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기타1221차 수요시위 성명서 - "사회적 약자를 향한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주의의 이름으로"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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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 8일 첫 수요시위가 있었습니다. 지난 27년 동안, 1221주 동안 우리는 외쳤습니다.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하라. 이는 모든 폭력사건에 있어 피해자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청입니다.

 

이 끈질긴 요청에 대해 한일정부는 지난 12월 28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합의문으로 답했습니다. 아니, 모욕했습니다. 진상규명도 없고 법적책임도 모호한 합의문,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합의문이란 어불성설이며 그 자체로 이율배반입니다.

 

이러한 ‘합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사전에 따르면 ‘대승적’의 의미는 ‘사사로운 이익이나 일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되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전체’이고 무엇이 ‘사사로운’ 것입니까. 누구의 이익이 ‘전체’를 대변합니까. 어떤 이들은 이것이 양 국가의 이익을 위한 최대치의 합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묻습니다. 국가의 이익은 누구의 이익입니까. 정책 결정자들의 편의가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보다 앞설 때 국가는 누구의 것입니까. 사회적 약자에게, 여성에게 국가는 무엇입니까.

 

어제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120 년 전 여성 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과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날입니다. 전 세계 많은 여성들이 여성도 인간이라는 주장을 되새기며 이날을 기념합니다. 네, 우리는 인간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범죄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며, 약자라는 이유로 국가의 이익을 위한 거래 상품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자체로 지켜져야 합니다. 이 당연한 주장을 위해 지금까지 세계 23개국에서 수만 명이 수요시위에 참여했고, 수백만 명이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문제 졸속 합의문’에 항의서명을 했습니다. 이는 비단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뿐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를 위한 외침입니다.

 

오늘 1221차 수요시위, 한국여성민우회는 대한민국의 이름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주의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침묵을 넘어 목소리를 높인 분들, 오랜 기간 쉼 없이 싸워오신 분들과 함께 이 자리에 있습니다. 진심어린 경의를 담아, 연대의 의지로 외칩니다.

 

- 당사자의 요구를 배제한 이번 ‘합의’는 무효다

- 한국 정부는 기만적인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하라.

-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인정하고 진상규명하라.

-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국회 결의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2016년 3월 9일 

제 122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및 한국여성민우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