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평등복지[논평]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공적 가치와 이를 받침 하는 핵심요소가 요양종사자의 노동권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한다.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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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공적 가치와 이를 받침 하는 핵심요소가
요양종사자의 노동권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한다.

 

- 장기요양기관의 ‘인건비 비율고시 등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에 대한 기각판결을 환영하며 -

 

 

2017년 7월 10일, 민간요양기관 운영자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장기요양종사자 최저 인건비 기준 고시 조항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2007년, 가족 내 여성에게 맡겨졌던 노인 돌봄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복지적 관점 아래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국가의 직접 책임보다는 민간 장기요양기관의 설립을 지원하고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통해 누구나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구체적 복지제공 업무는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국가는 재원 배분, 복지비용 지출과 같은 간접적인 책임만 분담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었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장기요양기관 수는 18,000여개로 늘어났지만, 민간기관의 비율이 78%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지자체들의 민간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로 기관의 회계 투명성은 물론 장기요양종사자들의 노동권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현재 장기요양종사자들은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방문요양보호사의 경우 단시간 시급제로 설계되어, 직접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관‧이용자의 상황(시설입소, 사망, 교체 요구 등)에 따라 실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15년 기준으로 시설 요양보호사는 평균 115만원(월 근무시간 188시간), 재가 요양보호사는 평균 64만원(월 근무시간 88시간)의 평균임금을 받고 있다. 2008년 제도 시행 이래 최저시급에 맞춰 사실상 인상 없는 동일임금을 받고 있다. 장기요양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종사자들 뿐 아니라 제도 이용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돌봄노동의 특성상 각 이용자에게 맞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케어가 이뤄져야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장기요양종사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재정 취지인 국민의 노후 복지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공공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2011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한 장기요양종사자, 노동계, 시민사회 단체들이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면 개정안을 입법 청원하였다. 2016년 일부 개정안을 몇몇 의원이 발의하여 국회 본 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의결된 일부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1. 장기요양요원의 인건비 비율 고시 2. 3년마다 실태조사 의무화 3. 기관의 회계 투명성 4.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설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장기요양 기관과 정부의 책임성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공공의 재정을 사용하는 장기요양 제공기관은 이윤추구가 아닌 안정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정부는 제도의 공공성을 높이고 관리감독을 통한 책임 있는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민간장기요양기관들은 헌법소원 외에 인건비 비율 고시 등에 대한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요양종사자들의 인건비 비율고시 항목을 두고, 민간장기요양기관과 장기요양종사자의 대치로만 벌어지는 현재의 국면은, 사회 보험 제도를 시행하는 장기요양기관의 설립을 영리형 민간 시장에 허용한 국가의 책임이다. 민간기관에 대한 규제와 함께 공공 및 비영리 장기요양기관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공공성 강화 및 장기요양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골자로 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헌법 재판소에 환영을 표한다. 아울러 개정안을 시행하는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살려 ‘인건비 비율 고시’가 요양보호사의 임금가이드라인으로서 실효성을 갖도록 현행 고시 내용상의 문제점들을 적극 개선해 나가길 기대한다.

 


 

 

2017. 7. 14.

노인장기요양보험법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