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다
: 장철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부쳐
현재 우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법부는 사용종속성에 관한 세분화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노동자인지 여부를 그 실질에 비해 협소하게 인정해왔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타인의 사업을 위해 일한 대가로 임금을 받으며 노동자로써 일하고 있으면서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해석 관행에 의해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민우회가 〈제도공백制度空白: 플랫폼 노동 속 여성을 말하다〉 사업을 통해 만난 여성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험이 이를 방증한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다수의 플랫폼 기업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단가 시장을 형성하여 이익을 취득하면서도 노동자가 플랫폼 기업을 통해 연결된 고객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사용자 아님’을 강조하며 해결 의무를 방기하는 데 급급했다.
이는 비단 플랫폼 노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부당함에 대응할 수 없다는 여성노동자들의 상담이 꾸준히 접수되어왔다. 도급, 위탁, 외주 등 이미 기업들은 직접 고용에 따르는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수만 가지 이름으로 낡은 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회피하며 노동자를 고용해왔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배치하는 편법적 고용행태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여성노동자들은 이미 노동시장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을 비롯한 19명의 국회의원이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금까지 제도적 공백 상태에 있었던 플랫폼 노동 관련 법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면 고용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시도라 할 수 있으나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보지 않고 근로기준법이 아닌 별도법안으로 규율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비록 법안이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나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노동자 여부를 협소하게 판단해온 기존 법해석 관행에 대한 대안 없이는 이러한 조건이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산재보험법에 별도로 규정된 특수고용노동자가 그랬고 또 이번 플랫폼 노동자가 그러하듯이 정부는 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해 고안된 고용관계 모두에 각각 별도법안을 만들려 하는가? 기업의 요구에 맞춰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입법의 끝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받는 노동자가 단 한 사람도 남지 않는 세상만이 있을 뿐이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을 규율하는 별도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졸속 처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고용관계의 다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판단기준의 확대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고용관계를 별도법안으로 입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수백만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제대로 보장하라.
2021년 3월 26일
한국여성민우회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다
: 장철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부쳐
현재 우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법부는 사용종속성에 관한 세분화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노동자인지 여부를 그 실질에 비해 협소하게 인정해왔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타인의 사업을 위해 일한 대가로 임금을 받으며 노동자로써 일하고 있으면서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해석 관행에 의해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민우회가 〈제도공백制度空白: 플랫폼 노동 속 여성을 말하다〉 사업을 통해 만난 여성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험이 이를 방증한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다수의 플랫폼 기업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단가 시장을 형성하여 이익을 취득하면서도 노동자가 플랫폼 기업을 통해 연결된 고객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사용자 아님’을 강조하며 해결 의무를 방기하는 데 급급했다.
이는 비단 플랫폼 노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부당함에 대응할 수 없다는 여성노동자들의 상담이 꾸준히 접수되어왔다. 도급, 위탁, 외주 등 이미 기업들은 직접 고용에 따르는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수만 가지 이름으로 낡은 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회피하며 노동자를 고용해왔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배치하는 편법적 고용행태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여성노동자들은 이미 노동시장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을 비롯한 19명의 국회의원이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금까지 제도적 공백 상태에 있었던 플랫폼 노동 관련 법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면 고용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시도라 할 수 있으나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보지 않고 근로기준법이 아닌 별도법안으로 규율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비록 법안이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나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노동자 여부를 협소하게 판단해온 기존 법해석 관행에 대한 대안 없이는 이러한 조건이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산재보험법에 별도로 규정된 특수고용노동자가 그랬고 또 이번 플랫폼 노동자가 그러하듯이 정부는 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해 고안된 고용관계 모두에 각각 별도법안을 만들려 하는가? 기업의 요구에 맞춰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입법의 끝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받는 노동자가 단 한 사람도 남지 않는 세상만이 있을 뿐이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을 규율하는 별도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졸속 처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고용관계의 다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판단기준의 확대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고용관계를 별도법안으로 입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수백만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제대로 보장하라.
2021년 3월 26일
한국여성민우회