발사가 과연 언제까지 승승장구할지, 그 엔딩은 사실 너무 뻔하고 식상해서 다 예상이 되지만, 플레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우리 여성 게이머에게 아주 즐거울 것 같습니다.
발언 2. 정화인 /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콘지회가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싸운지 어느덧 7년이 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 투쟁에 나설 때, 부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싸워왔는데, 또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매번 사상검증 관련한 기자회견과 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사건이 있지요. 바로 넥슨이 자사 게임 클로저스에서 성우를 해고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부당한 일을 당한 수많은 여성창작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때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심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넥슨이 또 다시 변함없는 모습으로 “넥슨짓”을 하였습니다. 바로 직전 모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이 사상검증으로 일을 그만두는 사태가 있었음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그들에게만 의미있는 손가락 모양은 그저 0.1초짜리 애니메이션 프레임의 하트 손가락을 만드는 동작의 연결에서 나온 그림일 뿐이고, 주말에 직원들을 출근시켜 열심히 리스트업하여 문제삼은 애니메이션 PV의 몇 초짜리 집게 손가락 모음 또한 그냥 집게 손가락 모음일 뿐입니다. 아무 의미 없는 동작을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동작이라 의미 부여하는 모습이 삼각형만 보면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의 상징이라며 연관 짓는 음모론과 같은 모습입니다. 한국 게임을 대표한다는 대기업의 이러한 태도에 중소기업까지 따라나서며 정신나간 음모론에 탑승하니 전세계적으로 비웃음 받을 일입니다.
이 손가락 모양에 의미를 부여하며 창작자를 괴롭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에는 한 웹툰에 이 손 동작이 나왔다며 악플과 별점 테러를 했던 사건이 유명하죠. 그때도 지금처럼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사냥 놀이’와 같은 집단적인 테러였습니다. 이러한 행태의 속내는 여성과 페미니스트 창작자들을 압박하고 겁박하는 반페미니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여성창작자에게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매년 일어나지만 정부도 기업도 누구 하나 보호하려 먼저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힘없는 여성창작노동자, 우리 동료들은 내 SNS에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지, 작업물의 작은 손동작이 혹시나 문제가 되진 않을지 걱정하며 생산성 없는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참하고 참혹합니다.
기업이 먼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악성 유저들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사항을 들어주는게 아니라 자신의 게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지켜줄 방법을 고민했어야하는거 아닙니까? 그저 괴롭히기에 지나지 않는 악성유저들의 억지 민원과 그것을 옳다며 들어주는 넥슨 포함 게임업계는 당장 반페미니즘 행태를 멈추고 반성하며 속죄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도 정부도 나서야합니다. 창작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성평등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시민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연대 또한 간절히 청합니다. 그리고 고통받고 계실 피해자분들께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발언 3. 이두찬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2020년 5월 국가인권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해당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고 오늘 기자회견에 서 발언하는 참담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는 3년이 지나도록 해당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정부는 여전히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와 차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열 및 괴롭힘 사건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발생 빈도는 늘어나고 있고, 그 수위는 계속해 강해지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다수의 여성 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취약한 위치를 빌미 삼아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는 이들 노동자의 발언을 일일이 점검하여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성 노동자는 자신의 의견 표명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의 이유로 신고인과 용역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신고인을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와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한 바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수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투쟁의 가장 큰 결과물 중 하나인 예술인권리보장법 조차도 계임업계 노동자들의 창작 환경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 1년이 지났습니다. 법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예술인에 대한 성희롱ㆍ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와 성평등한 예술 환경에서 활동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자행되고 있는 권리침해 행위를 막아주고 있지는 않다. 이런 불합리함에도 정부 및 국회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의 개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및 공공기간 외에도 민간에서 자행되는 예술인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매일 매일 k 컬쳐 k 컨텐츠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랑하는 케이컬쳐의 민낯이 이번 넥슨의 혐오몰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이컬쳐의 우수함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의 안정된 예술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문화연대는 이런 여성혐오에 맞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에 적극 대응할 것이며, 피해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문화예술계에 그 어떤 차별과 혐오도 존재하지 못하도록 투쟁해 싸우겠습니다.
덧붙여 게임을 해본 유져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남성 캐릭터가 레벨 업을 하면 방어구가 점점 두꺼워지는 반면 여성 캐릭터는 레벨 업 할수록 노출도가 심해져 ‘벗을수록 강해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몇 년 전 sns 등에서는 모바일 게임의 선정적인 게임 광고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속옷 색깔을 맞춰 보라는 문제를 내는 여성이 등장하고, 목에 자기 나이를 적어 걸어둔 여성들이 경매처럼 팔려나가는 듯한 묘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게임에서는 성 역할의 고정을 깨는 캐릭터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양성애자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으며, 이집트 출신의 여성, 노인, 장애인이라는 코드를 결합한 캐릭터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 추세 중 하나입니다.
2019년 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성비는 남성 50.3%, 여성 49.7%로 유의미한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 이용자 규모의 비약적인 성장은 게임사가 특정 성별의 취향만 맞추는 것으로는 시장에서의 생존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함에도 여전히 다수의 남성만이 게임을 한다는 생각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커뮤니티 등을 납득시키기 위해 여성캐릭터를 선정적으로 묘사하는게 현재 시장에서 유효한 연출인지를 게임사들에게 되물어여 합니다. 변화한 시장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제작사는 필연적으로 도태할 것이기에 성 상품화 콘텐츠의 계속된 생산은 게임사의 존폐를 가를지도 모를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을 게임사들이 이해하고 받아드리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4. 김수아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사실,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대표적 대중문화 양식의 하나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글로벌 게임 회사를 중심으로 ESG 선언을 하면서 게임 내 다양성 가치를 재현하는 게임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더하는 속성이 있는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와 관련된 논의 역시 계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용자 보호와 게임 내 성차별 문화 개선을 위한 게임 업계의 다양한 기술적, 문화적 시도 사례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평등하고 안전한 게임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게임 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게임 업계가 보여주는 퇴행적 양상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게 합니다. 지난 2016년 게임 클로저스 사태에서부터 여성 노동자를 ‘페미’로 몰아세우는 게임 이용자들의 사적 감시와 사이버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게임 산업이 동조하면서 여성 노동자 권리 침해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페미’ 몰이가 그 실체가 없는 억지 논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이 이를 반성적 성찰 없이 승인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게임 산업이 이러한 몰이에 적극적인 공모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름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상 게임 업계는 언제나 ‘페미’ 몰이에 응답할 준비를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이자, 이번 사건의 경우 하청 업체에 대한 꼬리 자르기 식의 압력 행사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보면 게임 업계 내 여성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인데도 넥슨과 같은 대기업이 어떤 공적 논의 과정도 없이 빠르게 대응하여 페미 몰이에 부응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이 문제는 산업이 유도하고, 또 확산시키는 것이지 단순한 악성 민원의 문제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이 문제의 책임은 무엇보다 게임 업계에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 요구되는 사회적 가치와 공적 책무에 대한 고려와 숙고가 없이 억지 민원에 바로 응답하면서 민원인, 즉 남성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효능감을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마 억지 민원임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캐릭터의 동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손가락 움직임을 여성 캐릭터에 한정하여 비슷한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이를 빌미로 관련된 여성 노동자가 ‘페미’라고 몰아가는 민원은 어떤 맥락에서 보더라도 억지입니다. 이 민원에 따르자면 앞으로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게임에선 손가락을 사용하는 장면을 그리면 안 될 지경입니다.
게임 업계는 이러한 억지 민원의 요구에 응하기보다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게임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8년여간 게임 업계는 게임 이용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여성 노동자를 억압해왔고, 이 과정에서 성평등을 위한 문제제기는 묵살해 왔습니다. 더 나아가, 성평등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폄하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 내, 그리고 업계 내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 성평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혐오주의자라고 몰아가는 데 동조하였습니다. 사실상 업계가 적극적 동조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민원이라는 점은 이와 유사한 악성 민원에 응답하고 동조하지 않은 다른 업체의 경우 그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 업계가 그토록 두렵다고 말하는 ‘페미’의 상은 사실상 게임 업계가 억지 민원에 응답하여 만들어낸 허상일 뿐입니다. ‘문제적 사상을 가진 페미’가 확인되기는커녕, 페미라는 허구적 표상에 부여한 여성혐오적 인식이 드러나는 것이 일련의 ‘페미 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몰이는 사이버 괴롭힘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여성의 목소리를 위축시켰고, 이 결과로 남은 것은 게임 문화 내 만연한 성차별일 뿐입니다. 게임 업계는 게임 문화 내 성차별적 양상을 승인하고 더 나아가 유도해온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스스로 낮추는 이와 같은 퇴행적 대응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바꾸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합니다.
발언 5. 온다 /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게임계에서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씌워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공격하고 폄하하는 억지 논란의 피해가 또 발생했습니다. 이게 몇 년째, 몇 번째인지 세기도 어렵습니다. 게임계의 여성혐오자들은 집단으로 편을 먹고 계속 모략질을 하면 진실도 민주적 정의도 게임 속 가상 존재처럼 사라질 것이라 헛꿈을 꾸는 것일까요?
게다가 ‘집게 손’ 모양에 억지를 쓰는 일부 집단은 자신들이 가진 작은 것에 페미니스트들이 신경 써줄 것이라 굳게 믿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는 남의 신체가 작든 말든 외모에 관심 없습니다. 더욱이 페미니스트는 여성혐오주의자 반페미니스트 집단의 게임 캐릭터 비키니밖에 모르는 작은 안목을, 아무것에나 쉽게 기분 상해하는 작은 소갈머리를, 자기 불편함을 폭력으로 배출하는 작은 인간성을, 정당한 시민적 권리도 부정하는 작은 민주적 소양을, 소비자 지위를 무책임하게 휘두르며 자기 말을 들어주는 기업에만 빌붙는 작은 유세를, 그 작디작고 초라하고 알량한 남성연대를 뭐라도 되는 양 신경 써줄 여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우리 페미니스트들은 언제나 그래왔듯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바삐 갑니다. 성평등을 위해 말하고 실천하고 만들고 일하고 모이고 관철합니다.
계속되는 혐오 선동과 공격에도 페미니즘 운동은 굴복한 적이 없습니다. 페미니스트 대중들은 때마다 피해자를 지지하고 페미니즘에 연대하는 대규모 온라인 해시태그 연결행동을 이어갔고, 혐오에 동조한 기업에 맞서 불매운동을 했고, 사이버 괴롭힘에 대한 조직적인 맞대응과 여성 창작자 지지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백래시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성명을 함께 쓰고, 반페미니즘에 힘 싣는 기업, 언론,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누고 대응을 모색하는 집담회와 토론회 등 공론장을 계속 열었습니다. 채용 성차별 근절과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힘을 싣기도 했죠. 페미니스트 노동자와 활동가들은 혐오 표현과 인권침해, 노동 탄압에 대하여 실태조사와 법적 대응도 함께 했습니다. 기업의 여성/페미니스트 탄압과 배제를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백래시로 의제화하여 공동 대응을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8년 게임 분야 성별영향평가가 이루어지고, 2020년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성차별적 관행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 결정이 나고, 2023년 국정감사에서 게임 업계 종사자 괴롭힘과 부당노동행위가 논의되는 등 제도적 개선의 물꼬가 트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하루가 좀 안 되는 시간에 2만 4천명이 넘는 페미니스트들이 연대의 의지를 표명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이 연대가 앞으로 또 다른 페미니즘 운동을 만들 겁니다.
게임 업계를 비롯한 성차별적 노동환경과 여성혐오적 창작문화 안에서 분투하는 여성/페미니스트 여러분, 괴롭힘과 밥줄 끊기에 피해와 위협을 경험하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절대 틀리지 않았습니다. 반페미니즘적 악성 소비자와 기업은, 이 백래시의 공모세력은 여러분을 괴롭히고 쫓아내고 입막음하고, 모두 페미니즘 탓이라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분의 존재가 일으키는 성평등한 변화가 두려워서 내뱉는 발악일 뿐입니다. 그들이 아무리 날뛰고 우겨도 여러분의 모든 고민과 실천, 때로는 잠시 멈춰 버티거나 물러서 스스로를 지키는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진보의 흐름이 절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끝내 해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으로서 덧붙여보겠습니다. 넥슨의 성차별주의자 여러분, 저는 2016년 당신들이 처음 페미니스트를 배제한 그 게임 〈클로저스〉를 하는, 좋아하는 성우님의 출연을 기대하던 이용자였습니다. 그런데 성우 교체 이후 불의를 참을 수 없어 페미니즘을 진로 삼고, 페미니즘 단체에 가입하고, 페미니즘 연구자가 되어 페미니즘 백래시 비판하고, 이렇게 페미니즘 단체 활동가까지 돼서 이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반사회적 여성혐오 잡몹들을 퍼트렸지만, 그건 그에 맞서는 페미니스트 플레이어들을 만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의도치 않았을지라도, 그건 당신들이 만들어낸 이들 중 가장 막강한 주인공들일 겁니다. 그러니 이 끔찍한 밸런스 조정 실패의 대가나 치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